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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eace Foundation 평화재단

현안진단 16호

기회를 놓치지 말라

조회
6
등록일
2011-01-14

기회를 놓치지 말라

북한은 경제적 이유와 국제사회 제재 완화를 위해 남북 대화를 지속적으로 제의하고 있다. 정부는 북한의 '진정성'과 '선제적 조치'를 요구하며 수세적으로 대응하고 있으나, 대화 과정에서 북한의 전향적 조치를 이끌어내는 것이 합리적이다. 미중이 관계 개선을 주문하는 '기회의 창'이 열린 지금, 정부는 고위급 회담을 역제의하는 등 상황을 주도할 전략적이고 시의성 있는 선택을 해야 한다.

북한의 대화재개 공세, 어떻게 볼 것인가?

 

  북한이 전방위적으로 남북 대화를 제의하고 있다. 그것도 1회에 머물지 않고 2파, 3파 지속적으로 던져오고 있다. 우선 북한은 지난 1일 신년공동사설에서“북남 사이의 대결상태를 하루빨리 해소”해야 한다며, 우리 정부에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에 대한 존중과 이행을 촉구하고“대화와 협력 사업을 적극 추진”할 것을 주장하였다. 북한은 또한“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전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실현하려는 입장과 의지에 변함이 없다”며 비핵화 의지도 밝혔다. 

 

북한은 5일 정부․정당․단체 연합성명(이하 연합성명)을 통해 신년공동사설을 구체화하기 위한‘중대제안’도 했다. 북한은 연합성명에서 우리 정부를 포함하여 남한의 정당, 단체들과의 폭넓은 대화와 협상, 특히 무조건적인 당국 간 회담의 조속한 개최를 제의하고, 이러한 대화와 접촉에서 “긴장완화와 평화, 화해와 단합, 협력 사업을 포함하여 민족의 중대사와 관련한 모든 문제들을 협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리고 북한은 관계개선의 분위기 조성을 위해“상호 비방 및 중상을 중지하고 상대방을 자극하지 말자.”고 제의하였다. 

 

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원칙적 선언들은 구체적이고 공식적인 회담제의로 이어졌다. 북한은 8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 담화를 통해 당국 간 회담을 무조건 개최하고, 1월 말이나 2월 상순에 적십자회담, 금강산관광재개회담, 개성공업지구회담을 개최하며, 그동안 자신들이 차단했던 판문점 적십자 채널을 복원하고 개성의 남북경제협력협의사무소 운영도 재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북한은 또한 10일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와 조선적십자회중앙위원회 위원장, 남북경제협력협의사무소 북측 소장 명의의 통지문을 각각 보내와 남북당국회담을 위한 실무접촉을 1월 27일 개성에서, 남북적십자회담을 2월 1일 문산에서 열자고 제의하고 1월 12일부터 판문점 적십자 채널을 복원시키며 남북경제협력협의사무소도 정상적으로 운영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북한은 12일에는 다시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과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명의의 전통문을 보내 2월 11일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한 회담을 개최하고 2월 9일 개성공업지구사업과 관련한 실무회담을 열자고 제의하였다. 그리고 남북경제협력협의사무소 북측 소장은 남측 인원들이 복귀하지 않은 데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경협협의사무소의 조속한 정상화를 촉구하였다. 북한은 판문점 적십자 채널을 조건 없이 복원시켰다. 이 정도면 북한의 대남 대화제의는 가히 쓰나미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북한이 이렇게 대화공세를 해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경제적으로 외부자원 유입이 절실하다는 점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남북 간‘협력사업’에 대한 강조에서 확인된다. 북한이 구체적으로 제의한 회담들도 대북지원이나 경제협력을 통한 외부자원 확보와 관련된 것이다. 북한으로서는 2012년 강성대국 진입을 위해서나 권력승계의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는 주민생활 개선을 위해 외부의 자원유입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북한의 최근 대화공세는 대내 정치적 함의를 지니고 있다. 

 

북한은 또한 대외적으로 중국과의 경제협력 심화와 미국이나 일본과의 대화 재개 및 국제사회의 제재 완화를 위해서도 남북관계를 개선해야 한다. 먼저 중국의 경우, 중앙정부뿐 아니라 경제협력의 실질적 주체일 수 있는 지방정부나 민간기업의 입장에서도 한반도 정세안정이 필요하다. 북한도 이를 외면할 수 없다. 나아가 북한으로서는 대중 의존도를 상쇄시키기 위해서도 남북 협력관계의 발전이 필요하다. 또한 미국이 6자회담을 재개하기 위한 사실상의 전제조건으로 남북관계 개선을 주문하고 있는 것도 북한으로서는 부담이다. 사실 남북관계 개선이 핵문제 및 그와 관련된 대북제재나 한반도 평화체제에 대한 논의 진전으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그러나 현재 북한을 제외한 5자 간에는 사실상 남북관계 개선이 6자회담 재개의 선행조치라는 데 공통된 인식이 만들어지고 있다. 결국 북한으로서는 남북대화에 나설 동기가 충분히 있는 것이다. 이는 북한이 우리 정부의 요구를 수용하지는 않더라도 대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북한의 전향적 조치를 이끌어낼 토대가 존재함을 의미한다.  

 

 

  진정성, 북한 붕괴론에서 벗어나면 보인다

 

  현재까지 우리 정부는 이러한 북한의 대화공세를 차단하는 데 주력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북한의 대화제의를“금강산 피살사건,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도발 등으로 막대한 우리 국민의 희생을 초래하고도 아무런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경제 지원과 원조를 받기 위한”것으로 보고, “진정성이 없다”고 평가절하하고 있다. 그 대신 정부는 회담의제와 성격을 전환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통일부 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통해“남북 간 진정한 대화가 이뤄지려면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도발에 대한 책임 있는 조치 및 추가 도발 방지에 대한 확약,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 확인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한 남북 당국 간‘만남’을 제안하였다.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작년 11월 25일로 예정됐다가 연평도 포격사건으로 무산된 적십자회담마저 무력도발 및 비핵화 문제와 분리할 생각이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북한에 공식적으로 제의하지도 않고 단지 대변인 논평으로 끝난‘당국 간 만남’제의를 역제의로 본다고 하더라도 이는 대화를 하지 않으려는‘고육책’에 가깝다.

 

우리 정부로서는 북한에 진정성 있는 태도 변화를 요구할 수 있고 또 요구해야 한다. 북한은 국제사회와 남한에 누가 보더라도 명백하게 의도된 도발을 자행하였다. 특히 2009년 장거리 미사일 발사 및 2차 핵실험과 2010년의 우라늄농축공장 가동이나 우리‘영토’, 그것도 민간지역까지 포격한 연평도 포격사건은 분명히 북한의 의도된 도발이었다. 따라서 북한은 이에 대해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해야 마땅하다. 북한이 이러한 요구를 외면하고 조건 없는 대화 재개만 주장하면 이는 진정성에 대한 논란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정부는 북한의 태도에 진정성이 없다고 단정하기 전에, 그 진정성을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대화부터 시작해야 한다. 대화 상대방의 진정성 여부는 선험적으로 예단될 수 없다. 지금은 진정성이 없어 보여도 대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진정성이 생겨날 수도 있고 시초에는 진정성이 있었으나 협상과정에서 진정성이 상실될 수도 있다. 관건은 상호 간의 신뢰구축이다. 정부는 대화를 통해 진정성을 확인할 수도 있으며, 없던 진정성을 만들어내도록 할 수도 있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아울러 현재와 같이 협상 당사자 간의 신뢰가 완전히 무너진 상황이라면 회담 개최의 전제로서 진정성을 보여줄 선제적 조치를 요구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무슨 의미가 있을지 따져보아야 한다. 더욱이 선제적 조치의 일부 사항들이 대화의 핵심적 현안과 직접 관련되어 있다면 선제적 조치의 의미는 더욱 반감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대화재개의 전제로서 북한의 선제적 조치를 요구하기보다 대화과정에서 그러한 조치들을 이끌어낼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보인다.

 

우리 정부가 회담 개최보다 회담 제의 공세를 차단하는 데 주력하는 양상은 북한 붕괴론과도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미 대사관의 전문들에 따르면 정부의 핵심 당국자들은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15년 이전에 사망할 것이며, 김정일 위원장이 사망하면 이미 경제적으로 붕괴된 북한이 2~3년 안에 정치적으로도 붕괴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었다. 최근 정부가‘북한의 근본적 변화 추진’을 정책방향으로 밝히고 있는 것도 외부의 강압에 의해 북한의 붕괴를 촉진시키겠다는 의지를 엿보이게 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북한은 이 붕괴론 적용에 맞춰줄 그 어떤 정보도 노출시키지 않고 있다. 설사 그에 가까운 정보가 있다 하더라도 상대방 체제의 붕괴를 공개적 정책방향으로 정립해서는 안 될 것이다. 만일 붕괴론에 대한 확신이 있고 모든 정보가 그것을 뒷받침한다면, 오히려 그럴수록 대화를 선택해서 피해를 줄이고 소프트 랜딩을 유도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하루속히 북한 붕괴라는 근거 없는 희망과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북한을 비핵화로 견인하면서 일단 한반도 정세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첫걸음이다. 정세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노력은 이념적 성향을 떠나 우리 국민 모두가 긍정적으로 평가해줄 것이다. 천안함 사건 이후 치러진 지방선거를 보면 이는 분명해진다. 지나친 안보불안, 긴장의 스트레스는 정부의 대북정책 실패로 인식되어 정치적 심판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정부뿐 아니라 정치권도 북한문제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다양한 회담 유연하게 활용해야

 

  현재 남과 북은 각자의 관심사를 분명하게 밝혔다. 북한은 “긴장완화와 평화, 화해와 단합, 협력 사업을 포함하여 민족의 중대사와 관련한 모든 문제들을 협의”할 수 있다고 하면서도 남북 간 협력 사업을 우선적으로 협의하자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남한은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도발에 대한 책임 있는 조치 및 추가도발 방지에 대한 확약,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 확인”을 위한 당국 간 회담을 거론하였다. 

 

그렇다면 그에 맞는 대화 틀을 가동해야 한다. 북한은 적십자회담, 금강산관광재개와 개성공단 활성화를 위한 회담을 제의하였다. 이는 협력 사업을 중심으로 한 실무회담이다. 대신 “민족의 중대사와 관련된 모든 문제들을 협의”할 회담의 구체적 틀은 제시하지 않았다. 반면 우리 정부는 핵문제를 포함해 사실상 남북 간 군사안보적 현안을 논의할 회담을‘언급’하였다. 이 모두를 충족시켜 관련 현안을 포괄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회담은 최소한 장관급 이상의 고위회담이다. 

 

남과 북 내부의 업무분담을 보더라도 고위급 회담이 필요하다. 우리 정부 입장에서 북한이 협의를 요구하는 협력 사업들은 통일부와 대한적십자사 소관이다. 더욱이 정부가 주장하는 현안들을 논의하기 위해서는 외교부와 국방부도 포괄해야 한다. 북한의 입장에서도 고위급 회담이 필요하다. 북한 군부가 저지른 연평도 포격사건을 대남관계를 관장하는 통일전선부가 거론하기는 어려우며 핵문제는 더욱 그렇다. 따라서 고위급 회담을 개최하여 각 측의 관심사를 폭넓게 논의하고 향후 협의 방향을 잡아가야 한다. 우리 정부가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을 진정으로 원한다면, 스스로 제기한 의제에 걸맞은 고위급 회담을 ‘공식적으로 역제의’ 할 수 있다. 그러면 지금처럼 북한의 대화공세에 수세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우리가 설정한 판에 북한이 들어오게 만들어 상황 자체를 주도할 수 있다.

 

한편, 사안의 성격에 따라 현실적으로 가능한 대화를 우선적으로 추진할 수도 있다. 구정이 다가오는 것을 감안하면 적십자회담부터 시작할 수 있다. 우리 기업들의 어려움을 감안하면 개성공단 관련 회담을 시작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핵문제와 관련해서는 남북 간에 논의할 수 있는 한계가 분명히 존재한다는 점에서 6자회담 재개를 추진해야 한다. 이는 북한이 취해야 할 비핵화 조치에 대한 상응조치를 우리 정부 혼자서 감당할 수 없다는 근본적 한계에서 비롯된다. 결국 다양한 회담 틀을 유연하게 활용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기회의 창은 자주 열리지 않는다. 어렵게 열린 기회의 창이라도 언제든 다시 닫힐 수 있다. 현재 한반도에는 매우 중요한 기회의 창이 조금 열리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한반도와 동북아의 정세안정을 위해 남북한에 관계개선을 주문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이 대화의지를 보이고 있다. 우리 정부의 시의성 있는 선택이 중요하다. 지난해 군사적 대결과 긴장고조의 상황을 되돌이키지 않도록 할 수 있는 대화 복원의 기회이다. 이 기회를 놓치면 다시 이전보다 더욱 심각한 상황이 초래될 수도 있다. 북한이 지금과 같은 대화모색의 입장을 언제까지나 지속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6자회담 재개 또는 그에 대한 전망이 부재한 상황에서 가깝게는 유엔안보리에서의 북한 우라늄농축 문제 논의와 대북제재 강화나, 연례 한미연합훈련으로 3월에 실시되는 키 리졸브 군사훈련 등이 북한을 강경한 입장으로 다시 몰아갈 수 있다. 조금 더 멀리 보면 북한이 2012년 정권교체를 겨냥해 도발을 격화시킬 수 있으며, 핵무기 성능을 개선하거나 운반수단인 장거리 미사일을 개량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대외적인 핵확산을 강화할 수도 있다.‘하려면 해보라’는 식으로 마냥 방치하기에는 너무도 심각한 도전이 아닐 수 없다. 우리 정부의 지혜로운 선택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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