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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eace Foundation 평화재단

현안진단 12호

시간은 과연 누구의 편인가?

조회
3
등록일
2010-11-12

시간은 과연 누구의 편인가?

미국 중간선거 결과로 대외 정책 변화 가능성은 적어 보이며, 북한 핵문제는 여전히 우선순위에서 밀릴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미국은 북핵 문제를 방치할 수 없으며, 중국의 부상으로 동아시아 영향력이 약화될 수 있으므로 6자회담 재개 등 북핵 해결에 더 적극 나서야 한다. 한국 정부 역시 북핵 문제를 방치하고 미·중 대립 구도에 편승할 것이 아니라, 더 늦기 전에 남북관계를 진전시켜 현 상황을 타개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지난 11월 2일 실시된 미국의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압승하였다. 공화당은 하원에서 60석을 추가하여 다수당이 되었고 상원에서도 6석을 추가하는 개가를 올렸다. 공화당이 중간선거에서 승리한 이유는 국내문제였다. 선거가 끝난 뒤 오바마 대통령도 지적했듯이 경제난과 의료보험 개혁이 민주당 패배의 최대요인으로 작용하였다. 미국 경제가 크게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데다 고용 없는 성장 하에서 기업이윤이 증가해도 일자리는 만들어지지 않았으며, 10%에 달하는 미국의 실업도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의료보험 개혁 입법에도 값비싼 정치적 대가가 지불된 셈이다. 

 

 북핵문제는 여전히 후순위

 

대외적인 현안들은 이번 선거에서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였다. 기후변화에 대한 대책이나 핵무기 없는 세계를 만들겠다는 야심찬 비전은 미국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하였다. 미국 유권자들의 관심이 자신들의 삶과 직접적이고 일상적으로 연관된 경제문제 등에 쏠리면서 외교안보 현안은 주요한 이슈들이 되지 못하였다.

 

한반도 문제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북한의 WMD개발과 확산이 야기하는 동북아 정세불안정이나 국제적 안보우려는 미국 유권자들에게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다. 미국 유권자들에게는 북한 핵문제에 대한 우려보다 한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과 그로 인한 파급영향이 더 주목되는 사안이었다. 사실 대외문제로 보자면 미국의 유권자들에게는 북한 핵문제보다 이라크에서의 철군이나 아프간전쟁의 전망이 더 중요한 현안일 것이다. 이는 북한 핵문제가 미국 대외정책의 핵심적인 이슈가 될 수 없었음을 의미한다. 

 

이렇게 본다면 이번 선거의 결과로 미국의 동아시아 지역전략과 대한반도 정책이 변화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미국으로서는 한반도에서 한미동맹을 글로벌 동맹으로 발전시키고 한미 FTA에 대한 의회비준을 마무리하는 것이 훨씬 중요할 수 있다. 미국과 북한 간 뉴욕채널이 가동되고 있고, 미국 정부 당국자가 북한의 움직임에 우려를 표명하면서 지금은 6자회담을 재개할 때라고 언급하고는 있지만, 북한 핵문제는 여전히 정책적으로 우선순위를 부여받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으로서는 1994년 미북 간 기본합의(Agreed Framework)와 2005년의 9.19공동성명을 이행하지 않고 여전히 핵무기를 비롯해 WMD개발과 확산에 주력하면서 국제적으로 안보우려를 야기하는 북한과 협상을 하더라도 실질적인 진전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더구나 북한은 지금 3대세습체제 구축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도 오바마 행정부의 대한반도 정책기조를 변경시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이 2012년 대선을 내다보고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북핵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촉구할 수는 있다. 그러나 미국의 대외정책 결정에서 의회가 할 수 있는 역할이 크지 않다. 국민여론을 등에 업고 예산 편성과 입법권한을 활용하여 행정부를 압박할 수 있으나 대외정책은 기본적으로 행정부의 영역에 속한다. 공화당이 전통적으로 한미동맹을 강조하고 한미 FTA체결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 왔다는 점도 변화에 대한 기대를 낮추게 한다. 공화당의 하원 장악은 오히려 정치적으로 강경한 대북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한국 정부의 입장이 이전보다 더 크게 고려될 가능성마저 있다. 

 

 

미국, 중국 견제 위해 호주와 협력 강화?

 

공화당의 중간선거 승리는 동아시아 지역에서 미국과 중국의 대결 격화와 그로 인한 지역 내 갈등 심화에 대한 우려도 야기한다. 민주당은 전통적으로 대화와 협력을 강조해 왔지만 오바마 행정부는 동아시아에서 대결구도를 강화시키고 있다. 한미동맹 강화, 한미일 군사협력 발전, 호주와의 동맹관계 발전이 그것이다. 특히 미국은 중국과 베트남, 중국과 일본 간 영토분쟁에서 베트남과 일본에 대한 지지입장을 표명하고 심지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호주와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공공연히 얘기하고 있다. 공화당의 중간선거 승리는 오바마 행정부의 이러한 정책기조에 힘을 더해 줄 수 있다. 미국이 동아시아에서 한국, 일본, 호주를 축으로 구축 중인 대중국 견제와 포위 벨트가 강화되는 형국이다.

 

그렇다면 미국은 이러한 정책기조를 지속함으로써 무엇을 기대할 수 있는가?  한국과의 협력강화를 통해 FTA와 같은 경제적 실리를 확보하고 국제적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든든한 우군을 확보할 수 있다. 북한과는 설득과 바겐의 더디고 실효성 없는 절차에 애써 들어가지 않아도 된다. 지역적 차원에서는 부상하는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레버리지를 확보함으로써 미국의 영향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책임 있는 국가로 성장하기에는 아직도 갈 길이 먼”중국을 압박함으로써 지역 내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것을 견제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모두는 기대에 불과하다. 먼저 미국은 북한 핵문제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그리고 북한 핵문제를 방치한 결과는 매우 엄중할 수 있다. 북한 핵문제는 결코 제자리에 머물러 있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에 떠넘겨 둔 북한 관리 책임

 

미국이 북핵문제에 정책적인 우선순위를 부여하지 않는 상황에서 북한의 선택은 분명해진다. 수직적, 수평적 핵확산을 가속하는 것이다. 북한 내부에서 2차례의 핵실험을 통해 얻은 성과를 토대로 정치적 차원을 넘어 군사적으로 의미 있는 핵무기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경주할 수 있다. 북한은 핵무기의 소형화와 경량화 작업을 가속하는 가운데 미국의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운반수단 개발에도 박차를 가할 수 있다. 핵무기의 성능개량이나 핵융합기술 개발에도 주력할 수 있다. 북한은 또한 추가적인 핵물질 확보를 위한 노력도 지속할 것이다. 북한으로서는 영변의 5MWe 원자로를 재가동하여 플루토늄을 추가로 확보할 것이며, 핵물질을 보다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방편으로 우라늄농축 프로그램 진전에 더 많은 노력을 경주할 수 있다. 북한은 대외적으로 핵확산을 지속하고 확대할 수도 있다. 북한이 과거 리비아에 이어 시리아, 이란, 미얀마에 핵물질과 핵기술을 유출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제재가 아무리 강화된다고 해도 북한의 이러한 활동이 원천적으로 봉쇄될 수 없다. 모든 국가들이 제재를 효과적으로 이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적극적으로 동참한다면 제재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그러나 불행히도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모든 국가들이 적극적으로 동참하지도 않거니와 동참하는 국가 가운데서도 선진국을 중심으로 한 일부 국가를 제외하면 많은 나라들이 이행능력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는 시간이 북한 편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은 현재 경제적으로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고 정치적으로도 권력승계에 따른 불안정에 직면해 있다. 대북제재가 효과를 발휘할 수 있고 대화는 그 실효성이 의문시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대북제재로 인해 북한이 겪는 경제적 어려움이 특별히 심화되었다는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 만성적인 경제난이 추가적으로 급격히 악화되기보다는, 개선의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시간의 경과에 따라 점차 심화되는 양상을 보인다. 제재의 실효성이 의문스러운 것이다. 2009년 원자바오 총리의 방북과 2010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두 차례 방중을 통해 전방위적으로 심화되고 있는 중국과 북한 간의 협력관계까지 감안하면 북한 핵문제는 시간의 해결에 맡겨둘 수 없다는 것이 더욱 분명해진다.

 

둘째, 미국은 동아시아지역에서 스스로 영향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중국의 부상은 불가피한 것이다. 중국 경제는 급속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과 더불어 G2라고 불릴 만큼 중국의 경제규모가 확대되었고 국방비도 급속하게 늘어나고 있다. 중국의 종합적인 국력이 매우 빠르게 커지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국력신장은 주변국과의 관계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불가피하게 커질 수밖에 없음을 의미한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에 대한 포위와 압박은 단기적으로 중국의 부상에 위협을 느낀 역내 국가들에 대해 미국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방편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보면 이는 역내에 대립구조를 고착화시키는 한편, 협력적 관계를 발전시킴으로써 얻을 수 있는 지역 내 이익창출 기반을 파괴할 수 있다. 그 책임은 미국에게 돌아갈 것이고, 결과적으로 미국의 지역 내 영향력은 약화될 것이다. 

 

따라서 미국은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 북한 핵문제를 언제까지 방치할 수 있는지 자문해 보아야 한다. 동아시아에서 한국-일본-호주를 축으로 한 대중국 견제와 포위망이 가져올 결과를 중장기 전략 차원에서 재검토해보아야 한다. 

 

미국은 6자회담 재개를 비롯하여 북핵문제 해결과 동아시아에서의 협력관계 발전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서울을 거쳐야 워싱턴에 올 수 있다’거나 ‘북한이 진정성을 행동으로 보여줄 때’라는 말이 6자회담 재개를 미루는 일시적 명분은 될 수 있어도 시간이 북한 편으로 흘러가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6자회담 재개는 동북아 안보협력이 진전될 수 있는 계기이기도 하다. 중국에 대한 견제와 포위망이 구조적으로 대결을 심화시키는 것이라면 동북아 안보협력은 건설적인 대화와 협력을 통해 중국의 긍정적 기여를 확보할 수 있는 길이다. 이는 동북아의 모든 국가들이 원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것이 미국이 책임 있는 강대국으로서 한반도와 동아시아에서의 영향력을 중장기적으로 이어갈 수 있는 길이다.

 

 

남북대화가 시작이다

 

우리 정부도 마찬가지이다. 사실상 북핵문제를 방치한 가운데 북한으로 인해 야기될 수 있는 정세불안정은 중국이 관리하도록 떠넘겨 두면서, 역설적이게도 동아시아에서 새로운 대결구도를 구축하고 있는 미국의 전략에 편승하였을 때 한반도의 운명이 어디로 흘러갈지 냉정하게 자문해보아야 한다. 동아시아에서 대결의 양대 축인 미국과 중국이 지역 내 문제를 결정하는 구조가 한반도 통일에 과연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지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북한에서 경제적 어려움에 더하여 사회적, 정치적 불안정이 심화된다고 그 정권이 붕괴될지, 설령 정권붕괴와 같은 정치적 격변이 발생한다고 해서 그 체제가 무너질지, 그리고 지금과 같이 북중 간의 협력이 강화되는 가운데 설령 북한 체제가 붕괴한다고 해서 북한 주민들이 남한과의 통합을 선뜻 선택할지 냉정하고도 합리적으로 평가해보아야 한다. 

 

우리 정부도 이를 통해 남북관계가 현재와 같은 폐색(閉塞)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천안함 사건과 북핵문제가 미국과 중국 간의 대결구도를 촉발시키고 심화시키는 요인이었다면, 역설적으로 대화를 통해 이 문제들을 해결하는 과정은 미국과 중국 간의 대결구도를 해소하고 지역 내에서 안보와 경제협력이 동시에 발전하는 계기도 제공할 수 있다. 

 

그 시작은 남북 간 대화이다. 남북 간 대화가 진행되면 미북 접촉과 6자회담 재개의 길도 열릴 수 있다. 과거 일본이 납치문제를 전면에 걸고 6자회담마저 어렵게 하였던 사례를 뒤돌아볼 필요가 있다. 미국이 지금은 남북대화를 미북 접촉과 다자회담의 전제조건인 듯 이야기하지만, 우리 정부의 입장을 고려한 이런 태도가 언제까지나 지속될 수 없다는 것도 자명하다. 우리 정부로서는 더 늦기 전에 남북관계를 진전시킴으로써 현 상황을 타개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우리의 의지와 우리의 손으로 남북대화가 이루어질 때, 우리는 비로소 민족사를 주도하는 독립변수로 설 수 있을 것이며, G20 정상회의를 개최한 의장국으로서의 면모를 재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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