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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eace Foundation 평화재단

현안진단 4호

천암함 사건 100일,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조회
1
등록일
2010-07-05

천암함 사건 100일,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천안함 사태와 관련하여 주변국들이 과거 동맹국 대치 국면을 연상시킬 정도로 입장 차이를 보이면서, 결과적으로 남북한 모두 불필요한 소모전을 펴 패배자가 될 위험이 높아졌다. 경색된 남북 관계를 복원할 타이밍을 놓치면 G20 성공적 개최나 경제 회복세에 타격이 올 수 있다. 우리가 선택해야 할 길은 오직 하나, 이 천안함 국면을 파국으로 만들지 않고 슬기롭게 넘겨 상생·공영의 남북 관계를 만들어가는 계기로 활용하는 것이다.

7월 3일은 ‘천안함’이 침몰한 지 100일째 되는 날이다. 지난 3월 26일 발생한 이 천안함 침몰사건으로 46명의 무고한 대한민국 젊은이들이 목숨을 잃었다. 민․군 합동조사단은 천안함의 침몰이 북한의 130톤 연어급 잠수정의 중어뢰 공격에 의한 것임을 지난 5월 20일 발표했다. 하지만 이러한 정부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침몰 원인을 둘러싼 정치적 공방은 치열해지고 우리 사회 내부의 갈등도 점차 확산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남과 북의 교류협력이 중단되었고, 북한은 남북 간 모든 통신을 단절한 채 서해상 우발적 충돌 방지를 위해 맺었던 쌍방 간 합의를 완전 무효화했다. 또한 북측은 ‘서울 불바다’ 등을 운위하면서 남한에 군사적 타격을 가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이처럼 한반도의 긴장 상태는 그 어느 때보다 긴박하며, 이제는 국제사회에서 우려의 눈길을 보내고 있는 형편이다.

 

여기서 우리는 생각해보아야 한다. 천안함 사태에 함몰되어 국가발전을 위한 중요한 아젠다(agenda)를 상실하는 것은 과연 바람직한 일인가? 북한이 원하는 평화와 전쟁 중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가는 것은 우리의 국가적 이익에 도움이 되는 것인가? 20세기 냉전의 산물인 이념의 망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또 다시 찢어지고 갈라지는 것이 우리의 한계일 수밖에 없는가? 나라를 걱정하는 대부분의 국민은 이와 같은 착잡하고 안타까운 심정을 나누고 있다. 

 

정부는 천안함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국가의 안보 및 위기관리와 평화조성능력에 대해 국민들이 느낀 불만과 불안감을 잘 받아들여야 한다. 지금처럼 정부가 국가위기관리에 실패하고 신뢰할만한 평화조성능력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앞으로의 국정운영이 순조롭지 못하게 될 위험성이 있다. 이명박 정부가 레임덕 없이 남은 임기 동안 국정운영을 원활히 하고자 한다면, 이제라도 천안함 국면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 악화된 남북관계를 정상화시켜야 한다. 

 

이제 우리는 지속적인 국가 발전과 민족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천안함 침몰 사건을 반성적으로 성찰하고,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방도를 찾는데 지혜를 모아야 한다. 지금은 모두가 민족의 미래를 멀리 그리고 크게 내다보면서, 정략을 버리고 전략을 찾아야 할 때이다. 이를 위해 앞으로 전개될 천안함 사태의 예상 시나리오를 점검해 보고, 앞으로 정부가 취해야 할 자세와 대안에 대해 고민해보도록 하자.

 

 

천안함 사태, 연착륙할 것인가 경착륙할 것인가

 

국내외에서 어려움에 봉착한 천안함 사건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천안함 사건은 연착륙할 것인가, 아니면 경착륙할 것인가? 경착륙이 아닌 연착륙을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첫 번째 시나리오는 북한이 한국정부의 조사결과를 받아들여 공식사과하고 책임자를 처벌함으로써 천안함 국면을 종결시키는 것이다. 이 방식대로 천안함 문제가 종결된다면 한국정부는 대북관계에서 우위를 점하고 남북대화를 재개할 명분을 가질 수 있다. 그리고 미국 등 6자회담 참가국들도 북한이 요구하는 유엔 안보리 제재 해제와 평화협정 논의의 보장 등 6자회담 재개 조건에 대한 부담을 덜게 될 것이다. 6자회담의 성격도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논의로 선회할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유엔 안보리에서 북한의 책임을 명시하고 북한을 규탄하는 내용의 의장성명을 채택하는 것이다. 비록 유엔 안보리에서 북한에 대한 구속력 있는 결의가 채택되지 않는다고 해도, 북한의 책임을 명시하고 규탄하는 의장성명을 명분으로 한․미․일․EU 등이 추가적인 양자제재를 가함으로써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응징을 일단락하고 천안함 국면이 종결될 수 있을 것이다. 

 

세 번째 시나리오는 천안함 사건에 대한 북한의 책임을 묻는 유엔 안보리 의장성명을 채택하는 데 실패하는 것이다. 이때 사실상 북한에 대한 추가적 양자제재는 추진력을 크게 잃게 되고, 이러한 상황에서 6자회담이 재개될 수밖에 없다. 의장국 중국의 적극적인 중재로 미국과 북한이 개별 접촉을 가진 뒤 6자회담으로의 복귀수순을 밟게 되면, 천안함 국면은 한국의 의도와 상관없이 6자회담 국면으로 넘어가게 될 것이다.

 

네 번째 시나리오는 북한을 규탄하는 내용의 유엔 안보리 의장성명 채택이 불발로 끝나고 국내에서는 천안함 침몰 원인을 둘러싼 진실공방이 가열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남북한 사이에 긴장이 고조되고 군사적 충돌이 발생하여, 한반도 내에서 국지전이 벌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한국군이 이미 설치한 11곳의 시설을 통해 대북심리전을 위한 방송을 시작하면 북한군이 이에 조준사격을 가하는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결국 양자 간 보복 전투가 이어지면서 국지전으로까지 치닫는 최악의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위의 네 가지 시나리오 가운데, 첫 번째가 가장 바람직한 경우이지만 최근 북한의 반응으로 볼 때 그들이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 두 번째도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태도가 완강하여 북한의 책임을 명시하고 규탄하는 의장성명을 채택하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처럼 연착륙의 시나리오가 실현될 가능성이 높지 않은 가운데, 상대적으로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 세 번째와 네 번째 시나리오이다.

 

세 번째는 천안함 사건이 국제적으로는 유야무야되고 ‘선(先) 천안함 문제 해결’을 내건 이명박 정부의 위신과 국정 장악력이 크게 떨어지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네 번째는 천안함 국면과 국내의 진실공방을 불식시키겠지만, 남북 관계와 한반도 안보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게 되어 ‘악재를 더 큰 악재로 덮어 버리는’ 경우일 수 있다. 따라서 이 두 가지는 이명박 정부가 결코 원하지 않는 경착륙 시나리오일 가능성이 높다.

 

 

천안함 국면의 출구를 마련하기 위한 과제

 

천안함 사태의 해결 방안을 두고 주변국들 간에도 마치 과거의 동맹국 간 대치 국면을 연상하게 할 정도의 입장 차이가 벌어지고 있다. 동맹 간 대치라는 틀은 21세기적인 생존과 번영을 구가해 나가는데 걸림돌이 될 뿐이다. 어떻게 보면 이번 천안함 사건으로 인해 남북한만 패배자가 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남북한은 각자 자신에게 유리한 국제 환경을 조성하고 국제 사회의 지지와 응원을 구하기 위해 불필요한 소모전을 펴왔다. 따라서 경색된 남북 관계를 전환할 타이밍을 놓치고, 이를 복원하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게 되었다. 남북 관계가 더 이상 파국으로 치달을 경우 우리로서는 G20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장담할 수 없을 것이고, 현재 회복세에 들어선 경제에 타격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가 선택해야 할 길은 오직 하나다. 이 천안함 국면을 파국으로 치닫게 하지 않고 슬기롭게 넘기며 상생․공영의 남북 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계기로 활용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천안함 국면을 파국으로 치닫게 하지 않고 연착륙시키기 위해 이명박 정부는 당장 무엇부터 해야 할 것인가? 또한 한반도 안보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북핵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해 나가기 위해 남북 관계를 어떻게 다루어 나가야만 하는 것인가? 

 

첫째, 지난 5월 24일 통일․외교․국방 3부 장관이 발표한 대북조치를 전면적으로 보류하고, 유엔 안보리의 처리 결과에 따라 우선순위를 재조정하거나 속도 조절을 실시하는 것이다. 국제사회에서 북한에 대한 책임을 묻는 명료한 판단이 나올 때까지는 대북 해상 무력시위나 PSI 훈련 등을 실시하는 것은 대내외의 공감대를 얻을 수 없을 뿐 아니라, 남북 관계의 회복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둘째, 천안함 사건의 책임규명 작업과 함께 6자회담 재개노력을 병행해 추진하는 것이다. 천안함 사건의 책임규명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남북 관계의 정상화 노력을 병행하기는 어렵겠지만,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은 남북한에 국한되지 않은 국제현안이기 때문에 양자를 병행하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 천안함 문제가 종결되지 않더라도 6자회담의 틀 속에서 남북한 대표가 만난다면 6자회담이 남북 관계 복원의 창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국제사회의 흐름에 등 떠밀려 6자회담으로 가는 초라한 한국의 모습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셋째,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조건 없이 재개함으로써 남북 관계의 돌파구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명박 정부는 대북 인도적 지원의 세 가지 조건 가운데 하나로 ‘긴급한 인도적 상황의 발생’을 제시한 적이 있다. 통일부의 5.20 대북조치에도 영유아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예외로 했다. 현재 북한은 예년과 같이 식량난에 시달리고 있고 아사자들이 발생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영유아에 대한 인도적 지원에서 출발하여 포괄적인 대북 인도적 지원으로 확대해 나간다면 북한의 태도 변화를 이끄는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 주게 될 것이다.

 

넷째, 우리가 능동적으로 상황을 관리하고 북한에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여 남북 관계를 주도해 나가야 한다. 북한이 행동하면 이를 처리하기 위해 따라 다니는 수세적 대응방식은 이제 지양해야 한다. 우리가 도달해야 할 목적지까지는 북한을 움직여 함께 가야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먼저 움직일 수밖에 없다. ‘북한의 버릇을 고친다’는 명분으로 대북 전략의 탄력성마저 잃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10.4 선언에 근거한 총리회담이나 군사회담의 진행, 평화체제 전환에 대한 논의 등을 전략적 차원에서 고려할 필요가 있다. 과거 아웅산 폭파만행 사건 후 우리가 먼저 경제지원 제의와 북측 수재 지원물자의 인수로 제2기 남북대화기를 열었던 사례 등을 참고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섯째, 이번 사태를 국가의 위기관리 능력을 제고하고 국민화합을 이루는 계기로 승화시켜야 한다. 우리 군이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국가안보태세에 대한 전면적 재점검 및 시정을 단행하고 이 결과를 국민들에게 보고해야 한다. 또한 정부의 조사결과에 대해 검증의 필요성을 제기했다고 해서 시민단체나 네티즌들을 고소고발한 일은 국민화합의 차원에서 취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국은 경제발전에 이어 민주화에 성공을 한 세계에 유례를 찾기 어려운 모범국가이다. 하지만 민주화 이후 국론이 분열되면서 역대 대통령들은 예외 없이 정권 말기에 레임덕 현상에 시달려야 했다. 그런 점에서 성공한 국가지도자가 되기 위해서는 위기에 대처하는 능력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위기 발생을 사전에 예방하고 이를 관리하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또한 불가피하게 위기가 발생했을 때는 사태를 악화시키기보다 평화를 만들어가는 능력을 보여줌으로써 국민들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이명박 정부가 천안함 사태를 남북 관계 재조정의 기회로 삼음으로써 차후에 긍정적인 역사적 평가를 받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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