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정세전망
북한은 전면 대결 태세를 선언하고 장거리 로켓을 발사했으며, 유엔 제재(1718호)에 반발하여 2차 핵실험(5.25)을 단행하였다. 이에 유엔 안보리가 추가 제재(1874호)로 대응하자, 북한은 우라늄 농축과 플루토늄 무기화 등의 조치를 선언하며 한반도의 긴장을 국제적 이슈로 고조시키고 있다. 앞으로 추가 핵물질 생산 및 ICBM 발사, 서해 NLL 군사 충돌 위험성이 우려되며, 북한의 강공책 이유와 한·미정부의 대응책에 대한 물음이 제기된다.
높아가는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상황이 악순환을 계속하며 고조되고 있다. 금년 초부터 북한군 총참모부가 대변인 성명을 통해 남북한 전면 대결태세 진입 및 서해해상 군사분계선 고수를 선언하고,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남북간 정치 군사적 합의의 무효화와 서해해상군사분계선 관련조항의 폐기를 선언하며 군사적 긴장의 불을 지폈었다.
직접적인 남북간 군사충돌을 일어나지 않았지만, 북한은 인공위성을 발사한다며 지난 4월 5일 장거리 로켓을 쏘아올렸다. 하지만 국제사회는 북한의 행동이 지난 2006년의 유엔안보리 결의 1718호 위반이라고 규정하는 의장성명을 채택하고 대북제재를 부활시켰다. 하지만 북한은 이에 즉각 반발하며 의장성명의 철회와 사죄를 요구하고 나섰다. 자신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2차 핵실험을 비롯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우라늄 농축작업 개시 등 보복조치를 취하겠다고 위협했다.
실제로 5월 25일에 북한이 2차 핵실험을 단행하자, 유엔안보리도 이에 맞서 6월 12일 전체회의에서 대북 무기금수, 금융제재, 화물검색 조치 등 추가제재를 담은 안보리 결의 1874호를 채택했다. 그러자 북한외무성이 이에 반발해 우라늄 농축작업 착수, 새로 추출한 플루토늄의 전량 무기화, 봉쇄시 군사적 대응 등 3개 대응조치를 선언했다.
이처럼 북한에 의해 촉발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이제 한반도를 넘어 국제적인 이슈로까지 비화되었다. 공언한 대로 행동해 온 북한의 패턴으로 볼 때, 앞으로 북한은 사용후연료봉의 재처리 작업에 들어가 추가로 무기급 플루토늄을 생산하고 새롭게 우라늄농축작업에 들어가며 동창리에서든 무수단리에서든 추가로 ICBM을 발사할 가능성이 있다. 무엇보다 우리가 우려할 사항은 북한군 참모부의 전면대결태세 선언에 따른 서해해상 NLL 부근에서의 군사적 충돌 위험성이다.
그렇다면 북한은 무슨 이유로 오바마 행정부가 대북정책을 가다듬기도 전에 강공책으로 나오는 것일까. 미국은 어째서 북한의 강공책에 대해 대화를 통해 사태악화를 사전예방하지 못하고 사후약방문 식의 맞대응만 해오는 것일까. 이와 같이 한반도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고 있는데 한국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었나. 지난 6월 16일 한미정상회담에서는 이러한 군사적 긴장의 해소에 답을 내놓았는가.
2012년을 목표로 서두르는 북한
북한의 핵개발이 핵무기국가의 지위를 노린 보유용인지, 아니면 경제보상과 안전보장을 노린 협상용인지 하는 논란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핵무기 없이도 경제회생과 체제안전이 이룰 수 있다는 확신이 들면 핵무기를 포기할 것이고, 아무리 경제보상과 안전보장을 약속한다고 해도 체제불안을 벗어나지 못하면 핵무기국가의 지위를 얻으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도 금년 들어 북한이 보여주는 과거의 행태와 사뭇 다른 점들이 있다. 2005년 4차 6자회담의 ‘9.19 공동성명' 이래 북한은 한반도비핵화라는 공약을 거부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올해 들어 북한은 6자회담을 거부하고 공공연히 핵무기보유국의 지위를 과시하고 있다. 지난 1월과 2월에 방북한 미국의 전직관료 및 북한전문가들에게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북한을 ‘NPT 밖의' 핵무기 보유국으로 인정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방북했던 미국측 인사들과 북한당국의 공식적인 언명들을 종합해 볼 때 북측의 전략을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볼 수 있다. 먼저, 북한의 목표는 2012년까지 ‘사실상(de facto) 핵무기 보유국’의 지위를 확보하는 것이다. 다음, 이러한 목표를 관철하기 위해 기존의 공동성명 ‘9.19 공동성명'에서 밝힌 한반도비핵화 3단계를 4단계로 연장하고자 한다. 이미 종료된 ‘2.13합의’ 가 제 1단계, 마무리단계에서 중단된 ‘10.3합의’ 이행이 제 2단계, 그리고 핵폐기 단계를 둘로 나누어 ‘핵시설의 해체 및 검증’이 제 3단계, ‘핵무기의 포기’가 제4단계이다.
그런데 단지 비핵화의 단계가 세분화된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5개국이 취해야 할 상응조치에 대한 북측의 요구수준이 한층 더 높아졌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제 3단계인 ‘핵시설의 해체 및 검증’의 대가로 북한은 경수로 2기의 완성은 물론 완공 전까지 매년 중유 제공을 요구하고 있다. 그리고 북한 핵프로그램에 대한 검증 실시의 대가로서 주한미군의 전술핵무기 철수를 확인하기 위한 주한미군기지나 한국군 기지에 대한 핵사찰을 요구하고 있다.
가장 난감한 것은 제4단계이다. 북한은 자신들의 핵무기를 포기하는 대가로 대북 적대시정책의 종료, 한국에 대한 핵우산 제거, 한미동맹의 종료를 요구한 것이다. ‘9.19 공동성명'에서 북.미 관계정상화, 한반도평화체제 구축 등이 핵무기 포기의 대가였던 것에 비하면 북측의 요구목록이 한층 까다로워진 것이다.
결국 이것은 북한이 비핵화 3단계까지는 그럭저럭 이행하면서 핵비확산에는 협조할 수 있지만, 북한의 핵무기 포기를 의미하는 비핵화에는 미국측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까다로운 조건을 붙여 과도기적으로나마 ‘사실상' 핵무기보유국의 지위를 인정받고자 한 것으로 평가된다. 물론 완전한 비핵화가 달성될 때까지는 북한의 핵전력화가 가속될 것이다.
그렇다면 북한이 이와 같이 전략을 선회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북한은 6자회담 9.19 공동성명에 따른 ‘안보-경제 교환 모델'이 북한체제의 동요만 심화시켰을 뿐, 북한경제의 희생이나 안전보장의 증진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못했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9.19 공동성명' 그 자체는 북한의 안전보장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이 담겨있지만, 이를 구체화하는 ‘2.13 합의'와 ‘10.3 합의'를 통해서 북한이 얻는 것이 고작 중유 100만 톤에 불과한 반면, 북한이 내놓게 된 것은 핵시설의 불능화로서 체제안전의 일부분을 포기했다는 판단이다.
더 나아가 북한은 부시행정부가 자신들의 핵 신고서 제출 및 냉각탑 폭파에 대한 대가로서 약속한 테러지원국 해제가 제때에 이행되지 않았으며 일본은 6자회담과 관계도 없는 일본인 납치의혹을 제기하며 아예 중유제공에도 참가하지 않는 등 미.일의 관심이 북한체제의 흔들기에만 관심을 둘 뿐 자신들의 약속을 이행하는 데는 무관심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한국에서 이명박 정부가 등장함으로써 ‘안보-경제 교환 모델’이 계속 작동될 수 있을지 그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된 것이 가장 큰 원인이 되었다.
결국 북한은 금융위기의 극복과 이라크 철군 및 아프간 재배치, 이란 핵문제라는 산적한 과제들을 안고 있는 오바마 행정부의 출범을 자신들의 새로운 전략을 관철시킬 수 있는 기회로 삼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단지 미국의 관심을 끌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목표를 관철시키기 위해 강수를 두고 있는 것이다.
북한은 방북한 미국측 인사들에게 자신들의 목표를 분명히 전달했으며, 미국이 쉽사리 자신들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보고 2차 핵실험, ICBM 시험발사, 우라늄농축프로그램의 착수 등 후속조치들을 마련해 놓았던 것이다. 그리고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한층 강화될 것에 대비해 신년공동사설에서 혁명적 군중노선에 입각한 천리마운동을 재천명했으며 오는 10월 10일 조선노동당 창건일까지 150일 전투를 시작했다.
북한으로서는 유엔안보리가 추가적인 대북제재에 들어간다고 해도 1차 핵실험 때의 대북제재 수준을 뛰어넘는 더 큰 제재가 나올 것이 없다고 판단했으며, 설령 제재 수위가 높아져도 자력갱생노선에 입각한 혁명적 군중노선으로 버티겠다는 의도였던 것 같다. 이와 같은 새로운 핵전략 목표와 의도가 북한의 전략을 선회하게 만든 이유인 것으로 보인다.
우선 순위의 고민에 빠진 미국
세계적인 금융위기와 국내산업의 구조조정, 이라크 주둔비용의 절감, 국제공조 하의 아프간전쟁 수행, 이란의 핵개발 저지를 위한 노력 등이 새로 출범한 오바마 행정부의 정책 우선순위였다. 그런 점에서 그럭저럭 관리되고 있던 북핵문제는 긴급한 미국 대외정책의 우선순위에는 들지 못했던 것이다.
미국의 대외정책에서 북핵문제가 뒤로 밀린 것은 다른 현안들에 밀렸기 때문만이 아니라, 대북라인의 인선이 지체되면서 대북정책의 검토가 지연된 데도 커다란 이유가 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이 오바마 행정부 출범 초기부터 높은 수준의 요구를 제시하면서 강수를 두는 바람에 미국정부로서도 매뉴얼을 넘어서서 어떻게 근본적으로 대처해야 할지 해답을 찾지 못한 것 같다.
미국의 대북정책이 아직 확정되지 못한 데에는 무엇보다 미 대선 당시 오바마 진영의 한반도정책을 담당했던 인물들과 출범 직후 미국의 외교안보라인에 들어선 인물들이 서로 다르다는 데서 원인의 하나를 찾아볼 수 있다. 대선 당시에는 당시 상원 외교위원장이던 바이든 진영에서 한반도정책을 담당했다. 이들은 오바마 집권 1년 이내에 북.미 정상회담을 제안하는 등 관계개선을 통한 핵문제 해결에 매우 적극적이었다. 하지만 탕평책 차원에서 마련된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안보수장인 국무장관에는 경선과정에서 경합을 벌였던 힐러리 클린턴이 임명되었다.
힐러리 클린턴은 국무장관 인준청문회에서 2008년 4.8 싱가포르 합의를 뒤집고 플루토늄 뿐만 아니라 농축우라늄, 핵환산 문제를 같은 비중으로 다루겠다고 발언했다. 4.8 북.미 합의에서는 플루토늄 문제만 6자회담에서 먼저 해결하고, 나머지 문제들은 추후에 북.미간에 협의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힐러리 국무장관의 주장은 3차 6자회담 때까지 미국측이 강력히 주장했다가 ‘9.19 공동성명'의 채택과정에서 삭제된 CVID를 그대로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힐러리 국무장관은 과거 클린턴 당시의 대북정책의 토대를 두고 있으나, 북한의 로켓발사 및 2차 핵실험 등으로 기존정책을 그대로 써먹을 수 없게 되었다. 이처럼 오바마 정부의 출범 전후의 한반도 외교안보라인의 대북정책에는 온도 차이가 나는 것이다.
미국의 대북정책 검토가 지연된 또 다른 원인으로는 동아태차관보 자리가 오랫동안 공석으로 있었다는 점이다. 부시 행정부 당시 동아태 차관보가 6자회담 수석대표를 맡으면서 동아태 지역현안의 해결에 소홀했다는 문제제기가 나오면서, 오바마 행정부는 대북협상대표와 동아태차관보의 역할을 이원화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그리하여 2월 중순 대북정책특별대표로 보즈워스 전임 주한미대사가 임명되었다. 보즈워스 특별대표는 비상근이기 때문에 평소에는 보스톤에 머물러 있다가 회의 때만 워싱턴으로 온다. 그는 미 국무부 동아태국의 지원 없이는 아무 일도 할 수 없지만, 정작 동아태차관보로 내정된 커트 캠벨은 지난 6월 10일에야 상원 인준청문회를 가졌고 6월 16일 한미정상회담 때까지 정식으로 임명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대북정책의 인선이 늦어지고 그에 따라 대북정책 검토가 지연되는 가운데, 북한이 잇달아 강수를 두자 미 국무부가 제대로 된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북한의 로켓발사와 2차 핵실험에 대해 기존 매뉴얼대로 유엔안보리로 가져가 국제공조 하에 제재조치를 결의하는 형식적인 대응책밖에 내놓지 못하였다. 그런 과정에서 미국의 중장기 대북정책에 따른 대응이 아니라 한.일 연대에 의한 강경책에 끌려가는 모습까지 보였다.
북한의 로켓을 장거리 탄도미사일로 규정함으로써 적정수준의 대응에 실패하였으며 결과적으로 대북 강경론으로 귀결되었다 3월, 5월에 보즈워스 특별대표가 방북을 희망하였으나 그의 방북 목적이 ‘미사일’ 발사의 억제와 6자회담 복귀에 있었을 뿐, 북측이 일찍이 미국에 제시했던 요구사항에 대한 대답을 할 만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그러한 형편을 잘 아는 북한으로서는 그의 방북을 받아줄 리 만무했다.
그렇다면 2차 핵실험까지 단행했고, 앞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의 발사와 우라늄 농툭의 착수까지 예고된 마당에 미국이 취할 수 있는 정책방향은 무엇인가. 현재 미국에서는 새로운 대북정책과 관련해 군사제재론(Military Option), 은근한 무시론(Benign Neglect), 6자회담 복귀론(Resumption), 전략적 관리론(Strategic Management)의 네 가지 방향에서 검토가 이루어지고 있다.
군사제재론은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 등이 주장하고 있으나, 금융위기와 이라크, 아프간 문제에 발목이 잡힌 미국이 채택하기 어려운 대북정책 선택지이다. 미국 내에서 가장 만연하고 있는 것이 은근한 무시론이지만, 과거 부시 행정부 때 채택했다가 북한에게 플루토늄 추가생산과 핵무기 제조의 시간만 주었다는 비판을 들었던 방법이어서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미 국무부의 공식입장은 부시 2기 행정부 때부터 추진해 왔던 6자회담 복귀론이지만, 북한외무성이 이를 공식 거부하고 있어 이 방안 역시 실효성이 없다.
최근 미국의 새로운 대북정책으로 조심스럽게 떠오르고 있는 것이 바로 전략적 관리론이다. 이 방안은 한 때 CIA의 한국지부장과 동북아담당 국가정보관을 역임했던 아서 브라운이 피력한 바 있으며 동아태차관보로 내정된 커트 캠벨이 소장으로 있던 신미국안보센터(CNAS)의 보고소에서 이 같은 이름으로 제안되어 있다. 전략적 관리론 안에서도 북측의 요구를 수용하는 수밖에 없다는 협상우위론과 대북제재와 5자협의체 구성 등을 구사하는 압박우위론의 온도차가 있다. 하지만 북핵의 확산 방지와 북한체제의 조기붕괴 방지를 위해 북.미 직접협상이 불가피하다고 인식한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현재와 같은 미국의 6자회담 복귀론은 커트 캠벨 차관보가 본격적으로 대북정책을 검토하면서 자연스럽게 전략적 관리론으로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협상우위론과 압박우위론 가운데 어느 쪽을 선택할지는 몇 가지 상황적 변수에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와 같이 북한의 핵실험과 같은 군사도발이 계속될 경우 대북압박을 기조로 하면서 대화를 병행하는 압박우위론이 힘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반면, 오는 일본총선에서 비자민 연립정부가 등장할 경우 협상우위론이 힘을 얻게 될 것이다. 일본 민주당 정부가 들어선다고 곧바로 일본의 대북정책이 바뀌진 않겠지만, 지금까지 유지되어온 한일간 대북공조가 약화되는 것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한미 정상회담 이후의 한반도 정세전망
북한의 2차 핵실험 실시와 ICBM 발사움직임 등 한반도 안보정세가 어느 때보다 요동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이명박 대통령과 오바마 미 대통령간의 한미 정상회담이 지난 6월 16일 워싱턴에서 개최되었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는 지난 부시 미 대통령 재임기간에 약속했던 한미 전략공동비전을 담은 공동선언을 발표하고 북핵문제에 대한 한.미 정상간의 확고한 자세를 밝히는 데 주목적을 두었다. 그밖에도 한.미 FTA와 2012년 전작권 전환문제, 아프간에서의 국제협력 방안 등에 관해서도 논의되었다.
“21세기 벽두에 나오는 한미동맹 비전이라면 당연히 소프트파워에 바탕을 둔 것이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미래지향적이라기보다는 과거회귀적이라는 김영희 중앙일보 대기자의 지적대로, 당면한 북핵 위협에 대해 공동대처하는 데 우선순위를 두었다. 그 결과 한미동맹의 미래비전을 보여주기보다는 핵우산을 포함한 확장억제력을 명문화했고,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완전하고 되돌이킬 수 없도록 폐기해야 한다는 데 집중학 측면이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소프트파워를 기초로 하드파워를 결합하는 스마트파워를 강조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한미동맹 공동비전에서 보여준 북한의 핵 미사일에 대한 해법은 하드파워에 의한 해결에 치중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한반도 정책 책임자인 동아태 차관보가 부재한 상태에서 우리 정부의 입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이지만, 앞으로 커트 캠벨 동아태 차관보가 본격적으로 대북정책을 검토하고 추진할 경우 이러한 공동비전이 껍데기만 남게 될 위험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되는 문제점도 예상된다.
국내 전문가 중에 이번 한미동맹 공동비전에서 “자유민주주와 시장경제에 입각한 평화통일"을 명시한 점이 최대성과라고 평가하는 이들도 있지만, 한국주도의 흡수통일의 가능성을 열어놓아 북핵문제의 해결을 위해 절실히 요구되는 중국의 협조를 얻는 데 한계로 작용할 소지를 남겨놓았다. 무엇보다 이명박 대통령이 중국 러시아를 포함하는 ‘5자 협의’를 제안한 상태에서 (북한은 물론) 중국을 자극할 수 있는 표현을 담은 것은 두고두고 부담으로 남게 될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혼란을 가중시킨 것이 이명박 대통령이 제안했다는 ‘5자 협의'이다. 조선일보(2009.6.17)에서는 이 구상을 ‘5자간 협의를 먼저 진행한 뒤, 미국이 5자를 대표하여 북.미 협상을 전개한다'는 2단계론으로 풀이했다. 하지만 다음날 문태영 외교통상부 대변인은 “5자 협의 후에 미국이 대표로 북한과 협상한다는 논의는 없었다"며 이와 같은 보도를 부인했다. 어느 것이 진의된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6자회담 5개국의 공조를 유지하면서 북.미 직접협상을 인정하는 것이어서 중국, 러시아가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2단계론이 차라리 현실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우리 정부의 ‘5자간 협의’를 설득하러 간 위성락 본부장의 방중 때 드러난 중국정부의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면 이마저도 쉽지 않아 보인다. 중국정부로서도 북한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뿐 아니라, 6자회담 주도국으로서의 지위도 잃고 싶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중국이나 러시아의 중재 노력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끝까지 강경태도를 굽히지 않고 군사적 모험주의를 계속할 경우, 중국이나 러시아가 5자간 협의에 참가하게 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향후 북 미관계와 남북관계는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현재 미국내의 논의로 볼 때 커트 켐벨 차관보가 정식으로 취임하여 대북정책 검토를 마치게 되면 본격적으로 북.미 직접대화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북한에 억류된 미국국적 여기자들의 석방문제가 대화의 중요한 계기로 작용할 것이다. 현재로서는 8월말이나 9월 중에 본격적인 북.미 대화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북측이 요구해 온 고위급 직접대화는 어느 정도 대화분위기가 무르익어야만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북.미 대화의 가능성이 비교적 높은 데 반해, 남북대화의 전망은 여전히 어둡다. 지금 공동선언의 존중 및 이행과 같은 남북간의 근본적인 문제 외에 북측에 억류된 현대아산 근로자 유씨 문제와 개성공단의 토지사용료 및 임금 인상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쉽게 남북관계의 개선을 점치기 어렵게 되어 있다. 무엇보다 북측이 그 동안의 불만을 군사행동으로 표출할 경우 북.미관계의 진전과 무관하게 남북관계가 장기간 표류할 수밖에 없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건강이상설과 2012년의 정권승계를 위해 북한에 시간이 없기 때문에, 결국 시간은 우리 편이라고 보는 견해가 우리 정부 안에 팽배해 있다. 하지만 우리가 기다리는 동안 북한이 영변원자로나 새로운 우라늄 농축시설을 통해 핵분열 물질을 추가 생산하고 추가 핵실험을 통해 핵탄두의 소형화 기술을 확보할 경우, 한반도 안보상황은 지금보다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 이것은 시간이 우리 편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 미국에서는 은근한 무시론을 벗어나 전략적 관리론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이제 우리의 대북정책도 근본적인 검토에 들어가야 할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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