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인도-태평양의 빛나는 등대’가 될 수 있을까?
2월 18일 국회에서 총리로 선출된 다카이치 총리는 각료에게 전달한 지시서에서 일본 열도를 강하고 풍요롭게 만들기 위해 강한 경제와 강한 외교·안보를 구축하고, ‘안전하고 풍요로운 일본이 인도·태평양의 빛나는 등대’가 되어 자유와 민주주의 국가로서 신뢰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비전을 제시했다.
일본의 ‘철의 여인’, ‘여성 아베’ 다카이치 사나에
2025년 10월 4일 자민당 창당 이후 첫 여성 총재로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는 푸른색 정장에 진주 목걸이를 착용하고 있었다. 이는 평소 보수 정치인으로서 롤 모델로 삼아 왔던 고(故) 마거릿 대처 영국 총리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후 10월 21일 소집된 임시국회에서 다카이치는 총리로 선출되면서 1885년 내각제 도입 이후 140년 만에 처음으로 여성 총리가 탄생하게 되었다. 대처는 야당 시절에는 소련 공산주의 체제를 강하게 비판하며 경계심을 드러냈지만, 총리가 된 뒤에는 동서 진영 간 대립 완화와 평화공존을 위해 노력하는 유연한 모습을 보였고, 미·소 냉전 종식에도 기여했다.
다카이치 총리가 정치적 스승으로 삼았던 또 한 사람은 고(故) 아베 신조 총리다. 2006년 9월, 전후 최연소로 총리에 오른 아베 신조는 2012년 12월 다시 총리에 취임해 통산 8년 8개월간 재임하며 역대 최장수 총리 기록을 세웠다. 다카이치는 자신의 저서에서 아베가 이루지 못한 '헌법 개정'과 '방위력 강화', 그리고 아베노믹스를 통한 '강한 경제성장'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면서 아베 정책의 계승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2026년 1월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갑작스럽게 중의원을 해산했는데, 2월 8일 실시된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은 다카이치 내각에 대한 높은 지지율을 배경으로 대승을 거뒀다. 자민당은 단독으로 316석, 연립 파트너인 일본유신회를 포함하면 전체 465석의 75%가 넘는 352석을 획득했는데, 한 정당이 단독으로 3분의 2가 넘는 의석을 획득한 것은 전후 처음이다.
중의원 해산 의사를 밝히며 ‘국론을 양분하는 대담한 정책’을 과감하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정치의 안정과 국민의 신임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던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선거 승리 후 국회 연설에서 국민이 중요한 정책 전환을 반드시 이루라고 강하게 등을 떠밀어 주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2024년 10월 이시바 시게루 총리 체제에서 실시된 중의원 선거 패배 이후 이어졌던 소수 여당 구도에서 벗어나 안정적인 정치 기반을 확보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렇지만 창당 이후 '평화의 당'을 자임해 온 공명당과의 연립이 붕괴하고, 외교·안보와 헌법 개정 등 국가 근간과 관련한 정책에서 자민당 이상 강경한 매파 성향의 정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로운 연립 파트너로 선택함에 따라, 다카이치 정권의 보수 색채가 더욱 강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았다.
‘평화 국가’ 일본의 기본 방위 정책: 전수방위와 비핵 3원칙
2012년 12월 제2차 아베 정권 출범 이후 외교·안보 분야에서 나타난 가장 큰 변화는 2013년 12월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설치되고, 국가안보의 이념과 전략을 문서화한 ‘국가안전보장전략’이 처음으로 채택된 것이다. 1956년 국방정책에 관한 총리 자문기관으로 내각에 설치된 ‘국방회의’는 1986년 ‘안전보장회의’로 확대되었다가 2013년 NSC로 대체되었다. 또한, 국가안전보장전략은 1957년 5월 제정된 ‘국방의 기본방침’을 대체하는 문서였다. ‘국방의 기본방침’은 직접 및 간접 침략의 방지와 배제라는 국방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원칙을 제시한 문서였지만, 분량은 A4 한 장에도 미치지 못했다. 구체적으로는 유엔 활동 지지, 애국심 고양과 국가안보 기반 확립, 효율적인 방위력의 점진적 정비, 미·일 안보 체제를 기조로 한 외부 침략 대처 등 네 가지 원칙이 제시되었다. 이에 따라 네 차례의 ‘방위력 정비계획’이 수립되었고, 자위대가 사용할 무기와 장비가 조달되었다.
방위력의 정비·유지·운용에 관한 기본지침이라 할 수 있는 ‘방위계획의 대강(방위대강)’은 1976년 10월 처음 제정된 이후 1995년, 2004년, 2010년, 2013년, 2018년, 2022년 등 모두 여섯 차례 개정되었다. 방위대강은 통상 10년을 내다보고 방위력의 기본 구상과 이에 따른 방위력 수준(자위대의 병력과 무기 및 장비)을 규정한 문서다. 이에 따라 향후 5년간 방위력을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담은 ‘중기 방위력 정비계획’이 수립되었다. 최근에는 방위대강의 작성 주기가 짧아지고 있으며, 2022년에는 방위대강과 중기 방위력 정비계획의 명칭이 각각 ‘국가방위전략’과 ‘방위력 정비계획’으로 변경되었다.
국가안전보장전략, 국가방위전략, 방위력 정비계획은 통상 ‘안보 3문서’로 불린다. 2013년 제정된 국가안전보장전략은 국제협조주의에 입각한 적극적 평화주의를 국가안보의 기본 이념으로 제시했으며, 이러한 기조는 2022년 개정 전략에서도 유지되었다. 특히, 개정 국가안전보장전략은 전후 일관되게 평화 국가의 길을 걸어온 일본이 “전수방위를 철저히 하고, 타국에 위협을 주는 군사 대국이 되지 않으며, 비핵 3원칙을 견지한다는 기본 방침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외부의 무력 공격에 대해서만 방위력을 행사한다는 원칙이 전수방위의 기저를 이룬다.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 자위대가 보유하는 무기와 장비를 자위에 필요한 최소한도로 제한해 공격형 항모나 대륙간탄도미사일, 장거리 전략폭격기 등 상대방을 파괴할 수 있는 무기는 보유하지 않는다는 정책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또한, 비핵 3원칙은 1967년 12월 사토 에이사쿠 총리가 국회에서 “핵을 보유하지도, 제조하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고 답변한 데서 유래한 것이다. 유일한 전쟁 피폭국으로서 일본은 총리의 국회 답변과 국회 결의를 통해 비핵 3원칙을 사실상의 ‘국시(國是)’로 삼아 왔다고 할 수 있다.
중국에 대한 우려의 고조와 형해화(形骸化)하는 전수방위
2022년 12월 안보 3문서를 개정하면서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이것이 일본 안보 정책의 커다란 전환점이 될 것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안보 3문서의 개정은 중국의 군사력 증강과 이를 바탕으로 한 해양에서의 일방적 현상 변경 시도, 국제질서의 근간을 파괴하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핵·미사일 능력을 고도화하는 북한 등 일본 안보에 대한 현실적 위협이 커지고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국가안전보장전략은 ‘전후 가장 엄중하고 복잡한 안전보장 환경’에 직면해 방위력의 발본적 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으며, 국가방위전략과 방위력 정비계획을 통해 향후 5년간 방위비를 GDP 대비 2%까지 단계적으로 늘려 자위대의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기술했다. 구체적으로 2018년 12월에는 2019년부터 5년간 17.2조 엔의 방위비가 필요하다고 했는데, 불과 4년 뒤인 2022년 12월에는 향후 5년간 기존 계획의 2.5배에 해당하는 43.5조 엔의 방위비가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일본의 안보 상황이 그 정도로 급격히 악화했는지는 의문이다.
특히, 일본에 대한 침공을 억제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중시된 것이 ‘반격 능력’의 보유다. 일본에서 멀리 떨어진 타국 영역, 즉 적의 기지에 유효한 반격을 가할 수 있는 스탠드오프 방위 능력을 활용한 ‘반격 능력’ 보유가 정책 문서에 명문화된 것은 처음이다. 미사일 관련 기술과 운용 능력이 비약적으로 발전하여 기존의 미사일 방어망만으로는 대처하기 어렵다면서 일본에 대한 무력 공격을 억제하며 추가 공격을 막기 위해서는 반격 능력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그러나 문제는 언제 반격 능력을 행사할 것인가 하는 타이밍이다. 일본에 대한 무력행사가 발생하지 않은 단계에서 먼저 공격하는 선제공격과는 다르다고 선을 그었지만, 현실적으로 미사일이 일본을 향한 것인지 정확히 판별하기는 매우 어렵다. 자칫 판단을 잘못하면 국제법이 금지하는 선제공격이 될 우려도 있다.
전수방위만으로 일본의 안전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문제의식도 있었지만, 일본을 공격할 경우 공격한 측도 반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각오하게 함으로써 일본에 대한 공격을 어렵게 만들려는 기대도 작용했을 것이다. 무엇으로 반격할 것인가와 관련해 일본은 육상자위대가 보유한 지대함 유도탄의 사거리를 1,000km 이상으로 연장하고, 이를 항공기와 함정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개량하기로 했다. 또한, 이 작업이 완료될 때까지 과도적 조치로 미국제 순항미사일인 토마호크를 수입하기로 했다.
반격 능력의 행사 대상국이 어디인지에 대해 표면적으로는 탄도미사일에 핵무기까지 탑재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한 북한의 위협을 염두에 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급속히 군사력을 강화하고 대만 통일을 위한 무력행사 가능성도 부정하지 않는 중국에 대한 우려가 더 크다. 국가안전보장전략은 중국을 ‘최대 전략적 도전’으로 규정했으며, 일본의 종합적인 국력과 동맹국인 미국, 뜻을 같이하는 동지국과의 연계를 통해 일본과 국제사회에 심각한 우려를 초래하는 중국에 대응해야 한다고 언급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비핵 3원칙과 무너지는 핵에 대한 터부
2025년 12월 18일 비보도를 전제로 한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일본 정부 고위 관계자가 일본의 억제력 강화 차원에서 핵(무기)을 보유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일본 언론이 보도해 파문을 일으킨 적이 있다. 야당에서는 부적절한 발언의 철회와 파면을 요구하기도 했으나 항공자위대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총리 국가안보보좌관에 임명된 이 관계자는 아직 건재하다.
1945년 8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폭의 피해는 상상을 초월했으며, 이 기억 때문에 일본에서 핵 문제는 터부시되어왔다. 일본에 대한 핵 위협에 대해서는 동맹인 미국의 확장억제(핵우산)에 의존해 왔는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직후인 2022년 2월 27일 TV 방송에 출연한 아베 전 총리는 일본은 NPT(핵확산금지조약) 가맹국이며 비핵 3원칙이 있지만, 세계의 안전이 어떻게 지켜지고 있는가 하는 현실에 대한 논의를 터부시해서는 안 된다면서 NATO의 핵 공유를 포함해 어떻게 국민의 생명을 지킬 것인지 다양한 선택지를 시야에 두고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핵 없는 세계’를 주창해 온 히로시마 출신의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비핵 3원칙의 견지라는 측면에서 핵 공유에 대해 논의할 생각이 없다고 부인했지만, 사실 일본 정부는 1960년대 말부터 1970년에 걸쳐서, 그리고 1995년과 2006년, 적어도 세 번 일본의 핵무기 보유 여부를 검토한 적이 있다. 세 번 모두 일본의 핵 보유 결정에 관해서는 부정적으로 결론지어진 것으로 알려졌지만, 터부시되었던 핵 문제에 관한 연구가 일본 정부 내에서 비밀리에 이뤄졌었다는 점이 중요하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전 비핵 3원칙 가운데 ‘반입하지 않는다’를 수정해야 한다는 생각을 여러 번 피력한 바 있다. 미국의 핵우산에 의존하고 있는 일본이 유사시 핵무기를 탑재한 미군 함선이 일본에 기항할 수 없어서는 핵 억제력이 약해질 것이라는 게 다카이치 총리의 지론이다. 2025년 11월 11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안보 3문서를 개정할 때 비핵 3원칙의 견지라는 표현이 포함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다카이치 총리는 견지하겠다고 명확하게 말하지 않았다. 2026년 1월 26일 일본 기자클럽 주최 당수 토론회에서도 “예단해서 대답할 수 없다”고 말하는 데 그쳤다.
마이니치신문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2월의 중의원 선거에서 당선된 의원의 50%는 ‘핵 보유도 핵 공유도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37%는 ‘핵무기를 보유해서는 안 되지만, 핵 공유는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2026년 3월 17일). 핵 반입 여부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는 NCND(Neither Confirm Nor Deny) 원칙을 견지하는 미국 정부는 일본의 핵 보유나 핵 공유 모두에 부정적인데, 비핵 3원칙의 견지 여부는 미국은 물론 한국과 중국을 포함한 주변국의 중대한 관심사가 될 것이다.
국가의 명운(命運)을 좌우하는 안보 3문서 개정
지난 3월 27일 방위성은 미국에 파견했던 이지스함 ‘초카이’가 미국에서 도입할 토마호크 미사일의 발사 능력을 획득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31일에는 육상자위대의 12식 지대함 유도탄 개량형인 ‘25식 지대함 유도탄’(사정거리 1,000km)과 변칙 궤도로 비행해 요격이 어려운 ‘25식 고속 활공탄’을 육상자위대 기지에 배치한다고 발표했다.
4월 21일에는 방위장비 이전 3원칙과 운용지침을 개정해 방위장비품 수출을 ‘구난, 수송, 경계, 감시, 소해’ 등 비전투 목적의 5개 유형으로 제한하던 규정을 폐지했다. 이에 따라 살상 능력이 있는 무기도 수출할 수 있게 되었고, 특히 일본 정부가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인정하면 분쟁 중인 국가에도 무기를 수출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는 이전 정부에서 결정한 내용을 실행에 옮기거나 확대·보완한 것이다.
6월 24일 자민당과 일본유신회는 안보 3문서 개정에 관한 정책 제언 문서를 다카이치 총리에게 전달했다. 자민당의 제언은 안보 3문서 개정을 위한 전문가 조언을 얻기 위해 설치된 자문회의의 첫 회의(4월 27일)에 국가안전보장국과 방위성이 제출한 자료에 바탕을 둔 것이다. 정부와 자민당 간 사전 협의를 거쳐 작성된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반면 일본유신회의 제언은 자민당 제언에 포함되지 않은 비핵 3원칙의 ‘반입하지 않는다’는 것에 대해 “현실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며 수정을 요구했다.
방위비 증액과 관련해서도 자민당은 구체적인 수치 목표를 제시하지 않은 채 “주체적으로 판단해 예산을 확보”할 것을 제언했지만, 일본유신회는 GDP 대비 2% 이상, 특히 동지국의 국제표준인 3.0% 이상을 중장기적 증액의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비공식적으로 3.5%로의 증액을 타진하고 있다는 보도도 있는데, 2025년 일본 GDP로 계산하면 3.5%는 약 23조 엔이다. 이는 현재의 두 배가 넘고, 국가 예산의 20% 정도에 달하는 거액이다.
4월 27일 전문가 회의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국제 정세 속에서 일본의 평화와 독립을 지키기 위해서는 방위력의 발본적 강화를 주체적으로 추진하고, 외교력과 방위력을 경제력, 기술력, 정보력, 인재력(人材力)과 유기적으로 연계해 일본의 종합 국력을 철저히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국가의 명운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한 일이라는 안보 3문서 개정과 이를 통한 방위력의 강화는 헌법 개정과 함께 정치적 스승인 아베의 정책을 계승하면서 그가 이루지 못한 꿈을 실현하는 길이라고 다카이치 총리는 믿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본 국민은 헌법 개정을 긴급한 과제로 생각하지 않는다. 아사히신문과 도쿄대학 다니구치 마사키 교수가 3~4월에 실시한 공동 조사에서 ‘가장 우선했으면 좋을 정치 과제’ 12개 가운데 외교·안보와 헌법을 선택한 사람은 각각 10%와 1%에 그쳤다. 반면 연금·의료·개호가 38%로 가장 많았고, 재정·세제·금융 27%, 어린이·육아·교육 13% 순이었다. 이는 정권과 국민 사이의 인식 차이가 얼마나 큰지를 잘 보여주며, 이 괴리를 메우는 것이 다카이치 정권의 과제라고 할 수 있다.
군비경쟁 시대와 우리의 나아갈 길
일본의 방위력 강화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역할이 축소되고, 그에 따라 군사력 불균형이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배경에 깔려 있다. 2025년 10월 말 경주에서 열린 중·일 정상회담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신장·위구르 자치구 등의 인권 문제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전달했다. 이어 11월 국회에서 대만 유사 발언을 한 이후 중·일 관계는 급속히 냉각했다.
6월 29일 중국 상무부는 미쓰비시전기 그룹과 방위연구소 등 일본의 20개 기업·기관에 대해 이중용도 제품의 수출 금지 조치를 발표했다. 이는 2월 24일 미쓰비시중공업을 비롯해 전투기·잠수함·미사일 등을 생산하는 핵심 방위산업 기업과 방위대학교,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등 정부 기관에 대해 같은 조치를 발표한 데 이은 두 번째 조치다. 2월 상무부 대변인은 일본에 대한 수출 금지 조치를 일본의 재군비와 핵 보유 기도를 저지하기 위한 정당하고 합법적인 조치라고 주장했는데, 이번에는 일본이 과거에 대한 반성은커녕 공격용 무기를 배치하고 해외에서 공격용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잘못된 길로 들어가 ‘신형 군국주의’와 ‘재군비’를 가속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일본 정부의 항의와 철회 요구를 중국이 수용할 가능성은 없다. 중·일 양국 정부 간 접촉과 대화가 완전히 단절된 상태가 계속된다면, 11월 중국 선전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에 다카이치 총리가 참석하지 않거나, 참석하더라도 시진핑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이 열리지 못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의 발표에 따르면, 2025년 중국이 공개한 국방비는 3,360억 달러로 일본(622억 달러)의 약 5.4배에 달하며, 핵탄두도 620발을 보유하고 있다. 일본 전역을 사정권에 두는 미사일을 2,000발 가까이 보유한 중국이 일본의 방위력 강화를 '신형 군국주의'라고 비판하는 것이 적절한지는 의문이다.
우리는 지금 군비경쟁의 시대를 살고 있다. 2025년 한국 국방비는 처음으로 60조 원을 넘어 세계 13위에 올랐고(478억 달러, SIPRI), 이재명 정부는 방위산업 4대 강국 도약을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2016년 이후 일본은 중국의 군사적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자위대 부대를 남서제도로 이동 배치해 왔는데, 올해 개정하는 국가안전보장전략에서 중국을 일본에 대한 ‘위협’으로 규정한다면 중·일 관계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빠질 수도 있다.
2월 18일 국회에서 총리로 선출된 다카이치 총리는 각료에게 전달한 지시서에서 일본 열도를 강하고 풍요롭게 만들기 위해 강한 경제와 강한 외교·안보를 구축하고, ‘안전하고 풍요로운 일본이 인도·태평양의 빛나는 등대’가 되어 자유와 민주주의 국가로서 신뢰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일본이 자국의 군사적 능력을 강화하고 뜻을 같이하는 동남아시아 국가들에 무기를 판매하며 군사적으로 지원한다고 해도, 중국의 군사력에 맞서기는 어렵다. 억제력 강화는 필요하지만, 동시에 관계 개선을 위한 외교적 노력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일본이 자부해 온 전후 ‘평화 국가’의 길에서 벗어난다면, 신뢰받는 ‘빛나는 등대’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중·일 갈등과 대립이 장기화하면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으며, 지정학적으로 양국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한국의 입장도 난처해질 수 있다. 역대 정부는 대통령 취임 후 1년 반 이내에 국가안보전략을 수립해 발표해 왔는데, 말 그대로 격변하는 국제 정세와 주변국의 동향을 치밀하게 분석해 우리 현실에 부합하는 국가안보전략이 수립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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