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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eace Foundation 평화재단

현안진단 22호

현 정부에서 일어난 일은 현 정부에서 매듭짓자

조회
2
등록일
2011-04-18

현 정부에서 일어난 일은 현 정부에서 매듭짓자

북한이 금강산 관광 독점권을 취소한 가운데, 미중 등 국제사회는 진정성 있는 남북대화를 촉구하며 6자회담 재개 3단계 방안을 제시했다. 이는 남북대화가 핵심 현안 해결의 1차 책임임을 강조한다. 진정한 대화를 위해 북한은 관광 재개 및 핵 문제 협조로 대화 기초를 복원하고, 한국 정부는 불행한 과거 문제 등에 얽매이지 않고 당대에 매듭짓는 미래지향적 대북정책을 수행해야 한다.

국제사회가 남북 간의 대화와 협력의 문을 열어주고 있다

 

  지난 4월 8일 북한의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가 현대아산의 금강산관광사업 독점권을 취소한다는 대변인 담화를 발표하였다. 북한의 이번 조치로 현대 측의 금강산관광사업권이 완전히 취소된 것은 아니지만, 금강산관광이 재개된다고 해도 그나마 반쪽 사업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이로써 우리 국민의 대북투자 자산을 보호하지 못하는 또 하나의 사례를 남기게 되었다.

 

  돌이켜보면 금강산관광사업은 다른 어떤 남북협력사업보다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자리 잡아왔다. 1998년 11월 18일 835명의 이산가족을 싣고 금강호가 출항하면서 금강산관광이 시작되었지만, 1년도 안 된 1999년 6월 서해에서 1차 연평해전이 발생하고 2002년 제2차 연평해전이 또 일어났다. 1999년 1차 연평해전 직후 남측 관광객 민영미 씨가 억류되는 사건이 생겼을 때는 45일간 관광이 중단되었다가 재개했다. 2000년 1월 남측 관광객이 북측 환경감시원에게 휴대폰을 자랑하면서 김정일 위원장을 비난하는 사건이 발생했을 때는 이를 남북 간 신변보장합의서와 관광세칙을 마련하는 계기로 삼기도 했다. 

 

  이처럼 자칫 엄중한 정치적 문제로까지 비화될 수도 있었던 사건이 전화위복의 계기가 된 근저에는 대화를 통해 신뢰를 구축하고 분쟁을 해결하는 남과 북의 미래지향적이고 진정성 있는 자세가 있었다. 그 결과 북한에 투자한 우리 국민들의 자산은 보호받을 수 있었고, 남북 간 화해․협력이 진전될 수 있었다. 북한을 비난만 하기보다 대화를 통해 서로의 진의를 확인하고 신뢰를 만들어가는 것이 오히려 사태의 재발을 방지하면서 문제를 풀어가는 동력이 된 것이다.

 

  최근 한반도 문제를 둘러싸고 관련국들이 남북 간의 진정성 있는 대화를 촉구하는 방향으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북한이 원심분리기 2,000개 규모의 우라늄농축시설과 30MWe급 경수로 건설 현장을 공개한 후, 미국은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향해 조심스럽지만 분명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1월 워싱턴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 이후 미국은 천안함 및 연평도 사건을 6자회담과 분리하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또한 미국은 북한에 대한 식량지원도 추진하고 있다. 지난 2월 10일부터 3월 10일까지 세계식량계획(WFP)과 식량농업기구(FAO), 유엔아동기금(UNICEF) 등 국제기구가 합동으로 북한 내 9개도 45개 시·군의 식량상황을 조사한 결과를 내놓은 후 미국은 식량지원 효과 등을 감안하여 지원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이 대북식량지원에 나서게 되면 2008년 북한에 지원하기로 했다가 2009년 3월 분배투명성 문제 등으로 지원이 중단되면서 남아 있던 분량부터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북한 간에는 민간차원 교류나 민간·당국 간의 1.5트랙 대화도 다시 활성화되고 있다. 3월 19일부터 4월 3일까지 북한 경제시찰단의 미국 방문, 3월 중순 북한 리근 미국국장과 미국의 전직 고위관료들 및 북핵 전문가들 간의 베를린 회동, 그리고 4월 26~28일 미국의 카터 전 대통령을 비롯한 전직 국가수반급들의 방북 등이 줄지어 진행되고 있다. 이 같은 접촉의 축적은 대화를 위한 신뢰구축과 북한의 입장 파악에 기여할 것이다.

 

  미국은 여전히 신중하지만 북한과의 대화를 위해 한 걸음씩 전진하면서도 아직까지는 한국정부의 입장을 배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 결과가 4월 11일 중국 외교부의 우다웨이 한반도사무 특별대표가 커트 캠벨 미국 동아태차관보와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을 각각 만난 뒤에 발표한 6자회담 재개를 위한 3단계 방안의 제안으로 나타났다. 이 제안은 남북 6자회담 수석대표 회담 이후 미·북 접촉을 갖고 그 다음에 6자회담을 재개하는 수순이다. 3단계 수순은 6자회담이 재개되기 전에 남북 간 북핵문제 논의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우리 정부,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를 주장하는 중국, 6자회담 재개 전 미국과의 양자대화를 요구하는 북한의 입장을 절충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주말에 방한한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과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도 남북한 핵문제 논의의 필요성을 재확인하였다. 이처럼 남북 간 핵문제 논의를 앞세운 것은 미국이 한국정부의 입장을 배려하고 중국도 이에 동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한국정부의 입장을 배려한 것 이상의 함의를 지니고 있다. 한반도 정세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핵심현안을 풀어갈 책임이 1차적으로 남북대화에 달리게 됐기 때문이다. 그만큼 남과 북의 진정성 있는 대화가 긴요해지고 있는 것이다. 

 

  과거 남과 북은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에 따라 1992년 3월부터 12월까지 핵통제공동위원회를 운영한 적이 있다. 그러나 핵통제공동위원회는 북한의 핵시설에 대한 사찰문제 등을 둘러싸고 공방을 벌이다가 결국 1993년 1월 중단되고 말았다. 6자회담 재개를 위한 남북 수석대표 회담은 과거 핵통제공동위원회와는 위상이나 성격이 다를 수 있지만, 남과 북이 6자회담 장이 아닌 별도의 장에서 수석대표 간에 핵문제를 공식적으로 논의한다는 점에서 매우 큰 의미를 가질 수 있다. 

 

  6자회담 남북수석대표회담이 이루어질 경우 그것은 남과 북의 공동책임, 특히 남북대화의 우선을 요구해온 우리 정부의 책임이 무엇보다 클 수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따라서 남과 북은 금강산관광사업 등 남북 간 현안뿐 아니라 핵문제와 같은 다자간이나 국제적 현안에 대해서도 진정성 있는 대화를 추진해야 한다. 그것은 현 단계에서 남과 북에 대한 국제사회의 요구이기도 하다.

 

 

  남북 모두 미래지향적 자세로 대화를 복원해야

 

  남과 북의 진정한 대화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북한이 허물어뜨린 대화의 기초를 복원시켜야 한다. 우리 정부가 대화에 나설 수 있도록 명분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보란 듯이 뺨을 후려치는 상대와 쉽사리 대화에 나설 수 있는 정부는 없다. 대화를 진행하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워낙 크고, 실제 대화 진전의 가능성도 낮게 보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북한 측이 더 이상 상황을 악화시키기 말아야 할 뿐 아니라 현대 측에 대한 금강산관광사업 독점권 취소와 같은 기존 합의 파기를 철회하고 관광재개를 위한 실질적 방안 마련에 협조해야 한다. 또한 핵문제에서 지난 3월 북한을 방문한 러시아 외무성 차관에게 밝혔던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 임시중단에 더해 우라늄농축 문제에서도 전향적인 협조 자세를 보여야 한다. 그래야 상대가 북한과 대화할 최소한의 명분을 얻을 수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설령 미·북 대화가 성사되거나 6자회담이 재개된다 하더라도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북한 측의 자세 전환과 함께 우리 정부도 미래지향적인 태도를 보여야 한다. 박왕자 씨 피격사망 사건은 관광에 나섰던 우리 국민이 북한군의 총격으로 사망했다는 점에서 매우 엄중한 사건일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그 때문에 남북 간 협력의 토대가 무너지고 긴장고조와 군사적 충돌이 발생한다면 이는 더욱 크고 엄중한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지난해 있었던 남북한 간의 군사충돌에서 이 점이 확인되지 않았는가. 

 

  과거의 불행한 사건을 미래를 향한 전화위복의 계기로 만들 수 있는 열린 마음과 자세가 필요하다. 아울러 미국과 중국의 남북대화 요구는 우리 정부에 남북 간 현안인 천안함·연평도 문제와 국제적 현안인 북한 핵문제를 서로 연계시키지 말고 분리해달라는 요청이기도 하다. 모든 사안을 연계시켜 어느 것 하나라도 진전되지 않으면 전체가 발목 잡히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는, 매우 점잖지만 강력한 메시지를 던져온 것이다. 우리는 관광객 피살사건이든 군사적 충돌이든 과거를 잊지 말되, 현실을 직시해야 하고 미래를 내다볼 수 있어야 한다. 정부는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불행한 과거를 넘어서서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심사숙고해야 한다. 

 

  특히 정부는 불행한 과거의 일들에 집착하여 그에 따른 부담을 다음 정부에 떠넘기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남북 간에 갈등 요인이 있을 경우 이를 해소하고 새로운 신뢰관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갈수록 비용과 노력이 가속도로 불어나기 때문이다. 과거 전두환 정부의 경우 1983년 아웅산 폭탄테러 참사가 일어났음에도 1984년 북한의 수해지원을 수용하고 제2의 대화기를 이끌어 1985년 한국전쟁 이후 최초로 이산가족들의 고향방문을 성사시켰다. 노태우 정부는 1987년 북한의 대한항공기 폭파사건에도 불구하고 1988년에 '7․7 선언'을 발표하여 대북포용정책의 문을 열었다. 

 

  당시 우리 정부당국자들이 북한을 몰라서, 북한의 협박에 굴복해서 그랬는가? 분단국 정치지도자로서 안정적인 남북관계 관리가 국정운영에 절실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들은 최소한 당대에 발생한 일은 당대에 마무리하였다. 다음 정부의 대북정책 추진에 넘어서기 어려운 장애를 조성하지는 않았다. 지금은 국제사회가 남북관계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명분을 제공해주는 좋은 시기이다. 우리 정부가 헌법 전문에 규정한 대로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다짐하면서 미래지향적인 대북 정책을 수행하기를 기대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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