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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eace Foundation 평화재단

현안진단 370호

한·중관계 복원의 명암: 실용외교의 방향성을 찾아서

조회
231
등록일
2026-01-10

한·중관계 복원의 명암: 실용외교의 방향성을 찾아서

이 대통령의 국빈 방문에서 한·중 양국이 관계 회복의 의지를 보여줬지만, 현안에 대해 견해차와 상호 기대가 다르다는 한계도 드러났다. 한국은 중국과의 협력을 복원하고 확대하는 과정에서 한·중 간의 전략 차이를 인식하고 중국의 선의보다 냉철하게 우리 안보와 국익을 최대화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2026년 1월 한·중 정상회담의 성과와 한계

 

2026년 1월 4일, 이재명 대통령이 3박 4일 일정으로 중국을 국빈 방문했다. 1월 5일에는 2025년 11월 정상회담 이후 2개월 만에 다시 한·중 정상회담이 개최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이번 한·중 정상회담은 2026년을 한·중관계 전면 복원의 원년으로 만드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국과 중국은 경제, 기술, 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서 14건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2025년 한·중 정상회담에 이어 한·중관계의 복원과 협력 확대의 토대를 구축했다. 

 

한·중 양국이 양자관계 회복의 의지를 보여줬지만, 한·중 간 현안에 대해 양국의 견해차와 상호 기대가 다르다는 한계도 드러났다. 청와대는 이번 한·중 정상회담의 기대 성과를 △ 한·중관계 전면 복원의 정치적 우호 정서 기반 공고화, △ 한·중 간의 수평적 호혜 협력에 기초한 민생 분야 실질 협력 강화, △ 한반도 평화를 위한 한·중 간 소통 강화, △ 한·중 간 민감 현안의 안정적 관리로 공표했다. 

 

청와대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북한과의 대화, 서해 구조물, 한한령(限韓令) 등 한반도 평화와 한·중 간 민감 현안에 대한 논의가 있었고 한·중 간에 진전적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했지만, 중국의 보도자료에는 이러한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 이는 한반도 안보와 한·중 간 민감 현안에 대해서 양국의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음을 시사한다. 한·중 양국이 양자관계를 빠르게 복원하고 협력을 강화하려고 하지만, 상황 진전에 따라서 외교안보 현안에 대한 견해차가 한·중관계 복원을 제한할 여지가 남아 있다.

 

 

선택의 딜레마를 안겨준 중국 

 

이번 정상회담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발언을 2025년 11월 한·중 정상회담 발언과 비교하면, 한국에 대한 중국의 기대와 요구가 변화했음을 볼 수 있다. 2025년 11월 한·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은 한·중관계의 새로운 장을 열기 위한 방편으로 한·중 간 전략적 소통 강화, 협력 심화, 상호 이해 증진, 다자협력 강화 등을 제시했다. 당시 한·중 정상회담이 경색됐던 한·중관계를 회복하는 출발점이었던 만큼 양자관계 회복에 방점을 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정상회담에서 시진핑은 한·중 양국이 “역사의 올바른 편에 굳건히 서서 정확한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한다”면서 일본 군국주의에 대항했던 한·중의 역사 경험을 강조하고, 세계 다극화와 경제 세계화를 위해서 한·중이 공동으로 보호주의에 반대하고 ‘진정한 다자주의’를 실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자신을 제2차 세계대전의 승전국이자 전후 국제질서의 수호자로 규정하고 중국의 길을 ‘역사의 올바른 편’으로 주장해 왔다. 

 

중국의 관점에서 전후 국제질서의 수호자인 중국을 압박하는 미국과 서방, 역사를 왜곡하는 일본은 ‘역사의 올바른 편’이 아닌 것이다. 보호주의 반대, ‘진정한 다자주의’ 실천, 세계 다극화 및 경제 세계화 등의 표현은 현재 중국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MAGA(Make America Great Again) 정책을 우회적으로 비난하고 자신이 ‘책임 있는 대국’임을 주장할 때 사용하는 것들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시진핑 주석의 발언은 한국이 중국의 편에 서도록 압박하는 선택의 요구로 해석될 수 있다. 

 

 

중국의 외교적 포석: 한·중관계 회복을 통해 지역 내 중국 견제와 압박을 완화

 

한·중 양국이 관계 회복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협력해 나가는 상황에서 이러한 발언은 중국의 일방주의를 부각하며 한국 내에 반중 감정을 자극할 위험도 있다. 그럼에도 중국이 한국에 대한 요구와 압박을 강화한 데에는 급변하는 국제 정세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2025년 10월 미·중 정상회담에 이어 올해 4월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의 방중이 예정되어 있지만 미·중 전략 경쟁은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5년 11월, 다카이치(Takaichi Sanae) 일본 총리가 대만 유사 사태에 대해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이래, 대만 문제를 둘러싸고 중국과 일본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 1월 3일 미국의 마두로(Nicolás Maduro Moros) 베네수엘라 대통령 체포 사건은, 미국 국가안보전략(NSS: National Security Strategy, 2025년 12월)에 명시된 대로, 미국 본토 방어를 위해서 서반구(Western Hemisphere) 안보를 우선시한다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의지를 드러냈다. 향후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 한국, 일본 등 지역 내 동맹 및 협력국의 역할과 기여 확대를 요구할 것이다. 

 

이런 국제 정세를 고려할 때, 시진핑의 발언은 중국과의 관계를 적극 모색하는 한국을 활용해 미·중관계, 중·일관계 등 중국의 대외관계에서 우위를 확보하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한국은 앞으로 미국과 방위비 분담금,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strategic flexibility),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등 여러 외교안보 사안을 논의해야 한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한·미동맹의 범위를 확대하고 중국 견제를 위한 한국의 역할 확대를 요구할 때, 한국이 중국과의 관계를 의식해 소극적으로 대응한다면 한·미동맹의 균열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한·일 과거사 문제에 대해 이재명 정부가 미래지향적 협력과 구분해 투 트랙으로 접근하고는 있지만, 한·일 간 과거사 문제는 언제든지 양국 협력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시진핑이 일본 군국주의에 대항한 한·중의 역사적 경험을 강조한 것은 한·일 협력을 제한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일본과 과거사 문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한국이 중국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처럼 보이거나 한·중의 항일 역사가 부각된다면, 한·일 간 상호 신뢰가 흔들리고 양국 협력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이것은 한·일 양자 차원을 넘어 한·미·일 안보협력에도 영향을 줄 것이다. 

 

 

중국의 선의에 기대지 않는 냉철한 국익모색

 

한반도 안보와 경제발전을 위해 한국은 중국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짧은 기간 내에 두 차례의 정상회담을 개최하며 한·중관계를 회복하려는 의지를 피력하고 협력할 수 있는 부분에서 협력을 시작한 것은, 대내외에 한·중관계 회복에 대한 기대를 불러일으켰고 한·중관계 발전에 긍정적 환경을 조성했다. 

 

그러나 단기간에 여러 외교안보 현안에 대한 한·중 간 견해차를 좁히거나 한반도 관련 사안에서 중국의 역할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미·중 전략 경쟁 구도 하에 중·일 갈등이 심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중관계 복원이 미국, 일본, 기타 유사 입장국에게 불필요한 오해를 일으키며 한·미동맹, 한·일관계, 한·미·일 협력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2025년 한·중 정상회담에서 이재명 정부는 남북대화 재개를 위하여 한·중의 전략적 소통 강화를 제안했고, 이번에도 한·중 양국이 북한과의 대화 재개 중요성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이를 볼 때, 이재명 정부가 중국과의 관계를 복원하는 이유 중 하나는 북한 비핵화, 남북대화 재개 등 한반도 관련 사안이며, 이 부분에서 중국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일각에서는 4월 트럼프대통령의 방중 시 북·미대화 가능성을 제기한다. 4 연임을 준비하는 시진핑의 입장에서 트럼프대통령의 방중과 미·중 정상회담은 자신의 정치적 업적을 선전하며 정치적 지지를 확보할 기회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중국은 이를 희석시킬 수 있는 이벤트로 북·미대화가 열리는 것을 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중국의 외교는 미국의 대중 견제와 압박에 맞서는 전략적 대응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앞으로 한국이 한반도 문제에 대해 중국의 ‘창의적’이고 적극적인 역할을 기대하면 할수록 한국에 대한 중국의 요구와 압박은 더욱 커질 것이다. 한국은 중국과의 협력을 복원하고 확대하는 과정에서 한·중 간의 전략 차이를 인식하고 중국의 선의를 기대하기보다 냉철하게 한반도 안보를 지키고 한국의 국익을 최대화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한·미동맹과 한·미·일 안보협력이 한반도 안보에 필수적임을 지속적으로 중국에 전달하며 한국이 한·미·일 협력체제의 약한 고리가 아님을 명확히 해야 한다. 중국과의 협력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미국, 일본 및 유사 입장국들과의 소통을 강화해 한국에 대한 불필요한 오해를 방지할 필요도 있다. 중국이 미국 주도의 안보협력 확대를 경계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한국의 한·미동맹 및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가 한반도 문제에 대해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끌어내는 지렛대가 될 수도 있다. 이를 잘 활용하는 것이 국익외교, 실용외교를 실천하는 길이다.

 

우리는 지금 정치적 양극화에 시달리고 있다. 외교안보 문제에 있어서도 친미, 반미와 친중, 혐중으로 극단적 자를 갖다 댄다. 이를 확장해 언론 용어로 ‘자주파’, ‘동맹파’로 세력을 나누고 관료, 학자, 전문가를 그 틀에 집어넣고자 한다. 이것은 기본적으로 국익외교, 실용외교와는 거리가 멀다. 우리의 국익은 어느 나라의 선의에도 기댈 수 없으며 기대어서도 안 된다. 외교는 ‘어떻게’ 라고 묻기 전에 ‘왜’를 물어야 한다. 한·중관계도 한·미관계도 그 선상에서 바라보는 것이 진정한 국익외교가 아닐까 생각하며, 외교안보문제를 둘러싼 양극화 현상을 경계하고 모두의 성찰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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