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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eace Foundation 평화재단

현안진단 40호

지금이 남북관계 정상화의 기회다

조회
3
등록일
2011-12-30

지금이 남북관계 정상화의 기회다

• 김정은의 조기 등장은 ‘북한변수’의 불확실성을 해소 • 김 위원장 사후 두드러진 중국의 존재감 • 유연했으나 아직은 부족한 한국의 대응 • 대북 화해제안으로 한반도문제의 주도권을 쥐자

김정은의 조기 등장은 ‘북한변수’의 불확실성을 해소

 

  김정일 위원장이 향년 69세의 나이로 사거했다. 북한 당국은 12월 17일 오전 8시 30분에 김 위원장이 현지지도를 위한 열차 안에서 사거했다고 발표했다. 사거 시간에 대해 국내에서 이견이 존재하지만 그것은 그다지 중요한 사안은 아니다. 보다 중요한 것은 2012년 주변국들의 정권교체기를 앞두고 김 위원장의 갑작스런 사거로 한반도 정세의 불확실성이 한층 높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사실이다. 

 

  장기화되고 있는 북한의 경제난, 국제사회의 대북 비핵화 압력과 경제제재, 불안정한 후계체제 등 산적한 문제들 때문에 김정일 사후 군부의 쿠데타, 국내모순을 외부로 돌리기 위한 대남 군사도발이나 추가 핵실험, 경제난에 시달린 북한주민들의 봉기나 대량 탈북 가능성 등 북한체제의 위기와 조기붕괴의 가능성을 점치는 견해들도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다. 

 

  김 위원장의 사거는 한반도를 비롯해 동북아 안보지형을 뒤흔들 수 있는 일대 사건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많은 국내외의 북한전문가들은 북한 내부에는 김정은 체제에 대한 도전세력이 존재하지 않으며 이미 새로운 리더십을 중심으로 한 결속력을 갖추어 왔기 때문에 후계체제가 조기에 안정을 찾을 것이라는 전망하고 있다. 북한은 2009년 4월의 헌법 개정과 2010년 9월 당 규약 개정을 통해 그 동안  후계 영도의 안정화 차원에서 당 총비서와 당 중앙군사위원장, 국방위원장과 인민군 최고사령관 직책을 1인에게 집중되도록 법제화했다. 

 

  상중(喪中)임에도 불구하고, 북한 매체들은 김정은에 대해 ‘당과 국가, 군대의 영명한 영도자’라고 부르고 인민군 최고사령관과 당 중앙위원회 수반이라는 호칭을 사용하고 있다. 따라서 북한은 절차적 정당성을 최대한 확보하면서 이른 시기에 김정은을 노동당 총비서와 국방위원장으로 추대하고 이를 토대로 당 중앙군사위원장과 인민군 최고사령관직 승계를 공식화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인 김정은은 머지않아 당⋅정⋅군 삼위일체의 정점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같이 김정은 체제의 조기 구축은 역설적으로 말해 오히려 2012년에 예상되었던 ‘북한요인’을 정리해 주어, 한반도 정세의 불확실성을 초래하는 많은 요인들 가운데 핵심부분을 일찌감치 해소해 주는 효과를 가져 올 수 있다. 김 위원장의 조기 사거로 김정일-김정은 이중권력시대라는 과도기 없이 2012년도 김정은 정권의 공식화와 강성대국의 원년 선포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는 측면도 있는 것이다.

 

 

김 위원장 사후 두드러진 중국의 존재감

 

  새로운 김정은 체제가 조기에 정착되기 위해서는 권력투쟁이나 주민의 반발 등 내부 요인을 통제하는 것에 못지않게 주변국들과의 관계, 즉 중국을 비롯한 미국, 러시아, 일본 등 주변국들이 북한체제의 조기 안정을 지지하고 나서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중국의 역할과 지원이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김일성 주석의 사후 중국은 즉각적으로 조의를 표명하고 김정일 후계체제를 인정하였다. 그렇지만 자연 재해 등으로 수백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하여 김정일 체제가 위기에 몰렸을 때 중국은 ‘북한이 요청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대규모 식량지원을 제공하지 않았다. 당시 중국이 김일성 사후 ‘북한 길들이기’ 차원에서 그랬다는 분석도 있고, 북한이 비밀리에 개발하고 있던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포기시키기 위한 압박용이었다는 분석도 있다. 결국 1998년 북한은 장거리로켓을 발사하며 김정일 체제를 공식 출범시켰다. 이 때문에 북·중 관계는 한 동안 소원해지기도 했다.

 

  그러다가 2008년 8월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 악화 이후, 북한은 장거리 우주로켓의 발사와 2차 핵실험의 단행, 자력갱생운동의 전개 등 독자적인 생존체제를 구축하고자 시도하였다. 그러자 중국이 한반도 정책의 우선순위를 비핵화보다 평화, 안정을 중시하는 것으로 변경하면서 북한과의 관계정상화를 꾀하고 마침내 2009년 10월 원자바오 총리의 방북, 그리고 2010~11년 세 차례에 걸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방중으로 양국관계는 완전히 정상화되었다. 

 

  지금 김정일 위원장의 급서 이후 중국이 보이는 태도는 김일성 사후와는 많이 다르고, 최근 북·중 관계의 급속한 밀착 현상과 맥락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중국은 김 위원장 사거 직후 김정은 체제를 공식 인정했을 뿐만 아니라, “북한을 자극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중국 주재 한국, 미국, 일본, 러시아 대사들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또한 중국정부가 북한체제의 안정을 위해 대규모 식량지원을 준비 중이라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중국은 마치 자국이 북한의 후견인인 듯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김 위원장의 급서를 전후해 전개되고 있는 한반도 외교에서 중국의 존재감이 크게 부각되고 있다. 1994년 7월 김일성 주석의 사거 당시만 해도 중국은 유엔개발계획(UNDP)이 주도하던 두만강지역개발계획(TRADP)에 자금부족을 이유로 참여를 꺼려할 정도였고 북·중 교역액이나 비중도 미미했다. 하지만 지금 중국은 새로운 두만강개발구상(GTI)을 국제공동개발이 아니라 중국이 주도하겠다고 나서는 상황이고, 북·중 교역액은 규모나 비중 면에서 압도적이다. 

 

 

  유연했으나 아직은 부족한 한국의 대응

 

  이처럼 김 위원장 사후 중국이 발 빠르게 대응하는 데 비해 우리 정부의 존재감은 너무나 미약하다. 김 위원장의 유고를 모르고 진행된 이 대통령의 방일이 보여주는 대북 정보능력의 부재, 김정은 후계체제에 대한 아직도 불분명한 입장, 그리고 새로운 북한정권에 맞춘 대북정책의 방향전환 문제 등 우리 정부는 북한문제에 대해 상황에 이끌려가는 느낌이다. 지금 우리 외교가 하고 있는 일은 북한의 안정적 관리를 목적으로 북핵 6자회담의 재개를 위해 뛰는 것이 고작이다. 

 

  그나마 조문·조의에 대한 정부의 신속한 입장 정리로 김일성 주석의 사거 때와 같은 정치적 논란이 발생하지 않은 점은 다행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가 북한 정권과 주민을 분리하기는 했지만 일단 조의를 표시한 것이나 이희호·현정은 등 민간 조문을 부분 허용한 것 등은 이전에 비해 유연한 자세였다. 

 

  2012년도 남북관계를 전망하면서, 국내 전문가들 가운데 일부는 향후 남북관계의 향방은 북한의 태도에 달렸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내년도 남북관계는 북한의 대남정책보다 오히려 우리의 대북정책에 따라 남북관계의 향방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으로서는 비상사태에 있기 때문에 군사도발이든 대화 제의 등 당장 대남정책을 능동적으로 펼칠 처지가 못 된다. 그보다는 우리의 대북정책을 지켜보면서 소극적으로 대응해 나오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 

 

  내년도 남북관계의 변수는 우리의 대북정책, 특히 여기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국내정치에 있다. 2012년에는 4.11 총선과 12.19 대선이라는 큰 정치행사가 기다리고 있다. 한국선거에서 북한변수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쳐왔던 게 사실인 만큼, 이번에도 정치권에서 김정일 사후의 북한 변수를 어떻게든 선거에 활용하려는 유혹이 나타날 개연성이 크다.

 

  2006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박근혜 예비후보가 선두를 달리고 있었지만, 10월 9일 북한이 1차 핵실험을 실시하면서 국민지지도 1위의 자리를 이명박 예비후보에게 물려주었고 그 뒤로 만회하지 못했다. 북한으로서는 남북관계를 당분간 관리국면에 두면서 시간을 벌기 위해 우리 내부의 정치역학의 공간을 파고드는 행태를 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북 화해제안으로 한반도문제의 주도권을 쥐자

 

  금년 들어 제3차 남북정상회담이 물밑에서 추진되고 있다는 언론보도가 잇달았다. 하지만 이제 김정일 위원장의 사거로 이명박 정부의 임기 중에 정상회담이 이루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북한으로서도 김정은으로의 정권승계작업을 마무리해야 하고, 우리로서도 선거국면에서 파트너가 확정되지 않은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게 정치적으로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현 정부의 임기 중에 남북정상회담의 개최가 물건너 간 것이 기존의 대북정책을 고수해야 한다는 것을 정당화 할 수는 없다. 현재 통일부는 이전보다 유연한 대북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북한의 변화를 위기로 만들지 않고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남북관계를 정상화시키고 향후 평화공존과 통일로 나아갈 기회로 만들어가는 것이 필요하다. 

 

  우선, 남북관계를 정상화시키기 위해서 현재 남북관계를 차단하고 있는 ‘5.24조치’를 철회할 필요가 있다. 정부당국자도 지적하듯이, 천안함 사태의 대응조치로 취해진 ‘5.24조치’는 책임자로 지목된 김 위원장의 사거로 당연히 재검토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남북관계의 정상화를 위한 출발점은 금강산관광의 재개와 인도적 식량지원의 재개이며, 이를 풀기 위해서는 명분이 주어졌을 때 그 장애물을 치우는 것이 사리에 맞다고 본다.

  다음, 김정은 체제를 인정하고 조기붕괴론에 입각한 우리 정부의 대북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 지나치게 북한체제의 위기에 초점을 맞추고 체제전환의 시각에서 대북문제에 접근하게 되면 남북관계를 정상화 시킬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새롭게 형성되는 동북아 질서 재편 과정에 제대로 합류하지 못하고 소외될 가능성이 크다. 

 

  끝으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김정은 체제가 스스로 시장화를 통해 개혁개방으로 나올 수 있도록 우리 정부가 전략적으로 접근을 모색해야 한다. 당면한 북핵문제와 분리하여 다원화된 대북 접근 자세를 취할 필요가 있다. 김정은 체제가 시장화와 개혁·개방을 통해 얻는 것이 체제붕괴가 아니라 더 나은 미래의 보장이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도록 우리 정부가 도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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