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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eace Foundation 평화재단

현안진단 73호

개성공단문제 다룰 ‘원 포인트 남북회담’을 열라

조회
8
등록일
2013-04-16

개성공단문제 다룰 ‘원 포인트 남북회담’을 열라

●개성공단 폐쇄는 남북한 모두에게 손실 ●북한은 우리측 대화 제의를 받아들여야 ●원-포인트 회담으로 개성공단을 살리자

개성공단 폐쇄는 남북한 모두에게 손실 

 

2003년 6월 착공식을 가진 개성공단 사업은 10년 만에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북측은 4월 3일 우리측 인원과 물자의 북한지역 입경을 금지한 데 이어, 4월 8일에는 김양건 통전부장이 개성공단을 방문한 뒤 북측 근로자의 투입을 잠정 금지했다. 북측 근로자들이 출근하지 않게 됨에 따라 개성공단의 모든 사업장은 완전히 가동 중단되고 말았다. 

 

개성공단의 북측 근로자가 5만 3000명에 이르는데, 가족까지 합치면 20만 명이 넘는 주민들의 생계를 개성공단에 의존해 왔다고 할 수 있다. 개성공단에서 북측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급여가 연간 9000만 달러에 이르며, 북한의 국내총생산(GDP)이 123억 달러(2010년 기준), 수입 규모가 40억 달러 정도이므로, 개성공단이 북한의 재정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 가까이 된다.

 

우리측으로 보면 개성공단 내 123개 입주업체들이 금년 1월까지 생산한 누적금액은 20억 1,703만 달러에 이르고, 작년도 생산금액만 약 5,360억 원인데 공장 가동이 하루만 멈춰도 14억 원의 손실이 발생하게 된다. 만약 개성공단이 완전히 폐쇄되면 정부가 제공한 기반시설 투자금 1조 원을 포함해 최대 6조 원의 손실이 예상되고 있다. 

 

개성공단은 ‘6.15공동선언’에 따른 교류·협력사업으로 휴전 이후 50년 만에 이룬 쾌거였다. 개성공단은 남북한에게 서로 부족한 것을 보태 주고 필요한 것을 채워 주는 ‘유무상통(有無相通)’의 협력사업이다. 그렇기 때문에 개성공단은 남측이나 북측 어느 일방에게만 유리한 것이 아니라, 남북한 서로에게 이익을 주는 윈-윈 사업이다. 

 

남북관계에서 개성공단은 특별한 지위를 갖고 있다. 개성공단은 남북한이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을 시작하는 시범적 협력사업이며 경제공동체의 초석으로 자리매김 된다. 민족공동체는 경제공동체로부터 출발하여 정치적 이질성과 군사적 적대성을 극복하면서 형성해나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그 상징성은 대단히 중요하다. 이처럼 개성공단은 단지 제품만 만드는 곳이 아니라, 한반도의 평화를 만들고 통일의 꿈을 만들어 왔던 곳이다. 

 

그 동안 개성공단 사업에 우여곡절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09년 키리졸브 연습을 문제 삼아 북측이 군 통신선을 끊고 육로통행을 차단했고, 현대아산 근로자를 억류하기도 했다. 2010년에는 연평도 사태로 우리측이 개성공단 체류인원을 제한했던 적이 있다. 그럼에도 개성공단은 그 명맥을 이어온 남북교류협력의 상징적인 사업이다. 만약 개성공단이 이대로 문을 닫게 된다면 남북한의 중소기업가들과 근로자들이 직접 피해를 볼 뿐만 아니라, 한반도의 평화도 위태로워지고 통일의 꿈도 당분간 접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북한은 우리측 대화 제의를 받아들여야 북측이 개성공단을 잠정폐쇄하며 내건 이유는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만약 개성공단의 남한근로자들이 인질이 될 경우, 군사적인 조치를 감행하겠다”는 발언이다. 이런 표면적인 이유 외에도 우리측 언론이나 전문가들이 “남북관계가 경색되더라도 북한은 ‘달러박스’인 개성공단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발언들에 자존심이 상한 측면도 있다. 

 

그러나 북측이 개성공단의 잠정 가동중단이라는 극단적인 조치를 취한 보다 근본적인 이유로는 우리측이 당초 약속한 개성공단의 확대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데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최근 들어 북한 근로자들이 더 많은 임금을 받고 중국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생기면서 저임금에 대한 불만도 한 몫을 차지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근로자 1인당 최저임금은 개성공단이 64달러, 중국 칭다오 공단은 194달러, 베트남 탄뚜언 공단은 95.8달러 수준이다. 

 

북측의 개성공단 잠정 가동중단이 현실화되자 우리 정부도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4월 11일 청와대에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와 국방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북한과 대화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같은 날 류길재 통일부 장관도 “개성공단 정상화는 대화를 통해 해결돼야 한다”며 “북측이 제기하는 사안을 논의하기 위해서라도 북한 당국은 대화의 장으로 나오길 바란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때마침 서울을 방문한 존 케리 미 국무장관도 북한이 국제규범을 지킨다면 언제라도 대화에 나설 용의가 있다며 북·미 직접대화의 가능성을 시사했다. 뒤이어 케리 국무장관은 중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한반도 비핵화가 이루어지면 동아시아 미사일방어(MD) 체계를 철수하거나 대폭 감축할 용의가 있다고 밝혀 중국의 대북 압박 동참을 강하게 권유했다. 이러한 미국의 태도는 직접대화와 중국을 동원한 압박을 병행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와 같이 한국을 비롯해 미·중·일 등 주변국들의 대화를 통한 국면타개 움직임이 활발한 가운데, 4월 14일 북한 조국통일평화위원회는 “개성공업지구를 위기에 몰아넣은 저들의 범죄적 죄행을 꼬리자르기 하고 내외 여론을 오도하며 대결적 정체를 가리우기 위한 교활한 술책”이라며 사실상 대화 제의를 거부했다. 북측이 우리측의 대화 제의를 비판한 이유는 “북침핵전쟁 연습과 동족대결 모략책동에 매달려온 자들이 사죄나 책임에 대한 말 한마디 없이 대화를 운운한 것은 너무도 철면피한 행위”라는 것이다. 

 

하지만 사죄나 책임에 대한 말을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내거는 북측의 자세는 결코 올바르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북한이 그토록 비난했던 이명박 정부의 자세와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현재와 같은 사태는 지난 5년간 남북의 적대적 대결이 낳은 결과물이지, 박근혜 정부의 정책 때문에 나타난 것은 아니지 않은가? 북한은 새로 출범한 박근혜 정부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제시하고 있으며 이를 가동하기 위해 대화를 먼저 제의하고 있다는 사실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원-포인트 회담으로 개성공단을 살리자 

 

미국의 『월스트리트 저널』은 사설을 통해 북한의 개성공단 조업중단 조치가 위기를 조성해 돈을 뜯어내기 위한 협박이라며, 북한 정권의 연장에 도움이 될 뿐인 개성공단을 영원히 폐쇄할 수 있는 기회를 박근혜 대통령이 잡아야만 한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는 이명박 정부 때의 천영우 전 외교안보수석이 개성공단 내 우리 근로자 때문에 더 강력한 제재를 못하고 있으므로 “북한이 문 닫자고 할 때 닫는 것이 상책이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새 정부의 대화 제의를 뿌리치고 잠정 가동중단을 지속시킴으로써 온 민족에 실망을 안겨준다면 그것은 곧 이참에 개성공단을 폐쇄시키고 말자는 국내외 강경세력의 목소리에 합류하는 결과가 된다. 이렇게 되면 북한이 김정일 위원장의 결단에 따라 개성공단사업을 시작할 때의 초심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북한이 진정으로 ‘6.15공동선언’을 존중하고 이행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개성공단은 우선 살려놓고 볼 일이다. 

 

북한은 우리측이 자신들의 ‘최고 존엄’을 모독하고 있다는 점에 강한 불만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남북이 서로 신뢰하고 관계를 발전시켜나가기 위해서는 상호 체제를 인정·존중하고 비방하지 않는 것은 기본이며, 이미 남북기본합의서에도 이를 명문화 해두고 있다. 그러나 북한주민 2,500만 명을 대표하는 최고지도자에 대해 예의를 지켜달라고 요구하기 위해서는 5,000만 명을 대표하는 대한민국 대통령에 대해서도 존중하는 태도를 보여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남북 화해와 교류협력의 상징인 개성공단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현재 북한은 한국과는 물론 국제 사회와도 풀어야 할 현안들이 실타래처럼 엉켜 있다. 당장 북한 핵문제와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문제는 유엔안보리 제재의 대상이다. 남북 간에도 금강산관광 재개에서 교류·협력 중단, 남북한 정치군사합의의 무효화, 정전협정 백지화 문제에 이르기까지 산적한 현안을 안고 있다. 이러한 현안들과 개성공단 문제를 함께 논의한다면, 어느 것도 제대로 풀릴 수 있는 게 없다. 

 

그러므로 남북한이 안고 있는 대부분의 현안들은 단시간 내에 합의를 도출하기보다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하나씩 풀어가야 할 것이다. 하지만 개성공단의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 개성공단이 빠른 시일 안에 재가동되지 않을경우, 입주업체들의 거래선이 모두 떨어져나가게 된다. 그렇게 되면 뒤늦게 개성공단을 정상화해봤자 이미 입주 기업체들이 도산해 버린 뒤이다. 개성공단이 문을 연 채로 텅 비어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 한편 개성공단 사업이 실패로 끝날 경우에는 어느 나라의 자본도 북한에 투자하기를 꺼리게 될 것이다. 

 

개성공단을 조기 정상화하기 위해 남북한 양측은 다른 현안들과 분리하여 개성공단과 관련된 문제에 국한해 원포인트(one point) 회담을 조속히 개최할 필요가 있다. 북측이 우리측 개성공단 기업대표단의 입경을 받아들여 실무회담을 가진 뒤, 당국 대표들끼리 만나 개성공단의 정상화 문제를 협의해야 할 것이다. 서로의 체면을 접어 두고 이참에 남북이 ‘우리 민족끼리’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전 세계에 보여주는 것이 서로가 원하는 한반도 평화로 가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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