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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eace Foundation 평화재단

현안진단 91호

남(南)의 ‘통일대박’과 북(北)의 중대제안, 고장난명(孤掌難鳴)인가

  • #통일대박론
  • # 북한 중대제안
  • # 남북관계
  • # 군사적 긴장
  • # 대북정책
  • # 관계 개선.
조회
5
등록일
2014-01-24

남(南)의 ‘통일대박’과 북(北)의 중대제안, 고장난명(孤掌難鳴)인가

2014년 새해, 박근혜 대통령은 ‘통일은 대박’이라는 메시지를 통해 통일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북한은 이례적으로 대남 중대제안을 발표했으나, 정부는 이를 수용할 수 없다고 일축했다. 통일대박론은 대북정책의 새로운 접근으로, 기존의 통일 무용론이나 회의론에 대한 반박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의 제안은 남북관계 개선의 기회가 될 수 있지만, 양측 모두 군사적 긴장 완화가 필요하다. 통일이 대박이라는 사실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대화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

새해 벽두에 제시된 예상외의 화두(話頭)들

2014년 새해 들어 남북관계와 관련하여 예상 밖의 이례적 화두가 제시되어 회자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회견에서 언급한 ‘통일은 대박’이라는 명제와 북한 국방위원회가 발표한 ‘중대제안’이 그것이다.

1월 6일 박 대통령이 신년기자회견을 하였다. 불통이라는 별명이 따라다니고 있는 터라 이 회견은 큰 관심을 모았다. 그간 우리 사회를 심각한 갈등과 대립으로 몰아넣은 공권력의 정치개입 문제와 철도노조 파업 등 정치사회적 대형 이슈들과 함께, 경제 민주화와 복지 분야 대선공약이 후퇴하면서 이런저런 논란에 얽히고설켜 버린 긴급현안들에 대해 대통령으로부터 분명한 언급이 기대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정작 이러한 문제에 대한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언급이 없다 보니 ‘통일대박론’이 회견 머리말로 되어버렸다. 박 대통령은 최근 다보스포럼의 기조연설에서 통일대박론을 다시 언급하였다. ‘통일대박론’ 자체는 반갑지만 다소 의외의 맥락에서 제시된 것이기에 그 의미와 복선이 무엇인가에 대해 이후 계속해서 다양한 해석들이 꼬리를 물고 있다.

박 대통령의 기자회견 열흘 뒤인 1월 16일, 이번에는 북한의 국방위원회가 느닷없이 대남 중대제안을 발표했다. 이 제안은 남측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매우 절제되고 겸하한 표현으로 상호 비방과 위협을 중지할 것과 자신들이 이를 먼저 실천할 것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지만, 일련의 대남위협적인 ‘말 폭탄’에 이어 나온 것이어서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북한 국방위원회가 ‘전쟁은 광고를 내고 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청와대 앞 통지문을 통해 ‘예고 없는 보복’을 예고하고,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박 대통령을 ‘유신 독재보다 더 추악한 사대 매국노’라고 독설을 퍼 부어댄 지 얼마 안 된 시점이었다. 더구나 장성택 처형 이후 내부 단속의 필요성과 연례 한·미군사훈련에 대항하기 위해 올봄 북한이 대남도발을 할 것이라는 분석이 정부 소식으로 언론에 전파되고 있던 상황이기도 했다.

북한의 중대제안은 한·미군사훈련의 중단을 요구하고 한반도 비핵화의 책임을 한국과 미국에 전가하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현재 상황에서 받을 수 없는 제안이다. 당연히 정부는 북한이 문제를 호도하고 있으며 먼저 변화된 행동을 보여야 한다며 이 제안을 즉각 일축했다. 이에 대해 북한의 노동신문은 우리 정부가 중대제안에 부정적 반응을 보인 것과 관련하여 의심을 버리고 수용할 것을 거듭 촉구했다. 우리 정부는 이를 다시 일축했다.

통일대박론도 오해와 의심을 사는 데서 벗어나 있지 않다. 북한의 해외동포 홍보지 ‘통일신보’는 ‘통일대박’ 발언에 흡수통일의 망상이 깔려 있다고 비판했다. 우리 내부에서도 ‘통일대박’ 발언에 대해 잘못된 통일은 ‘쪽박’이니 ‘도박’이니 하며 토를 다는 사람들도 있고 북한붕괴론에 기댄 것이 아니냐는 의심도 받고 있다.

통일대박론이나 중대제안이 이렇듯 의심받거나 일축되고 있는 것은 이들이 남북관계를 규정하는 기존 맥락에서 보자면 외견상 다소 뜬금없어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남이나 북이나 꽉 막힌 남북관계에 출로를 만들지 못하는 한계에 처해 있다고 보면, 기존 맥락에서 벗어난 움직임 자체가 새로운 맥락을 구축하려는 포석으로 읽힐 수 있고 그것의 의미는 작지 않다고 할 수 있다.

‘통일대박론’, 실천적 조치로 대북정책의 새로운 지평을 열자

‘통일대박론’은 대북용이라기보다 대내용 메시지의 성격이 더 크다. 박 대통령은 “국민들 중에는 통일비용이 너무 많이 들지 않겠느냐, 굳이 통일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다”면서 “통일은 대박”이라고 언급했던 것이다. 우리 사회 일각의 ‘통일무용론’이나 ‘통일회의론’을 대통령이 직접 반박한 셈이다.

우리 사회에 통일무용론과 통일회의론이 확산된 데에는 인권문제와 핵문제로 부정적 대북인식이 늘어나고 갈등의 악순환이 반복되는 남북관계에 대한 피로감이 높아진 탓이겠지만 이러한 사회 분위기를 대북정책의 지지 기반으로 이용한 전임 이명박 정부의 책임도 크다. 통일무용론과 회의론은 일종의 북한 무시전략으로 남북교류를 전면 중단시킨 이명박 정부의 ‘5·24 조치’와 맥락을 같이한다. 통일무용론은 이명박 정부의 지지 기반에서 그나마 온건한 편에 속했다. 북한붕괴론은 남북관계 개선 노력을 단념하고 있다는 점에서 통일회의론과 결합되었고, 통일회의론이 담아내지 못한 통일에의 당위와 명분상의 취약성을 보완해 주었다. 그 결과 제시된 것이 ‘통일항아리 운동’이었지만 이는 통일비용을 과도하게 부각하여 일반의 호응을 얻지 못하고 ‘텅 빈 항아리’로 남게 되었다. 이로 인해 통일회의론은 이제 박근혜 정부에 지지 기반으로서의 의의보다는 대북정책의 성과를 만들어 내는 데 부담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대박론’은 통일의 편익을 강조함으로써 통일 비용을 불필요하게 부각한 이명박 정부의 ‘통일항아리 운동’에 대한 반박으로 볼 수도 있다. 박 대통령은 신년회견에서 통일시대를 열어가야 하고, 그것을 위한 준비에 들어가야 한다면서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강화하고 민간교류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하였다. 이 점도 이명박 정부의 낡은 맥락을 벗어나기 위한 포석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박 대통령은 통일이 대박이라고 말했을 뿐이며 어떻게 대박을 이룰 것인가라는 구체적 로드맵이나 정책노선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남북관계 개선과 긴장완화 조치가 수반된다면 기존의 낡은 정책맥락을 타파하고 새로운 맥락을 형성하는 포석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박 대통령은 “통일은 우리 경제가 대도약을 하는 기회”라고 하면서 남북통합이 시작되면 전 재산을 한반도에 쏟겠다는 세계적 투자전문가의 언급을 일화로 소개하기도 했지만, 사실 통일대박론은 독창적 주장도 새로운 비전도 아니다. 통일 지상주의로 비판받은 대북포용정책의 통일비전이 있었고, 골드만삭스가 한반도가 통일이 되면 세계 2위의 경제강국이 된다고 평가한 바도 있다. 박 대통령의 ‘통일대박론’이 의미를 가지려면 통일 비용보다 편익이 많기 때문이라는 경제적 차원만이 아니라 보다 거시적이고 역사적 차원에서 통일문제에 접근해야 할 것이다.

박 대통령은 다보스 회의에 참석하여서는 한반도 통일이 동북아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변국 모두에도 대박이 될 수 있다고 하고, ‘북한주민의 기아와 인권유린의 고통을 해결하는 길이 된다’며 ‘통일대박론’의 수혜대상을 주변국과 북한주민으로 확장하였다. ‘통일대박론’이 북한붕괴론에 기댄 것 아니냐는 오해와 함께 북한주민의 인권개선을 운운한 표현은 북한당국 입장으로는 신경이 쓰이고 불쾌할 수도 있는 부분이 되겠지만, ‘통일대박론’은 기본적으로 남한 내부를 겨냥한 포석이라는 점을 감안하여 과도한 반응이 없어야 할 것이다. 통일이 남한에 대박이라면 북한에는 초대박이 될 것이며, 북한주민뿐만 아니라 남한주민의 인권도 개선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점이 간과되어서는 안 된다.

북한의 중대제안,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움직일 명분과 기회를 제공하라

북한의 중대제안은 비록 절제된 표현으로 북한의 바람을 비교적 솔직하고 정중하게 담고 있다고 볼 수 있지만, 우리가 수용할 수 없는 내용을 담고 있고 북한도 이를 알면서 제안한 것이기 때문에, 우리 정부는 물론 미국 정부로부터도 진정성이 없다며 일축되었다.

북한은 설을 계기로 상호 비방 중상하는 모든 행위부터 전면중지하는 실제적인 조치를 취하자고 하면서 2월 말 실시 예정인 한·미군사연습과 미국 전술핵무기의 한반도 전개를 중지할 것을 요구하였다. 이 훈련은 연례적 훈련이며, 작년부터 B-52 등 전술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장비가 참여하고 있는 것은 ICBM으로 전용될 수 있는 우주로켓을 발사하고 기존 합의를 무시한 채 3차 핵실험을 단행한 북한 스스로가 초래한 것이라는 점에서 우선 북한의 행동변화가 선행되는 것이 옳다. 그리고 올해는 이미 한·미군사훈련의 사전준비가 물리적으로 상당히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에서도 수용되기 어렵다는 점을 현실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다만 북한의 중대제안 내용에서 밝힌 ‘미국과의 합동과 협동이 그처럼 버릴 수 없는 소중한 것이라면 그것을 조선반도의 영토와 영해, 영공을 멀리 벗어난 한적한 곳이나 미국에 건너가 벌려놓으라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다’라는 표현에는 북한이 실제로 한·미연합군사훈련을 통해 받는 압박감이 솔직하게 드러나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서해 5개 섬 열점 지역을 포함하여 지상, 해상, 공중에서 상대방을 자극하는 모든 행위를 전면 중지할 데 대하여 특별히 강조하여 제안한다’면서 ‘이를 위하여 우리는 실천적 행동을 먼저 보여주게 될 것이다’라고 언급한 대목에서는 군사적 긴장의 부담감 제거에 대한 절실함이 담겨 있다고도 보인다. 이런 표현과 방식은 북한으로서는 매우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현 상황에서 우리는 한·미군사훈련 중지를 수용하기 어렵고 북한은 이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딜레마 속에서 해법을 찾기 위해서는 현실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하는 것이 정석이다. 북한으로서는 한·미군사훈련 실시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점을 현실로 받아들이고 앞으로 이 훈련이 필요치 않은 상황을 스스로 조성해 가야 할 것이며, 우리도 북한이 한·미군사훈련으로 인해 상당한 위협을 받고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한·미군사훈련을 예정대로 실시하되 민감한 접적지역 특히 서해 5도 부근에서 훈련하거나 전략핵무기 모의 투하훈련을 실시하여 북한군을 과도하게 자극하지 않도록 유의하고, 북한은 북한대로 스스로 약속한 바를 지켜 대남비방을 중단하고 과잉 대응으로 대남 도발적 행위를 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북한이 스스로 약속한 바를 지키는 상황이 선행되면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움직일 명분과 기회를 남측에 제공하는 셈이 될 것이다.

비록 우리가 수용하지 않더라도 북한의 중대제안은 이미 남북관계의 진정성을 시험하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되어버린 셈이다. 그리고 이것은 이산가족 상봉행사와 금강산 관광의 재개, ‘5.24 조치’ 해제 등 남북관계 개선 조치들을 끌어내는 첫 단추가 될 수도 있다. 우리 정부가 하기에 따라서는 그간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적극적 조치의 발목을 잡았던 국내의 통일회의론과 북한붕괴론을 제어하고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본격 가동을 위한 여건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통일이 대박이라는 것은 의심할 바 없는 명백한 사실이지만, 이를 실제로 획득하고 이루어 나가기 위해서는 남북관계 개선과 군사적 긴장완화가 필수이다. 북한의 중대제안을 단순히 수용불가나 위장평화공세로 치부하지 말고 그 너머 뒷면을 살피고 ‘대박’으로 접근하는 다리를 놓는, 그야말로 ‘창조적 통일’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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