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딜레마 –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와 도쿄올림픽
오염수와 올림픽을 둘러싼 정치적 공방을 넘어, 후쿠시마 현지의 생생한 목소리를 통해 일본 내부의 복합적 딜레마를 직시하고자 기획되었다. 단순한 비난이나 우려를 넘어, 일본 사회의 다양성을 이해하고 한일 시민사회가 나아갈 진정한 소통과 공존의 방향을 모색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이 글은 2021년 7월 3일 평화재단에서 한국-일본에서 온라인으로 진행된 제81차 전문가포럼의 녹취 전문입니다. 라이브 포럼의 분위기를 그대로 전하고자 구어체가 많은 점을 감안해주기 바랍니다.
사회 : 남기정(서울대학교 일본 연구소 교수)
오늘도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관련 몇 가지 뉴스가 있었다. IAEA가 오염수 검증단에 우리 전문가를 초청했다던지, 경기도의회가 방류 결정에 대해 특별위원회를 만들어 항의 시위를 했다는 뉴스들이다. 7월23일 개막되는 도쿄 올림픽은 코로나19로 인해 무관중 진행을 논의하는 중이며, 일본에 입국한 선수단 중에서도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 온 인류의 축제가 되어야 할 올림픽이 외부로부터 여러 가지로 걱정과 우려의 시선을 받는 현실 속에서 우리는 어떤 입장으로 이 문제들을 바라봐야 할까.
제81차 전문가 포럼에서는 현지에서 가장 이 문제를 깊이 고민하고 있는 분을 모셨다. 마쓰타니 모토카즈 교수는 제가 가장 존경한다고 말할 수 있는 한일관계 연구자이다. 일본 연구자와 대화할 때 솔직하게 여러 가지로 본인 생각을 전개해 주고 비판할 점은 꼭 집어 주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은데, 마쓰타니 교수의 말씀은 하나같이 모두 수용 가능한 이야기들이다. 아마 당신의 삶과 사람에 대한 진지함이 전달되기 때문일 것이다. 매우 우직하고 생각하는 바를 실천하고 그것에서 깨달은 바를 정리해 내는 연구자이다. 도쿄 대학에서 석사, 하버드 대학에서 아시아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발제 : 마쓰타니 모토카즈(일본 토호쿠 학원 대학 교수)
오늘은 후쿠시마의 현 상황, 그리고 후쿠시마 사람으로서 평소에 느끼는 것, 올림픽이나 원전 오염수에 대한 개인적 생각 등을 말씀드리고 같은 시민으로서 고민하고 의논하는 시간을 가지고자 한다.
제가 사는 후쿠시마 시는 산과 자연이 많고 살기 좋은 곳이다. 저는 4명의 자녀와 강아지와 아내와 함께 후쿠시마에서 살고 있다. 1970년대에 태어나 도쿄와 프랑스에서 살았는데 원전사고 직후에 고향이 그리워져서 다시 후쿠시마로 돌아왔고 지금은 센다이까지 통근 생활을 하고 있다.
지금은 거의 없어졌지만 우리 동네에도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들을 담은 큰 비닐봉투가 곳곳에 쌓여 있었다. 요즘은 중간 보관소라고 해서 원전 쪽에 있는 다른 곳으로 옮겼다. 지금도 시내 곳곳에 실시간 방사능 농도 계측기가 설치되어 있다. 이걸 보면서 방사능 농도가 이제는 높지 않아, 안심하고 살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데, 1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아직 이런 것이 남아있다는 것 자체가 이곳이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영향을 많이 받은 지역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표식이기도 하다.
오늘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원전사고에 대한 현지 주민으로서의 생각, 한일관계를 어느 정도 아는 입장에서 이런 문제들이 한일 시민 교류에 미치는 영향 등을 이야기해 보겠다.
먼저 정치권에서는 전체적으로 원전사고에 대한 보수, 진보의 입장이 크게 대립하며 간극이 벌어지고 있다. 이것은 한일 양국의 공통된 현상이다.
보수진영은 아무래도 원전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본에서는 일시적으로 가동이 중단됐지만 재가동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일각에서는 경제적으로 중요하니 원전산업의 해외수출도 재개해야 한다는 의견이 강해지고 있다. 이들은 사고 자체는 당연히 인정하지만 이제는 10년이 지났고 그동안 정부에서 후쿠시마 부흥을 위해 여러모로 애썼으니 이제는 괜찮다, 안전하다고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이와 반대로 진보진영은 방사능 오염이 미치는 영향, 원전의 위험성 등에 대한 거부감이 여전히 강하고, 따라서 탈원전을 지향하며 환경을 중시하는 의견들을 계속 내고 있다. 그들은 보수진영과 반대로 후쿠시마의 위험성을 강조한다.
그런데 정치차원에서는 보수와 진보로 구별이 되지만, 후쿠시마 주민의 시각에서는 공통점이 있다. 양쪽 모두 극단적 입장을 가지고 있으며 현지 주민의 목소리를 대변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주민들이 후쿠시마에서 살고 있는 것은, ‘정부가 안전하다고 해서’, 또는 진보진영에서 말하는 위험성을 무시하고 단순한 선택으로 사는 것이 아니다. 현지에서 여러 어려움을 겪으면서 얻은 경험이나 지식으로 스스로 판단하고 고려해서 선택한 것이다. 보수진영의 안전하다는 말을 믿는 것도, 진보진영의 위험하다는 목소리를 무시하는 것도 아니다. 양쪽 견해를 살펴보면서 선택해서 사는 것이다.
그리고 전세계적으로 여전히 후쿠시마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강함을 알고 있기 때문에 후쿠시마를 무서워하거나 기피하는 시선과 풍평피해(風評被害. 본래 일본에서만 사용하는 표현으로, 자연재해나 각종 사건사고 등에 대해 허위보도하거나 오보를 내보낸 결과 특정 생산품에 대한 소비가 감소하거나 특정 지역의 관광수입이 감소해 관련 업계 종사자들이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입는 현상을 말함.)를 극복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후쿠시마 주민들은 보수진영의 누군가가 안전성을 강조한다 해도, 직접 현지에 오지도, 살지도 않은 채 그런 주장을 하는 이들을 믿지 않는다. 원전에 이해관계가 있으니 그런 주장을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모두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대부분은 불신감을 가지고 있다.
반대로 주민들 역시 어느 정도의 위험성을 감안하지만 그럼에도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재산과 땅이 있는 고향이고, 방사능 농도만 줄어든다면 살만한 곳이라는 여러 가지 과학적 데이터도 고려해서 살기로 한 것인데 멀리서 지켜보면서 후쿠시마의 위험성만을 강조하는 진보진영의 동정심, 이해심 없는 자세에도 환멸과 불신감을 가지고 있다.
저는 원래부터 올림픽에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아베 수상이 올림픽 유치위원회와 국제사회에 ‘후쿠시마 상황은 완전한 통제 하에 있고 도쿄에는 어떠한 악영향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연설한 것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원전이 통제 하에 있다면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현재 문제가 있다는 것은 완전한 통제가 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고, ‘문제가 있더라도 도쿄만 괜찮으면 된다’는 얘기를 일본 국가의 대표가 말한다는 것은 후쿠시마 사람으로서 분하고 마음이 아픈 일이다. 그런 아픔이 남아있기 때문에, 일본은 정부 차원에서 올림픽을 밀고 있으니까 모든 일본이 올림픽을 환영할 것처럼 보이겠지만 적어도 후쿠시마에서는 의견이 갈려져 있다.
한국에서도 후쿠시마 문제로 올림픽 참가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당연히 있는 것으로 안다. 물론 일본에서 사고가 났고 정부가 홍보를 잘 못해서 오해도 많이 샀으므로 기피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되지만, 후쿠시마 사람들에게는 그들 역시 위험성만 강조하는 일본 진보진영과 다름없이 보인다. 우리들은 어디에서도 이해받지 못하는구나 싶어 섭섭한 마음이 생긴다.
그리고 섭섭하게 여기는 이유 중 또 한 가지는, 원자력 문제는 사실 21세기 글로벌 사회에서는 일개 국가 차원에서 해결할 문제가 아니고 사고가 나면 국경이나 민족을 넘어서 피해가 확대되는 종류의 문제라는 것이다. 시뮬레이션 결과, 만약 중국에서 원전사고가 나면 한국도 영향을 받으며, 한국에서 원전사고가 나면 일본까지 방사능이 도달한다. 이것은 일본이나 후쿠시마가 나쁘다거나, 누구 한 개인이나 국가가 책임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국가들과 시민들이 다 같이 모여서 해결해야 할 문제인데, 후쿠시마만 피하면 자신에게는 피해가 오지 않을 것처럼 호도하는 언론들과 그로 인한 대중들의 오해가 유감스럽다.
후쿠시마에서는 과학적 안전성을 주민들이 직접 여러가지로 확인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어업연합 웹사이트에서는 잡은 물고기의 방사능 농도를 확인할 수 있다. 지금은 농도가 낮아서 많이 안하지만 사고 직후에는 직접 키운 야채를 동사무소에 가져가 계측기로 확인하는 등 여러가지 노력들이 있었고 과학적 데이터나 현지에서 일어나는 상황을 알려고 하면 알 수 있다. 단순히 일본 정부의 안전하다는 홍보만 믿고서 살고 있는 것이 아니다.
요즘 가장 화제인 오염수 방출문제에 대해서는 저는 당연히 반대이지만, 오염수가 위험해서가 아니다. 이제까지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현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채 안정성만 강조해왔다. 그로 인해 해외의 의심을 사는 등 홍보를 잘하지 못했다. 이제는 과학적으로는 문제없다 해도 정치적 신뢰를 잃은 일본 정부가 무엇을 하든 상황을 악화시키고 국제사회의 불신과 오해만 커질 것이기에 오염수 방출문제를 반대하는 것이다. 현실은 과학적 진실보다 정치적 신뢰성이 더 중요하다. 정치적 신뢰성이 없는 한 아무리 과학적 진실이 있더라도 국내도 주변국도 납득시킬 수 없다고 본다.
일본도 그렇지만 한국도 고려해주었으면 하는 것은 이런 문제에서 언어 자체가 가지는 정치성을 자각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조금 전에도 ‘오염수’라는 용어를 썼다. 물론 오염되었지만 그래도 기계를 통해서 어느 정도 방사능을 제거했으므로 일본 정부는 ‘처리수’라고 표현하고, 언론에서도 그렇게 표현하게 되어 있다. 이는 단지 안전성을 강조하기 위함은 아니다. 물론 오염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최대한 노력해서 오염을 최소화하도록 처리된 것이 사실임에도 ‘오염수’라는 용어를 고수하는 것을 보면, 현지에서의 변화나 노력에 대한 인식이 전혀 없구나 싶어 후쿠시마 사람 입장에서는 유감스러울 때도 있다. 오염수란 용어를 쓰지 말자는 게 아니라 어떤 어휘를 선택하느냐에 따라서 입장이 드러나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가 차원에서도 국제제판소에 가면 어느 쪽이 이긴다, 진다 하는데, 이기고 지는 문제가 아니다. 특히 현지에 사는 사람으로서는 이기고 지고를 떠나서 어떻게 해결할지를 함께 고민해줬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원전사고 이후 후쿠시마 현지에는 여러 변화가 있었다. 재생에너지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고 에너지회사도 많이 만들어졌다. 어느 현지 사업가는 ‘이제는 원전에 의존하지 말고 후쿠시마에서 만든 전력을 후쿠시마 사람들이 소비하자’는 운동을 이끌기도 했다. 아이즈 지역의 전력센터 대표는 ‘도쿄가 지배하는 에너지 식민지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우리(후쿠시마)의 목표’라고 말한다. 이때 ‘우리’는 일본이 아닌 후쿠시마 사람들이다. 그동안 일본은 후쿠시마처럼 땅값이 싸고 인구가 적은 지방에 위험성이 높은 원전을 만들고 후쿠시마에서 만든 에너지를 모두 도쿄로 보냈다. 그런 역사를 알고 나서 이제까지 우리는 식민지였음을 자각하고, 에너지로부터 독립하는 후쿠시마가 되겠다는 것이다. 이런 일들을 한국인들도 알게 된다면 많은 부분에서 서로 소통할 수 있을 것이고 정부 차원을 떠나 시민사회의 교류가 이루어진다면 더 좋은 미래가 열릴 것이다.
원전사고, 코로나19 같은 글로벌한 문제는 앞으로 국가, 정부, 민족 차원에서 생각하는 사고방식을 넘어서야 한다. 양국 국내의 다양성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일본이라는 시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일본과 일본에 있는 후쿠시마 등 다른 지역, 일본 시민사회에서도 여러 소리들이 있다. 일반화시키면 안 되지만 한국에서 보도되고 있는 이상의 다양성을 알아주셨으면 한다.
그리고 비슷한 얘기지만 상대국의 정치사회문제를 자기 나라의 정치이슈와 관련시키는 것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예를 들면 자기 정부의 보수나 진보진영을 공격하기 위해 후쿠시마 사고를 가져와서 ‘안전하다, 위험하다’고 하는 일이다. 사실 원전사고를 해결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다른 개인적인 목적이 있어서 후쿠시마를 다루는 것이기 때문이다.
중앙뿐 아니라 지방에서 보는 시각이나, 사회적, 정치적 통역이 가능한 차세대 육성도 필요하다. 저는 지금 우연히 후쿠시마에 살고 있는 한국연구자이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지만, 지방에 살면서 이런 시민사회 교류를 중재하거나 도와주는 사람이 많지 않다. 한일 간에 도움이 되고 싶다 해도 다양하고 복잡한 정치사회적 문제의 위상을 제대로 파악하고 설명하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그래서 이런 것을 의식해서 그냥 보는 것뿐 아니라 국내의 다양성을 잘 이해하고 한국의 다양성과 잘 연결하는 차세대를 특히 대학에서 육성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질의응답
Q. 후쿠시마 처리수를 방출하는게 과학적으로 위험하지 않다는 얘기인지?
A. ’과학적으로 생각했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안전함을 강조하고 싶어서가 아니다. 다만 과학적인 데이터를 참고해서 선택했다는 것이다. 과학적으로 리스크가 있는 것은 알고 있다. 통계적으로 이 정도의 방사능 농도면 장기적으로 건강에 어느 정도의 변화는 있지만 그렇게 뚜렷한 건강상의 피해가 일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알고 있고, 조금 위험성은 있지만 후쿠시마를 떠났을 때의 어려움들(이사, 새로운 일자리 찾기, 자녀교육 등과 비교하면 여기 남아서 사는 것이 낫다고 합리적으로 판단했다는 의미다. 처리수와 원전에 대한 이해도 똑같다. 이제까지 모은 데이터를 볼 때 처리수가 100퍼센트 안전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탱크 안에 물을 계속 유지하는 것보다는 반출하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과학적으로 생각한다 = 안전하다‘는 것이 아니라, 위험성까지 포함해서 합리적으로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Q. 원전사고 이후 개인이나 국가 차원에서 구체적인 노력의 사례를 얘기해 주시면 좋겠다.
A. 후쿠시마 시의 경우에는 ’제염 작업‘이라고 해서 모든 주택가와 공공시설 전역에서 7~8년 거쳐서 방사능에 오염된 흙을 모아서 중간 보관소에 보냈다. 아주 큰 공공사업이었지만 마무리되었다. 그 후에는 방사능 농도가 이전보다는 많이 줄어들었다. 10년 전에 비하면 안심할 만하다고 생활 속에서 실감하고 있다.
방사능으로 인한 암 발병률이 통계상으로도 높아졌다는 과학적 데이터도 있다고 하지만, 진짜로 그런 사례가 많이 나오면 당연히 지역사회에서는 소문이 난다. 일본 정부가 막고 싶다고 막아지는 게 아니다. 주변에 건강하게 지내는 사람이 많은데다 변별력이 크지 않은 과학적 데이터를 일반인이 과학자처럼 자세히 분석할 능력은 없다. 그래도 어느 정도 이해하면서 생활과 데이터 정보를 합쳐 보면 대부분 맞구나 하고 안심하게 된다. 다른 예도 있겠지만 과학자처럼 증명하는 것이 아닌 생활상의 체감을 말씀드리는 거다.
후쿠시마 지역신문을 보면 요즘 후쿠시마로 이주해 오는 사람이 계속 늘고 있다는 기사가 나온다. 코로나19, 지진 등 여러 가지로 도시생활이 피곤하니까, 특히 젊은 세대 중에서 많이 온다는 것은 후쿠시마 사람으로서는 반가운 일이고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살기 좋다. 현지에서 어느 정도 지내면 살만한 데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이 사람들도 후쿠시마에 놀러 와서 구경한 후에 나름대로 괜찮겠다는 판단근거를 가지고 오는 것이다. 생활 속의 체감과 과학적 데이터에 근거하도록 종합적이고 합리적으로 생각하려고 하는 자세를 말씀드리고 싶었다.
Q. (추가 질문) 과학적 데이터에 대해 후쿠시마 주민들은 정말로 신뢰하고 있는가?
A. 일반적인 후쿠시마 주민들이 항상 과학적 정보를 가지고 있거나 관심을 가지고 분석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사람마다 지식 차이가 있고 과학적 사고방식도 다르지만, 지역 신문들이나 후쿠시마 의대 등 지역의 오피니언 리더나 전문가 등 현지의 지식인 사회가 있어서 이들이 현지 주민과 가까운 입장에서 과학적인 정보를 설명해 주거나 의견을 내고 있다.
중앙에서 정부 쪽에 고용된 과학자가 와서 안전하다고 하는 게 아니라, 현지에 같이 살고 있는 지식인 집단 사이에서 ‘이런 데이터는 물론 자세히 살펴보면 여러 가지 위험성이 남아 있거나 문제는 있겠지만 그래도 전체적으로는 괜찮다’는 과학적인 견해가 주류라는 것은 현지 주민들도 알고 있다.
사람은 대부분 자신이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주변의 사람을 믿게 된다. 무엇보다 그들이 후쿠시마 주민들과 같이 현지에 살고 있다는 점에 신뢰성이 있는 것이다. 정말 위험하다면 아마 후쿠시마 의대 교수들도 떠났을 것이다.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의견을 내는 사람이 현지에 살고 있는지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사례이며, 오히려 후쿠시마 현지로 사람들이 이주해오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고 본다.
Q. 원전의 폐기작업 현황과 향후 계획은 어떤지?
오염수 혹은 처리수의 발생은 앞으로 언제까지 유의해야 하는지? 접근금지구역은 향후 몇 년 동안 진행 중인지?
원전 인근 지역에 복귀하는 주민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어떤지? 45만 이주민에 대한 피해보상의 규모는?
A. 폐기작업에 걸리는 기간은 향후 40년이라고 공식적으로 발표됐으나 다시 조사한 결과 훨씬 더 긴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부 청소, 폐기물의 최종보관소 문제 등. 그러나 이제는 일본 국민들도 더 이상 이 문제를 직시하려 하지 않고 그저 낙관시하는 것 같고, 일본 정부도 올림픽이나 코로나 대책에만 매달리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사실은 향후 100~200년까지도 계속될 문제라고 생각한다.
오염수 방출 문제는 기존에 보관해 왔던 것을 방출한다는 것인데, 그렇다고 더 이상 오염수가 안 생기는 게 아니고 멜트다운(meltdown:원자로의 노심부가 녹아내림)이 발생하면 원전 내부를 식히기 위해 계속 물을 주입해야 하니까 원자로 폐기 작업이 끝날 때까지 오염수는 계속 발생된다. 앞으로 언제까지 지속될지 아무도 모른다. 기존에 보관해 온 오염수를 방출하는 데에도 10~20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피해 보상은 거의 10년이 지난 현재는 사람마다 규모는 다르지만 점점 끊어지고 있다. 특히 후쿠시마는 제염 작업을 한 후로 ‘이제는 방사능 농도가 낮아져 과학적으로 안전하니 더 이상 위험 지역이 아니다’라고 정부에서는 보고 있다. 10년이 지난 지금은 새로운 자리에서 일자리를 찾아 타 지역에 정착한 사람들도 많아서 보상은 거의 끊어졌다. 자세한 제도는 복잡해서 여기서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대체로 그렇게 되었다.
Q. 원전 처리수에 대한 일본 정부의 정책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방안이 있는지?
지역적 연대가 중앙 정치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A. 정부 차원에서는 결정됐지만 후쿠시마에서는 여전히 반대하고 있다. 올림픽이 끝난 후인 2년 후로 결정됐는데 그 전까지 더욱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저항해서 중단시키기 위해 농어업 단체, 소비자단체, 여러 NPO들이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 선거 등 정권이 교체될 수 있는 시점에 이런 반대 여론이 계속 커지면 정부의 방침을 다시 바꿀 수 있을지 모른다는 희망은 있다. 그래서 계속 반대하고 있고 포기하지 않고 있다.
지방연대의 가능성과 의미에 대해서는 이제까지 지방이 연대하여 이렇게 소통한 적이 없었다. 작은 변화는 있었을 것이고 이제는 정부 대 정부, 국가 대 국가로는 해결 못한다는 걸 알게 됐으니까 지방연대라도 열심히 해 보는 게 어떨까 하는 제안이다. 물론 아직 지방연대는 어렵고 힘이 없다. 그리고 후쿠시마 내에서도 의견이 나뉘어 있기 때문에 단결해서 한국의 지역사회와 연결하기도 쉽지 않다. 하나의 제안일 뿐, 당장 큰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도 역사는 예측할 수 없는 것이고 그렇게 시작해 보면 더 장기적으로는 예상치 못한 좋은 결과가 나올 수도 있으니, 뭘 해야 할지 모를 때는 해보자는 제안이었다.
Q. 올림픽이 일본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일본 국민과 후쿠시마 주민들은 어떻게 예상하고 있는지? 올림픽의 향후 시나리오를 어떻게 예상하는지?
A. 후쿠시마에서도 야구, 소프트볼 등 구기종목 시합이 개최된다. 아베 수상의 발언 때문에 후쿠시마에서 많은 비판을 받았기 때문에 그것을 달래기 위해서이다. 올림픽 이슈로 후쿠시마에서도 정치적 대립이 생기긴 했지만 그래도 전체적인 여론은 안하는 것보다는 하는 게 좋을 거라는 의견이다. 후쿠시마를 기피하는 풍평피해가 일본은 물론 해외에도 있으니까 정부에 무조건 따라서 ‘해주니 고맙다’는 것이 아니라 후쿠시마를 위해서 이미지 개선에 도움이 된다면 해 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 때문에 관중들이 얼마나 올지 모르게 됐고 몇몇 경기를 한다고 후쿠시마의 이미지에 변화가 생길지 개인적으로는 의문이다.
올림픽 개최에 대한 일본 여론은 많이 흔들리고 있다. 이제까지는 70퍼센트가 반대였는데 요즘은 ‘기왕 한다면 열심히 하자’고 찬반 여론이 비등해진 듯하다. 그러나 지금도 수도권 중심으로 확진자 수가 늘고 있어 향후 추세에 따라서 달라질 것 같다. 최소한 확실한 것은 아베나 스가 수상의 ‘후쿠시마나 동북지방 부흥을 위한 올림픽’이라는 말은 완전히 거짓말이 되어버렸고 부흥이 된다고 믿는 사람은 후쿠시마에도 타 지역에도 거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론도 믿을 수는 없다. 막상 올림픽이 시작되고 보도를 잘 한다면 금방 잊어버리고 환영하는 분위기가 생길지도 모른다. 지금은 예상하기 어렵다.
Q. 에너지 식민지를 벗어나기 위해 후쿠시마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을 하고 있는지?
A. 제가 사는 곳 인근에 온천수를 이용한 지열 발전소가 있는데 10억 엔(100억원) 정도로 매우 소규모다. 장점은 소규모라서 돈도 적게 들고 온천수가 계속 나오기 때문에 24시간 지속적이고 안정적이다. 연간 최소 700세대에 전력을 제공할 수 있다. 비참한 경험을 하긴 했지만, 원전 사고가 없었다면 후쿠시마 같은 지방 도시에서 이렇게 현지의 자원을 잘 이용한 획기적이고 진보적인 발상이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리고 지역 사회에 전력을 제공하기 때문에 만약 도쿄 전력 등 대기업 발전소가 지진이나 해일로 문제가 생기더라도 이 온천 발전소만 계속 가동된다면 그 지역은 자립할 수 있다. 여기에 자극을 받아서 소규모의 지역 지열 발전소나 수력 발전소도 생겨나고 있다.
일본 정부의 여러가지 규제가 있긴 하지만 그래도 이런 움직임들은 규모는 작더라도 에너지 식민지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에너지 자립을 지향하는 자세를 보여주는 사례다. 일본 동북 지방은 역사적으로도 소외당한 지역이라 ‘식민지’라는 단어에 대한 남다른 정서가 있다. 때문에 단순히 지역의 경제적 낙후 문제 뿐 아니라 정치적인 소외감으로 인해서도 ‘에너지 식민지’라는 말이 후쿠시마에서 쓰이게 된 것이다.
Q. 국회의원이나 지방의회 선거를 통해 정치적 선택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몇 번 있었던 것 같은데, 이러한 시기에 어떤 이슈들이 있었고 거기에 대해 후쿠시마 주민들은 어떤 선택을 했는지? 아베에 대한 불신이 선거를 통해 표출된 것이 있었는지?
A. 10년 동안은 정치적으로 급격한 큰 변화는 없었다. 물론 아베와 자민당에 대한 반감은 있었지만, 지사는 재선되었고 후쿠시마의 국회의원 선거구 5곳 중 3곳에서 자민당이 당선되었다. 하지만 그것을 단순히 자민당을 지지한 결과라고 보기는 어렵다. 자민당 내에도 여러 파벌이 있기도 하고, 국회에서 여당(자민당)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면 후쿠시마 출신의 여당 의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후쿠시마 현지에서는 설득력이 있었다.
자민당이 주류이고 지사도 재선된 것을 보면 변화도, 적극적으로 바꾸려는 움직임이 현재까지는 없다. 현지 주민 사이에서도 직업에 따라, 사는 지역에 따라(보상을 받을 만한 위험지역, 풍평피해만 입은 지역 등) 정치적 상황도 완전히 다르고 이해관계가 복잡하기 때문에 일반화할 수도 없고 그것을 통합하기란 정말로 어렵다. 아주 뛰어난 정치력과 비전을 가지고 있는 리더가 나타나지 않는 한 급격한 변화는 앞으로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다만 지금까지 후쿠시마는 자민당이 아주 강한 보수적 지역이었지만, 현재 후쿠시마현의회에서 탈원전만큼은 다른 지역과 달리 자민당, 야당 할것없이 일치된 입장이다. 후쿠시마현 차원에서는 조금씩 변해가고 있지만 아직까지 국정 차원에서 큰 변화는 보이지 않는다.
마무리 발언
남기정(사회자)
후쿠시마에도 유학생이나 외국인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이 문제는 사실은 바깥에서의 국제성만이 아니라 안에서의 국제성 문제도 있을 것이다. 히로시마 원폭 사고를 잘 되었다고 생각하는 일부 한국인들의 사고방식에는, 그곳에도 많은 한국인들의 희생이 있었다는 사실을 잘 모르는, 무지에서 비롯되는 잘못들이 있다. 지금의 선생님의 교육환경과 삶의 조건 등을 기반으로 해서 한일 국민이 소통하기 위해 한국인들이 어떤 마음으로 접근하면 좋을지에 대해 한국인들에게 전달할 메시지를 말해달라.
마쓰타니 교수
센다이는 큰 도시이지만 그래도 동북 지방은 인구 밀도가 낮은 편이기 때문에 우리 대학은 기본적으로 100명 이하의 강의는 대면으로 진행되고 있다. 더 큰 수업은 온라인으로 하지만 그런 면에서는 코로나 상황은 많이 진정된 상태이다. 하지만 도쿄 등 수도권은 확진자가 아직 늘어나고 있어서 어떻게 될지는 모르는 상황이다.
오늘 이런 온라인 자리에서도 여러분이 제 말을 진지하게 들어주셨고 관심을 가지고 질문을 해 주신 것에 대해 정말로 감동을 많이 받았다.
10년 간 이곳에서 살면 사실 이 문제에 대해 지루해지고 관심을 잃게 되기 때문에, 일본 국내에서도 이런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다. 이렇게 한국인들과 직접 만나서 이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은 저에게도 많은 도움이 된다. ‘이렇게 봐 달라’는 강요나 의도는 전혀 없다. ‘이런 사람이 있구나, 이런 목소리도 일본에 있구나’ 하고 봐주시면 좋겠다.
한국인들에게 제가 전하고 싶은 것은, 저도 40년 넘게 살아왔지만 일본은 생각보다 재미있는 나라이다. 여러 다양성이 있고 그런 다양성은 이제까지는 한국에서 많이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앞으로는 그동안 여러분이 알고 있던 일본이 아닌, 일본을 찾고자 하는 호기심을 의식적으로 가지고 여러 일본인을 만나보거나, 언론 보도를 볼 때에도 좀 더 다른 정보를 적극적으로 찾는 등 다양성을 찾는 태도가 확산되면 좋겠다. 일본에도 한국에 대한 편견이나 일반화시키는 부분들이 있는데 한국과 일본 양쪽에서 그런 움직임이 커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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