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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eace Foundation 평화재단

현안진단 35호

대북정책 유연성, 행동으로 보여라

조회
1
등록일
2011-10-11

대북정책 유연성, 행동으로 보여라

류우익 장관 취임 후 북핵과 남북 현안 분리 접근을 골자로 하는 유연한 대북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북한의 책임 있는 조치가 협상 과정에서 가능함을 시사하며, 민간 지원 및 개성공단 협력 재개 등 대내외적 전환 여건이 조성된다. 한미 정상회담이 대북정책 획기적 전환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대북정책의 유연성', 정책의 선회인가 

 

통일부장관이 교체되면서 대북정책의 변화가능성이 주목되고 있다. 그 일차적 진원지는 신임 류우익 통일부장관이다. 류우익 장관은 지난 9월 30일 남북관계발전위원회 소속 민간위원들과 간담회에서 대북정책은 상대방이 있는 만큼 몰아붙이기보다 유연성 있게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이름이 “류(유)연성”으로 바뀌었다는 농담(?)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류우익 장관이 취임한 이후 유연한 대북정책이 화제로 떠올랐다. 북한의 붕괴가능성에 기댄 강경한 대북정책은 대북경제협력업체들에게 커다란 피해를 야기했을 뿐 아니라 국민들과 정치권에도 남북관계 경색에 따른 심각한 피로감을 야기하였다. 국민들이 북한의 대량파괴무기 개발이나 인권 문제에 대해서는 반감을 가지면서도 남북대화와 협력을 원하고, 특히 여야를 불문하고 정치권에서 유연한 대북정책을 통해 남북관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이런 배경에서 남북관계를 사실상 1988년 ‘7.7 선언’ 이전으로 되돌려 놓은 ‘5.24조치’의 상징인 현인택 장관이 교체되자 유연한 대북정책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류우익 장관도 유연한 정책추진을 언급하면서 대북정책의 변화가능성이 주목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대북정책이 일부 유연하게 변화될 조짐도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정부가 이제까지 남북관계뿐 아니라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마저 가로막고 있었던 천안함 사건에 대한 북한의 사과를 더 이상 대화재개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우지 않을 수 있음을 내비치고 있다. 류우익 장관은 지난달 14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천안함 사건 등에 대한 북한의 사과와 책임 있는 행동이 있어야 북한과의 협상을 추진할 수 있다고 하면서도 “그런 것이 협상과정에서 이뤄질 수도 있다”고 언급하기도 하였다. 앞으로 지켜봐야 하겠지만 이제까지 대화재개의 전제조건이었던 북한의 선(先)사과가 대화과정에서의 사과로 변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북핵문제에 대한 협상에서는 북한에 대한 우리 정부의 사과 요구가 이미 철회되었다. 북한이 공개적으로 사과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7월 말 발리와 9월 베이징에서 남북 비핵화회담이 열렸다. 

 

최근 들어 남북관계에서 실제적인 변화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민간차원에서는 정명훈 서울시향 예술감독이 방북하여 정례연주 개최에 합의한데 이어, 7대 종단 대표들이 북한을 방문하여 남북종교인 모임을 개최한 것이나 인도적 대북지원사업들이 재개되고 있는 것이 그것이다. 당국차원에서는 개성공단을 매개로 한 협력사업들이 재개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2010년 3월 천안함 사건 이후 착공이 연기되었던 소방서 건립을 재개하여 올해 말 완공할 예정이다. 개성공단 출퇴근 도로 보수와 함께 응급의료시설의 건립도 본격적으로 추진될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한나라당 대표로는 처음으로 홍준표 대표가 지난 9월 30일 개성공단을 방문하기도 하였다.

 

 

대북정책 전환 여건 마련되고 있어

 

우리 정부가 대북정책을 전환할 수 있는 여건은 류우익 장관 취임 이전부터 만들어지고 있었다. 미국이 먼저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지난 1월 미국과 중국의 정상회담 이후 미국은 북한과의 적절한 대화재개 방안을 모색해 왔다. 미국의 대북대화 모색은 천안함 사건 등에 대한 사과를 전제조건으로 내세워왔던 우리 정부에게 압력으로 다가왔고 그 절정은 지난 6월 한미외교장관회담이었다. 이 회담에서 미국은 대북대화 재개와 남북관계 개선 필요성을 강하게 제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7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1차 남북비핵화회담으로 이어졌다. 1차 남북비핵화회담 이후 미국은 김계관 부상을 뉴욕으로 초청하여 이틀에 걸친 회담을 진행하였고 북한의 입장을 구체적으로 확인하였다. 

 

미국이 아직은 ‘전략적 인내’라는 정책기조를 변화시켰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최소한 대북대화 필요성을 인정하고 이를 위한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사실이다. 이는 미국이 2005년 이후 중단되었던 한국전쟁 당시 실종미군 유해발굴 사업을 재개하기 위한 미북회담과 재미 한국인 이산가족 상봉을 추진하고 있는 데서도 확인된다. 그리고 지난달 클린턴 행정부 말기에 대북정책조정관을 지냈던 대북협상파인 웬디 셔먼이 국무부 서열 3위인 정무차관으로 임명되었다. 미국 조야의 강경한 대북인식과 여론으로 인해 당장 미국의 대북정책이 변화되기는 어렵겠지만, 적어도 변화를 위한 발걸음은 이미 옮겨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은 사실 2009년 상반기 장거리 우주로켓 발사와 2차 핵실험 이후 대외관계 개선을 꾸준히 모색해왔고 특히 미국과의 대화 재개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 과정에서 남북관계를 개선해야 미국과의 대화가 가능하다는 점도 충분히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남북비핵화회담에 응한 것도 그 때문이다. 물론 북한이 남북대화에 응한 것이 단지 미국과의 대화를 재개하기 위한 것만은 아니다. 현재 추진 중인 권력승계를 안정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우호적 대외환경을 만들고 경제적 실리를 확보하려는 의지가 이면에 놓여 있다. 특히 북한에게 경제적 실리확보는 매우 절박하다. 

 

이와 관련 최근 북한은 2012년 강성대국의 대문을 열기 위한 목표수준을 하향조정하기도 하였다. 북한은 당초 강성대국 달성 지표로 1980년대 말 3차 7개년 계획의 목표치를 설정하였으나 최근 들어 강성대국을 달성할 수 있다는 ‘전망’ 제시를 추진하면서 정부차원의 협력 약속을 내세우고 있다. 중국이나 러시아와의 정상회담을 통해 중앙정부 차원의 각종 사업합의와 협력관계 심화를 도모하는 것이 그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국에 대한 의존도 심화가 야기하는 위험요인들을 분산시키기 위한 목적도 대외관계 개선 움직임의 이면에 존재한다. 때문에 김정일 위원장이 지난 8월 러시아 극동지역을 방문하여 정상회담을 개최하기도 하였다. 

 

북한이 남한에 대해 6.15공동선언과 10.4정상선언의 이행을 요구하면서 대북정책 전환을 촉구하는 것도, 그리고 현인택 장관에 대해서는 퇴임 이후에도 비난하면서류우익 장관에 대해서는 주시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도 그와 연동 되어 있다. 북한이 밖으로는 군사적 대응조치를 외치지만 남북관계의 개선을 여전히 원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 라인이 일부 교체되고 있는 것은 정책전환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대북정책 주무부서인 통일부장관이 교체된데 이어 남북관계를 좌우하는 핵심이슈인 북한 핵문제를 다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6자회담 수석대표)도 이달 초 교체되었다. 위성락 전임 본부장이 주러시아 대사로 옮기고, 그 자리에 2007년 북핵기획단장으로 6자회담 차석대표이자 6자회담 에너지·경제협력 워킹그룹 의장을 맡았던 임성남 전 주중공사가 임명되었다. 이렇게 본다면 우리 정부가 대북정책을 전환할 수 있는 ‘여건’들이 대내외적으로 마련되고 있는 셈이다.

 

 

말보다 행동이 중요하다

 

우리 정부가 대북정책 전환 가능성을 시사하고 실제로 남북관계에서 변화의 조짐들이 일부 나타나고 있으나 아직까지는 ‘말의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남북관계가 사실상 냉전적 대치시기로 되돌아가면서 풀어야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본격적인 움직임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일부 단편적인 대북지원이나 인적교류가 이루어지고 있으나 ‘5.24 조치’로 인해 중단된 민간 차원의 경제협력과 사회문화 교류 등이 본격적으로 재개될 기미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당국 차원에서도 우리 기업들의 투자가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한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한 협의 움직임이 가시화되지 않고 있으며 이산가족 상봉조차 추진되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서해에서는 여전히 포격소리가 멈추지 않고 있다. 남북대화보다는 군사적인 압박이 중심에 있는 듯한 모습이다.

 

이제는 우리정부가 실질적인 행동으로 정책의 유연성을 보여주어야 할 때이다. 정부가 대북정책을 유연하게 추진해야 할 이유는 자명하다. 연평균 약 4천명씩 사망하고 있는 이산가족 1세대의 상봉 문제나 금강산관광에 대한 우리 기업들의 대북투자보호 문제는 어쩌면 작은 문제들일 수 있다. 중국의 동북3성과 러시아의 극동지역이 새로운 경제성장 핵심으로 등장하고 북⋅중⋅러 간의 협력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우리가 북핵문제 해결과 동북아 정세를 주도하면서 통일시대를 능동적으로 열기 위해서는 대북정책의 실질적인 전환이 절박한 것이다.

 

현 시기 남북관계를 풀어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북한 핵문제와 남북관계 현안들을 분리하여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북한의 선제적인 비핵화 조치를 지나치게 앞세울 경우 북핵문제는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할 수 있다. 최근 남북 간에 비핵화회담이 개최되고 북․미 회담이 열리는 등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들이 조심스럽게 재개되고 있지만, 남북관계 현안들을 북핵문제와 분리하여 두 가지 문제 모두가 해결을 향해 진전될 수 있는 보다 전향적인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다음으로 민간과 당국 차원의 대화와 협력을 상호 분리하여 투 트랙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이는 정부의 대북정책 전환 부담을 분산 또는 완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우선 민간 차원의 교류협력과 대북지원을 점차적으로 확대하면서 사실상 ‘5.24 조치’ 이전 수준의 남북교류협력을 회복해 나가야 할 것이다. 당국 차원에서는 남북관계 개선 분위기에 맞추어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위한 회담을 재개하고 그 과정에서 금강산관광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남북 간 대화도 자연스럽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 금강산관광문제는 여전히 대북정책 전환과 남북관계 회복의 시금석과 같다. 

 

‘5.24조치’에 관해서는 결자해지 차원에서 현 정부가 이를 철회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그래야만 차기 정부가 부담없이 대북정책을 수행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아무런 대국민 설득과정이 없이 유연성을 앞세워 정책선회의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은 당당하지 못하고 국민들에게 혼란만 가져올 수 있다. 공식적인 철회가 어렵다면 과감하게 남북관계 개선의 출로를 마련하는 조치를 취해 선제적으로 상황을 반전시키고 후차적으로 그에 대한 국민적 공감을 얻는 방안도 있을 것이다.

 

 

한미 정상회담, 대북정책 전환 계기되어야

 

10월 14일(한국시간) 워싱턴에서는 한미 정상회담이 개최된다. 한미 정상회담 하루 전에 미국 의회가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을 비준할 예정이다. 때문에 이명박 대통령의 이번 미국방문과 한미정상회담 개최의 핵심의제는 한미 FTA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반도의 엄중한 정세를 생각할 때 이번 한미 정상회담이 한미 FTA를 축하하는 자리로만 끝나서는 안 된다. 한반도 안보정세에 대한 상호 이해와 협력을 토대로 남북정상회담 추진을 포함한 남북관계 개선 방안에 대한 폭넓은 협의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현재처럼 남북 상호 간에 불신이 팽배한 상황에서 실무차원의 상향식 방식으로 남북관계 개선의 돌파구를 마련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남북당국자 간에 실무회담을 한다고 해도 상호 명분과 체면에 묶여 어느 쪽도 양보하기 어려운 상황이 지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남북정상회담의 개최를 통해 남북관계의 회복을 위해 정면 돌파하는 것도 검토할 만하다. 

 

남북관계를 획기적으로 풀기 위해서는 최고지도자의 결단이 필요한 것이다. 이런 점에서 실무적인 협의로 시간을 소진하기보다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전격적으로 문제를 풀어가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방식일 수도 있다. 권력승계를 추진 중인 김정일 위원장도 이러한 방식 자체를 거부하지는 않을 것이다. 과거 몇 차례 추진되다가 실패한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 당당하게 정상회담을 추진한다면 여야 모두 이를 환영할 것이다.

 

내년 3월 핵안보정상회의와 4월의 국회의원선거, 12월의 대통령 선거 등 국내 정치일정을 고려할 때 남북정상회담을 할 수 있는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중국의 동북진흥과 러시아의 극동 개발에 따라 동북아 지경학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고, 북한마저 이에 편승해 생존을 모색해가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에 적극 관여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 그리고 통일한국을 열어갈 기회의 창을 스스로 닫아버리고 자칫 강대국들이 좌우하는 동북아 질서의 하위 편입자로 전락할 수도 있다. 

 

얼마전 세상을 떠난 스티브 잡스는 늘 갈망하고 무모한 도전을 함으로써 자기가 원하는 미래를 열 수 있다고 하였다. 우리의 평화와 통일에 대한 갈망이 쇠와 같이 단단해야 하며, 늘 앞서서 그 실행방안을 디자인하고 도전해야 하지 않을까? 지금과 같은 중요한 시기일수록 현명한 전략적 판단과 선택이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이번 한미 정상회담이 양국의 공조 하에 대북정책을 획기적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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