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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eace Foundation 평화재단

현안진단 48호

자주․선군과 평화․경제의 기로에 선 김정은 정권

조회
7
등록일
2012-04-21

자주․선군과 평화․경제의 기로에 선 김정은 정권

• 김정일, 영원한 총비서. 국방위원장... 김정은, 제1비서.제1위원장 • 김정은, "인민군대는 당과 사상도 숨결도 발걸음도 함께 해야" • "평화보다 민족의 존엄과 나라의 자주권이 더 중요하다"? • 그러나 자주와 존엄의 기초는 경제와 평화이다

김정일, 영원한 총비서․국방위원장… 김정은, 제1비서․제1위원장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지난 2009년 1월 후계자로 내정된 이후 3년 동안 진행되었던 북한의 제도적인 권력승계 절차가 완료되고 김정은 정권이 공식 출범하였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4월 11일 4차 당대표자회에서 제1비서로서 당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 당중앙군사위원회 위원장이 되었고, 4월 13일 열린 12기 5차 최고인민회의에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됨으로써 당과 국가의 최고위직에 올랐다. 기존의 최고위직이었던 당 총비서와 국방위원장 직위는 지난해 12월 급서한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몫으로 영원히 남게 되었다. 이로써 김정은 제1위원장은 지난해 12월 30일 승계한 최고사령관 직위까지 합하여 당․정․군의 최고직위를 모두 차지하였다. 

 

북한은 이번 당대표자회와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김정은 체제를 뒷받침할 인사개편도 단행하였다. 북한은 당중앙위 정치국을 보선하였다. 총정치국장인 최룡해 차수(1950년생)를 정치국 상무위원과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에 선임하고, 김정각 인민무력부장(1941년생), 장성택 당 행정부장(1946년생), 박도춘 당 군수담당비서(1944년생), 현철해 인민무력부 제1부부장(1934년생),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1945년생), 리명수 인민보안부장(1934년생)을 정치국 위원으로 보선하였다. 또한 곽범기 전 내각부총리(1939년생), 오극렬 전 당 작전부장(1930년생), 로두철 내각부총리 겸 국가계획위원장(1950년생), 리병삼 조선인민내무군 정치국장(1935년생), 조연준 당조직지도부 제1부부장(1937년생)을 당중앙위원회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보선하였다. 

 

북한은 당 비서국과 전문부서에 대한 인사도 실시하였다. 김정은 제1위원장의 고모인 김경희 당경공업부장(1946년생)과 곽범기 전 내각부총리를 당비서로 선임하고 현철해 인민무력부 제1부부장과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 김락겸을 중앙군사위 위원으로 보선하였다. 당 부장에는 김영춘 전 인민무력부장(1936년생)과 박봉주 당경공업부 제1부부장(전 총리, 1940년생), 곽범기 전 내각부총리를 새로 임명하였다. 

 

북한은 또한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국방위원회와 내각 인사를 실시하였다. 국방위원회의 경우 부위원장은 모두 유임되었으나, 위원은 기존의 인물 외에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 리명수 인민보안부장이 추가되었다. 지난해 12월 28일 김정일 위원장의 영구차를 호위한 8인 중의 한 명이었던 우동측 국가안전보위부 제1부부장(1942년생)은 김원홍 부장의 진입에 따라 탈락하였다. 내각의 경우 기존에 알려지지 않았던 리승호, 리철만, 김인식(수도건설위원장 겸직)이 부총리로 임명되었다.

 

한편 김정은 제1위원장은 최고사령관 명령으로 군의 장성급 인사를 단행하여 중장 1명과 소장 70명을 승진시켰다. 김정은 제1위원장의 군 인사로는 지난 2월에 이어 두 번째이다. 2월의 경우 김정은 제1위원장은 박도춘 군수담당비서와 김영철 정찰총국장을 대장으로, 주규창 기계공업부장과 백세봉 제2경제위원장, 김송철 근위서울류경수 제105탱크사단장을 상장으로, 김명식 동해함대사령관 등 18명을 중장으로 승진시킨 바 있다.

 

 

김정은, “인민군대는 당과 사상도 숨결도 발걸음도 함께 해야”

 

이번에 드러난 북한의 권력엘리트 변동을 보면 우선 김경희 당비서와 장성택 행정부장의 역할과 영향력 확대가 주목된다. 김경희 비서는 만경대 가문과 원로그룹의 지원을 배경으로 김정은 제1위원장으로의 권력승계를 위해 매우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 왔는데, 이번에 당비서직에 선임되면서 향후 역할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장성택 행정부장의 경우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에 더해 정치국의 정위원이 됨으로써 위상이 제고되었으며 무엇보다 측근인 최룡해를 인민군 총정치국장에 앉히고, 1987년 리진수 부장 사망 이후 줄곧 공석으로 있던 국가안전보위부장에 김원홍을 앉힘으로써 군과 더불어 권력엘리트들을 통제할 핵심 기관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게 되었다.

 

다음으로 주목되는 것은 안정 속의 세대교체가 추진되고 있다는 점이다. 원로그룹 또는 김정일 시대의 권력엘리트들은 여전히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후보위원을 포함하여 정치국의 보선을 보면 80대(오극렬)와 70대(김정각․현철해․리명수․곽범기․리병상․조연준)가 주류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정치국 인사에서 최룡해 총정치국장이나 김원홍 부장, 로두철 국가계획위원장 등은 60대이다. 내각인사에서도 새로 부총리에 임명된 인물들이 현장에서 실물경제에 대한 경험을 상대적으로 많이 지닌 신진 기술관료일 가능성이 있으며 군의 인사도 세대교체의 성격을 띨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인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군에 대한 당적 통제가 강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민간인 출신인 최룡해를 총정치국장에 임명한 것이 이를 보여준다. 2010년 11월 사망한 조명록 총정치국장은 공군사령관을 지낸 정통군인이었다. 최룡해 총정치국장이 김일성 전 주석과 항일무장투쟁을 수행했던 최현 전 인민무력부장의 아들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군의 인사와 사상통제를 담당하는 자리에 민간인 출신이 임명된다는 것은 상당한 반발을 감수한 것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최룡해의 총정치국장 임명은 선군정치하에서 비대화된 군을 통제하기 위한 포석일 수 있다.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 등과 오극렬 등 군의 원로들이 이번 인사에 대해 타협했을 가능성도 주목된다. 군에 대한 통제는 김정은 제1위원장이 4월 15일 김일성 생일 10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행한 연설에서도 나타난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인민군이 “당과 함께 사상도 숨결도 발걸음도 함께 해야” 하는 당의 군대로서 인민을 돕는 본분에 충실해야 한다며 군에 대한 당적 통제와 군의 본분을 강조하였다.

 

역으로 본다면 이것은 군에 대한 당적 통제가 그다지 튼튼하지 못하다는 것을 말해 주는 반증일 수 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군부대에 대한 시찰과 현지지도에 집중하면서 군을 장악하기 위한 노력을 적극적으로 기울이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김경희나 장성택과 같은 후견그룹의 역할이 긴요하고 여기에 원로급들의 영향력마저 필요한 상황일 수 있다는 것이다.

 

김정은 제1위원장의 권력이 실질적으로 공고하지 못하다는 것은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위원장에 대한 의존에서도 드러난다. 북한은 조선로동당 규약을 개정하여 김일성-김정일주의를 당의 유일한 지도사상으로 명시하고 온 사회의 김일성-김정일주의화를 당의 최종목적으로 내세웠다. 특히 김정은 제1위원장이 당의 제1비서로 추대된 것도 전체 당원이나 인민들의 염원 이전에 김정일 위원장의 유훈에 따른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면서 김정일 위원장의 사상과 노선은 당의 영원한 지도적 지침이며 유훈은 강령적 지침이라고 선전하고 있다.

 

 

“평화보다 민족의 존엄과 나라의 자주권이 더 중요하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4월 15일 열병식 연설을 통해 새로운 주체 100년을 열어가기 위한 자신의 시대가 시작되었음을 선포하였다. 그리고 ‘수령’의 교시에 해당하는 정책방향을 제시하였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자주의 길, 선군의 길, 사회주의 길’을 가겠다며 ‘선군조선의 존엄’을 빛내고 사회주의 강성국가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인민군대를 백방으로 강화”해야 한다며 군사력 강화를 천명하였다. 이는 김정은 제1위원장이 김정일 위원장의 유업을 계승하여 선군정치와 총대중시의 노선을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수령결사옹위를 강조하는 가운데 인민군대에 대한 당적 통제와 군사정치사업 강화를 주문하고 인민군대의 본분은 ‘인민을 돕는 것’이라며 군에 대한 통제와 장악 의지도 분명히 밝혔다. 이는 김정은 제1위원장이 권력공고화를 위해 당면한 최대 과제가 군에 대한 장악에 있음을 다시 한 번 시사한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일심단결과 불패의 군력에 더해 새 세기 산업혁명만 달성되면 사회주의 강성국가가 이룩될 수 있다며 경제강국 건설을 강조하면서 이를 달성하기 위해 대고조 진군과 대혁신, 대비약을 주문하였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또한 “인민이 다시는 허리띠를 조이지 않게 하며 사회주의 부귀영화를 마음껏 누리게” 하는 것이 당의 결심이라며 인민생활향상을 강조하기도 하였다. 실제 김정은 제1위원장도 경제문제의 중요성은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당대표자회와 최고인민회의의 인사결과를 보면 박봉주 전 총리, 로두철 국가계획위원장, 리승호·리철만·김인식 내각 부총리 등 중국의 경제발전상과 북한경제의 실상을 잘 아는 경제기술관료들도 제한적이나마 위상을 제고해 가고 있다. 특히 김정은 제1위원장이 당대표자회를 앞둔 4월 6일 당 중앙위원회 책임일군들과 한 담화를 보면 인민생활향상과 경제강국 건설에서 결정적 전환을 일으켜야 한다며 “당의 경제정책을 관철”하는 경제사령탑인 내각에 경제사업을 집중시켜 “내각 책임제, 내각 중심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하였다. 여기에 더해 양형섭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1월 16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지식경제 기반을 만들기 위해 “중국을 포함해 다른 나라의 경제개혁 사례를 연구하고 있다”고 한 것까지 고려하면, 향후 내각이 제한적이나마 자율적인 공간을 확보하면서 북한에서 2002년 7월 경제관리개선조치와 같은 변화들이 나타날지 지켜볼 필요도 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대외적으로 위의 과제들을 달성하기 위한 평화의 중요성을 언급하였다. “강성국가건설과 인민생활향상을 총적목표로 내세우고 있는 우리 당과 공화국정부에 있어서 평화는 더없이 귀중”하다며 평화정착과 우호적 대외관계 필요성을 지적하였다. 그러나 김정은 제1위원장은 평화보다 “민족의 존엄과 나라의 자주권이 ‘더’ 귀중”하다며 인민군이 만단의 전투동원태세를 유지하면서 “당의 강성국가건설 위업을 총대로 굳건히 담보”할 것을 주문하였다. 이는 김정일 위원장의 선군유업 계승과 자주성 고수에 기대 자신의 정당성과 권위를 확보하고자 하는 김정은 제1위원장의 인식과 과제를 보여주는 것이다. 주변에 국력이 월등한 나라들에 둘러싸여 사회경제적인 불안정과 그 정치적 파장을 염려하며 살아온 북한 정권은 체제와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자주를 기치로 권력엘리트와 주민들을 결집시키려고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그 결과는 국제적 고립과 대북압박의 강화였다. 4월 13일 실패로 끝난 ‘광명성 3호’ 발사와 미․북 간 2․29합의 파기, ‘광명성 3호’ 발사를 규탄하는 4월 17일의 유엔안보리 의장성명에 대한 배격과 한반도 주변정세의 급격한 긴장고조가 그것이다. 

 

한편 김정은 제1위원장은 김정일 위원장의 조국통일 유업 계승도 천명하였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조국통일의 력사적 위업을 실현하기 위하여 책임적이고도 인내성 있는 노력을 기울이겠다.”며 “진정으로 나라의 통일을 원하고 민족의 평화번영을 바라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손잡고 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는 남한의 이명박 정부와 건설적으로 대화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북한은 이명박 대통령과 보수진영을 반통일세력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남한의 12월 대선을 고려하면서 정권교체기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기존의 대남 입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 4월 18일 북한의 조국평화통일위원회나 조선인민군최고사령부가 이명박 대통령을 비난하면서 “서울 한복판이라 하여도 … 도발원점으로 되고 있는 이상 그 모든 것을 통채로 날려 보내기 위한 특별행동조치가 취해질 것”이라는 협박 성명을 연이어 발표한 것도 이러한 북한의 대남인식과 정책방향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나 자주와 존엄의 기초는 경제와 평화이다 

 

이제 막 공식적으로 출범한 김정은 제1위원장으로서는 권력엘리트들을 다잡고 주민들을 통제하면서 실질적인 권력공고화를 조속히 달성하려고 하고 있다. 그 방편으로 김정은 제1위원장은 김정일 위원장의 유훈을 강조하고 군을 통제하기 위한 노력을 집중적으로 기울이고 있다. 경제는 내각에 맡겨놓고 인민생활향상을 외치면서도 군사력 건설을 더욱 강조한다. 그로 인해 2․29 합의에 따른 식량 확보와 대외관계 개선 대신 ‘광명성 3호’ 발사를 선택하였다. 그러나 ‘김정은식 자주와 존엄’은 아주 비싼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다. 경제강국 건설과 인민생활향상을 위한 ‘평화’가 자주와 존엄에 밀리면서 북한은 국제적으로 더욱 고립되고, 정권의 존재이유가 된 자주의 기초인 경제회복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이런 점에서 김정은 제1위원장은 자주를 위한 선택이 자주의 기반을 무너뜨리는 악순환에 빠져 있다. 김정은 제1위원장으로서는 경제가 살아나지 않으면 정치군사적인 자주와 자위에 더욱 의존할 수밖에 없고 자주와 자위의 상징인 핵과 미사일은 결국 정권을 더욱 고립과 정체로 몰아가는 구조에서 헤어나지 못하게 하고 있다.

 

어디서부터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을 것인가. 먼저 김정은 제1위원장 스스로 정권의 정당성과 지도자의 권위를 떠받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주민들의 지지에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4월 6일 담화에서 밝힌 대로, “민심을 떠난 일심단결은 있을 수 없다.” 따라서 “민심을 소홀히 하거나 외면하는 현상들과 강하게 투쟁해야 한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그 민심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쌀과 평화인지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로 상징되는 민족의 존엄과 나라의 자주인지 주민들 속에 들어가서 들어보기 바란다. 그리고 김정은 정권을 떠받치는 권력엘리트들도 무엇이 주민들의 진심어린 바람인지 돌아보기 바란다.

 

북한이 국제적 고립과 지역정세 불안정을 초래하는 자주가 아니라 인민생활향상을 위한 평화를 선택할 수 있으려면 주변 환경도 개선되어야 한다. 지금과 같이 이념적이고 도덕적인 잣대로 김정은 정권의 행태를 재판하려고만 해서는 국제사회가 원하는 북한의 변화를 기대할 수 없게 된다. 북한의 국제규범 위반과 지역안정 저해 행동에 대해서는 명확히 지적하되, 북한 내에서 핵과 미사일에 기댄 자주와 존엄이 아니라 인민생활향상을 위한 평화를 주장하는 목소리들이 힘을 얻을 수 있도록 만들어주어야 한다. 멀리 보면서 남북관계의 판을 새롭게 짜나갈 수 있는 혜안과 전략적 사고가 요구되는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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