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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eace Foundation 평화재단

현안진단 388호

조급함을 드러내는 북한의 ‘제2건국’ 행보

조회
221
등록일
2026-10-27

조급함을 드러내는 북한의 ‘제2건국’ 행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단둥을 방문(10/24)했다. 수행원들의 면면을 보면 북·중 관계의 공고함 재확인, 경제교류 강화 등의 목적을 대략 파악할 수 있다. 김 위원장의 이번 방중은 충분한 사전 준비 없이 다소 급하게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북한이 추진하고 있는 일들에 대한 조급함을 드러내는 듯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중국 전격 방문

 

 2026년 10월 24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 단둥을 방문했다. 중국의 6·25전쟁 참전 76주년 기념일을 하루 앞두고 전격적으로 이루어진 방문으로, 사전에 별다른 조짐은 없었다. 북한의 내부 교통망 사정을 감안하면 오전에 기차로 평양을 출발해 신의주에서 내린 뒤 차량으로 신압록강대교를 건넌 것으로 보인다.

 

 북한과 중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단둥에 도착한 김 위원장은 항미원조기념관 광장에서 중국 서열 4위인 왕후닝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의 영접을 받은 뒤 기념탑에 헌화하고 사료를 관람했다. 참관을 기념해 김일성 전 주석의 사진 문헌 기념판을 선물로 기증했다. 이후 단둥시의 버스 공장을 시찰하고, 왕후닝 주석을 비롯한 중국 고위 지도부와 만나 북·중 간 전략적 협력 및 경제·무역 확대 방안 등을 논의했다. 일정을 마친 뒤에는 신압록강대교를 통해 북한으로 귀환했다. 왕후닝 주석 등 중국 측 인사들은 다리 중간까지 동행하며 배웅했다.

 

 김 위원장의 단둥 방문에는 북한 측 고위 인사들이 대거 수행했다. 조용원 당 조직담당 비서, 리일환 당 선전선동담당 비서, 김성남 당 국제부장 겸 비서, 김덕훈 내각 제1부총리, 김재룡 당 제1부부장, 김여정 당 총무부장, 최선희 외무상, 리용남 주중 북한대사 등이 동행했다. 군사 부문을 제외한 주요 핵심 간부들이 총출동했다.

 

 중국 측도 10월 26일 개막하는 ‘제20기 5중전회(중앙위원회 제5차 전체회의)’를 이틀 앞두고 왕후닝 주석을 비롯해 왕이 외교부장, 류하이싱 당 대외연락부장, 마자오쉬 외교부 상무부장, 하오펑 랴오닝성 당서기, 장빙 단둥시 당서기, 왕야쥔 주북 중국대사 등 주요 인사들을 급파했다.

 

 수행원들의 면면을 보면 북·중 관계의 공고함 재확인, 경제교류 강화 등 김 위원장의 단둥 방문 목적을 대략 파악할 수 있다. 그럼에도 김 위원장의 방중은 충분한 사전 준비 없이 다소 급하게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북한이 추진하고 있는 일들에 대한 조급함을 드러내는 듯하다.

 

 

신압록강대교 개통에 맞춘 방중

 

 이번 김 위원장의 방중은 전격적으로 이루어졌다. 중국 측도 5중전회라는 큰 정치행사를 앞두고 충분히 준비하기 어려운 시점이었다. 김 위원장이 항미원조 기념일을 중요시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신압록강대교는 완공된 지 12년 만인 10월 15일 개통식을 가졌고, 중국 측 대형 트럭 등 차량 100여 대가 이 다리를 건넜다. 박태성 북한 총리와 리창 중국 총리가 영상으로 축사를 보냈을 뿐 개통식은 실무적 점검 수준에 그쳤다. 신압록강대교가 북·중 관계 변화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는 점을 고려하면 개통식은 다소 초라했다.

 

 중국은 1950년 10월 19일 한국전쟁에 참전하면서 전쟁의 양상을 바꾸는 계기를 마련했다. 북한으로서는 기사회생의 순간이었을 것이다. 중국은 이를 기념하기 위해 대규모 교전을 치른 10월 25일을 공식 ‘인민지원군 참전기념일(이른바 ’항미원조‘ 기념일)’로 지정하고 있다.

 

 미군은 일제강점기에 건설된 압록강 철교에 1950년 11월 8일 B-29 폭격기 등을 동원해 대대적인 폭격을 가했다. 중국 영토를 침범하지 않기 위해 국제법상 국경선인 압록강 중심선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 북한 쪽 상판과 교각만을 정밀 폭파했다. 이 폭격으로 1911년에 지어진 제1철교는 북한 쪽 절반이 완전히 제거된 채 현재까지 ‘압록강단교’라는 관광지로 남아 있고, 1943년에 지어진 제2철교는 전쟁 후 복구되어 현재 ‘북·중 우의교’로 사용되고 있다.

 

 자동차와 열차가 오가는 다리이지만, 좁은 1차선 규모이기 때문에 늘어난 물동량을 소화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계속됐다. 북·중 교류가 한창이던 2000년대 이후 중국 단둥 쪽 세관 앞에는 다리를 건너기 위해 수많은 화물차가 줄지어 서 있었다. 이에 따라 중국 측의 지원으로 폭 33미터, 총길이 3,026미터의 왕복 4차선 자동차 전용 대형 사장교인 신압록강대교를 새로 건설한 것이다.

 

 그런데 김 위원장 입장에서는 또 다른 정치적 의미가 있을 것이다. 분단, 한국전쟁, 중국의 참전 등을 거쳐 최근까지 북한은 통일을 지향해 왔다. 김일성·김정일 시대에는 통일을 중심으로 국가를 세우고(築城), 탈냉전 시기에는 ‘고난의 행군’이라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북한을 지켜냈다(守城). 그러나 김 위원장은 ‘적대적 두 국가’를 주장하며 ‘통일’이라는 말 자체를 지웠다. 북한 체제의 존립 근간을 지운 것이다. 통일이 없는 새로운 북한, 즉 ‘제2건국’을 추진하는 셈이다.

 

 신압록강대교는 북·중 관계의 과거와 단절하고 현재와 미래를 향하는 출발점이 된다. 중국은 달리 볼 수 있겠지만, 북한의 입장, 특히 김 위원장의 입장에서는 중요할 수밖에 없다. 다리가 완공된 시점은 김정일 전 위원장이 사망한 지 약 2년 10개월 후이자 장성택이 처형된 2013년 12월로부터 10개월이 지난 때다. 북한이 지난 10여 년간 다리 개통을 지연시킨 소위 ‘장성택 지우기’의 명분이 이제 마무리된 듯하다.

 

 

구체화되고 있는 북한의 대내외 전략 구도

 

 ‘통일’을 잊은 듯한 북한의 행보와 최근 북·러 및 북·중 간 도로 연결은 다른 각도에서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북한의 향후 대내외 전략 구도 변화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우선 대내 전략이다. 자력갱생과 이를 위한 ‘지방발전 20×10’ 정책이다. 자력갱생의 핵심은 경제적 목줄을 외부에 넘겨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2020년 대미 관계 개선을 과도기적 목표로 삼고 자력갱생을 주장했지만, 이후 ‘지방발전 20×10’ 정책을 들고 나왔다. 당시만 해도 북한은 통일을 염두에 두고 중국은 물론 한국과의 관계 개선을 기대하는 경향이 강했다. 그러나 ‘적대적 두 국가’를 천명하려면 북한 주민들의 이러한 기대를 단절시킬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2025년부터 중국과 러시아의 접경지역을 중심으로 한국과의 교류를 시도하거나 중개하는 인물이나 기관을 중국과 러시아 당국이 직접 나서서 단속하고 있다. 북한 측의 요구에 따른 것으로 은밀히 진행 중이다. 북한은 철저히 외부 영향력을 차단하고 있다.

 

 반면 관리되지 않던 시장경제를 국가가 관리하는 시장경제로 전환하고 있다. 이 과정이 외부에서는 다시 국가 소유 형태로 전환되는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세금 체계를 갖추는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보인다. 공업 부문의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와 농업 부문의 ‘포전담당제’에서는 7(민간):3(국가) 원칙이 여전히 유효하다. 30%의 세금을 거두기 위해 세원을 확보하는 과정이 마치 국가 소유로 전환하는 듯한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

 

 군사적 측면에서는 핵무력에만 의존하지 않고 재래식 무기 체계와 핵무기 체계를 연계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재래식 무기의 현대화 작업이다. 러시아 파병을 계기로 북한의 재래식 무기 생산 체계는 현대화 과정에 들어간 듯하다. 군사분계선을 국경화하는 작업에는 반드시 재래식 무기 체계를 개선하는 작업이 수반된다.

 

 다음으로 대외 전략이다. 단순한 구도로 보면 러시아는 군사, 중국은 경제로 정리할 수 있다. 그러나 러시아나 중국 역시 외부 세력이므로 북한의 자력갱생 기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서로 주고받는 형태를 취한다. 과거에는 주로 러시아와 중국의 일방적 지원이었다면 현재는 상부상조하는 관계다.

 

 러시아 파병이 그렇다. 경제적 측면에서 러시아와 북한은 교류할 만한 여지가 크지 않다. 러시아와 북한은 경제적으로 상호 대체재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북한은 1차 자원을 공급하고 러시아 역시 석유, 밀가루 등 1차 자원이 중심이다. 러시아의 군사적 배경을 견인하기 위한 북한군의 파병은 현시점에서 상호 보완적일 수 있다. 러시아는 부족한 병력과 재래식 무기를 공급받고, 북한은 실전 경험과 첨단 기술을 습득하고 있다.

 

 반면 중국과는 보완재 성격이 강하다. 북한이 노동력을 비롯해 1차 자원을 공급하면 중국은 생필품과 원자재를 공급할 수 있다. 북한 대외무역의 거의 전부를 중국에 의존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다만 2017년 중국이 경제제재에 동참하기 이전 양국 무역은 약 70억 달러 규모로 확대됐지만, 2026년 8월 말 현재 아직 20억 달러 수준에 머물고 있다.

 

 그럼에도 경제교류는 중국의 일방적인 지원에 가깝다. 북한이 중국에 제공할 수 있는 것은 군사적 측면에 있다. 북한은 중국의 지원이 서방의 침입을 방어하는 역할에 대한 대가이며, 그 역할에 비해 적게 받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하곤 했다. 지금은 미·중 대결 구도에서 북한이 중국에 군사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것이 많다. 미국은 주한미군이 중국을 겨냥한다는 사실을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주한미군을 한반도에 묶어두는 역할만으로도 중국에 대한 엄청난 군사적 지원이라 할 수 있다. 지난 6월 북한을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북·중 간 군사협력을 강화하겠다고 한 것도 의미 있게 봐야 한다.

 

 여기에 더해 중국의 동해 진출은 장기적 목표인데, 북한이 목줄을 쥐고 있다. 러시아와의 다리 연결은 중국의 동해 진출을 제어하는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중국의 러시아를 통한 우회 진출, 지린성을 배후지로 하는 나진·청진항 사용 등은 다른 형태의 동해 진출을 가속화할 수 있다.

 

 

다른 각도에서도 봐야 하는 북한의 행보

 

 이상의 내용을 종합해 보면 북한의 행보를 다른 각도에서 해석할 필요가 있다. 우선 북한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몸값을 올리기 위한 행동을 취하고 있다는 관점이다. 북한의 핵 개발 수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속적인 ‘구애’ 등을 감안할 때 북한의 몸값이 높아진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정상회담을 겨냥한 행보라는 분석에는 주의할 필요가 있다.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의 구애에도 불구하고 묵묵부답이다. 어디에서도 대화를 위한 접촉이 진행되고 있다는 움직임을 포착할 수 없다. 최근 김정은 위원장의 연설이나 김여정 부장의 담화에서는 김 위원장이 2020년 연설에서 언급했던 ‘대미 관계 개선은 장기 과제이며, 과도기적으로 정면 돌파해야 한다’는 표현이 사라졌다. 미·중 대결이 격화되면서 대미 관계 개선이 최우선 과제에서 밀리고 대중 및 대러 관계 정상화로 중점이 옮겨진 듯하다.

 

 이번 김정은 위원장의 단둥 방문은 이례적이지만, 앞서 살펴본 중요성을 감안하면 11월 트럼프 대통령의 APEC 참가를 계기로 한 중국 방문을 겨냥해서 ‘몸값 올리기’ 작업을 했다는 판단에는 신중해야 한다. 정상회담을 중국에 의존하는 것 역시 북한의 자력갱생 기조에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

 

 다음으로 북한이 경제적 문제 때문에라도 국제사회와 타협할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다. 북한 경제는 어렵다. 국제적으로 고립되어 있고, 외부와의 교류가 원활하지 못한 상황이 10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북한은 지금 이른바 ‘제2건국’에 주력하고 있다. 여기서 핵심은 군사 문제다. 군사분계선을 일방적으로 국경선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서두르는 데는 돌이킬 수 없는 남북 관계를 고착화하려는 의도와 함께 향후 북한이 의도하는 국경선 획정에서 유리한 위치를 확보하려는 의도 등 다목적 포석이 있을 것이다. 김여정 부장이 공사 현장을 방문한 것도 북한의 정전협정 위반을 근거로 우리 군이 강력하게 대응하자 공사 지연에 대한 부담감이 커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조만간 러·우 전쟁이 마무리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북한은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서두를 필요도 있다. 북·러 간의 상호 보완적인 협력 관계가 마무리되면 ‘제2건국’의 뒷배 하나를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정세가 급변하는 가운데 북한이 구상하는 ‘제2건국’이 지연될 수 있기 때문에 북한은 조급하다.

 

 통일을 지우고 새로운 ‘제2건국’으로 질주하고 있는 북한을 기존의 방식과 개념으로 상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대화를 거부하는 북한을 끌어내기 위한 직접적인 유화 행보는 오히려 북한을 더욱 아집을 부리게 만드는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 지금 시점에서는 평화를 우선하면서 원칙을 고수하는 남북 관계를 기반으로 대미·대일 관계를 안정화하고, 러시아와 중국 등 이른바 북한의 뒷배 국가들과의 관계를 심화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반도체 호황으로 유례없는 경제적 성과를 거두고 있는 현시점에서 이를 활용한 장기적 포석을 통해 관련국들과의 관계를 심화시키는 데 주력하는 것이 더 유효한 외교 전략일 수 있다. 성동격서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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