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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eace Foundation 평화재단

현안진단 45호

탈북자 문제, ‘문제’라면 반드시 ‘해답’이 있다

조회
1
등록일
2012-02-29

탈북자 문제, ‘문제’라면 반드시 ‘해답’이 있다

• 탈북자, 불법체류자, 그리고 난민 • 중국은 난민신청의 기회를 봉쇄하지 말라 • 재중(在中) 탈북자 문제, 왜 꼬이게 되었나? • 정부는 탈북자 관련 정책원칙과 목표부터 밝혀라

탈북자, 불법체류자, 그리고 난민

 

작금 중국 공안에 체포된 탈북자의 북송 문제가 한⋅중간 외교 현안으로 비화되고 있다.

 

우리는 탈북자를 난민으로 보고 본인의 의사에 반해 강제로 북송해서는 안된다는 국제법 원칙(농르푸르망 원칙, Principle of Nonrefoulement)을 중국에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이들이 입국사증(비자)없이 자국내 불법으로 체류하는 자로 강제퇴거(Expulsion)의 대상이라는 입장이다. 그렇게 강제 북송된 탈북자들이 매년 수천명에 이른다고 한다.

 

사실 탈북자라고 모두 한국에 귀순하거나 제3국에 피난처를 찾는 것은 아니다. 탈북자 중에는 단순한 불법체류자도 있다. 중국에는 위험을 피하여 피난처를 구하는 난민형 탈북자와 장차 돈을 벌어 다시 북한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생계형 불법체류자 등이 섞여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이 자국의 출입국관련법에 따라 강제 퇴거하고자 하는 불법체류자까지 탈북자는 무조건 난민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요구한다면 한⋅중간에 이 문제를 영원히 풀 수 없다. 원천적으로 불법 체류자의 단속과 강제 퇴거 등 조치는 주권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우리도 불법체류 외국인들을 단속하여 본국으로 강제 퇴거시키고 있다. 

 

그러나 탈북자 가운데는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박해받을 우려가 있거나 극도의 빈곤과 기근 등으로 탈북하여 북한의 보호를 받는 것을 원치 않는 ‘난민협약’상의 분명한 난민으로 규정되어야 할 사람들이 상당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중국이 주권을 내세워 이들을 불법체류자로 싸잡아 강제 북송하는 것은 국제법을 무시하는 처사이고 바로 이것이 문제인 것이다. 따라서 그 해결책은 탈북자를 불법체류자냐 난민이냐로 양분하는데서 벗어나는데서 출발해야 할 것이다.

 

 

중국은 난민신청의 기회를 봉쇄하지 말라 

 

우리는 중국에게 모든 탈북자를 “난민으로 인정하라”고 요구할 것이 아니라, 탈북자들이  “난민신청을 하는 것을 막지 말라”고 요구해야 한다. 중국은 이들을 난민으로 보지 않는다고 명백히 말하고 있고, 단 한명의 탈북자도 중국에 난민신청을 원하지 않는 상황에서 중국이 탈북자를 모두 난민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것은 비현실적인 주장이다. 

 

그러나 중국이 난민신청을 봉쇄해서는 안되는 이유는 많다. 중국이 난민신청을 인정한다 해도 중국의 국익에 반할 것은 없다. 탈북자 가운데 다시 북한으로 돌아갈 것을 원하지 않는 사람들 대부분은 중국에 피난처(asylum)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북한과 혈맹관계인 중국에서 난민으로 불안하게 살고자 하는 탈북자는 없다. 이들에게 중국이란 피난처를 찾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거쳐 가야 하는 경유지일 뿐이다. 

 

이들 탈북자들은 한국이나 미국 또는 다른 유럽 국가들에 피난처를 요구하고 있다.  작년 한해 동안 한국에 귀순한 탈북자는 약 3,000명에 달한다. 또한 약 1,200명이 세계 10여개 나라에 난민신청을 했다. 그러나 중국에 난민을 신청하는 탈북자는 없었다. 

 

물론 중국이 자국내 불법체류 외국인을 단속하는 것은 주권행사에 속한다. 한국도 매년 10만명 내외의 불법체류자를 단속하여 2만명 내외를 강제퇴거(추방)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과 중국이 다른 것은 한국에서는 불법체류자라고 해서 난민신청 기회를 봉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중국도 탈북자들에게 난민신청의 기회를 열어주어야 한다. 

 

중국이 탈북자들의 난민신청 기회 자체를 막는 것은 북한을 의식한 태도일 것이다. 또한 일단 난민신청의 길이 열리면 중국으로 탈북자가 몰려들어 중국 동북지방의 치안이나 변경관리에 부담이 커질 것을 우려할 것이다. 그러나 이는 단견(短見)이다. 

 

한때 30만명까지 추정되었던 중국내 탈북자 규모가 근래에는 많아야 3만명 내외로 줄었다고 한다. 그간 한국에 정착한 2만여명, 제3국에 피난처를 구한 2천명, 또한 강제 북송된 규모를 추가하더라도 나머지 20만명 내외의 탈북자는 어디로 갔나? 탈북자라고 모두 난민으로 피난처를 구하는 것은 아니라 북한으로 되돌아가는 사람도 많다는 얘기다.    

 

또 난민신청 기회가 열린다 해도 모두 자동으로 난민자격이 주어지는 것도 아니다. 중국내 외국공관이나 유엔고등판무관실은 난민자격 부여에 신중해질 것이다. 한국처럼 탈북자들을 가리지 않고 모두 받아들이는 나라들이 부담스럽다면 최소한 유엔고등판무관실의 활동만이라도 우선 허용해야 한다. 그러면 자연히 국제법적 기준에 따라 난민의 적용 여부가 가려질 것이다.

 

중국이 탈북자를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은 주권적 판단이다. 그러나 주요 국가들이 탈북자를 난민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이 이들의 난민신청 기회조차 봉쇄한다면 탈북자 문제는 북한의 인권 문제가 아니라 중국의 인권 문제로 비화하게 될 것임을 계산해야 할 것이다.

 

중국은 탈북자 문제를 “국제법과 국내법, 그리고 인도주의적 고려”라는 원칙에 입각해 처리한다고 누차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 세 가지 원칙이 실질적 내용을 가지려면 세 원칙 사이에 충돌이 있을 때는 “인도주의적 고려”를 우선해야 한다는 입장에 서야 한다. 중국은 G-2 시대를 맞이하여 책임있는 대국의 위상에 걸맞게 행동해야 한다. 

 

 

재중(在中) 탈북자 문제, 왜 꼬이게 되었나?

 

중국이 일관되게 탈북자의 난민신청 기회를 막아 온 것은 아니다. 2001년 중국은 북경주재 유엔고등판무관실에 난민신청을 한 탈북자 가족이 난민자격을 부여받자 이들의 출국허가를 내주었다. 물론 쉬웠던 일은 아니다. 우리를 비롯한 관련국들의 치열한 외교 노력이 있었다. 2002년부터는 한국공관을 비롯한 외국공관에 밀려드는 탈북자들에게 출국허가가 나왔다. 역시 어려운 교섭과정이 있었다. 

 

당시 주중 한국대사가 쓴 책에 의하면 중국이 출국허가를 차일피일 미루고 내주지 않으면 우리는 중국인에 대한 한국행 비자 발급업무를 중단한다고 위협(?)하는 등 과감하게 협상했다고 한다. 어쨌든 2000년 이후 중국의 협조 아래 한국에 입국한 탈북자는 수천명에 이른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에 들어와서는 그 숫자가 수백명으로 크게 줄었으며 작년부터는 아예 중국이 출국허가를 거의 내주지 않는 실정이라고 한다.

 

국내 한 언론은 외교부 고위당국자의 말을 인용하여 “중국내 탈북자들의 한국 입국 규모가 대폭 줄어들고 있고 처리시간도 너무 오래 걸리는 등 양자 협의를 통한 해결이 (과거에 비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고 현재의 상황을 확인하였다. 

 

이러한 우리의 대중국 외교의 어려움은 현 정부 대북정책의 양상과도 관련이 있다. ‘북한붕괴론’을 흘리며 대북 강경정책에 집착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에 대해 북한은 물론이고 중국도 여러모로 경계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탈북자 문제에 대해 한⋅중간 협조를 구하는 것이 쉽지 않으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중국은 한국이 탈북자 문제를 이용해서 북한사회를 흔들고 이 과정에서 탈북자들이 중국 동북지방의 안전을 위협할 가능성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북한은 물론 중국 정부마저 한국정부의 의도를 의심하고 경계하는 상황에서 탈북자 문제를 인도적 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는 고리를 찾기는 매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정부는 탈북자관련 정책원칙과 목표부터 밝혀라

 

그동안 우리 정부의 탈북자 관련 정책의 원칙은 ‘조용한 외교’였다. ‘조용한 외교’는 중국의 입장을 감안하여 우리의 정책목표를 효과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채택한 접근수단이다. 한국으로 들어오기를 희망하는 탈북자들에게 최대한 그 선택의 실현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방도였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이를 국제적 사안으로 가져간만큼 이제 상황은 변했다. 정부가 ‘조용한 외교’를 포기하고 ‘적극적 외교’로 방향을 전환했다면 그 실효를 거두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조용한 외교’든 ‘적극적 외교’든 한국으로 들어오려는 탈북자들이 강제 북송되고 박해받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 그 목적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적극적 외교’의 가장 먼저 취해야 할 조치는 우리의 탈북자관련 정책의 원칙을 명백히 하는 일이다. 북한과 중국의 우려와 의심을 해소하고 진정으로 인도적 차원에서 탈북자 문제에 접근한다는 뜻을 분명히 해야 한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어떤 원칙과 목표를 가지고 탈북자를 받아들이고 있는지 밝힌 적이 없다.   

 

“탈북자도 한국 국민이기 때문에 한국 정부가 보호할 책임이 있다”라든가 ”탈북자도 난민이기 때문에 중국 정부가 강제북송을 해서는 안된다“라는 주장은 북한과 중국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주장이다. 이런 것을 원칙이라고 중국과의 협상에서 제시한다면 그 결과는 뻔하다. 

 

1999년 우리 정부는 “한국행을 원하는 탈북자는 전원 수용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탈북을 유도하지 않으며 흡수통일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점도 명백히 했다. 이어 2004년에는 “한국행을 원하는 탈북자는 인도적 입장에서 전원 수용한다”, “본인의 의사에 반하는 강제북송에 반대한다”, “국내 입국한 탈북자는 조기에 정착하도록 자립을 지원한다”, “탈북 문제의 근원을 해소하기 위해 북한경제의 자립을 돕는다”라는 소위 탈북자 문제 해결을 위한 4대 원칙을 발표한 적이 있다. 탈북자 문제로 북한을 흔들거나 붕괴시키려는 의도가 없다는 점을 원칙으로 명백히 한 것이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탈북자 문제에 대한 해결 원칙이 모호한 상태에서 탈북자는 중국이 손대지 말라고 목소리만 높이고 있는 셈이다. 이로 인해 문제 해결이 아니라 문제를 오히려 꼬이게 만들었다. 생사를 넘나드는 탈북자들의 한국행 희망을 꺾어버리는 결과를 가져온다면 과연 ‘적극 외교’의 실효성에 신뢰를 보낼 수 있을까?

 

이명박 정부의 탈북자 문제 해결의 원칙과 목표는 무엇인가? 이전 정부의 입장과 어떤 점이 같고 다른지가 분명하지 않다면 탈북자 문제를 실질적으로 풀어나가지 못할 것이고 탈북자들의 북송행은 되풀이 될 것이다. ‘문제’를 제대로 파악했다면 ‘문제’만 읽어보지 말고 ‘해답’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그 ‘해답’은 반드시 있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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