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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eace Foundation 평화재단

현안진단 8호

미‧중의 새로운 대북관계 모색과 한국의 전략적 선택

조회
4
등록일
2010-09-01

미‧중의 새로운 대북관계 모색과 한국의 전략적 선택

미국의 상대적 쇠락과 중국의 부상으로 미·중 갈등이 한반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중 갈등 속에서 한국은 한·미 동맹과 한·중 협력을 조화시키며 자체 역량을 키워야 한다. 이를 위해 남북관계 개선이 필수적이며, 북한을 움직이는 지렛대를 확보해 미·중 대립 구도에서 주도권을 잃지 말아야 한다. 한반도 미래 비전을 선도적으로 제시하여 평화와 통일을 주도적으로 이끌어야 한다.

김정일 위원장의 전격 방중의 배경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중국을 전격 방문(26~30일)하고 돌아왔다. 후진타오 국가주석도 창춘까지 가서 북‧중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번 방중은 지난 5월초 베이징을 방문한지 석 달 만에 이루어진 것이라는 점에서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특히 방문일정도 김일성 주석이 어린 시절 다니던 중학교 방문과 항일열사들이 묻혔다는 북산공원 참배에 이어 ‘창지투 개발선도구’의 핵심도시인 지린, 창춘, 투먼을 모두 돌아보는 긴 여행길이었다. 

 

김정일 위원장의 이번 방중 목적이 무엇인지는 시간이 지나야 정확히 알 수 있겠지만, 지난 5월 5일에 있었던 북‧중 정상회담에 이은 후속회담의 성격을 띠고 있는 점은 분명하다. 지난 정상회담 당시 중국은 김정은 후계체제 용인, 북한체제 안정화 우선, 대규모 경협 등을 조건으로 북측에 △북핵문제의 진전, △개혁‧개방의 두 가지 사안을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엔 즉답을 할 수 없었던 김정일 위원장이 이번에 중국 측의 요구사항에 대한 답변을 가져간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김정일 위원장의 행로를 보면, 당초 5월 방중 때 귀로에 들르려다 못 간 ‘창지투’ 지역이 중심이 되고 있다. 이번 김정일 방중의 주요목적 중 하나가 중국의 동북진흥계획에 편승해 북한의 새로운 개혁‧개방 전략을 구상하기 위한 것으로 평가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와 함께 주목되는 것은 바로 중국의 또 다른 요구사항, 즉 북핵문제에 대한 진전된 태도이다.   

 

  이와 관련하여 김 위원장의 방중에 앞선 우다웨이 한반도 사무 특별대표의 방북(16~18일) 및 한국, 일본, 미국 순방도 눈여겨 볼 사안이다. 김정일 위원장의 방중이 북핵문제에 대한 사전조율 뒤에 이루어진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우다웨이 중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는 북한 방문에 이어 한국(26∼28일), 일본, 미국을 차례로 들렀다. 우다웨이는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와 양국은 6자회담 재개 필요성에 대해 완전한 의견 일치를 보았다고 발표했다. 

 

  우다웨이는 미국의 입장을 고려해 기존 3단계 구상(북‧미 접촉→예비6자회담→본6자회담)에서 1,2단계를 통합한 2단계 구상을 제의했으나 북측이 기존의 3단계 구상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중 협의에서 한국 정부는 기존의 3단계 구상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으며 이에 앞서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한국 정부는 천안함 문제와 6자회담 문제를 ‘투 트랙’으로 병행할 수 있다는 자세변화를 보였다. 

 

 

미국의 ‘참신한 대안’ 모색

 

  북‧중 간의 활발한 움직임과 더불어, 최근 미국의 움직임도 주목된다. 지난 8월초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의 지시로 미 국무부 정책실(앤마리 슬러터 실장)의 주도 아래, 외부전문가들이 참가한 대북정책 평가회의가 열려 이른바 ‘신선한 대안(fresh options)’을 모색하였다고 한다. 이번 평가회의가 대북정책 라인인 스타인버그 부장관과 동아태국(커트 캠벨 동아태 차관보),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 성 킴 6자회담 수석대표, 로버트 아인혼 북한‧이란제재 조정관이 빠진 채 이루어졌다는 점은 특징적이다. 

 

  ‘신선한 대안’의 내용은 구체적으로 알려져 있지 않지만, 지미 카터 미국 전 대통령의 방북(25-27일)도 그 가운데 하나로 이루어진 것이라는 해석이다. 또 다른 대안으로 오는 9월 유엔총회 때 미국 측은 북한 측과 공식 접촉을 가질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카터 전 대통령의 평양방문에서 기대했던 카터-김정일 면담이 이루어지지 못했기 때문에 ‘신선한 대안’은 출발선부터 어긋나는 형세이다. 

 

  북‧중의 접근과 북한의 대중 의존도가 심화되면서 점차 미국의 대북 강경정책이 효과를 거두기 어렵게 되어가고 있다. 그동안 미국은 북한이 체제생존을 위해 북‧미 관계정상화를 최대의 외교목표로 삼고 있다고 판단하고, 이를 북핵문제 해결의 지렛대로 활용해 왔다. 하지만 작년 12월 강석주 북한 외무성 부부장이 북‧미 수교보다 한반도 평화협정이 우선과제라고 밝힌 바 있고, 최근 북한의 행보를 보면 당분간 북‧미관계 정상화보다 대(對) 중국 관계를 통해 체제위기를 벗어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북한의 대미 태도가 바뀌면서 미국이 중장기 대북정책에 대한 총괄적인 재검토에 들어간 것이다. 하지만 오는 11월 2일 미 중간 선거를 앞둔 오바마 행정부가 미국 내 여론을 의식해 기존의 대북 강경기조를 바꾸기도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의 새로운 대안모색은 단기적인 효과를 노린 것이라기보다 미 중간선거 이후를 대비하는 성격이 짙다. 따라서 당분간 미국의 대북정책은 천안함 제재의 지속과 6자회담 재개의 모색이라는 ‘투 트랙’이 될 것으로 보인다. 

 

 

멀어진 남북관계, 북미관계 개선 가능성

 

  현재와 같은 남북한 긴장관계 속에서 미‧중 양국은 경쟁적으로 대북정책에 대한 재검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의 대북 강경책과 지금과 같은 한미 공조는 적어도 오는 11월 2일 미 중간선거와 11월 11~12일 G-20서울정상회의까지는 변화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 한국 정부도 기본적으로 오는 G-20정상회의 때까지는 현 외교안보라인을 유지하고 출구전략도 고려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 

 

  우리 정부는 한미 공조를 토대로 ‘미국과 만나려면 한국을 경유하라’는 원칙적 입장을 견지했다. 북한이 체제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미국과의 관계개선에 목을 매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북한의 행보를 보면, 오바마 행정부와 이명박 정부와의 관계개선에 대한 기대를 접고, 핵무기 보유를 통한 최소한의 자위력 확보 위에 중국 일변도의 정책을 선택한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설사 남북대화가 재개되더라도 실질적인 남북관계의 개선은 기대하기 어렵다. 최근 한국 정부는 천안함 사건의 사과 대신에 핵시설 불능화 완료와 IAEA사찰관의 복귀를 요구하는 것으로 남북대화의 전제조건을 낮췄다. 하지만, 현 한국 정부로부터는 아무 것도 얻을 것이 없다고 판단한 북한이 6자회담의 대화 분위기 조성을 위해 마지못해 남북대화를 위한 접촉에 응하더라도 실질적인 관계개선을 기대하지는 않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최근 두 차례 열린 북‧중 정상회담이 주목을 끄는 이유도 북한이 남북관계 및 북미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를 접고 북‧중관계의 강화를 통해 대응하려는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지난 8월 11일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는 최근 고조되고 있는 남북한 긴장의 배경에는 미국과 중국의 경쟁이 자리 잡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남북한의 적대관계는 서해와 남중국해의 패권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미국 및 그 동맹인 한국, 일본의 3개 동맹국과 중국 간의 적대감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바람직한 한국의 전략적 선택

 

  이처럼 한반도가 미‧중 갈등의 무대가 되고 있는 상황은 마치 구한말에 한반도를 둘러싸고 열강들이 각축전을 벌였던 역사를 떠오르게 만든다. 그러나 지난 날 불행했던 역사를 오늘날에도 되풀이되게 할 수는 없다. 우리가 적극적으로 노력한다면, 동북아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과열경쟁을 푸는 열쇠를 제공할 수도 있을 것이다. 현재와 같은 동북아 정세에서 한국이 선택할 수 있는 전략적 선택으로 다음의 두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첫 번째 선택은 한․미 및 한․미․일 안보협력을 지렛대로 하여 중국의 태도를 변화시키고 북한을 움직이는 노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중국에 대한 한국의 경제의존도가 점점 더 높아지고 한반도문제에서 중국의 발언권 강화가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현재에는 중국에 대한 한국의 외교지렛대가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미․중이 힘겨루기 하는 동안이라도 미래에 대비해 한국이 독자적인 대중국 외교지렛대를 확보해 나갈 필요가 있다.

 

대만의 마잉주(馬英九) 정권은 중국과 1년 이상 경제협력기본협정(ECFA) 협상을 하면서도 연초 67억 달러에 달하는 첨단무기를 미국으로부터 도입하기로 결정하였다. 과거 리광유 싱가포르 수상은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억제하기 위해 미 군함의 기항을 허용하기도 했다. 한국 정부가 천안함 사태를 계기로 중국 베이징을 사거리에 넣는 1,500km의 현무-3C 순항미사일을 배치한다고 발표하는 등 전략적 행동에 나선 것도 이러한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이 같은 전략옵션은 현재와 같은 미‧중의 대립 및 갈등 국면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제 아래 선택할 수 있는 한국의 선택이다. 하지만 미‧중관계는 과거 미‧소간의 제로섬(Zero Sum)관계와 달리 시장을 통한 상호의존성이 내재해 있기 때문에 갈등이 있다 하더라도 단기간에 그치고 큰 틀에서 이해가 조정되어갈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미국과 중국은 2009년부터 미‧중 전략 및 경제 대화(US-China S&ED)를 정례화하면서 양국의 이해를 조정해 오고 있다. 

 

  두 번째 선택은 남북관계의 회복을 통해 한반도 및 동북아 현안에 대한 독자적인 발언권을 확보하는 것이다. 동북아정세에서 ‘한·미·일 對 북·중’의 냉전적 구도가 고착되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더 나아가 통일을 향한 길은 더욱 험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한미동맹에 기초해 안보를 튼튼히 하면서도 미국이나 중국의 어느 한 편에 서기보다 국익을 중심으로 행동하고, 남북관계의 개선을 통해 북한을 변화시켜 한민족이 동북아 질서재편 과정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방안이다.

 

  이러한 옵션은 김정일 위원장의 방중으로 고착화되는 북‧중 동맹의 벽을 뛰어넘을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다. 체제위기에 몰린 북한이 중국에 의존하면 할수록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은 절대화되고, 우리 주도의 통일은커녕 분단이 영구화될 위험마저 있기 때문이다. 경제적 의존이 경제적 종속으로 귀착되고 더 나아가 정치적 예속으로 간다는 것은 역사가 보여준 경험이다.

 

  미국의 상대적 쇠락과 중국의 부상을 생각할 때 미‧중간의 갈등과 대립은 언제나 되풀이될 수 있고 이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나아가 통일 환경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결국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바람직한 전략은 한‧미 전략동맹과 한‧중 전략적 협력관계를 잘 조화시키면서, 한반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우리 자신의 역량을 키우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남북관계의 개선이 필수적이다. 우리가 북한을 움직이는 지렛대를 갖고 있어야 미·중 간의 대립구도 속에 함몰되어 양분법적 선택을 강요받는 일을 막을 수 있다. 그리고 우리가 한반도 미래에 대한 비전을 선도적으로 제시하고 실행해야 분단의 고착화를 막고 통일 환경을 능동적으로 조성할 수가 있다. 이것이 우리가 미‧중간의 갈등과 대립에도 불구하고 남북관계의 개선을 통해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주도적으로 만들어가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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