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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eace Foundation 평화재단

현안진단 15호

진정한 통일준비는 남북관계 정상화부터

조회
6
등록일
2010-12-30

진정한 통일준비는 남북관계 정상화부터

2010년 한반도 군사적 긴장 최고조와 달리 미·중 대화로 정세 변화 조짐이 있다. 우리 정부의 강경 기조는 냉전 '구질서' 회귀 시도로, 이는 분단 영구화의 위험을 초래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역사적 소명의식을 갖고 임기 내 남북관계를 정상으로 돌려놓아 차기 정부에 부담을 주지 않아야 하며, 신묘년 새해가 진정한 '통일 준비 원년'이 되기를 소망한다.

휴전 이후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던 2010년

 

2010년은 1953년 한국전쟁의 포성이 멎은 지 57년 만에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던 해로 기록될 것이다. 2010년 1월 이명박 대통령이 BBC회견에서 “연내에 (김정일 위원장을) 만날 수 있을 것 같다”고 발언하는 바람에 남북정상회담 추진설이 널리 퍼져 한 때나마 남북관계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었다. 최근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미 국무부 대외비 문서에서도 2009년 말부터 2010년 초까지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비밀접촉이 이루어졌음이 확인된다. 

 

하지만 보수층 일각에서 남북정상회담에 반발하자, 이 대통령은 북한이 쉽게 받기 어려운 전제조건을 제시하여 사실상 제3차 정상회담의 가능성을 닫아버렸다. 그 뒤 북한 측이 금강산 관광특구 내의 남측 부동산을 동결, 압류조치하면서 남북관계가 급냉했고 이윽고 천안함 사태로 최악으로 치달았다. 당시만 해도 미국과 중국, 북한 사이에 6자회담의 재개를 위해 물밑접촉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었지만, 이 사태로 북‧미 접촉의 가능성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2010년 하반기 우리 정부의 외교 및 행정은 온통 G20서울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에 맞춰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런 가운데 9월에 들어와 북측의 제안으로 남북이산가족상봉이 재차 이루어지면서, G20회의 이후 천안함 출구전략이 본격화되는 게 아닌가 하는 관측이 나왔다. G20회의가 끝난 뒤인 11월 25일에 남북적십자회담이 예정되어 있었지만, 11월 23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으로 남북관계는 쉽게 회복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치닫게 되었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 이후, 북한군의 보복공격 위협 속에 미 항공모함까지 참가한 한미 연합해상훈련과 한국군의 연평도 해상사격훈련, 한국군 최대 규모의 육상포사격 훈련이 잇달아 실시되었다. 심리전 차원에서 애기봉의 크리스마스 트리 점등식도 가졌다. 이명박 대통령도 “전쟁을 두려워해서는 결코 전쟁을 막을 수가 없다”며 전쟁각오의 자세와 국민 단합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라면 2011년 새해에도 남북관계는 개선의 여지가 없이 계속 냉각상태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 긴장완화의 전기가 될 1.19 미‧중 정상회담

 

이처럼 꽉 막혀 있는 남북관계의 분위기와 달리, 한반도 정세의 변화 조짐은 미‧중간의 대화에서 나타나고 있다. 지난 12월 중순 스타인버그 미 국무부 부장관이 이끄는 미국 대표단의 방중으로 미‧중 고위급대화가 실시되었고, 새해 초에는 미국의 대만 무기판매로 한 때 방문을 거부당했던 게이츠 국방장관이 중국을 공식 방문한다. 그리고 1월 19일에는 미‧중 정상회담이 워싱턴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최근 일본도 2년 이상 중단된 북․일 대화의 재개에 적극적인 분위기이다.

 

오바마 정부에 들어와 한반도 문제를 푸는 창구로 종종 미‧중 고위급대화가 활용되고 있다. 북한의 2차 핵실험 직후 경색된 한반도 상황의 타개는 2009년 7월 제1차 미‧중 전략 및 경제대화를 통해 이루어졌다. 미‧중 대화 직후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해 억류된 미국 여기자 2명을 석방시킨 뒤 남북접촉이 활발히 이루어졌다. 천안함 사태 직후에 열린 2010년 5월 제2차 미‧중 전략 및 경제대화 직후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6자회담-천안함 사태의 ‘투트랙 전략’ 입장을 천명했고, 그 뒤 중국의 6자회담 재개 노력이 활발히 이루어졌다. 

 

최근 진행되고 있는 일련의 미‧중 대화가 곧바로 남북간의 긴장완화와 대화로 이어질지 속단하기는 어렵다. 제1차 미‧중 대화는 남북간 접촉과 남북정상회담 논의로까지 이어졌지만 성사되지 못했고, 제2차 미‧중 대화는 아예 남북간 대화로 이어지지도 못했다. 조만간 열릴 미‧중 정상회담은 한반도 문제가 주요의제가 될 것으로 보이며 이것이 남북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다만 11.2 미 중간선거에서 대패한 오바마 대통령이 연임을 위해 외교적 업적을 필요로 하고, 북한이 우라늄농축시설 공개와 추가 핵실험 가능성을 흘리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도‘전략적 인내’의 시간이 거의 소진되어 버렸다는 점이 변수가 될 것이다. 

 

그런 가운데 신임 미 국무장관으로 거론되는 리처드슨 뉴멕시코주 주지사가 최근 평양을 방문하여 미‧중 정상회담에 앞서 북한 측의 의사를 타진하고 돌아왔다. 남측의 대북 강경자세와 북한의 대남위협이 계속되는 등 남북관계의 회복 전망이 서지 않는 가운데 당분간 6자회담의 재개도 어려울 것으로 보이지만, 새해 초 스타인버그 부장관의 방한과 2월 초 한‧미간 2+2 차관급 전략대화도 예정되어 있어 미‧중 정상회담의 결과에 따라 새해 2~3월에 즈음해 한반도 정세가 크게 반전될 가능성이 높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선의 방책

 

이처럼 새해 들어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의 변화 분위기가 감지됨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은 여전히 강경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국방부는 새로 발간된 『2010 국방백서』에 새롭게 북한정권과 북한군을 적으로 규정하고 서해북부합동사령부의 창설과 전투형 군대로의 환골탈태를 내용으로 하는 신년업무계획을 발표했다. 통일부는 신년업무계획을 통해 2011년을‘통일준비 원년’으로 삼아 대북정책의 초점을 지난 20여 년간 지속되어 왔던 교류‧협력에서 통일준비로 바꾼다고 발표했다. 외교부는 평화통일에 대한 국제적 공감대를 형성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같은 국방부의 대북 인식과 통일부의 대북정책 전환, 외교부의 평화통일 외교 방침은 북한군의 연평도 포격사건 이후 보여준 대통령의 대북 인식을 그대로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방부의 대북 인식과 통일부의 대북정책, 외교부의 통일외교는 목표와 정책방향에서 서로 조응하는 것 같지 않다. 북한의 군사도발에 대해 대북 억제력을 강화하는 것은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하는 정부와 군의 임무로 볼 때 마땅한 일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정부의 전략적 목표가 진정 통일이라고 한다면, 과연 통일부와 외교부, 국방부의 정책방향이 이에 부합하는지 검토해 보아야 할 것이다.

 

우리 군이 방어태세와 대북 억제력을 강화하는 것은 한반도 평화를 위해 필수불가결하다. 그러나 북한정권․군을 적으로 규정하는 것은 평화통일의 길과는 거리가 멀다. 또한 통일을 준비한다면서 정작 남북대화를 추진하지 않고 남북 교류․협력을 회피하는 것도 통일의 길과는 거리가 멀다. 외교부의 평화통일에 대한 국제적 공감대를 형성한다는 것은 이들 정책과 부합하지 않는다. 손자병법에서도 “백전백승이 최선이 아니고, 싸우지 않고 적을 굴복시키는 것이 최선이다”(百戰百勝 非善之善者也, 不戰而屈人之兵 善之善者也)라고 가르치고 있지 않은가. 

 

진정한 통일준비는 중단된 남북대화를 재개하고 교류‧협력을 강화하는 데서 시작되어야 한다. 국제법적으로 두 개의 주권국가인 남북한이 통일을 이루려면 남쪽의 의지만으로는 안 된다. 설사 북한체제가 붕괴해도 북한 내부의 동의와 국제사회의 인정 없이는 그것이 우리가 바라는 통일로 이어질 수 없다. 북한정권이 그들 주민의 인권을 유린하고 굶주리게 만들어 국가 역할을 제대로 못한지 오래이지만, 그렇다고 북한정권을 인정하지 않고 내정간섭하며‘적’으로 규정해 붕괴를 꾀한다고 해서 통일이 앞당겨지는 것이 아니다. 북한 내부의 동의를 얻기 위해서는 북한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과 남북 교류‧협력을 강화하여 북한주민들이 스스로 대한민국을 발전의 모델로, 이상향으로 삼도록 해야 한다. 즉 북한주민들의 마음을 통일의 방향으로 움직여야 한다. 따라서 진정으로 통일을 준비하려 한다면, 남북관계를 하루빨리 정상화시키는 것밖에는 없다. 

 

북‧중관계의 긴밀화는 우리의 기대와 달리 통일의 길을 점점 멀게 만든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연말에 신의주와 단동을 잇는 신압록강대교가 착공식을 가졌고, 나진항 1호 부두의 사용기간을 연장하고 중국이 기존 4~5호 부두의 확장 및 6호 부두의 신설을 대가로 50년 간의 사용권을 갖기로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압록강 하구에 위치한 황금평과 위화도를 중국에게 100년간 임대해줘 2011년부터 북‧중이 공동개발을 추진한다는 언론 보도도 나오고 있다. 

 

우리가 통일준비라는 이름으로 남북대화를 회피하면 할수록 북한주민들의 마음을 바꿀 수 있는 기회는 점점 줄어들고, 우리 내부의 강압적 통일역량을 강화하면 할수록 북한주민들에 대한 북한당국의 통제는 점점 심해진다. 또한 통일준비의 명분 아래 남북 교류‧협력을 중단하면 할수록 북한은 체제 보존을 위해 점점 더 중국으로 달려가게 된다. 정부가 진정으로 통일을 준비하려 한다면 먼저 남북대화의 손을 내밀어야 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구질서’ 회귀세력으로부터 ‘이명박 대통령 구하기’

오는 2월 25일이면 이명박 정부가 4년차로 들어가는 날이다. 이명박 정부에 들어와 남북대화는 거의 단절되었고, 특히 2010년에는 천안함 사태, 연평도 포격사건 등으로 남북관계가 극도로 경색되었다. 이와 같은 대화의 단절과 관계의 경색을 2011년에도 지속할 것인가? 미․중 정상의 합의와 같은 외부적 요인이 작용하지 않는다면, 현재와 같은 국내 분위기로는 남북관계가 개선될 조짐이 거의 없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국내분위기는 경직되고 강경일변도로만 나가고 있는가? 

 

연평도 포격사건 직후 이명박 대통령은 “단호하게 대응하되 확전은 막아라”라고 지시했다. 이 뜻은 ‘사태가 발생한 연평도에서는 단호하게 대응하되, 다른 지역으로 전투가 확대되지 말도록 하라’는 것으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할 군통수권자로서는 나름대로 신중한 대응이었다. 그런데 일부 국민들이 이에 반발하자, 일부 강경세력들은 응징을 요구하는 국민적 분노를 업고 이 말을 꼬투리 잡아 대통령을 강경으로 몰고 갔다. 국민들에게 안보무능으로 비쳐지기를 원치 않는 청와대 또한 이러한 분위기에 휩쓸려 갔다.

 

그렇다면 대통령을 강경으로 몰아가는 사람들이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무엇 때문에 남북관계를 되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악화시키고 한반도로 미국과 중국을 끌어들여 대립하게 만드는 것인가? 일각에서는 이들이 말하는 통일이라는 것조차 명분에 불과하다는 비판적 시각도 있다. 평화체제를 거부하고 냉전시대의 대립구도를 부활시키면서 때(?)를 기다리자는 것은 통일의 전략도, 통일의 준비도 아니다. 그것은 냉전의 ‘구질서’를 회복하자는 것에 다름 아니며, 내걸고 있는 통일의 깃발에도 걸맞지 않는 자가당착적 논리이다.  

 

만약 냉전의 ‘구질서’가 출현한다면 이는 곧 분단상황의 영구화로 이어지는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구질서’는 민족 내부의 적대감을 구조화시키고 분단을 영구화시킬 뿐이다. 이러한 ‘구질서’로의 복귀 시도는 어쩌면 만성적인 체제위기를 겪고 권력이양의 불안정에 시달리고 있는 북한 지도부와도 이해가 맞아 떨어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안보정국을 장기화함으로써 북한과의 ‘적대적 공생’을 꾀하려는 것은 아닌가?

 

이명박 대통령은 통일․외교․국방 3개 부처의 신년업무보고 자리에서 ‘6자회담을 통한 북핵 해결’, ‘남북대화를 통한 평화 정착’을 지시했다. 이러한 대통령의 지적은 최근 나타나고 있는 주변 국제정세의 변화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대통령의 진전된 자세에 대해 국내 강경세력들은 이를 비판하면서 강한 불만을 쏟아내면서, 남북관계의 정상화를 가로막고자 하고 있다. 

 

이제 ‘구질서’로의 회귀를 꿈꾸는 국내 강경세력으로부터 이명박 대통령을 구해내지 않으면 안된다. 이명박 대통령 개인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대한민국의 안전과 번영을 위해 필요한 일이다. 이명박 대통령도 역사적 소명의식을 갖고 임기 중에 최소한 남북관계를 정상으로 돌려놓는 데 힘써야 한다. 그리하여 2013년에 출범할 차기 정부에게 부담을 주지 않아야 한다. 신묘년 새해가 남북 간의 대립과 적대의 기운을 진정시켜 남북관계가 정상화되고, 나라와 민족의 희망찬 미래를 설계하는 진정한 의미의 ‘통일 준비 원년’으로 기록되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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