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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칼럼

공무원의 현주소를 묻는다

조회
102
등록일
2017-04-06

공무원의 현주소를 묻는다

국가공무원법에 따르면 공무원은 국민의 봉사자이며 민주적이며 능률적인 행정을 해야 한다. 따라서 공무원은 직무수행을 위해 적지 않은 의무를 지게 되고, 이를 어기면 징계를 받게 된다. 공무원은 무엇보다 법령을 준수하고, 성실히 직무를 수행해야 하며, 상관의 명령에 복종하여야 한다. 그리고 국민 전체의 봉사자로서 친절하고 공정하게 직무를 수행하여야 하며, 직무와 관련하여 사례나 증여 또는 향응을 주고받을 수 없으며, 공무원 상·하간에 증여를 해서는 안 된다.

공무원의 현주소를 묻는다 - 이재희(소통과거버넌스연구소 소장/행정학박사)

국가공무원법에 따르면 공무원은 국민의 봉사자이며 민주적이며 능률적인 행정을 해야 한다. 따라서 공무원은 직무수행을 위해 적지 않은 의무를 지게 되고, 이를 어기면 징계를 받게 된다. 공무원은 무엇보다 법령을 준수하고, 성실히 직무를 수행해야 하며, 상관의 명령에 복종하여야 한다. 그리고 국민 전체의 봉사자로서 친절하고 공정하게 직무를 수행하여야 하며, 직무와 관련하여 사례나 증여 또는 향응을 주고받을 수 없으며, 공무원 상·하간에 증여를 해서는 안 된다.

그러면 2017년 현재 대한민국 공무원은 법률이 규정한 것처럼 ‘국민전체의 봉사자’로서 자기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고 있는가? 담당 공무원이 누구인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것을 한번쯤 경험하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로 공무원의 재량권(갑질)이 넘쳐나고(때로는 법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갑질’을 한다), 김영란 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2015년 3월 27일 제정)이 시행되었지만 갑을관계의 부패한 먹이사슬이 해체되었는지 아직은 알 수 없다. 공무원은 여전히 국민들에게 엄청난 힘을 가진 ‘왕갑’이다.

2016년 전부 개정된 공무원헌장은 1980년에 제정된 것과 달리, 민족중흥보다 헌법이 지향하는 가치를 실현한다고 되어 있다. 그리고 “공익을 우선시하며 투명하고 공정하게 맡은 바 책임을 다한다. 창의성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업무를 적극적으로 수행한다. 우리 사회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국민과 함께 하는 민주 행정을 구현한다. 청렴을 생활화하고 규범과 건전한 상식에 따라 행동한다”는 실천강령을 제시하였다.

2017년 현재 대한민국 공무원은 헌장이 규정한 것처럼 ‘헌법이 지향하는 가치’를 실현하고, ‘국민과 함께 하는 민주행정’을 구현하며 창의성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업무를 ‘적극적’으로 수행하고 있는가? 기준조차 불분명한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가 만들어지고, 느닷없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뭘 하는지도 모를 재단이 이상한 어떤 사람들의 돈벌이 수단이 되었다. 불과 며칠 만에 올라올 수 있는 세월호는 1,000일도 넘는 시간 동안 그리 깊지 않은 바닷속에서 모든 슬픔과 분노와 의혹을 안고 쓰러져 누워 있었다. 우리나라 공무원은 최근 몇 달부터 지난 몇 년 사이에 인권을 담은 헌법적 가치도, 창의성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적극성도, 국민과 함께 하는 민주행정도 그 어느 것도 보여주지 못했다. 다만, ‘말도 안 되는’ ‘이상한 권력’ 앞에서 마치 비루먹은 말처럼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탈탈 털렸을 뿐이다.

무엇이 문제인가?

국민들에게는 힘이 넘치는 왕갑인데 안으로는 비루먹은 말처럼 힘이 없는 이유가 무엇인가? 이론적으로 보면 법과 행위자, 제도(환경)의 세 가지 차원에서 문제를 찾을 수 있겠지만 여기서는 행위자 차원에서 이유를 찾아보기로 한다. 왜냐하면 법은 개별 사례가 너무 많아 특정한 대안을 제시하기 어렵고, 제도(환경)는 그 범위가 너무 넓어 분석과 대안설정의 범주를 설정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편으로 모든 것을 개인차원으로 치환함으로써 아무런 해결방안도 찾지 못할 위험이 있으나, 뚜렷하게 세대(generation)적 특성이 드러나기 때문에 그 특성을 도출하는 것으로 문제해결의 출발점을 삼고자 한다.

2017년 현재, 대부분 1950년대 후반부터 1960년대에 태어난 중앙정부의 과장급(3급 부이사관) 이상 고위직급의 공무원에게서 문제의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즉, 전체 관료조직을 이끌고 있는 1-3급의 1,000여명에 이르는 고위공무원단이 가지는 고유한 특성이 앞서 언급한 공무원의 문제와 가장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들은 2000년대 들어와서 5급 초급 간부로 재임 중이거나 현재 공무원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1980년대 이후 세대와는 현격히 구분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 세대의 공무원은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고”(국민교육헌장, 1968.12.5.) “자랑스런 태극기 앞에 조국의 통일과 번영을 위하여 몸과 마음을 바치겠다”(국기에 대한 맹세, 1972.08.09.)고 함께 약속한 사이다. 이 헌장과 맹세는 1960-70년대에 초중등교육을 받았던 이들에게 너무나 익숙한 것이어서, 마치 같은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난 형제처럼 친밀하게 느껴진다. 이들의 뼛속 깊은 곳에는 ‘조국’ ‘민족’ ‘충성’ ‘태극기’ 등 집단적이며 획일적인 단어가 젊은 시절 목매어 외치던 ‘민주주의’나 ‘시민’, ‘다양성’, ‘행복’ 등의 단어보다 더 깊이 새겨져 있다.

이들은 1970년대 중반 독재정권의 폭압이 극대화되던 긴급조치시대부터 군사쿠데타로 집권한 신군부 정권 치하의 1980년대 사이에 숨죽이며 대학을 다녔다. 그리고 암울한 그 시기에 한편으로 무력감과 죄의식을 느끼며 (물론 단순히 입신양명을 위해 공무원이 되려고 한 사람도 있겠지만) 조국과 민족에 무한 봉사하겠다는 애국심과 충성심을 다지면서 고시와 공무원시험을 준비하였다.

그리하여 80년대 중반부터 90년대 초반 사이에 사무관으로 임용된 이들 세대는 독재정권의 군사문화에 길들여진 선배 상사로부터 권위주의, 형식주의, 가족주의 등의 조직문화를 전수받으며, 동시에 국가와 민족을 책임지고 이끌어 간다는 다소 배타적인 주인의식으로 무장한다. 상명하복 문화와 엘리트의식을 기반으로 완벽한 ‘갑’으로서의 지위와 권한을 확보한 이들에게는, 다소의 양심적 거리낌을 제외하면, 그 어떤 걸림돌도 보이지 않았다.

이들은 1990년대 이후 네 번의 전혀 다른 성격을 가진 정부를 경험하면서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그들만의 보신주의와 복지부동을 연마했다. 이들은 생애 전 과정을 통해 적응과 순응, 그리고 다소 위악적인 자부심을 배웠다. 이들은 이제 내부적으로 순한 양으로 길들여지고 외부적으로는 투철한 사명감과 자부심을 가진 ‘왕갑’으로 재탄생하여 오늘에 이르렀다.

2017년, 새로운 시대를 앞두고 이들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답은 정해져 있다. 스스로 자신들의 특성을 이해하고 그것을 극복해야 한다.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고답적이며 이중적인 행태를 반성해야 한다. 그리고 복지부동 무책임이 아니라 적극적이고 창의적인 새로운 조직문화를 만들어 가야 한다. 안정된 직장으로서의 공직, 안락하고 평화로운 삶을 살 수 있는 직장인으로서의 공무원이라는 생각을 (지금의 고위공무원 보다 더 많이) 가진 후세대 공무원들과 더불어, ‘헌법의 지향하는 가치’를 담아 ‘민주적’으로 ‘창의성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일하는 ‘국민전체의 봉사자’로 거듭나야 한다.

※ 이 글은 필자의 개인 의견이며 평화재단의 사업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지난 칼럼>

① 2017년 한국,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나? (조 민 평화교육원 원장,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

② 미‧중‧일 국가주의 충돌에 직면한 한국외교는 어디로? (성일권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발행인)

③ 민주주의와 평화통일의 길에서 다시 쓰는 출사표(出師表) (고경빈 평화재단 평화연구원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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