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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eace Foundation 평화재단

현안진단 28호

통일을 위한 민주주의, 민주주의를 위한 통일

조회
3
등록일
2011-07-07

통일을 위한 민주주의, 민주주의를 위한 통일

대한민국의 사명은 민주개혁과 평화적 통일이며, 통일은 민주화의 토대 위에서만 가능하다. 과거 7.7선언과 남북기본합의서 등의 남북관계 진전은 민주화의 힘이었다. 하지만 현 정부의 대북 강경책과 국제화 전략은 남북관계를 악화시키고 통일 비전과 전략에 문제를 드러냈다. 분단 상황 극복과 선진국 도약을 위해, 우리는 분단고착 상태를 벗어나 주도적인 의지를 갖고 진보·보수를 넘어선 능동적인 외교적 노력과 확고한 의지 표출로 통일의 길을 열어야 한다.

한국 민주주의와 통일의 관계

 

우리 사회가 난제에 부딪쳐 국민적 통합을 이루기가 어려울 때는 헌법정신으로 돌아가는 것이 정도이다. 우리 헌법은 대한민국이 어떤 정체성을 갖고 있는지, 그리고 무엇을 지향해야 하는지 분명하게 제시해주고 있다. 어떤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라도 우리는 헌법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헌법은 전문에서“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하기 위해 우리 대한민국의 사명을 “조국의 민주개혁과 평화적 통일”에 두고 있다. 다시 말해 민주와 통일이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이루는 주요가치인 것이다. 대한민국은 지난 60여 년간 분단과 전쟁의 불행한 역사를 딛고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루어‘세계 속의 한국’으로 도약했다. 다만 민주주의와 관련해서는 우리 대한민국이 성공적으로 민주주의를 정착시켜 오기는 했지만, 근년에 나타난 현상들을 보면 아직도 성숙한 단계에 이르지는 못했다고 할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이 수행해야 할 또 다른 사명은 바로 통일이다. 헌법이 천명하고 있는 대한민국은 반쪽짜리가 아닌 온전한 모습의 대한민국이며, 통일이야말로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길이다.

 

그런데 통일은 민주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민주주의가 없이도 산업화는 이룰 수 있었지만 통일을 이루기는 힘들다. 민주주의가 살아있지 못한 시대에는 분단 상황이 안보이데올로기를 강화하는데 이용되고 통일은 공허한 명분으로서만 존재를 했다. 통일을 실질적으로 추진해나갈 역량도 미흡했지만 그 의지도 사실상 없었다. 통일의 길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국민적 지혜와 힘을 한데 모아야 하며, 그것은 민주주의를 토대로 해서만 가능한 것이다. 

 

또 하나 지적해 둘 것은 민주화가 그냥 온 것이 아니라 오랜 기간 간고한 투쟁을 통해서 국민 모두가 쟁취한 것이라는 점이다. 그리하여 마침내 1987년 민주대항쟁으로 이어졌고 그 결과로 6.29선언이 나왔던 것이다. 그 때로부터 우리는 남북 간 체제경쟁에서의 우위를 확인하였고 통일문제에 접근하는데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다. 민주주의를 쟁취하여 우리 사회가 한 단계 성숙했기 때문에 통일의 새로운 과제를 서슴없이 받아 안을 수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6월 민주대항쟁은 곧 통일과정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통일은 민주화와 마찬가지로 그냥 우리 앞에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또 다시 국민들의 간고한 투쟁을 요구하는 시대적 과제로 되고 있다고 하겠다.       

 

 

남북관계를 변화시킨 6월 민주대항쟁의 힘

 

민주주의는 남북관계를 변화시키는 동력이다. 성숙한 민주사회에서는 남북관계를 악화시켜 한반도에 긴장과 대결의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민주주의의 진전이 남북관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6.29 이후 벌어진 상황전개를 들여다보면 잘 알 수 있다.

 

냉전시대에는 북한에 대한 정보를 특정 기관만 다루었고 북한 자료는 일반인은 물론 전문연구자들의 접근도 극히 제한하였다. 그러나 6.29 이후 사회 전반의 민주화 흐름과 함께 통일정책의 결정과정에도 국민적 참여와 합의를 보장하고 투명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해졌다. 이에 따라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는 차원에서 북한에 관한 정보가 과감하게 개방되었고 북한과 관련된 정보량이 급증했다. 북한 원전의 소개가 주체사상을 찬양하고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는 것이라는 좁은 인식에서 벗어났던 것이다. 

 

1988년 2월 25일 노태우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남북협력시대의 개막을 선언하고 대화 문호를 활짝 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를 토대로 같은 해 7월 7일에‘ 민족자존과 통일번영을 위한 특별선언(7.7선언)’을 발표하였다. 이듬해 9월에는‘ 7.7선언’을 토대로 여러 차례의 공청회를 거쳐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밟아‘ 한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이 국회에서 여야 만장일치로 찬성을 얻었다. 이처럼 이 통일방안이 국민여론의 수렴과 초당적인 지지를 받았기에 지금까지 우리 정부의 공식적인 통일방안으로 자리 잡고 있다. 

 

노태우 정부의 문호개방 정책에 따라 KBS, MBC 등 공중파 매체들에서도 북한전담부서(KBS 남북협력국, MBC 북한부)가 만들어지고 북한 특집프로그램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북한의 현재 모습과 남북관계의 현안을 다루는 KBS TV의‘ 남북의 창’과 MBC TV의‘통일전망대’가 1989년 봄에 첫 방송을 시작했다.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는 두 TV프로그램은 우리 국민들이 북한을 이해하는 데 큰 역할을 하였을 뿐만 아니라, 남북화해에도 크게 기여했다. 이에 따라 통일문제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고조되고 통일문제가 정치와 사회의 중요 이슈로 자리잡기 시작하였다. 또한 노태우 정부의 적극적인 남북관계 발전 정책에 따라 남북고위급회담이 열리고 1991년 12월에는 화해협력 단계의 남북관계를 규율하는‘ 남북기본합의서’가 채택되었다. 

 

그 뒤 남북관계는 북핵문제라는 돌출변수로 인해 한 때 어려움을 맞기도 했지만,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 들어와 대북 포용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면서 남북관계가 제 궤도로 들어서기 시작했다. 마침내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고 각급의 남북회담이 정례화 되면서 남북관계는 경제협력을 넘어 군사적 긴장완화를 위한 조치가 이루어지기도 했다. 이 모든 변화를 가능하도록 뒷받침 해준 것이 바로 민주화의 힘이었다.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잘못을 범하지 말라

 

하지만 새로 등장한 이명박 정부가 지난 정부의 대북정책을 ‘퍼주기’, ‘저자세’라고 비난하고 남북관계를 이른바 ‘갑을 관계’로 재편하고자 시도하면서 상황은 급격하게 변화되었다. 이명박 정부는 지난 정부의 대북정책 10년을 바로 잡겠다며 대북정책의 전면적인 전환을 선언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은 지난 잘못을 바로잡기는커녕 민주화의 힘을 오용하고 통일이라는 대한민국의 사명을 흐리게 만들었다. 이른바 ‘쇠뿔을 고치려다 소를 죽이는 꼴’(矯角殺牛), 다시 말해 지난 두 정부의 남북관계 10년을 바로잡겠다면서 결과적으로는 남북관계 전반을 악화시켜 놓은 것이다. 

 

특히 정부는 남북 간의 문제를 외교무대로 가져가 국제화함으로써 응원군을 얻고 북한을 압박하고자 했으나 남북 간의 갈등만 증폭시키고 말았다. 금강산관광객 박왕자씨 피격사망 사건과 관련하여 아세안지역포럼(ARF)에서 의장성명을 추진하다가 포기한 것, 천안함 사태 시에 유엔안보리에 이 문제를 가져갔다가 책임자 없는 규탄 성명을 내는 데 그친 것 등이 그것이다. 연평도 포격사건 때는 이 문제를 유엔에 가져가지도 못했다.

 

‘남북기본합의서’ 제6조에서는 남북한이“국제무대에서 대결과 경쟁을 중지하고 서로 협력하며 민족의 존엄과 이익을 위하여 공동으로 노력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 정부에서는 북한과의 외교전에 주력해 왔는데, 아마도 현 정부에서 남북관계 전문가들 대신에 외교 전문가가 대북정책에 관여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정부가 취했던 일련의 대북정책은 남북관계에 대한 우리의 주도력을 감쇠시키고 한반도의 안보상황을 악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현재 북한은 국력 면에서나 국제적 위상으로나 우리의 비교 대상으로 삼을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아직도 우리의 경쟁대상인 것처럼 과대 포장시켜주고 있다. 이렇게 통일에 대한 비전과 전략에 문제가 있다 보니까 주변 역학관계의 변화나 한반도 상황에 대해서도 냉철한 판단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같다. 이 때문인지 정부는 대북정책과 관련해 자신감을 잃고‘원칙 고수’만을 내세우고 있는데, 이러한 태도 자체가 사실은 수세와 방어적 입장에 있음을 의미한다고 하겠다. 

 

 

진정한 민주화는 통일로 마무리 된다

 

대한민국 헌법이 부여한 사명을 되새기고 남북관계사의 흐름을 통찰할 때 우리는 지금 아까운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 셈이다. 향후 10년을 내다볼 때 우리가 분단상황의 극복 없이는 추가발전의 동력을 얻기 힘들며, 선진복지국가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현실로 드러나기 시작하고 있다. 통일이라는 과제를 지속적인 국가발전이라는 차원에서 새로운 의미를 부여할 때가 되었다.

 

통일의 주체는 우리 자신이다. 그 주체가 의지를 갖고 주도적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아무도 나서서 도와주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언제까지 안보위협론의 폐해를 감수해야 할 것인가? 통일이라는 시대적 과제는 진보⋅보수도 여야도 없다. 이념적 굴레와 정파적 이해관계를 벗어나야 한다. 우리가 국민적 통합을 이루어야 북한을 리드해 나갈 수 있는 힘도 생기기 때문이다. 

 

통일이 우리가 반드시 이루어야 할 필수적 과정이라면 이제는 말이 필요 없다. 정치인들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국민이 나서서라도 실행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리는 지금 분단고착 상태에 머물 것인가, 아니면 통일의 미래상에 대한 확신을 안고 전진의 힘찬 발걸음을 내디딜 것인가를 가름하는 중요한 시기에 서있다. 우리가 민주화를 쟁취한 순간 통일의 과정에 돌입할 수 있었다면, 민주주의는 남북관계의 발전과 함께 성숙되어 가며, 통일을 통해서 완미한 모습을 갖추게 된다. 통일을 위한 민주이고, 민주를 위한 통일인 것이다. 

 

우리가 민주화를 투쟁을 통해 쟁취했듯이 통일도 쟁취의 대상이다. 주변 환경이 여의치 않다면 능동적이고 집중적인 외교적 노력과 우리의 확고한 의지의 표출로 이를 바꾸어야 하고, 북한도 이에 합류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7월 1일에 있었던 제 15기 민주평통 출범식에서 “지난 해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사태로 불안한 정세가 조성됐지만 우리는 거기에 머물러 있을 수는 없다”며 남북대화와 협력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고 밝혀 이전과 사뭇 다른 태도를 보였다. 지금까지 대통령의 대북 메시지가 일관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아직까지는 정부 대북정책의 변화를 시사한 것이라고 섣불리 단정할 단계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정부가 민주주의의 성숙과 통일 지향이 상보관계에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남북관계의 후퇴가 역사에 의해 어떤 평가를 받게 될 것인가를 자성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헌법 69조의 취임선서문을 되새겨 볼 때이다.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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