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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eace Foundation 평화재단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와 한국 정부의 외교·안보 전략

제23회 2019 평화재단 송년 워크숍

조회
96
등록일
2019-12-13

국론을 모으고 정책의 일관성만 유지할 수 있다면 승산이 있다

여당과 야당 할 것 없이 뜻을 모아 우리 입장을 명확히 세우면 한국의 위상이 높아집니다. ‘너희들이 뭐라고 해도 이것만큼은 절대 안 바꾼다!’ 이런 게 있어야 그걸 상대방도 존중을 합니다. 그걸 안 들어주면 자기들도 손해가 나니까요. 미국도 한미 동맹을 잘 관리하지 못하면 굉장한 부담이 됩니다. 중국도 외침을 받았던 역사적 경험이 많았기 때문에 한반도 관리를 제대로 못한다는 것은 굉장히 큰 부담입니다. 그들에게 한반도가 부담이 된다는 것은 우리한테도 힘이 있다는 뜻이에요. 그런 틈바구니에서도 길을 찾아내서 우리가 움직일 수 있는 여지를 넓혀가야 합니다.

개요

부제 :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와 한국 정부의 외교·안보 전략
일시 :
2019년 12월 13일(금) 오후 2:30-5:30
장소 :
평화재단 강당
주최 :
평화재단
해마다 평화재단에서는 연말이 되면 전문가들과 워크숍을 진행해 왔는데요. 올해는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님을 초청해 ‘한국 정부의 외교 안보 전략’을 주제로 그 궁금증을 풀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참여한 모든 분들이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전문가이다 보니 깊이 있는 대화가 오갔습니다.
“한반도 정세가 예상을 빗나가며 복잡해지는 상황 속에서 송 전 장관님은 이런 정세를 어떻게 보시는지 들어보겠습니다.”
송 전 장관님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고비마다 막힌 이유와 해법, 미국과 중국의 입장 차이, 북한과 중국의 관계, 북미 협상의 전망을 하나하나 설명한 후 핵 국가 북한과의 공존 방안에 대해 제시했습니다.
열정적인 발표가 끝나자마자 스님의 질문을 시작으로 연달아 많은 질문이 쏟아졌습니다.
북한 핵 폐기를 전제한다고 해도 북한은 얼마간 핵 보유국이기 때문에 한국도 핵을 보유하자는 주장이 나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북핵 폐기에 대한 협상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남한 국민의 우려를 어떻게 불식해 나가야 할까요? 지소미아 문제는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야 하나요? 미중 간 패권 경쟁이 치열합니다. 동아시아에 미국과 중국이 공동 헤게모니로 정착될 것이라고 보는 학자들이 있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미국과 관계를 어느 정도 풀어야 합니까? 요구하는 돈을 더 주고라도 미군을 주둔시켜야 하나요? 우리가 깃발을 들어야 한다고 하셨는데 우리는 어떤 깃발을 들어야 할까요? 북한은 무엇 때문에 연말에 아슬아슬한 승부를 준비하려고 하는 걸까요? 비핵지대화에 대한 연구도 해나가야 하지 않을까요? 핵 보유 가능성을 열어두면 일본 등 주변국의 핵보유를 조장하는 게 아닐까요? 또 인류 멸망의 위험도 걱정스럽습니다. 미국은 동맹국이라지만, 한미 관계에서 무력감을 느낍니다. 송 전 장관님이라면 외교를 어떻게 강화하고 자신감을 줄 수 있을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미국이 자기편에 서라고 한국을 세게 압박하고 있는데 지금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어느 편에 서는 게 현명한 길일까요?
토론의 열기가 뜨거웠습니다. 휴식시간 없이 3시간이 흘렀습니다. 송 전 장관님은 ‘한국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중립을 지킬 역량이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 답하면서 토론을 마쳤습니다.
“한국이 미국과 중국을 구슬려서 서로 화합하도록 만들 수 있는 힘은 없습니다. 다만 한반도 문제에 관해서만큼은 미국과 중국을 조화시킬 수 있는 문을 계속 넓혀줘야 해요. 그런데 그 문을 확 좁혀 버리고, 좁힌 정도가 아니라 아예 막아버린 대표적 사례가 사드(THAAD) 배치와 같은 덜커덕 결정입니다. 이제라도 악순환을 멈춰야 하고, 지금이라도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서는 문을 넓힐 수 있는 길을 자꾸 만들어야 합니다.
저는 미국과 중국이 한반도 문제에서 타협할 수 있는 길을 내어놓을 역량이 우리에게 없다고 보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미국이 아무리 세고 중국이 아무리 세다 하더라도 모든 게 다 셀 수가 없기 때문이에요. 우리가 국론만 잘 모으고 정책의 일관성만 유지할 수 있다면 승산이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5년마다 정책을 뒤집는 지우개 정부예요. 이 정부만 그런 게 아니라 그 전의 정부들도 모두 마찬가지였습니다. 앞 정부가 했던 걸 다 지워버리잖아요. 정책을 잉크로 쓰는 정부가 돼야 합니다. 사랑은 연필로 쓰지만 정책은 잉크로 써야 해요. (모두 웃음)
여당과 야당 할 것 없이 뜻을 모아 우리 입장을 명확히 세우면 한국의 위상이 높아집니다. ‘너희들이 뭐라고 해도 이것만큼은 절대 안 바꾼다!’ 이런 게 있어야 그걸 상대방도 존중을 합니다. 그걸 안 들어주면 자기들도 손해가 나니까요.
미국도 한미 동맹을 잘 관리하지 못하면 굉장한 부담이 됩니다. 중국도 외침을 받았던 역사적 경험이 많았기 때문에 한반도 관리를 제대로 못한다는 것은 굉장히 큰 부담입니다. 그들에게 한반도가 부담이 된다는 것은 우리한테도 힘이 있다는 뜻이에요. 그런 틈바구니에서도 길을 찾아내서 우리가 움직일 수 있는 여지를 넓혀가야 합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이라고 표현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수준 높은 분들과 함께 이야기할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이런 지적 토론을 굉장히 많이 해서 지혜가 쌓이고 쌓여야 ‘덜컥수’를 안 놓고 이 나라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개인은 감정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덜컥수를 놔도 괜찮습니다. 그러나 국가는 집단에 끼치는 피해가 크기 때문에 덜컥수를 놓으면 안 됩니다. 그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평화재단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여 주신다면 저도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겠습니다.” (모두 박수)
전문가들은 송 전 장관의 마지막 말에 동의하며 박수를 쳤습니다. 1부 토론을 마치며 스님이 정리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더 지속적 발전을 하느냐, 쇠퇴의 길로 가느냐?
“송민순 전 장관님께서 바쁜 중에도 우리를 위해 연말에 이렇게 시간을 내주셔서 정말 감사 말씀을 드립니다. 솔직하게 얘기해주시니까 오히려 지금까지 들은 것 중에 제일 좋은 토론이 된 것 같아 감사했습니다. (모두 웃음)
방금 제가 장관님한테 약간 추궁하듯이 질문을 했던 것은 이유가 있습니다. 지금이 어떤 상황인지에 대해서는 우리 모두 감이 잡히지만, 결국 대통령이 어떤 선택을 하겠느냐는 문제가 남습니다. 우리야 뭐 선택할 일도 없겠지만, 이런 복잡한 상황에서 정부가 국가를 위해 어떤 선택을 해야 하겠는지, 그걸 우리가 유추해보고자 단답식으로까지 되물어 본 겁니다.
국제관계가 복잡한 건 어쩔 수 없지만, 지금 제일 큰 문제는 우리나라가 지금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는 사실입니다. 나라가 망하는 건 아니지만 ‘더 지속적 발전을 하느냐? 이 선에서 정체하느냐? 쇠퇴의 길로 가느냐?’ 하는 중요한 기로에 서 있어요. 이런 기로에 서 있을 때는 여·야와 진보·보수를 뛰어넘어 국가이익이라는 측면에서는 머리를 맞대고 의논한 뒤에 싸우더라도 싸워야 할 텐데, 지금은 국내의 정치적인 권력을 잡는 게 국가이익보다 더 우선시하는 현실이 좀 안타깝습니다.
오늘 이 자리는 2019년을 돌아보면서 지금과 같은 동북아의 새로운 질서 재편 속에서 우리의 국가적인 방향을 과연 어떻게 설정해야 하는지에 대해 논의하는 게 근본 목적이었습니다. 그런 가운데 또 세세한 이야기도 나눠보았습니다. 오늘 장시간 발표 및 질의응답을 해주신 장관님께 다시 한번 감사 말씀을 드립니다.”
1부 토론을 마친 후 전문가들은 대부분 돌아가고 평화재단 운영진들만 남아 그 자리에서 2부 송년회를 가졌습니다. 지난 평화재단 15년을 돌아보며 감사한 마음을 나누는 자리였습니다. 먼저 퇴임하는 원장님과 이사님들에게 그동안의 노고에 대해 감사한 마음을 담아 꽃다발과 선물을 전달했습니다. 퇴임한 이사님들은 지도위원과 고문으로 추대되어 계속 활동을 이어갑니다.
“원래 감사패를 드리려고 했는데, 감사패는 많이 받으시기도 했고 잘 안 보신다고 해서 사진첩에 ‘감사합니다’하고 써서 준비했습니다.”
이사님들은 자리에 돌아와 사진을 하나하나 넘겨보며 기뻐했습니다.
송년회를 축하하며 케이크를 자르고 스님이 감사 인사를 했습니다.
평화재단을 설립하게 된 배경
“2004년에 평화재단이 설립되었는데, 올해가 2019년이니까 15년이 금방 지나가네요. 평화재단은 우리나라에도 국책연구소 같은 민간 싱크탱크가 하나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에서 설립되었습니다.
처음엔 싱크탱크를 만들자고 했으니까 윤여준 전 장관님이 연구원 원장을 맡아서 출발했는데, 아무래도 통일 정책이 전문 분야가 아니셨기 때문에 교육원을 설립하면서 교육원 원장으로 가셨습니다. 그 뒤로 통일부 차관을 역임하신 김형기 차관님이 연구원 원장을 맡아서 싱크탱크 역할을 해왔습니다. 이렇게 싱크탱크 역할과 인재 양성이라는 두 가지 일을 쌍두마차로 해서 평화재단을 운영해 왔습니다.
그런데 이명박,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민간의 통일운동 역할이 많이 축소되었습니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이래 남북의 긴장이 점점 고조되다 보니까 평화재단은 평화운동적 성격을 점점 많이 갖게 됐습니다. 물론 평화재단이 지금까지 해온 중요한 연구 기능과 교육 기능은 계속 유지해야 하겠지만, 창립 때와 달리 평화 활동들의 규모가 점점 커져갔어요. 그래서 의사 결정에 있어서도 운동 사업의 확대가 반영되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또 우리가 출발할 때는 다들 40대 후반이나 50대 초반이었습니다만 15년이 지난 지금은 모두 60대, 70대가 되었습니다. 한반도의 평화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는 계속 관련 논의와 연구 활동을 해나가겠지만, 운영은 좀 젊은 사람들이 맡는 게 좋겠다 해서 이번에 이사진을 전면적으로 교체를 했습니다. 이사님들 대부분이 찬성해 주셨고요.
그래서 오늘 이 자리는 그동안 15년간 이사로 함께해 오시면서 연구원장 직책도 맡아주셨던 김형기 원장님이 퇴임하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또 윤여준 장관님, 김홍신 작가님을 비롯해서 거의 15년을 함께해주신 이사님들의 퇴임식도 겸하는 자리가 되겠습니다. 조촐하게나마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어려운 시기를 15년이나 함께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모두 박수)
15년 간 유지될 수 있었던 원동력 윤여준 장관님은 원래 제가 모르는 분이었는데, 소개를 받아서 장관님을 찾아갔어요. 그때 제가 장관님의 경력을 딱 꺼내놓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장관님의 경력이 참 다양하십니다. 기자 활동도 하셨고, 국정원에도 계셨고, 외교관도 하셨고, 국회의원도 하셨고, 장관도 하셨고, 청와대에도 계셨습니다. 이런 재능과 경험을 장관님 개인의 것이라고 생각하신다면 오해입니다. 이 모두는 국가의 녹을 받고 일한 것이니 국가의 것입니다. 국가의 것인데 이걸 혼자 간직하셔서야 되겠습니까? 먹은 걸 다 토해내십시오. 지금까지는 월급 받고 일했지만 앞으로는 공익을 위해서 무료로 봉사하여야 합니다.’ (모두 웃음)
제가 정말 이렇게 노골적으로 말했습니다. 이런 저의 제안을 흔쾌히 승낙하셔서 지금까지 15년 동안 이렇게 봉사를 해주셨습니다. 김형기 차관님은 말할 것도 없고요. (모두 박수)
이런 전통으로 평화재단이 15년간 유지돼 왔습니다. 평화재단이 작은 돈을 가지고 이 정도라도 활동하며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두 가지 이유가 컸습니다. 첫째, 연구하고 교육하신 분들의 헌신적인 노력 덕분입니다. 둘째, 아무런 대가나 보수 없이 활동하는 실무자들과 봉사자들 덕분입니다.
정말 쉽지 않은 일인데도 이런 기적 같은 일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함께해주신 어르신들께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감사 말씀을 드립니다.”
스님이 고개 숙여 인사를 드리자 어르신들과 실무자들도 함께 머리를 숙였습니다. 서로에 대한 감사와 존경이 흘렀습니다. 이어서 퇴임하시는 분들의 인사를 들어보았습니다. 대표로 김형기 님과 김홍신 님이 인사말을 했습니다.
“감개무량합니다. 연구원 원장을 10년이나 할 줄 몰랐습니다. 음으로 양으로 우리 실무자들이 많이 도와주셔서 이만큼 보람을 느끼게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오늘 퇴임하는 게 아니라 저를 또 승진시켜주셨다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스님의 손바닥을 벗어날 수 있겠습니까?(모두 웃음) 계속해서 스님 손바닥 안에서 여러분 모시고 또 다른 시각으로 일을 해보겠습니다. 여러분, 정말 감사합니다.”
“옛날에 좋은 땅은 양반이 다 가지고 가난하고 힘없는 백성들은 비가 와야만 농사를 지을 수 있는 가파른 곳에서 농사를 지었어요. 언제 비가 올지 몰라 늘 땅을 파고 있다가 비가 오면 바로 씨를 뿌립니다. 이걸 천둥지기라고 해요. 우리 평화재단도 천둥지기와 같습니다. 대한민국이 통일이 되고 평화로워지면 우리 평화재단이 비가 올 때까지 땀을 흘렸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보다 젊은 분들이 평화재단을 맡아서 제대로 해낼 것을 믿기 때문에 기쁘게 물러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어서 평화재단 15년을 담은 영상을 함께 보았습니다. 영상에는 지난 15년을 함께 해온 활동가들이 나와 감사한 마음을 전했습니다. 지금도 함께 활동하는 사람들도 있고, 이제 정토회의에서 다른 역할을 하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짧은 말 한마디에도 함께 보낸 세월이 더해져 감동이 있었습니다.
송년회를 맞아 평화재단에서 제일 젊은 활동가들이 축하 공연도 준비했습니다. 평소에는 무대 밖에서 행사 바라지를 하느라 얼굴을 볼 수 없었는데 오늘은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신나는 춤과 노래를 선보였습니다.
재미있는 공연에 진지했던 송년회가 웃음바다가 되었습니다. 한참 웃고 다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했습니다.
스님의 말씀을 끝으로 다 함께 저녁식사를 하였습니다. 저녁식사는 평화재단의 실무자와 자원활동가들이 직접 정성스레 준비했습니다.
저녁식사를 먹으며 대화는 계속되었습니다. 한반도의 평화를 걱정하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내다보는 송년회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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