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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eace Foundation 평화재단

현안진단 41호

2012년 북한 김정은 정권이 던지는 도전과 기회

조회
3
등록일
2012-01-17

2012년 북한 김정은 정권이 던지는 도전과 기회

• 권력기반을 다지기 위한 동원과 통제 강화 • 북한, 이명박 정부와 영원히 상종하지 않는다? • 김정일 최대 업적은 핵보유와 장거리 미사일 발사? • 인민생활 향상과 개방개혁 사이의 미로 • 언제까지 기회의 '창'만 열어 놓고 있을 것인가?

북한 김정은 정권이 권력승계 초기에 일사 분란한 모습을 과시하며 대내외 정책방향을 잡아가고 있다. 대내적으로는 대를 이은 일심단결을 강조하며 유일적 영도체계를 구축해 나가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를 위해 한편으로는 억압과 통제의 기존정책 노선을 유지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인민을 위한 해’를 표방하며 주민들의 경제생활 수준 향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대남 면에서는 원칙적 입장을 견지하면서 남한 당국과 상종하지 않겠다고까지 비난하는 등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중국과 러시아와의 관계 강화를 기초로 ‘자주․친선․평화’의 기치하에 모든 나라들과 선린우호관계를 넓혀나가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 같은 북한 김정은 정권의 초기단계 움직임은 우리에게는 새로운 도전이자 기회로 되고 있다. 우리가 북한을 어떻게 이끌어 가느냐 하는 것이 북한의 향후 정책방향 선택에 큰 영향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권력기반을 다지기 위한 동원과 통제 강화

 

김정은 정권이 표방한 대내 정책방향은 한마디로 기존정책의 답습이다. 여기에다가 권력의 누수를 막기 위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유훈을 앞세워 사회통제와 군중동원을 강화해 나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북한은 지난해 12월 31일 당 중앙위원회와 중앙군사위원회 공동구호를 발표하여 ‘오늘의 대고조전투는 제국주의 반동들과의 첨예한 대결전’이라며 이 대결전에서 승리하기 위해 주민들에게 ‘수령결사옹위정신과 자력갱생, 간고분투의 혁명정신을 높이 발휘’할 것을 촉구하고 국가안전보위부, 인민보안부 등도 ‘수령보위, 제도보위, 정책보위, 인민보위’ 임무를 제대로 수행해야 한다며 공안기관에 의존한 통제강화를 예고하고 있다. 경제에서도 사회주의 원칙 고수를 강조하면서 심지어 ‘1970년대 당의 기초축성시기 일군들처럼 살며 투쟁’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이는 과거 ‘천리마운동’과 ‘3대혁명소조운동’이 연상될 정도로 퇴행적이다.

 

지난 1월 1일 발표된 신년공동사설도 이러한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 김일성 전 주석 생일 100주년을 맞는 올해를 ‘불타는 충정의 해’로 선포하고 김정일 위원장이 제시한 정책은 절대로 변함이 있을 수 없다며 우리식 사회주의 고수를 강조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제국주의 사상․문화적 침투를 분쇄하고 이색적인 생활풍조를 뿌리 뽑는 투쟁을 강도 높게 벌이자며 두터운 모기장을 쳤다.

 

북한은 또한 김정은 부위원장의 유일적 영도체계 수립을 위해 당과 군대, 인민들 모두가 매진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특히 김일성 생일 100주년인 올해를 선군대고조의 승리로 맞이하자며 ‘<단숨에>의 기상을 높이 떨치고 불가능을 모르는 영웅적 조선인민군의 돌격속도, 일당백속도로 위훈을 창조’해야 한다고 외치고 있다. 북한은 이를 통해 2012년부터 ‘자주의 길, 선군의 길, 사회주의의 길’인 새로운 주체 100년을 열어가자며 당과 군, 주민들을 독려하고 있다. 이는 당분간 분권화나 시장경제 개혁 등을 통한 자율성 증대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을 말해 준다.

 

 

북한, 이명박 정부와 영원히 상종하지 않는다? 

 

김정일 위원장 사망에 대한 조문 문제로 시작된 북한의 대남강경 선언들은 우리에게 직접적인 도전을 야기한다. 북한은 김정일 위원장의 장례가 끝나자마자 국방위원회 명의로 성명을 발표하여 김정일 위원장 사망 이후 남한 당국이 민간인들의 조의표명과 조문방북 길을 막아 ‘동족의 아픈 가슴에 못을 박고 쓰린 상처에 칼질을 하는 난동’을 부렸고, ‘우리(북한)의 체제변화를 유도할 호기라도 온 것처럼 분주탕을 피웠다’며 이명박 정부와 ‘영원히 상종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신년공동사설도 그 연장선에서 이명박 정부의 ‘반통일적인 동족 적대정책을 짓부셔 버리기 위한 거족적인 투쟁’을 선동하고 나섰다. 북한이 남한당국과의 모든 대화를 실제로 차단할지는 지켜보아야 하겠지만, 올해 총선과 대선 등 우리의 정국상황과 맞물려 남북관계가 상당히 불안한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김정은 정권이 권력기반을 조기에 공고하게 구축하기 위해 퇴행적이고 경직적인 대내정책기조를 천명하여 건설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환경이 당분간 만들어지기 어렵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잠재적인 도전이 될 수 있다. 더구나 남한에 대한 강경한 입장은 더욱 적극적인 의미에서 정세 불안정과 긴장고조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직접적이고 심각한 도전이 아닐 수 없다. 물론 김정은 정권도 중국이 안정적 경제성장을 위해 동북아지역의 정세안정과 평화를 바라는 점이나, 핵문제를 두고 비핵화 선행조치 이행과 식량지원 등의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미국이 남북관계 개선을 원하고 있음을 모르진 않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북한이 최근 보이고 있는 대남 비난 강화와 대화단절 주장은 대남도발에 대한 예고라기보다 주민통제 강화를 위해 적절한 수준의 긴장을 조성하려는 대내 정치용의 의미가 클 수 있다. 그럼에도 김정은 정권 내부의 불안정성과 권력엘리트들의 충성경쟁, 우리 정부의 임기 말 권력누수와 대화 실효성 감소 등 부정적 요인도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 특히 북‧중 간 전략적 협력관계가 더욱 심화되고 미‧북 대화도 일정 수준까지 진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로서는 매우 어렵고 곤혹스러운 처지에 몰릴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도전이 아닐 수 없다.

 

 

김정일 최대 업적은 핵보유와 장거리 미사일 발사? 

 

핵문제에 대한 김정은 정권의 입장은 한반도 비핵화가 이전보다 더 험난한 과정에 들어가고 있음을 시사한다. 북한은 지난해 12월 28일 노동신문 정론으로 발표한 ‘김정일 동지의 혁명유산’에서 ‘인공지구위성의 제작 및 발사국의 자랑에 핵보유국의 존엄!’을 최고 유산으로 내세웠다. 북한의 강성대국 논리로 보면 김일성 전 주석이 주체사상으로 정치사상의 강국을 이루었다면, 김정일 위원장은 주체사상에 더해 선군정치로 정치사상의 강국을 발전시켰을 뿐 아니라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 보유로 군사강국을 이룩하였다. 미완의 경제강국 건설은 김정은 정권의 몫이겠지만, 논리적으로만 보면 북한이 향후 새로운 주체 100년을 열어가면서 사회주의 강성대국을 건설하겠다는 목표를 포기하지 않는 한 군사강국의 핵심 업적인 핵무기를 포기할 가능성이 그만큼 낮아진 것이다. 이는 김정은 정권이 새로운 업적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불안정한 상태를 지속하면 할수록 더욱 핵보유에 매달릴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물론 핵보유도 그 자체가 목적이라기보다 정권과 체제의 존속을 위한 수단이다. 때문에 대내외 정세와 환경의 변화에 따라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여지가 여전히 존재한다. 하지만 당분간 북한의 핵 포기를 통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가 매우 어려운 과제로 남게 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이런 점에서 김정은 정권이 신년공동사설을 발표하면서 수년간 다루어왔던 ‘조선반도 비핵화’를 언급하지 않은 것은 우리에게 또 하나의 도전을 예고한다.

 

 

인민생활 향상과 개방개혁 사이의 미로 

 

한편 김정은 정권이 주민들의 마음을 잡기 위해 경제 분야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은 우리에게 의미 있는 기회의 창을 열어준다. 북한이 필요로 하는 것을 우리가 제공해 줄 수 있을 때 대화의 유인이 존재하고 관계 회복 가능성이 높아지며 무엇보다 북한 스스로가 변화를 모색할 동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김정은 정권은 당면한 최대 과제로 인민생활 향상을 제시하고 향후 비전으로 지식경제강국을 주창하였다. 김정은 정권은 올해를 ‘인민을 위한 해’로 선포하고 ‘인민을 위한 좋은 일을 더 많이 하자!’는 구호를 제창하면서 경공업과 먹는 문제를 주공전선으로 설정하고, 특히 강성국가 건설을 위해 ‘식량문제를 푸는 것이 초미의 문제’라며 주민들의 먹고사는 문제 해결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정은 정권은 또한 ‘새 세기 산업혁명은 최첨단 돌파전으로 우리(북한) 식의 지식경제강국’을 건설하겠다며 이를 ‘사회주의건설의 웅대한 전략적 노선’으로 천명하였다. 군에 대해서도 군민일치 사상을 강조하면서 ‘인민의 행복을 꽃피우기 위하여 헌신적으로 투쟁’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반면 김정은 정권이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내세운 방식은 매우 유감스럽게도 이미 실패한 것으로 드러난 퇴행적 방식이다. 김정은 정권이 경제 문제를 풀어가기 위해 제시한 방식은 적어도 현재로서는 경제관리 개선보다 속도전과 돌격전, 대중운동과 사회주의 경쟁이다. 이는 그나마 북한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시장경제활동도 위축시킬 수 있다. 자력갱생도 강조되고 있다. ‘경공업부문에 필요한 원료나 자재를 자체 자원과 원료 원천으로 해결’하자고 촉구한 것이나, ‘우리(북한) 식의 유기농법’을 강조한 것, 컴퓨터수치제어(CNC)‧정보‧나노‧생명공학을 운위하지만 주체와 집단주의를 내세우고 ‘자체의’ 새 기술을 강조하고 있는 것 등이 그것이다. 김정은 정권이 경제회복의 최대 걸림돌이 경제관리 방식 개혁에 있음을 부인하고 과거 방식에만 매달린다면 정치적 동원과 자원배분이 낳은 불균형과 비효율을 고스란히 반복할 가능성이 높다.

 

목표와 수단의 괴리는 필연적으로 위기를 불러오고 그 위기는 변화의 계기를 제공한다. 김정은 정권이 어떤 이유에서건 인민생활 향상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최우선 정책과제로 제시한 것은 바람직하나 이를 달성할 수 없는 퇴행적 방식을 선택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목표 달성은 요원해지고 있다. 중국이나 러시아, 미국 등에서 유입될 제한된 자원을 갖고는 주민들의 생활향상은 물론이고 김정은 정권을 수호해야 할 권력엘리트들의 특권적 지위도 제대로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는 정권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으로 표출되고 권력엘리트들 간의 갈등으로 나타날 것이다. 여기에다 중국 또한 북한과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면서 북한의 권력엘리트들에게 개혁개방에 대한 인식을 심어주기 위한 노력을 적극 기울이고 있다. 최대 후원국의 개혁 촉구와 내부의 개혁 압력 앞에서 김정은 정권이 향후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언제까지 기회의 ‘창’만 열어 놓고 있을 것인가? 

 

김정은 정권의 새 출발은 우리에게 기회와 과제를 제기한다. 김정은 정권이 정권과 체제의 안정을 위해서는 결국 당면한 경제적 어려움을 풀어야 함을 알고 있고, 향후 개방과 개혁의 압력에 직면할 것이라는 점은 우리가 북한에 건설적으로 관여(engage)할 수 있는 여지가 있음을 의미한다. 사실 우리가 북한에 건설적으로 관여할 기회의 창은 이미 열려 있다. 북한은 신년공동사설에서 김정일 위원장의 중국과 러시아 방문의 성과를 평가하였다. 비록 대내 정치적 여건이나 대외환경이 적극적인 개혁추진에 장애로 작용하고 있지만 중국과 러시아를 중심으로 한 기존의 대외개방 기조는 이어가겠다는 뜻이다. 김정은 정권이 대외협력 자체를 거부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우리가 주변국들과 협력하여 북한의 변화를 이끌 수 있는 공간도 존재하는 것이다. 이제 그 기회를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어떻게 활용할지는 우리의 몫이다.

 

정권의 기반이 아직은 취약하고 권력엘리트들의 충성경쟁에 둘러싸여 현상유지적 대내정책과 강경한 대남입장을 천명한 김정은 정권이 정세불안정을 야기할 가능성은 상존한다. 때문에 김정은 정권을 방치하는 것은 불안정한 정세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나아가 남북의 평화적 통일을 주도적으로 만들어가야 하는 민족사적 소임을 방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경색된 남북관계의 전환을 통해 김정은 정권이 보다 빨리 개방과 개혁의 길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필요한 환경 조성에 당장 나서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과도적 전환기에 정권과 체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에 극도로 민감해져 있는 북한을 자극하지 말고, 긴장 조성의 요인들을 제거해 나가는 것이 그 첫걸음일 것이다. 그리고 민간 부문을 중심으로 남북관계도 점진적으로 복원시켜 나가야 한다. 대북교류협력을 전면적으로 중단시킨 5․24 조치를 실질적으로 유연하게 운영해 나간다면 사실상 철회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은 우리의 메시지 하나하나를 무겁게 보고 주시하고 있다. 북한을 움직이게 하려면 우리가 먼저 움직여야 하는 것이다.

 

최근 우리 정부의 움직임은 이전과 같은 경직된 태도에서 다소 벗어나는 듯한 모습이다. 지난 5일 이명박 대통령은 통일부의 업무보고 자리에서 북한을 흡수통일 할 생각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고, 류우익 통일부 장관은 천안함‧연평도 도발에 대한 책임 있는 조치와 비핵화의 진정성을 확인해야 한다면서도 금강산관광 재개나 6‧15공동선언과 10‧4정상선언 등 남북 간 합의이행 문제를 북한과 협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표명하였으며,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김정은 부위원장이 합당한 지위를 가진다면 정상회담까지 포함하여 협상의 파트너로 인정할 수 있다고 하였다. 천안함과 연평도 문제가 대화의 전제조건에서 협의의 대상이 되었고, 북한이 지속적으로 요구한 금강산관광 재개나 6‧15공동선언과 10‧4정상선언 이행도 협의 대상으로 올라왔다.

 

그러나 이를 실제적으로 추진해갈 진정성이 있는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문제를 실제로 풀어갈 정책 수단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남북 간의 신뢰회복에 가장 크게 기여할 대북지원도 국제기구를 통한 간접지원만 언급되었을 뿐 우리 정부가 직접 북한에 대규모의 인도지원을 하겠다는 이야기는 어디에도 없다. 결과적으로 기회의 창이 열렸다면서도 또다시 공을 북한에 떠넘기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남북관계는 엄동설한에 들어서 있다. 추운 겨울 창문을 열어만 놓으면 찬바람만 들어온다. 이제는 기회의 ‘창’이 아니라 대문을 열고 문턱을 낮춰 김정은 정권을 안으로 불러들일 전략을 마련하고 이를 진정성 있게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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