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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eace Foundation 평화재단

현안진단 17호

벼랑 끝 반환점 돌아오기

조회
3
등록일
2011-01-31

벼랑 끝 반환점 돌아오기

미중 정상회담 영향으로 남북 군사실무회담이 성사되었으나, 1994년 '서울 불바다 발언' 당시 한반도 문제 주도권을 상실했던 교훈을 명심해야 한다. 감정적 반성문 요구 대신, 한반도 평화 관리와 비핵화 진전을 통해 향후 협상 주도권을 유지하고 새로운 국제질서 형성에 기여하는 전략적 자세가 중요하다.

다음 달 판문점에서 남북한 간 고위급군사회담 개최를 위한 실무회담이 열릴 예정이다. 지난 1월 18일 미중 정상회담에서 남북관계 개선과 대화 개최 문제가 비중 있게 다루어지면서 이번 회담이 성사되었다고 인식되어, 회담에 대한 기대와 낙관적 전망이 나오고 있다. 판문점 군사실무회담은 한반도의 긴장 해소라는 국지적 과제를 다루지만 그 결과는 G-2 주도의 새로운 세계질서를 협력적 관계로 이끌고자 하는 미중의 전략과도 연결된 중대한 회담이라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1994년 3월 판문점에서는 북측 대표의 ‘서울 불바다 발언’으로 유명해진 남북특사교환을 위한 실무대표접촉이 있었다. 당시는 1차 북핵위기가 최고점을 향해 치달을 때였고 남북관계는 최악의 국면으로 곤두박이칠 때였다. 남북대화 결렬 직후 대북강경론이 드세지고 전쟁위기로 치닫지만 카터의 방북으로 국면이 전환된 후 10월 제네바합의 때까지 우리는 한반도 문제 논의의 주도권을 미국과 북한에 내어주고 그들 간의 협상결과를 받아들여야만 했다. 이후 김대중 정부가 출범할 때까지 한반도 상황에서 우리는 조연에 머물렀고 남북관계도 냉각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지금 북한은 우라늄농축 시설을 공개하면서 IAEA 사찰관의 복귀를 허용한다는 미끼로 핵협상 재개를 요구하고 있다. 우리가 선(先)남북대화나 북한의 진정성 확인을 조건으로 협상국면으로의 조기전환을 견제하며 강경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당시와 비슷하다. 선(先)남북대화론이 핵협상국면 전환을 견제할 수는 있지만 일단 남북회담이 개최되면 핵협상 재개는 시간문제일 것이라는 정황마저 유사하다. 진정성 있고 건설적인 남북회담을 통해 1994년 3월과 다른 결과를 만들어내는 일이 우리 앞에 놓인 2011년 2월의 당면 과제이다.

 

이번 남북회담에서 한반도 긴장완화나 평화와 관련된 본질적 문제를 다루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번 회담 이후 후속될 다양한 협상국면에서 우리가 주도권을 유지할 수 있도록 회담 전후 상황관리를 잘하는 일이 보다 핵심적이고 실질적인 과제가 되어야 할 것이다. 북한의 반성문을 받는 일에 감정적으로 흥분하여 ‘불바다 발언’식으로 회담이 흘러간다면 한반도 상황의 주도권을 놓칠 수도 있다는 것이 1994년의 교훈이었다. 북한을 개과천선시킨다는 식으로 사과를 요구하는 것은 전략적 자세가 아니다. 북한의 진정한 태도변화는 남북관계의 적대적 구조가 본질적으로 변화되어야 가능하다. 그러나 이번 회담은 북한에게 통렬한 반성문을 받아내 5․24조치 이전으로 남북관계를 회복하는 데 그치기보다 한반도 평화를 관리하고 비핵화와 긴장완화를 통해 21세기 새로운 국제질서 형성에 주도적으로 기여해나가는 길을 개척해야 한다는 점에 더 큰 의미를 두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사전에 물밑접촉 등을 통해서라도 우리 국민이 납득할 수 있고 북한으로서도 수용할 만한 대안과 이후 후속회담들에 대해 남북 간에 ‘진정성 있는’ 의견을 교환하는 것이 필요하다. 남북이 모두 민족공동체의 미래를 내다보면서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철저하게 냉정한 자세를 유지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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