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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eace Foundation 평화재단

현안진단 373호

북한의 9차 당대회: 변화를 선택하지 않았다

조회
369
등록일
2026-03-01

북한의 9차 당대회: 변화를 선택하지 않았다

북한은 2월 19일부터 26일까지 9차 당대회를 진행했다. 북한이 공개한 당대회 내용을 살펴볼 때 표면적으로는 종래의 입장에서 큰 변화가 없지만, ‘김정은 총비서의 권력 기반 변화’, ‘경제문제’, ‘국가관계로 설정한 남북관계’라는 세 가지 사항은 주목해 봐야 한다.

9차 당대회에서 열지 못한 ‘새로운 시대’ 

 

 북한은 2월 19일부터 26일까지 9차 당대회를 진행했다. 북한의 노동당 당대회는 최대 정치행사이며, 2012년 김정은 정권 출범 이후 7차 당대회를 시작으로 5년마다 개최해 오고 있다. 이번 9차 당대회는 국가발전 5개년계획 및 국방발전 5개년계획의 성과를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새로운 발전 계획의 방향을 정하기 위한 자리였다. 그래서 외부에서도 북한의 러-우 전쟁 파병, 남북관계를 둘러싼 적대적 2개 국가 주장, 대미관계 개선 여부 등에 대해 북한의 새로운 방향을 파악할 기회였기 때문에 주목을 받았다.

 

 북한의 중앙통신과 노동신문은 당대회 진행 과정과 내용을 비교적 소상히 밝혔는데,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 결과였다. 5개년 계획은 성공했으며, 대외관계에서 북한에 적대적이지 않은 국가들과는 친선 관계를 강화해 나가는 반면, 북한에 적대적이며 체제를 위협하는 국가에 대해서는 강하게 대응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또한 남북한 2개 국가 주장은 전술적 선택이 아니라 되돌아갈 수 없는 확고한 것임을 강조했다. 이와 함께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고 체제를 위협하지 않는다는 전제조건하에 미국과 대화하겠다는 것 역시 기존 입장의 반복이었다.

 

 지난 5개년 계획에 대해서는 과거의 구습을 벗어나 ‘자력갱생’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평가하면서, 향후의 개발 계획은 단기 차원의 대응이 아니라 장기 발전 전략의 방향성에 따라 추진할 것임을 강조했다. 그리고 이 모든 성과가 김정은 총비서의 역량에서 비롯된 것이며, 새로운 시대를 이끌 인물 역시 김정은 총비서밖에 없다고 주장하면서 그를 총비서로 재추대했다. 

 

 반면 김정은 정권에서 주요 역할을 해왔던 최룡해, 조용원, 박정천, 이병철 등 당·정·군의 주요 인사들이 사실상 퇴진하고, 당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군 관련 인사가 배제된 채 김정은, 박태성, 조용원, 김재룡, 리일환이 선거됐다. 조용원은 당 비서직에서 물러남으로써 최룡해의 후임으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직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여정은 당 부장으로 승진하는 한편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재 등용되면서 위상이 강화됐다. 당중앙위 군사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정경택 군총정치국장이 선거됐지만, 정치국 상무위원으로는 진입하지 못했다.

 

 새로운 5개년계획은 당대회에서 제시된 방향성과 주요 정책들에 기초해서 최고인민회의에서 채택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5개년계획은 발전 기반 조성에 주력했으나 새로운 계획은 이를 심화시키는 방향으로 수립되고, 농업 부문 및 ‘지방발전 20X10 정책’을 확대 발전시키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대외 경제교류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종합해 보면 새로운 시대를 열어간다고 했지만, 여전히 내부 역량을 강화하는 데 집중할 것임을 강조한 대회였다.

 

 

주목해 볼만한 세 가지 사항

 

 북한이 공개한 9차 당대회 내용을 살펴볼 때 표면적으로는 종래의 입장에서 큰 변화가 없지만, 다음의 세 가지 사항은 주목해 봐야 한다.

 

 우선 김정은 총비서의 권력 기반 변화이다. 2019년 2월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열린 4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김정은은 ‘대미 관계 개선에 대해 자신이 너무 쉽게 생각했다’라며 실패를 자인했다. 북한의 수령이 자신의 잘못을 스스로 시인한 것이다. 이는 북한 체제 내부에서 볼 때, 김정은 총비서가 수령으로서의 자질을 의심받을 수 있는 장면이었다. 당시 김정은은 북한 보수 체제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남한을 믿고 핵을 놓고 미국과 담판을 지으려고 했는데, 결국은 좌절을 겪었다. 

 

 이후 5년 여의 시간을 김정은은 북한의 보수 체제를 이끌 수 있는 수령의 능력에 대해 시험받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제 시험에 통과해서 당을 기반으로 ‘새로운 시대’를 이끌 지도자로 인정받은 셈이다. 김정은을 총비서로 재추대하는 이른바 ‘용비어천가’는 과거에 비해 장문이었고, 모든 성과가 김정은 총비서의 능력에서 비롯됐다는 내용이었다. 김일성-김정일 시대의 유물을 이어간다고 했지만, 오히려 구습을 타파해야 함을 더 강조하고 있다. 김일성이 옥수수가 최고의 알곡이라고 했던 것을, 밀보리 재배로 알곡 구성을 다양화해서 먹는 문제 해결의 길을 열었다고 한 것을 단적인 예로 들 수 있다. 김정은 총비서는 새로운 건축물을 세운 지 1년도 되지 않아 제대로 돌아가지 않음을 지적하며 담당자들의 사상 문제를 지적했다. 김정은의 정치적 멘토 역할을 해왔던 최룡해, 조용원, 박정천, 이병철 등이 현역에서 퇴진한 것 역시 이제는 김정은이 독자적으로 수령 역할을 해도 된다는 당 내부의 전반적인 분위기에 기인했을 수 있다.

 

 그런데 여기에는 김정은 스스로의 타협점이 보인다. 김정은이 당 중심 보수 체제의 수령이 되는 것과 김정은의 특성이었던 적극적 대외관계 개선을 신중하게 접근한다는 것이 절충된 결과로 보인다. 북한은 핵 무력을 절대 포기하지 않고 능력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며, 남북한 2개 국가 역시 불가역적이라고 한 점도 그 타협점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김정은의 권력 기반은 과거 김일성-김정일과 같이 당을 기본으로 하며 그 범주에서 김정은 중심의 새롭지 않은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 갈 것이다.

 

 두 번째는 경제문제의 한계가 노정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압록강변의 신의주 지역은 밖에서 북한을 볼 수 있다. 지난해 수해로 폐허가 됐던 신의주 지역은 대규모 아파트 단지와 온실농장이 들어섰다. 전기가 부족한 북한에서 이 지역은 불을 밝히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 국경 폐쇄와 강력한 경제제재로 인해 불가능할 것으로 여겨졌던 일들이 일어난 것이다. 북한 전역에서 지방 경제 재건과 살림집 공급을 위한 건설이 한창이다. 북한이 5개년 계획의 성과를 거론한 것들이 대부분 하드웨어를 만드는 건설사업이었다. 

 

 그런데 이 모든 것들이 북한 주민들의 주머니에서 나왔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과거에는 모든 생산수단이 국가에 소속되어 있었고, 부족하나마 국가의 공급능력이 어느 정도 가동됐다. 김일성과 김정일은 주석 펀드를 이용해서 부족 지역에 특별 하사금 형태로 지원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주석 펀드는 물론 국가에서 지원하는 물자가 극히 부족하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재원을 조달해야 한다. 이로 인해 계획을 추진하는 상층부는 상대적으로 풍요로운 반면, 재원을 공급해야 하는 주민들의 삶은 더욱 궁핍해질 수밖에 없다. 이 같은 현상을 앞으로 5년 더 심화시킨다면 극단적 양극화가 본격화 될 것이다. 

 

 한국의 개발독재 시절 경제가 일어설 수 있었던 것은 내부의 역량 강화와 함께 외부 세계와의 협력을 활용한 데 기인했다. 그런데 북한은 내부의 역량 강화만을 강조하고 있다. 절름발이 발전 전략은 지속력을 결해 한계에 달할 수밖에 없음은 과거 역사에서 증명된 것이다. 북한의 경제발전 전략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셋째는 국가관계로 설정한 남북관계다. 북한은 ‘제1의 적대국, 불변의 주적’으로 한국을 지목하고 모든 관계를 단절함은 물론 비가역적임을 분명히 했다. 사회주의권이 무너지던 1980년대 후반과 1990년대 초반, 북한은 한국을 통해 국제사회에 진입하려고 했다. 한국은 체제의 안정을 지키는 일종의 ‘범퍼’였다.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를 채택하고 연이어 일본과의 관계 개선에 나섰다. 그런데 미국의 핵의혹 제기로 북한의 노력은 무산됐다. 이후 핵 개발을 놓고 국제사회와 공방을 벌이던 중에 2000년 남북정상회담이 이루어졌고, 이를 기반으로 2002년 일본과의 관계 개선에도 나섰다. 이 역시 한국이 ‘범퍼’였지만 미국의 핵의혹 제기로 무산됐다. 2017년 11월, 북한은 핵 개발 완성을 선언하며 평창올림픽 참가를 계기로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정상회담을 2차례 가졌다. 여기에서도 한국의 역할은 중요했으며, 핵 문제가 협상의 관건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한국과 절연하며 중간 ‘범퍼’를 없애겠다는 것이다. 경제발전 전략을 다시 자력갱생의 심화 발전으로 잡은 것은, 러시아 파병과 중국 전승기념일 참가에서 기대했던 성과를 얻지 못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반면 북한 체제에 가장 위협으로 느끼는 한국과의 관계를 단절함으로써 북한 체제 내부의 변화를 원천 차단함과 동시에 대외관계에서 홀로서기에 나서기로 했다. 대미 관계 역시 북한의 요구사항이 수용될 경우라는 단서를 달고 있다. 그러나 과거같이 북한의 행태가 외부의 관심을 끌기에는 역부족이다. 무극화 시대라고 할 만큼 전 세계는 새로운 질서에 적응하느라 여념이 없다. 그나마 한국이 유일하게 북한을 끌어안을 수 있는데 그것마저 거부하고 있다. 북한의 2개 국가 주장이 장기화할수록 북한에 대한 한국의 관심도 식을 수밖에 없다. 

 

 

북한 변화를 위한 유연한 대북정책 지속 추진

 

 헌법에서 부여하고 있는 한국의 핵심 가치 중의 하나는 통일이다. 남북한이 분단된 이후 80년 동안 한국은 그 핵심 가치를 지키기 위해 주력해 왔다. 국가 전략에는 어김없이 통일 문제, 북한 문제가 중요 자리를 차지했다. 냉전 시절 남북한은 냉전의 최전선에서 ‘적대적 의존관계’를 유지했다. 탈냉전 이후에는 북방정책 등을 통해 북한을 끌어안기 위한 대외전략을 추구했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한을 국제사회로 끌어내는 것을 한국 대외전략의 최우선 과제 중의 하나로 삼았으며, 북한의 핵 개발이 심화함에 따라 한반도의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북한 문제를 대외정책의 최우선 과제 중의 하나로 여길 수밖에 없었다. 

 

 통일과 평화는 북한이라는 상대가 호응할 때 가능한데 북한이 거부하고 있다. 9차 당대회에서 북한은 거부 의사를 선명히 했으며 향후에도 변함이 없을 것임을 천명했다. 세계는 한 치 앞도 예상할 수 없는 혼돈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각자도생을 위해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는 일이 일상화되고 있다. 한국도 북한으로 인해 발목이 잡힐 시간과 여력이 없다. 미·중 대결을 계기로 새롭게 만들어지는 세계의 가치사슬 체계, AI로 대변되는 무한경쟁의 시대, 코스피 6천 시대와 인구절벽 등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전략을 요구받고 있다. 과거의 향수에 머물겠다고 고집하는 북한으로 인해 새로운 국가 자원을 소모할 여력이 없다. 미국도 한반도 문제는 한국이 책임져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우리 정부가 평화공존정책을 기반으로 유화적인 손을 내밀어 왔지만, 북한은 이번 당대회를 통해 여전히 손을 뿌리치는 모양새를 보였다. 변화에 대한 지원도 약속했지만 변화를 거부하였다. 변화를 스스로 선택하지 못한다면 결국 강제적 변화의 길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다행히 북한은 이번 당대회를 통해 변화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의 흔적을 남기고 있다. 우리는 북한의 선택에 매일 것이 아니라 통일과 평화를 상수로 놓고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가는 노력을 배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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