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이 국제질서와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
대한민국은 이미 글로벌 국가로 위상을 정립했다. 이제 한반도와 북한 프리즘을 넘어서는 한국형 세계 전략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이란 전쟁의 파고를 넘어 중장기적 관점의 세계 전략을 통해 글로벌 공간에서 대한민국의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해 가야 할 것이다.
이란 전쟁의 경과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을 전격 공습하여 핵과 미사일 등 군사 관련 시설을 파괴하고, 이란 최고지도자인 하메네이와 상당수의 지도부를 제거했다. 압도적인 군사력 차이로 인해 이란의 방공망과 공군력은 조기 제압되었으며, 미국과 이스라엘은 사실상 거의 저항이 없는 상태에서 이란 상공을 장악하고 군사작전을 수행했다.
이란은 주로 미사일과 드론을 활용해 반격했으며, 이스라엘과 미군 기지가 있는 주변 아랍국가들까지 공격 목표로 하고 있다. 이란의 공격은 군사시설뿐만 아니라 석유, 공항, 인프라 등 민간 분야로 확대되었으며, 이란 혁명수비대(IRGC)는 걸프만 석유 수송의 병목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선언하고 통행 선박에 대한 공격을 이어갔다. 이스라엘도 이란의 석유 저장시설을 폭격해 테헤란에 검은 석유 비가 내리는 상황까지 초래했다.
중동 교통 물류의 허브로 기능했던 걸프 국가들의 피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중동의 오아시스 이미지가 분쟁의 상징 지역으로 전환했다는 점에서 현재뿐만 아니라 향후 걸프 국가들이 감당해야 하는 유무형의 피해는 매우 크다. 이란이 반격의 위험을 무릅쓰고 이슬람권인 주변국을 공격하는 것은 이들을 압박해 미국의 공세를 완화하기 위함이다.
이란 전쟁의 전선이 군과 민간의 경계를 넘나드는 위험한 양상으로 치닫고 있으며, 전쟁 초기 미국·이스라엘 측의 이란 초등학교에 대한 오폭으로 어린 여학생을 비롯해 다수의 희생자가 발생하는 등 민간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전쟁 초기에 주요 전략 거점을 집중적으로 타격받았던 이란의 혁명수비대와 군은 인구 밀집 지역을 활용하는 경향을 보여, 향후 민간의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장기간의 경제제재와 미국산 무기의 유지 보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이란은 대항력이 약화되고 공군력 및 방공망이 제압된 상황에서 일방적인 피해가 누적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 초기에 몇 달간의 군사작전까지 예고했지만, 3월 9일(현지 시간) “우리는 매우 결정적으로 승리하고 있다… 곧 끝날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5천 개 이상의 목표물을 타격하고 함정 51척을 격침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승리를 선언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셈이다.
트럼프 전략의 한계와 여파
이번 이란 전쟁의 특징은 지상전이 배제된 상황에서 공중전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잠수함이 이란의 호위함을 격침한 사례가 있으나 이란에 대한 대부분의 공격은 항공기와 미사일, 그리고 드론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으며, 공군력이 절대 열세인 이란의 반격도 미사일과 드론에 의존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 ‘무조건 항복’을 요구했지만, 현대전에서 공군력만으로 상대방을 완전히 무력화시킨 사례는 찾기 힘들다. 코소보 사태 당시 나토는 공군력을 이용해 세르비아군의 철군을 유도했지만 항복하지는 않았다. 나토는 세르비아의 인프라를 심각하게 타격했지만, 세르비아 지상군의 피해는 의외로 크지 않았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하메네이를 제거했으나 이란은 그의 아들인 강경파 모즈타바를 새로운 최고지도자로 선출했다. 이란 정권 수호의 핵심인 혁명수비대와 주변국 시아파 벨트의 친이란계 무장세력도 모즈타바에게 충성을 서약했다. 지상군 투입 없이 공중전에 의존하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한계다.
걸프 전쟁과 이라크 전쟁에서 미국과 연합국은 공군력을 이용해 이라크군을 무력화했지만 결국 지상군 투입으로 마무리 지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상군 투입 가능성을 언급했으나 이란에 대한 대규모 지상군 투입이 준비된 상황도 아니었다. 중동에 분산된 쿠르드족을 활용할 수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도 전략적이었다고 보기 힘들다. 쿠르드족이 개입할 경우 이란 전쟁은 민족 분규로 번지게 되며, 1,500만 내외의 쿠르드족이 거주하고 있는 나토 회원국 튀르키예의 반발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우선주의를 기치로 동맹과의 관계를 훼손한 상태에서 벌인 이란 전쟁도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부담이다. 걸프 전쟁과 이라크 전쟁 당시 나토를 포함한 미국의 동맹국들은 병력과 물자를 기꺼이 제공했지만 이번 경우는 달랐다. 미국 최대의 우방인 영국까지 이란 전쟁을 문제시했으며, 3월 10일 현재 방어적 성격 이외에 이란 전쟁에 참여한 국가는 미국과 이스라엘뿐이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세계 원유의 20%를 담당하는 걸프만의 위기로 국제유가는 급등했으며, 2월 9일 서부텍사스(WTI)산 원유의 시세가 100달러를 상회했다. 2025년 12월 50달러 중반대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유가가 얼마나 가파르게 급등했는지 알 수 있다. WTI 유가는 전쟁 1주일만에 35% 급등해 사상 최대폭을 기록했다.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전 세계 경제에 대한 타격은 감당하기 어려울 수 있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의 80%가 한국, 중국, 일본 등 아시아로 향한다. 세계의 공장인 중국의 국가 원유 비축분은 78일이며, 인도는 25일이다. 독일과 프랑스도 각각 90일 정도다. 국가 원유 비축분의 경우 한국은 208일로 비교적 여유가 있으며, 일본은 254일로 가장 많다. 그러나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상황은 달라진다. 한국과 일본의 중동 원유 의존도는 각각 70%와 96%다. 중국과 인도는 중동 원유 의존도가 50%대라는 점에서 충격이 덜하고 특히 양국에는 러시아산 원유라는 비상구가 있다.
유가 급등은 대한민국을 비롯해 전 세계 경제에 직격탄으로 작용했으며, 저유가를 전가의 보도로 활용했던 트럼프 대통령까지 압박하는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를 이용해 정부 수입은 확대하면서도 인플레이션을 억제할 수 있다고 자신했는데, 그 비결은 저유가에 있다. 이제 고유가가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에 치명타로 작용하는 부메랑 양상으로 가고 있다.
글로벌 안보 환경과 한반도 영향
트럼프 대통령이 베네수엘라 마두로 대통령을 전격 체포하고 이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를 폭사시켜 정권을 타격함으로써 글로벌 공간에서 러시아와 중국의 입지가 약화하였다는 평가가 있다. 그러나 그 반대의 경우도 상정해 볼 필요가 있다. 이란 전쟁은 공습 위주라는 점에서 대규모의 방공 무기 소모전 양상을 보인다. 이스라엘과 중동 미군 기지뿐만 아니라 걸프 주요 국가들 모두 방공 무기 확보에 나서고 있어 우크라이나는 미국으로부터 패트리어트 등 방공 무기를 공급받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될 가능성이 크다.
유가 급등은 푸틴 대통령에게 절대적인 호기로 작용한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 전비를 원유 수출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과 서방이 저유가를 압박 카드로 활용해 왔기 때문이다. 이란 전쟁으로 미국은 대러 원유 수출 제재를 완화했으며, 러시아산 원유의 몸값이 치솟고 있는 양상이다.
중국은 베네수엘라에 이어 이란까지 원유 수입처가 막히는 상황이 달가울 리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란 전쟁은 양안 관계에 대한 미국의 안보적 시선을 분산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두 개의 전쟁에 대한 관여 여부는 오랜 기간 미국의 고민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서반구 중시와 고립주의적 안보 전략은 미국 군사력의 상대적 약화와 관련이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이란 전쟁에 대한 미국의 직접 개입을 통해 중국은 미국 군사력의 역량과 한계를 면밀히 검토하게 될 것이다.
이란 전쟁 발발 이후 주한 미군 오산 공군기지에 미국의 전략 수송기인 C-5 갤럭시와 C-17 글로브마스터가 기착해 화물을 싣고 떠났다. 2025년 6월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12일 전쟁 당시 주한 미군 패트리어트 미사일 2개 포대가 중동으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이란 전쟁의 경우 중동의 미국 방공망 보강이 더 시급하다는 점에서 보다 많은 포대가 이동했을 개연성이 있으며, 종말단계 고고도 요격 체계인 사드(THAAD)까지 포함되었을 것이라는 추정까지 나온다. 지난달 주한 미군 F-16이 서해에서 중국 군용기와 대치하는 상황이 발생했으며, 이로 인해 우리 국방부 장관과 참모총장이 주한 미군 사령관에게 항의하는 초유의 일까지 발생했다. 이제 주한 미군 활동의 공간적 범위가 한반도를 넘어섰다는 점이 분명해지고 있다.
최근 미국은 국방전략서(NDS)를 통해 북한에 대한 억제의 주 임무를 한국이 담당(primary responsibility for deterring North Korea)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주한 미군의 대북 억제가 아닌 지역 전략군으로서 중국 견제와 아울러 유사시 미국 안보의 다양한 현안에 활용하는 유연성을 발휘하겠다는 것이다. 한·미 동맹의 성격 변화를 실감하게 된다.
베네수엘라와 이란 사태는 북한의 핵 보유에 대한 집착을 강화하게 될 개연성이 있다. 양국 모두 핵을 보유했을 경우 미국이 쉽사리 공격에 나서기 어려우며, 또한 무기력하게 당하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불허한 안보 행보는 김정은 정권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베네수엘라, 이란과 이미 핵무기를 사실상 보유한 북한의 안보 환경은 본질적으로 다르다. 그러나 북한과 반미 연대를 형성했던 베네수엘라와 이란의 수장이 맥없이 당하는 모습은 김정은 정권에게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김정은 정권이 미국과 대화 국면을 통해 대치 국면 완화에 나설 개연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김정은 위원장은 9차 당대회를 포함해 조건부 북·미 대화 의사를 밝혔으며, 이에 대해 백악관은 조건 없는 대화로 응대한 바 있다.
국익 우선이라는 전략적 명확성
지난해에 이어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에 대한 두 차례 공격의 명분은 분명해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 대한 무조건 항복 요구와 함께 후계 체제 형성에 대한 개입 의사를 노골적으로 표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이란 핵농축 문제 해결을 명분으로 반미 반이스라엘의 핵심 축인 이란을 무력화하여 중동 질서를 재편하겠다는 의도로 읽히기 때문이다. 이번 이란 전쟁은 중동뿐만 아니라 전 세계 국제질서와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중동 원유를 생명선으로 하는 국가들이 받는 충격은 가히 패닉에 가깝다. 국제적 영향을 고려하지 않은 ‘미국만 우선주의 전략’의 어두운 단면이다.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 이후 국제질서는 전통적인 동맹과 우방, 그리고 적을 가리지 않는 무극화의 양상을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미국 우선주의의 관철을 시도하고 있다. 국제질서의 각자도생 경향이 명백해지고 있으며, 한·미 동맹과 주한 미군의 성격도 질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대한민국 국익 우선이라는 전략적 명확성을 토대로 변화에 걸맞은 스마트한 국가전략을 모색할 때다.
이란 전쟁은 대한민국 전반에 일파만파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한민국은 이미 글로벌 국가로 위상을 정립했다는 점에서 국제질서 변화에 민감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제 한반도와 북한 프리즘을 넘어서는 한국형 세계 전략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이란 전쟁의 파고를 넘어 중장기적 관점의 세계 전략을 통해 글로벌 공간에서 대한민국의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해 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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