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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eace Foundation 평화재단

현안진단 92호

‘적극적 평화’ 없이는 ‘통일대박’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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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등록일
2014-02-11

‘적극적 평화’ 없이는 ‘통일대박’도 없다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대박' 발언 이후, 통일 논의가 활발해지고 주변국에서도 통일 관련 발언이 이어진다. 뮌헨안보회의에서 케리 국무장관이 통일을 언급했고, 중국 싱크탱크는 북한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한국 정부는 평화통일을 목표로 삼고 북핵 문제 해결과 신뢰 구축에 중점을 두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은 여전히 안보 중심의 접근을 유지하고 있으며, 소극적 전략으로는 통일을 이루기 어렵다. 따라서 국가안보실은 적극적 평화 구축을 위한 기구로 발전해야 한다. 이산가족 상봉이 남북관계 개선의 첫 단계가 되어야 하며, 이를 통해 통일의 길이 열릴 수 있다.

주변국으로 번진 통일의 씨앗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월 6일 신년기자회견에서 ‘통일대박’을 언급한 이후 국내에서 새삼스럽게 통일의 의미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갖가지 비전도 제시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과 중국에서도 한반도 통일과 관련하여 눈길을 끄는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



1월 31일~2월 2일 독일 뮌헨에서 제50차 연례 ‘뮌헨안보회의(Munich Security Conference)’가 개최되었다. 이 회의에는 푸잉 중국 전인대 외교위원장과 기시다 일본 외무장관 등 중국과 일본 대표도 참석하였다. 그런데 뮌헨안보회의에 참석한 케리 미 국무장관은 2월 1일 “2주 안에 중국에 가서 북한 문제와, 통일(reunification), 남중국해 등의 이슈를 논의할 것”이라고 통일문제를 언급하였다.



중국의 최대 싱크탱크인 사회과학원도 지난달 공개한 ‘2014년 아시아·태평양 지구 발전보고서’에서 “평화와 안정 과정에서 중국이 어떤 상황에서도 북한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오판을 불식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향후 5~10년 내 한반도에서 통일의 가능성도 언급하였다. 비록 중국 당국자의 공식 발언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중국 관변 연구소의 정식 보고서에서 북한에 대한 포기 가능성과 통일을 언급한 것은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진다.



미국과 중국에서까지 통일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대박’에 대한 호응이라고 보기는 어렵겠지만, 주변국에서도 이 시점에 통일 문제가 담론화되고 있는 것은 의미심장하다고 하겠다. 그 뒤 박근혜 대통령은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서 “통일은 대한민국에만 대박이 아니라 동북아 주변국 모두에도 대박”이라고 언급하였다. 통일의 수혜자를 북한주민과 주변국으로 확장하여 설명한 것이다.



국내외에서 뿌려지고 있는 통일의 씨앗이 제대로 싹을 틔우고 줄기와 무성한 잎, 풍성한 과실을 맺어 수혜자 모두에게 대박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 우리가 어떻게 해야 통일된 한국이 주변국의 국익에도 도움이 되고 북한 주민들에게도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유일한 길이라는 믿음이 확고히 자리 잡게 할 수 있을까? 통일은 도둑처럼 찾아온다는 북한붕괴론에 기댄 준비 없는 이명박 정부 방식의 통일은 쪽박이 될 수 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평화 없이는 대박이 없으며, 그 평화의 토대를 탄탄하게 만드는 일은 지금 당장 추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통일이 진실로 대박의 결실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평화통일’에 진정한 평화를 담아야



지난 2월 6일 국방부·외교부·통일부 등 외교부처 신년 업무보고가 진행되었다. 통일부, 외교부 공히 업무보고에서 ‘평화통일’을 강조하였다.



통일부는 ‘신뢰와 협력을 통한 평화통일의 기틀 마련’을 정책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3대 추진전략으로 첫째, 한반도의 지속가능한 평화 구축, 둘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본격 가동, 셋째, 한반도 통일시대 준비를 들고 있다. 이와 함께 한반도의 지속가능한 평화구축을 위해 북핵 문제 해결 진전 및 남북 간 정치·군사적 신뢰구축, 그리고 DMZ세계평화공원 조성이라는 2개 중점 추진계획을 제시하고 있다.



외교부도 ‘새로운 한반도’ 시대를 열어가는 ‘평화통일 신뢰외교’를 핵심 정책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평화통일 신뢰외교’의 3대 기본방향의 하나로 ‘지속가능한 평화정착’을 들고 있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 ‘북한도발에 대한 강력한 억지 및 대응체제 구축’, ‘북한 비핵화의 실질적 진전’을 구체적 실천전략으로 제시하고 있다.



‘통일대박’ 발언을 계기로 유관 부처가 ‘평화통일’을 명시적으로 정책목표로 제시하고 평화를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통일을 성취하는 방식으로서의 ‘평화’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충분하지 않은 것 같다.



이날 업무보고 모두 발언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평화는 강력한 힘에 의해 지켜지는 것인 만큼 북한의 어떠한 도발에도 단호하게 응징할 수 있는 철저한 대응태세를 유지하기 바란다”고 언급하였다.

박근혜 대통령은 여전히 안보중심적 시각으로 평화를 바라보는 데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튼튼한 안보를 토대로 남북관계를 안정적으로 끌고 가겠다는 의지를 재차 천명한 셈이다.



이번 업무보고에서 설정한 평화통일의 정책목표는 튼튼한 안보를 바탕으로 전쟁을 방지하는 소극적 억지전략만으로는 달성하기 어렵다. 실질적으로 평화통일의 길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평화통일 논의에 적극적 평화에 대한 인식이 담겨야 한다. 지키는 데 급급하다면 그것은 평화를 위한 평화에 그치고 말 공산이 크다. 통일로 나아가는 데 필요한 평화는 이를 넘어 새로운 평화의 틀을 주도해나가는 창조적 평화여야 할 것이다.



국가안보실과 국가안전보장회의는 안보를 넘어 평화의 산실이 되어야



박근혜 대통령은 신년기자회견에서 이산가족 상봉이 남북관계 개선의 첫 단추라고 언급하면서 사실상 이산가족 상봉을 제안하였다. 그후 우여곡절을 거쳐 남북한은 2월 5일 실무접촉에서 2월 20일부터 25일까지 금강산에서 이산가족 상봉을 진행하기로 합의하였다.



북한은 2월 6일 국방위원회 정책국을 내세워 미국의 B-52 전략폭격기가 서해 직도상공에서 훈련한 것 등을 거론하며 “최고 존엄을 헐뜯고 우리의 체제에 대한 비방중상이 계속되는 한 이룩된 합의 이행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국방위원회 정책국이 한·미군사훈련을 빌미로 이산가족 상봉의 무산을 언급하였지만, 다행히 명단 교환이 끝나고 실무점검단이 방북하여 예정대로 이산가족 상봉 시설에 대한 점검을 마쳤다. 국방위원회를 통해 불만을 표출하기는 하였지만 북한이 한·미군사훈련 기간에 이산가족 상봉을 수용한 것은 행동으로 진정성을 보여주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처럼 이산가족 상봉이 순항하는 가운데 지난해 말 장성택 처형과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일방선포 등 한반도 안보위기 상황 속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로 부활된 국가안보실의 진용이 때마침 제 모습을 갖추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2월 3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에 김규현 외교부 1차관, 안보전략비서관에 천해성 통일부 통일정책실장을 임명하였다.



그동안 청와대와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라인은 군출신 인사 일색이었다. 안보와 교류협력 간 균형을 추구한다는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추진원칙이 무색할 정도로 강성의 안보인물 위주로 정책라인이 편제되어 있었다. 이로 인해 교류협력이라는 또 다른 핵심축을 이루어야 할 통일부가 설 자리가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번 이산가족 상봉을 계기로 국가안보실과 국가안전보장회의가 소극적 안보를 넘어 실질적으로 평화를 구축해나가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실무라인에 외교·통일 전문가가 임명되었지만 핵심 정책라인에는 여전히 강성 안보인물이 포진해 있다. 국가안보실이 태동되는 과정에서 장성택 처형에 따른 북한의 불안정성이 핵심 요소로 작용했겠지만, 자칫 국가안보실이 북한의 불안정성에 기대는 소극적 안보에 머무르지 않을까 여전히 우려되는 대목이다.



우리는 여기서 19세기의 역사적 교훈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19세기 서세동점의 시기에 유럽중심의 세력균형과 부국강병이라는 새로운 문명의 전환을 철저하게 이해하지 못해 조선은 부국강병을 이루지 못하고 결국 망국의 길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러한 19세기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21세기 현실과 미래를 바라보는 평화관의 정립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21세기 현실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국가안보실과 국가안전보장회의의 역할이 정립되어야 한다. 실타래처럼 복잡하게 얽혀 있는 남북관계와 동북아 국제관계의 격랑을 헤치고 통일로 가는 관문을 제대로 열기 위해서는 고차원의 방정식을 풀 수 있는 기구가 되어야 한다.



21세기의 현실을 제대로 직시하지 못하고 튼튼한 안보라는 20세기의 1차원적이고 소극적인 평화의 방정식으로는 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수 없다. 국가안보실과 국가안전보장회의가 ‘튼튼한 안보’에 머물지 않고 적극적 평화를 추구하여 실질적 ‘평화통일’의 문을 여는 평화의 산실이 될 필요가 있다. 그것이 ‘통일대박’을 뒷받침하는 출발점이다.



국가안보실은 단기간의 성과에 연연하지 말고 긴 호흡에서 국가전략을 수립하는 기구가 되어야 한다. 벌써부터 통일대박론에 기대어 임기 내 가시적 성과를 내야 한다는 조급함을 드러내는 언행들이 흘러나오고 있다. 국가안보실이 넓은 안목과 긴 호흡으로 튼튼한 안보를 넘어 평화통일로 가는 장기 국가전략과 실천전략을 수립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작은 첫걸음은 이번 이산가족 상봉이 될 것이다. 북한은 키 리졸브 연습에도 불구하고 일단 이산가족 상봉을 받아들였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진정성’을 보이라는 우리 정부의 요구에 북한이 사실상 호응한 셈이다. 이제 우리 정부가 이를 남북관계 흐름을 바꾸는 계기로 삼아야 할 때이다. ‘통일대박’은 튼튼한 안보, 위장평화공세, 북한의 진정성에 기대서는 얻어질 수 없다. 관계개선을 필요로 하는 북한의 상황을 활용하는 적극적 자세로 남북관계를 풀어나감으로써 실질적으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가동해나가야 한다. 이산가족 상봉이 남북관계 개선의 첫 단추라는 박근혜 대통령 언급의 진정성을 보여줄 차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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