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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eace Foundation 평화재단

현안진단 376호

이란 전쟁 속 중국의 중재 외교와 전략적 계산

조회
309
등록일
2026-04-11

이란 전쟁 속 중국의 중재 외교와 전략적 계산

중국은 이란 전쟁을 계기로 휴전과 대화를 강조하는 외교를 통해 중동 국가들 사이에서 정치적 존재감을 높이고 있다. 중국의 정치적 영향력이 확대될 경우, 한국은 이것이 에너지 공급망과 국제 협상 환경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검토하고 에너지 안보의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 또한, 이란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중재자 역할을 자처하는 중국

 

이란 전쟁 발발 후 중국은 대내외적으로 조속한 휴전과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을 강조하는 한편, 중동 및 유럽 국가들과의 긴밀한 외교 소통을 통해 중동 평화에 대한 공감대를 확산하는 모습을 보였다. 중국은 3월 초부터 외교부 대변인 기자회견을 통해서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은 UN 안보리 승인을 받지 않았고 국제법을 위반”했음을 지적하고 대규모의 민간인 사망을 초래한 미국과 이스라엘의 군사행동을 규탄했다. 자이쥔(翟隽) 중동 문제 특사는 3월 중순 여러 중동 국가를 순방하며 군사 작전 중단과 대화 재개를 촉구했고,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도 이란, 이스라엘은 물론, 러시아, 프랑스,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등 관련국과 활발하게 소통하며 이란 전쟁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전달하고 중동 평화를 위한 공감대 형성에 나섰다.

 

특히, 중국은 3월 31일에 파키스탄과 함께 적대행위 즉각 중단, 조속한 평화 회담 개최, 비군사 시설 안정 보장, 항로 안정 보장, 유엔 헌장 우선 준수를 핵심으로 하는 “걸프 및 중동 지역의 평화와 안정 회복을 위한 5대 구상(이하 5대 구상)”을 발표했다. 한편, 4월 8일 파키스탄의 중재로 미국과 이란이 2주간의 휴전에 합의하였고, 이 과정에서 중국이 이란에 중재안 수용을 강하게 요구한 사실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잠정적 휴전인 만큼 향후 전황은 여전히 불확실하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중국은 중재 외교를 펼치면서 국제사회에 강대국으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휴전 상황에서 미국과 이란이 평화 협상에 착수하고 종전에 합의한다면, 2023년 사우디아라비아-이란 국교 정상화 중재에 이어 중국의 중재 외교가 다시 주목받고 중국의 영향력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외교 행보는 단순한 평화 촉구를 넘어, 중동 안정 회복을 통한 핵심 이익 수호, 미국과 차별화된 ‘책임 있는 대국’ 위상 제고, 미·중 관계 관리라는 복합적 계산에 기반한 것으로 보인다.

 

 

중동 지역 안정에 걸린 중국의 핵심 이익

 

중국에 있어 중동은 에너지 안보와 일대일로(一帶一路) 추진에 매우 중요한 전략적 가치를 가진다. 그중에서도 이란은 아시아와 유럽, 유라시아와 아프리카를 연결하는 지리적 요충지이자 주요 에너지 공급원이다. 그래서 중국은 미국의 대이란 제재 국면 속에서도 이란과의 협력관계를 유지해 왔으며, 이란산 원유의 80% 이상을 수입하는 방식으로 이란을 간접적으로 지원해 왔다. 

 

현재 중국은 비축유 확보, 러시아산 원유 수입 확대, 원유 수입선 다변화, 재생에너지 개발 등을 통해 국제 유가 급등의 충격을 상대적으로 완화할 수 있는 여력을 어느 정도 갖춘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2026년 초 기준 13억 배럴의 비축유를 확보했으며, 2026년 1월과 2월에는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전년 동기 대비 약 40% 늘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정적 에너지 공급망 확보는 여전히 중국에 매우 중요하다. 중국은 2021년 이란과 체결한 ‘25년 포괄적 전략 협력 협정’에 따라 이란으로부터 시장가보다 배럴당 $5~10 저렴하게 원유를 공급받아 왔다. 중국의 전체 해상 원유 수입에서 이란산이 13.4%를 차지하고 있으며, 전체 수입 원유의 42%가 중동산이다. 

 

그런 점에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 상황은 중국의 원유 수입에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올해 제15차 5개년 경제계획을 시작하는 중국은 제조업의 질적 성장, 첨단기술 자립, 민생 개선, 경제 회복을 추진해야 하는 상황이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같은 돌발 상황은 중국의 에너지 공급망과 물류망에 직접적 타격을 줄 수 있으며, 이는 중국 경제는 물론 시진핑 지도부의 정치적 안정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결국 중국의 중재 외교는 평화 담론의 외피를 띠고 있지만, 그 내면에는 매우 현실적인 이해관계가 놓여 있다.

 

 

미국과의 차별성을 부각하며 ‘책임 있는 대국’ 위상 제고

 

미국과 이스라엘의 일방적인 군사행동,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인한 유가 급등, 전쟁 확산에 대한 우려로 인해서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불만과 불신이 국제사회에 점차 확산하고 있다. 미국과 경쟁하는 중국 관점에서 이러한 상황은 미국과의 차별성을 부각하고 자국의 위상을 높이며 글로벌 영향력을 확대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판단할 만하다. 이미 중국은 미·중 전략 경쟁 구도 속에서 ‘글로벌 거버넌스 이니셔티브(Global Governance Initiative)’ 등 다양한 글로벌 담론을 통해 강대국의 역할과 책임을 강조하며 자국의 위상을 견고히 하려는 모습을 보여왔다. 

 

서구 일각에서는 중국이 제시한 ‘5대 구상’이 원론적인 내용에 머물러 있고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실효성이 낮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실제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1주년을 맞아 중국이 발표했던 중재안, 즉 ‘우크라이나 위기의 정치적 해결을 위한 중국의 입장’이 결국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에, 이번에도 중국이 직접 개입 없이 수사적으로 원론적 입장을 반복하는 것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한 것이다. 그러나 이란 전쟁이 장기화하고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정책에 대한 비판이 커지면서 중국의 메시지가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원론적 내용일지라도 유엔 헌장과 국제법을 기반으로 미국과 이스라엘의 군사행동을 비판하고 분쟁 종식을 촉구하는 모습이 전쟁 피로감이 커진 국제 여론 속에서 상대적으로 책임 있는 태도로 비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중국이 프랑스, 독일 등 유럽 국가들과도 소통하며 평화적 해결의 공감대를 모색하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미국이 동맹에 호르무즈 해협 통제와 관련해 군사 협조를 요청했지만, 3월 19일에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등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규탄하면서도 군사 작전에는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란 전쟁과 관련해서 미국과 동맹 간 이견이 불거지는 상황에서 중국이 유엔 헌장과 국제법 준수를 강조하며 유럽 국가들과의 외교적 접점을 넓히는 것은 향후 미국의 대중 견제와 압박 국면에서 미국의 동맹과 협력국의 참여와 결속을 약화시키는 데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 

 

중동과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에 대한 중국의 정치적 입지가 확대될 가능성도 커졌다. 2021년 아프가니스탄에 주둔했던 미군의 갑작스러운 철수로 탈레반 정권이 재집권하고 중동 국가들의 대미 불신과 안보 불안이 높아졌는데,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2023년 중국의 사우디아라비아–이란 국교 정상화 중재는 중국이 역내 평화와 안정을 위해 노력하는 건설적 행위자라는 인식을 중동 국가들 사이에서 강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번 전쟁에서 중동 국가들이 직접적 피해와 안보 불안을 경험하고 있는 만큼, 미국과 결별하지는 않더라도 대미 불신과 불만이 중동 지역에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 이런 맥락에서 중국의 중재 외교가 전쟁 완화 및 종식에 일정한 기여를 한다면, 중동 내 중국의 정치적 영향력이 확대될 것이고, 이것은 에너지 안보와 일대일로 추진을 보다 안정화하는 기반이 될 것이다. 더 나아가 글로벌 사우스를 상대로 중국이 미국과는 차별화된 중국의 책임과 역할을 부각하며 경제 분야를 넘어 정치·외교 분야에서 협력관계를 확대하는 데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미국과의 직접 충돌을 회피하는 중국

 

중국은 국제법을 근거로 미국과 이스라엘의 일방적인 군사행동을 비판하고 있지만, 미국에 대한 직접적 비난과 공세를 일정 수준에서 관리하고 있다. 파키스탄과 함께 ‘5대 구상’을 발표했지만, 중재 전면에 나서기보다는 파키스탄의 중재 역할을 지지하는 형태를 취하면서 미국과 이란 간 협상을 관망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5월에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을 고려할 때, 이러한 중국의 행위는 미국을 불필요하게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외교적 입지를 확보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2025년 10월 30일 부산에서 개최된 미·중 정상회담에서 중국은 미국산 대두 수입, 희토류 수출 통제 유예를 조건으로 미국의 대중 관세 인하를 얻어냈다. 미·중 갈등이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고 1년간의 전략적 휴전에 들어간 것이지만, 이를 계기로 중국은 미국의 대중 압박을 이겨냈다면서 미·중 관계에서 자신감을 보였다. 올해 여러 차례의 미·중 정상 간 만남이 예정된 상황에서 중국은 미국에 경쟁과 대립보다는 타협과 협력의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보내고 있다. 이를 볼 때, 중국은 중간 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적 성과를 내기 위해서 중국과 거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2025년 12월에 국가안보전략보고서(National Security Strategy)를 통해서 중국 견제를 위해 한국, 일본 등 지역 내 동맹의 역할과 기여 확대를 요구했지만, 이란 전쟁의 향방에 따라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대중 압박 강도와 전략적 집중도가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 이미 미국은 한국에 배치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일부를 중동으로 재배치하거나 인태 지역에 있던 미국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호도 중동 지역으로 이동하는 등 군사 자산을 중동에 더 투입하고 있다. 중국은 이런 상황을 활용해 미·중 관계에서 타협과 거래를 모색하며 숨 고르기를 시도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역 안보 환경의 변화와 한국의 대응 방향

 

중국은 이번 전쟁을 계기로 휴전과 대화를 강조하는 중재 외교를 전개하면서 중동 국가들 사이에서 정치적 존재감을 높이려 하고 있다. 중국이 미국을 대체하는 안보 제공자로 부상할 가능성은 매우 제한적이지만, 중동 국가들의 대미 불신이 높아지고 중국의 정치적 영향력이 확대될 경우, 향후 에너지 협력과 공급망 질서에서 중국의 발언권이 커질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한국은 중국의 중동 내 영향력 확대가 에너지 공급망과 국제 협상 환경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검토하고 에너지 안보의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 

 

또한, 이란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한·미관계와 인태 지역 안보 환경에 미칠 파급효과에도 선제적으로 대비할 필요가 있다. 이란 전쟁이 장기화하면, 미국의 군사적, 외교적 자원이 중동 지역으로 더 많이 투입될 수 있다. 이는 한반도를 포함한 지역 안보 환경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중국은 미국과의 대립과 경쟁을 가능한 회피하는 가운데도 이를 계기로 지역 내 미국 동맹들의 결속력 이완을 기대하고 자신에게 유리한 전략 공간을 형성하려 노력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은 중동 사태와 지역 안보를 분리해서 볼 것이 아니라, 상호 연계된 전략 환경의 변화로 인식하고 중장기적 관점에서 한국의 국익과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할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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