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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eace Foundation 평화재단

현안진단 14호

위기의 한반도, 미․중간 타협 지점 정확히 포착해야

조회
2
등록일
2010-12-17

위기의 한반도, 미․중간 타협 지점 정확히 포착해야

천안함·연평도 사태 후 북한은 협상 국면으로 전환했지만, 남북대화 단절로 한국은 주도권을 잃고 위기에 직면했다. 경직된 원칙론을 버리고 미·중 타협점을 포착, 남북 대화를 통해 주도권을 회복하고 도발 방지 및 비핵화 진전을 이루어야 한다.

천안함 사태에 이어 연평도 피격으로 한반도가 세계 뉴스의 초점이 되었다. 이런 가운데 우리의 안보 역량이 시험대에 올랐다. 북한의 도발에 층격과 분노에 앞서, 즉각 대응을 하지 못한 채 서로 책임을 떠미는 정부 당국과 군의 태도가 더 큰 실망과 불안감을 불러왔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에 정부와 군 당국은 즉각적이고 단호한 응징을 통해 또 다른 도발과 확전을 막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허둥대는 모습과 말 바꾸기로 국가의 위기관리 능력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다. 그러나 더욱 안타까운 것은 우리가 이처럼 반복적인 안보위기에 잘 대응하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를 근원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도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 도발에 대해 즉각적이고 단호한 군사적 응징은 필요하다. 그러나 북한 장사정포의 사정권 내에 있는 서울과 우리 경제가 볼모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군사적 옵션의 선택은 보다 신중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안보위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북한을 사전에 적절히 관리하지 않으면 안 된다. 다시 말해 투철한 안보의식과 국방력 강화도 중요하지만, 합리적인 대북정책과 정교한 대외전략이야말로 안보위기를 예방·통제하고 한반도 평화를 유지하는 첩경이라고 하겠다.

 

 

  북한의 협상 전략 추구

 

  북한은 연평도 포격 도발 나흘 만에 “연평도 포격에서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한 것이 사실이라면 지극히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밝혔다(<조선중앙통신>‘논평’, 11.27). 북한이 연평도 포격에 민간인 사망 문제를 언급하면서‘유감’을 표명한 것은 지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최근 북한은 한·미 간의 공동대응과 긴밀한 협력체계 구축을 비난하고 나섰다. 즉, “조선반도에서 정세가 긴장해지고 대결국면이 첨예화되면 거기에서 어부지리를 얻는 것은 외세이다. 이번 연평도 포격사건으로 미국과 일본이 또다시 큰 이득을 보게되었다는 외신들의 평은 결코 무리가 아니다. 조선반도에서 전략적 이익을 추구하는 외세가 이 지역의 정세긴장으로 이득을 보면 볼수록 그것은 고스란히 우리 민족에게 피해로 돌아오게 된다. 그 피해란 다름아닌 북남대결이며 북침전쟁이다.”고 하여 (<노동신문> 12.13) 한·미 이간을 꾀하면서도 더 이상의 긴장과 충돌을 바라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그리고 12월 8~9일 방북한 중국의 다이빙궈(戴秉國) 국무위원에게 김정일 위원장이 연평도 포격으로 우리 민간인 2명이 숨진데 대해 ‘유감’을 표명한 점도 주목된다(<교도통신,> 12.14). 

 

  이와 같이 북한은 연평도 포격 도발 후 ‘치고 빠지기’ 전술을 구사하면서 협상 국면으로 선회하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북한의 행태는 1983년 10월 9일의 랭군 폭탄테러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랭군 아웅산 장군 묘소의 폭탄 테러로 한국의 각료 4명을 포함한 17명이 사망하였고 미얀마 정부 측에서도 3명의 사망자와 31명의 부상자가 나왔다. 그런데 이 엄청난 폭탄 테러를 자행한 북한은 바로 하루 전날인 10월 8일 남북한과 미국의 3자 회담을 운위했는가 하면, 2개월 후 1984년 1월 10일 중앙인민위원회와 최고인민회의 연합회의에서 정식으로 3자회담을 제의하는 편지를 채택하였다. 이러한 의향은 워싱턴을 방문 중이던 중국의 자오쯔양(趙紫陽) 수상을 통해 레이건 대통령에게 전달되어 논의되었다.

 

  우리 정부는 북한의 공개적 제안이 나오자 다음날 11일 즉각 남북당사자 간의 직접대화를 제의하였다. 1월 17일 남측은‘남북한 당국 최고책임자 회담’동의를 촉구하였으며 2월 10일 또 다시 국무총리 서한으로 남북대화를 제의하였다. 우리 정부의 전향적인 결단을 계기로 1984년 8월‘남북한 교역·경제협력 제의 및 북한 측 동의 시 기술과 물자 무상제공 용의’표명에까지 이어졌다. 그 후 9월 남한의 수해에 대한 북한의 수재물자 대남지원 제의를 즉각 수용하면서 1980년대 중반 남북대화의 시대를 열었다. 세계를 경악시킨 북한의 폭탄 테러의 충격과 엄청난‘피의 희생’에도 불구하고 당시 우리 정부는 분노를 삭이면서 미래를 내다봤다. 자신감과 미래에 대한 확신으로 우리가 먼저 북한에게 손을 내밀었던 것이다.  

 

  와다 하루키(和田春樹) 교수는 그의 저서 『북조선: 유격대국가에서 정규군국가로』(서동만·남기정 옮김, 2002)에서 “극한적인 대결정책에서 화해정책으로의 유연한 전환 또는 양 극단 정책을 동시에 추구하는 북한의 전략을 유격대국가의 외교 표현”으로 해석하였다. 와다 교수의 지적처럼 도발과 협상의 양 극단을 넘나드는 북한의‘유연한 전환’의 속내를 읽지 못한다면 매번 뒷북치고 끌려다니기 십상이다. 그렇다고 한국 주도의 대북 강경 정책이 지속될 수 있는 분위기도 아니다. 더욱이 북한의 정권 이양기의 불안정이 체제붕괴로 이어져 통일이 곧 들이닥칠 수 있다는‘망상’과‘희망적 사고’에 매몰되어 북한의 전략적 의도와 동북아의 정세 변화를 놓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 미 · 중 전략 구도에서 배제되지 않아야

 

  북한의 한반도 도발은 동북아의 긴장과 위기를 고조시켜 반드시 미국의 개입을 불러들인다. 중국은 그들이‘안마당’으로 여기는 한반도 서해에서 미국과의 대립과 갈등이 현실화되는 상황을 바라지 않는다. 천안함 사태로 한·미 동맹이 강화되었다. 한·미 동맹 강화와 대북 압박전략은 북한을 중국으로 기울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고, 중국에게도 북한의 전략적 가치는 한층 높아졌다. 그 결과 5월과 8월의 북·중 정상 회동으로 북·중 밀착을 과시했다. 그러나 북한의 어려운 사정을 뻔히 아는 중국은 두 번에 걸친 정상회담에도 불구하고 군사·경제적 원조의‘화끈하고 통큰’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북한이 남한을 때려 동북아의 위기와 긴장을 바짝 고조시키면 누가 북한을 달래야 할까?

 

  한반도 발 동북아 안보위기 국면에서 미국을 비롯한 세계의 이목은 중국의 대북‘영향력’여하에 집중되었다. 그러나 중국의 대북 영향력은 대북 압박 방식과는 전혀 무관하다. 압박은커녕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은 다이빙궈 국무위원을 보내 김정일위원장을 달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금번 연평도 포격 도발은 중국을 타깃으로 삼아 치밀하게 계산된 북한의 대중전략 차원에서 바라볼 수도 있다.

 

  북·중 간 서로 주고받는 것이 있다면 김 위원장은 후 주석의 체면을 세워줘야 한다. 미국이 우려하는 핵문제에 대해 적절한 조건이 충족되면 협상 테이블로 나올 필요가 있다. 방북한 다이빙궈 국무위원에게 김 위원장은 “남측이 자극하지 않는 한 추가 긴장고조 조치는 없을 것”라고 하면서, 중국이 제안한 6자회담 수석대표‘긴급협의’지지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물론 북한은 한·미·일 3국이 6자회담 재개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운 비핵화를 위한 성의있는 행동 조치를 거부하고 있다.

 

  지금 미국과 중국은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중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북한은 대남 도발로 미국과 중국을 움직이게 만든 효과를 거둔 셈이다. 12월 중순 제임스 스타인버그 미 국무부 부장관 일행이 베이징을 찾고, 내년 1월 워싱턴의 미·중 정상회담이 열릴 예정이다. 세계적 패권국가인 미국과 중국이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북한을 어떻게 다룰 것이냐 하는 문제가 초미의 관심사이다. 오바마 정부의 대북 핵정책의 기조가‘북핵 현실’위에서 조정될 지도 모른다. 우리는 미·중 간 타협과 절충의 지점을 정확히 포착하지 않으면 안 된다. 크리스마스와 신년 연휴의 냉각기를 지나 내년 1월 북핵을 핵심으로 하는 한반도 문제가 미·중 간 논의 테이블에 오르면서 또 다시‘대화와 협상’의 분위기가 살아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우리다. 그동안 우리는 남북관계의 주도력을 완전히 놓치고 말았다. 남북대화가 단절되고 협력 사업들이 동력을 잃다보니 한반도 문제의 민족 내부적 성격은 약화되고 국제적 성격이 강화되고 말았다. 마치 우리 집안 문제에 동네 사람들을 다 모아 간섭할 수 있는 장을 열어준 꼴이다. 남북관계사에서 대화는 항상 우리의 요구 사항이었고, 이를 통해 북한에 개입 또는 관여하였다. 탈냉전 이후 남북 간의 체제경쟁이 완전히 끝났고 민족사는 우리가 주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그렇다면 우리가 주도력을 행사하기 위해 선택해야 할 것은 남북 간의 대화이다. 남북 간에 대화 단절이 지속된다면 우리가 바라는 북한의 추가적 도발 방지와 비핵화의 진전을 어디에서 보장받을 수 있는가? 

 

  우리 앞에는 두 갈래 길이 있다. 새로운 위기를 자초하느냐, 아니면 대화와 협상의 길로 나서느냐 하는 기로에 섰다. 우리는 또 다시 남에게 손잡혀 끌려 다니는 처지로 떨어져서는 안 된다. 지금 동북아 정세 변화에 대한 인식의 지평을 넓혀야 한다. 경직된 원칙론과 맹목적 대북관은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의 길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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