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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eace Foundation 평화재단

현안진단 7호

다시 새기는 진정한 ‘8.15’의 뜻

조회
2
등록일
2010-08-19

다시 새기는 진정한 ‘8.15’의 뜻

8.15 광복과 정부 수립의 진정한 의미는 분단을 넘어선 통일과 평화 구축에 있다. 민족 단결 실패와 올바로 대처하지 못한 종전 처리 과정에서 분단이 시작되었기에, 6.25를 종식하고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바꿔야 통일의 기초가 된다. 현재 통일만 강조하고 평화 노력은 부족한데, 진정한 통일을 위해 평화와 화해 협력을 함께 추구해야 한다.

1945년 8.15와 1948년 8.15

 

우리는 매년 8월 15일을 이중으로 기념하고 있다. 이날은 일본 제국주의 식민 지배로부터 벗어난 날이기도 하지만 그 3년후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날이기도 하다.

 

이처럼 ‘두 개의 8.15’를 경축하게 된 것은 광복이 곧바로 온전한 민족국가의 수립으로 이어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해방 직후 우리 민족이 단결하지 못하고 종전 처리 과정에 올바로 대처하지 못함으로써 분단의 씨앗이 뿌려졌던 것이다. 

 

8.15의 진정한 뜻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분단된 민족이 하나의 공동체 안에서 자유와 번영을 구가할 수 있도록 제도적 통일을 이루어야만 한다. 하지만 그에 앞서 6.25 동족상잔을 법적으로 종식하고 다시는 전쟁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는 안전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올해는 6.25가 발발한지 6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하루속히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여 한반도에 공고한 평화를 구축하는 것이 통일로 가는 디딤돌이 된다. 

 

그런데 최근 한반도 정세를 보면 오히려 평화와 통일의 길에서 멀어지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 통일에 대비하자는 목소리는 높지만, 정작 통일의 전제가 되는 평화체제를 만들려는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 통일의 비전이 없는 평화만으로는 분단고착화로 이어질 우려가 있는 반면, 평화와 화해협력을 위한 노력 없이 통일만 주장하는 것은 공염불(空念佛)이 되고 말 것이다. 그것이 우리가 통일과 평화를 함께 말해야 하는 이유이다.

 

 

1960년 8.15와 1970년 8.15

 

우리는 과거 남북한이 발표했던 두 개의 8.15 기념사를 되새겨 보고자 한다. 하나는 4.19혁명 직후인 ‘1960년의 8.15’이다. 4.19혁명으로 남한에 민주적 정부가 들어서자, 김일성은 ‘해방 15주년 경축대회’에서 최초로 연방제 통일방안을 제시했다. 통일전선전술에 입각해 남한의 혼란을 부채질하려는 의도가 있었지만 어쨌든 ‘통일지상주의’ 노선을 선택했음을 의미한다. 북한은 지금도 공식적으로는 이러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다른 하나는 국제적 냉전 기류의 퇴조와 닉슨 독트린이라는 미국의 대한반도 정책변화 속에서 맞은 ‘1970년의 8.15’이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8.15 경축사를 통해 남북한이 평화적으로 공존하면서 통일기반을 조성하고 개발과 건설을 위한 선의의 경쟁에 나서자고 촉구하였다. 역대 정부가 취했던 ‘先 건설, 後 통일’ 노선을 처음으로 구체화한 것이다.

 

그렇다면 남과 북의 ‘8.15선언’이 발표된 지 각각 40년과 50년이 흐른 2010년 8월 15일의 현 시점에서 두 노선을 어떻게 평가해 볼 수 있을까? 

 

대한민국은 ‘先 건설, 後 통일’의 입장에서 산업화와 함께 민주화도 성공적으로 이루어 내었다. 이 과업들이 어느 정도 달성된 1987년, 가장 민주적 개헌으로 평가되는 9차 개헌으로 헌법에 ‘평화통일조항’을 신설하였다. 현행 헌법 4조는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주의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은 한국사회의 산업화와 민주화가 가져온 중대한 성과이며 역사적이고 논리적인 필연이다. 이러한 헌법정신에 기초하여 제시한 1988년 ‘7.7선언’은 분단의 현실과 북한의 실체를 인정하고 남북대화와 교류‧협력을 시작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렇다면 ‘통일지상주의’를 내세운 김일성 주석의 ‘8.15선언’은 어디까지 왔는가? 북한의 연방제 주장은 70, 80년대를 거치면서 점차 변질되어 왔다. 북한은 지금도 연방제 통일을 앞세우고는 있지만 실질적으로 제도통일은 후대에 맡긴다는 명분하에 분단 고착화를 추구하고 있지 않은지 의문이 들 정도이다. 오늘날 북한은 산업화도 민주화도 이루지 못한  실패국가의 전형이 되었다. 자기 나름의 기준대로 핵무기를 보유한 강성대국이 됐다고 자부할지 모르지만, 오히려 민족을 더욱 위험에 빠트리고 평화통일의 길을 더욱 멀게 할 뿐이다. 

 

40년, 50년 전에 남북의 최고지도자가 밝혔던 두 개의 ‘8.15선언’의 성패는 분명해졌다. 

 

북한은 이제 더 이상 우리의 경쟁상대가 아니다. 북한은 핵개발이나 긴장고조 행위를 계속하기보다 인민생활 수준을 높이는데 우선을 두는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것만이 북한경제를 회생시키는 방도이며 평화통일의 기초를 놓는데 협력하는 길이다.

 

우리도 박정희 대통령이 40년 전에 약속한 ‘8.15’의 다짐을 적극 이행해야 한다. 헌법(제69조)은 대통령에게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라는 의무를 부여하고 있지 않은가?

 

 

그리고 2010년 8.15

 

일제에게 나라를 빼앗긴 지 100년이 되며 6.25전쟁 발발 60주년이 되는 올해의 ‘8.15’가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각별하다. 민족이 분열하여 단합하지 못하면 주변국에 휘둘리어 그 정체성마저 잃게 된다는 경고를 주고 있고, 진정한 광복을 완성하기 위해 하루속히 화해와 평화의 길에 들어서라고 호소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금년 ‘8.15 경축사’에서 "남북이 함께 평화와 번영을 이루어 통일의 길로 나아가는 것은 한민족의 염원이며, 진정한 광복을 이루는 길"임을 천명하였다. 민족사의 흐름과 요구에 정확히 부합하는 인식이다. 또한 20여년 전 9차 개헌때 국민적 합의와 염원으로 만든 평화통일 조항을 재확인한 것이다. 남북 간의 긴장 고조로 앞이 안보일 정도로 불안해진 한반도 정세에서 평화통일이라는 민족사 흐름의 정방향을 잃고 있지는 않았다는 점에서 다행스럽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절실히 필요한 것은 이러한 당위적 반복이 아니라 실천적 방법론이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 

 

평화공동체와 경제공동체를 거쳐 민족공동체를 지향한다는 평화통일과정은 20년 이상 역대정부가 견지해온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을 과제 중심으로 다시 쓴 것으로, 일면 타당해 보이지만 자칫 이를 단계화할 경우 첫 걸음도 떼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평화와 경제협력은 단계로 될 수 없고 되어서도 안된다. 서로 맞물려 동시적으로 추구되어야 할 과제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평화공동체를 어떻게 달성할 것인가에 대해 언급이 없다. 다만 북한이 더 이상의 도발을 중단하고 대결정책을 바꾸어야 하며, 비핵화를 이루어야 한다고만 강조하였다. 

 

북한의 결단이 있을 때까지는 움직이지 않겠다는 자세와 태도에서는 평화공동체를 형성하려는 적극적 실천의지를 볼 수가 없다. 

 

한반도와 북한의 현실에서 비핵화 과정은 매우 복잡하고 장기간이 소요되는 과정이 될 것이다. 원샷딜(One-Shot Deal)로 단번에 달성될 문제가 아니다. 비핵화는 평화구축의 핵심요소로 한반도 평화구축 로드맵(Road Map)과 밀접히 관련된 문제이다. 6자회담의 ‘9.19 합의’가 좋은 예이다. 북한의 결단이 절실히 요청된다는 점은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당면해서 필요한 것은 북한의 결단을 재삼 촉구하는 문제가 아니라, 공전하고 있는 6자회담을 복구하기 위해서 무엇을 할지에 대한 실천적 정책인 것이다.

 

남북간 포괄적 교류협력으로 경제공동체를 이룩해 나간다는 것도 ‘7.7선언’이 제시하고 ‘6.15공동선언’이후 실천해 오던 정책을 반복한 것이다. 문제는 천안함 사건이후 단절되고 경색된 남북관계를 어떻게 복원시키는가? (아니면 어떻게 새로운 단계로 도약시킬 것인가? 아니면 경축사 표현대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가?)하는 구체적 방법론이다. 당위의 반복이 아니라 현실을 냉정히 받아들이는 가운데 취할 실천적 현안 타개 방향이 요청되고 있다.

 

‘분단의 평화적 관리’와 ‘평화통일의 실천적 추구’는 동전의 양면이다. 평화적 통일은  평화구축의 기초위에서만 가능하다. 이번 ‘8.15 경축사’에 언급된 ‘통일의 길’이 50년전 박정희 대통령의 ‘後 통일’ 과제를 실천하는 의미라면, 평화와 화해를 위한 적극적 현안타개 노력이 함께 했어야 한다. 또한 기왕 話頭로 제시된 ‘통일세’ 문제도 사계의 전문적 검토를 거쳐, 무엇이 통일비용으로 예상되는지? 부담은 얼마나 되는지?, 이를 절감하려면 어떤 노력을 사전에 해야 하는지? 보다 체계화해서 제시했어야 설득력이 있다.

 

북한이 움직일 때까지 기다리면서 우리는 통일비용으로 쓸 돈이나 쌓아두자는 것은 현실적이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평화공동체를 이루는 실천적 노력을 뒷받침하는 재정적 준비의 표현이 통일세라면 그런대로 의미가 있겠지만, 현안타개의 방도와 이에 기초한 장기적 비전이 결여된 통일세 논란은 무의미하다. 국민을 혼란시키고, 북한으로 하여금 남한의 의도를 오판하게 만들어 대남 적대적 자세를 강화하는데 구실이 되어줄 뿐이다.

 

남북화해와 평화통일을 위한 현안타개의 정책의지와 실천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민족 내부의 불신과 적대, 그리고 단절과 분열은 아무래도 8.15의 진정한 뜻과는 거리가 멀다. 

 

11월에는 대한민국의 국가위상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G-20 서울정상회의가 열린다. 천안함 사건의 후유증으로 어수선한 한반도 정세 속에서 우리는 세계에 무엇을 보여주어야 하며 또 보여줄 수 있는가? 그것은 단지 발전된 경제모습만이 아닐 것이다. 한반도의 긴장과 불안정을 평화적으로 관리하면서 평화통일을 추구하는 성숙된 능력을 보여줄 때 우리는 세계평화와 인류의 공동번영에 기여하는 명실상부한 선진국으로 진입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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