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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eace Foundation 평화재단

현안진단 79호

다시 열리는 대화의 문, 한·중관계 발전을 교훈으로 삼자

조회
14
등록일
2013-07-08

다시 열리는 대화의 문, 한·중관계 발전을 교훈으로 삼자

● 한·중 정상회담과 양국관계의 변화 ● 한·중관계의 역사적 발전과정에서 교훈을 얻자 ● '안보와 대화', '남북협력과 국제공조'의 균형이라는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중 정상회담과 양국관계의 변화 

2013년 2월 12일 북한 핵실험으로 촉발된 한반도 위기를 대화국면으로 전환하기 위한 일련의 ‘탐색전’이 6월 27일 한·중 정상회담을 끝으로 일단락되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기존의 관례와 달리 취임 이후 일본보다 중국을 먼저 방문하였다. 한반도 문제를 푸는 데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인식의 발로로 평가된다.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 우호적이지 않았던 중국은 이번 박근혜 대통령의 방중 기간 내내 크게 환대하였다. 

 

박근혜 대통령은 중국을 국빈 방문하는 동안 시진핑 국가주석과 정상회담(6월 27일)을 가진 데 이어 장더장 중국인민대표대회 상임위원장, 리커창 총리 등 고위 인사를 잇달아 면담하였다. 

 

정상회담 결과 양국은 ‘한·중 미래비전 공동성명’을 발표하였다. 이번에 발표된 공동성명을 통해 한·중관계의 장래에 대한 주목할 만한 양국의 인식이 드러나고 있다. 

 

공동성명에서 한·중 양국은 앞으로 정치·안보 분야, 경제통상, 사회문화 부문 등 3가지 분야에서 협력을 대폭발전시켜 나가는 데 합의하였다.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내실화하기 위해 ‘정치·안보 분야에서의 전략적 소통강화’, ‘경제·사회 분야에서의 협력 확대’, ‘인문유대 강화 활동의 적극 추진’ 등의 방안을 제시하였다. 

 

특히 눈여겨보아야 할 부문은 정치·안보 분야이다. 그동안의 경제교류를 넘어 한·중 양국관계가 정치·안보 분야로 확대되도록 노력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정치·안보 분야의 협력 강화 필요성에 대한 한·중 양국의 공감대는 공동성명의 구성을 통해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정치·안보 분야에서 전략적 소통을 강화한다”는 중점 추진방안이 첫 번째로 적시되어 있다. 

 

나아가 첨부 부속서의 세부 이행계획에는 정치·안보 분야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한 구체적 추진방안까지 제시 되어 있다. 정상 및 지도자 간 빈번한 상호방문과 회담, 서한 교환, 특사 파견, 전화 통화,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중국의 외교담당 국무위원 간 대화체제 구축, 외교장관 상호방문의 정례화 및 핫라인 구축, 외교차관급 전략대화의 연간 2회 개최, 정당 간 정책대화, 양국 국책연구소 간 합동 전략대화 등 다양한 주체 사이에서 포괄적· 다층적으로 전략적 소통을 추진해 나간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양국이 이번 한·중 정상회담을 통해 미래에 지향해야 할 비전을 공유하면서 정치·안보 분야를 포괄하는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의 토대를 마련함으로써 향후 양국관계의 성격에도 질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한·중관계의 역사적 발전과정에서 교훈을 얻자 

 

한반도문제에 대해서도 일정한 성과가 있었다. 중국은 박근혜 대통령이 주창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구상에 환영 의사를 표명하였다. 그리고 한·중 양국은 한반도 비핵화 실현 및 한반도 평화와 안정 유지가 공동이익에 부합함을 확인하면서 한반도 비핵화 실현을 위한 6자회담의 재개를 위해 긍정적인 여건이 마련되도록 적극 노력하기로 합의하였다. 

 

그러나 한·중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가 컸던 만큼 한반도문제와 관련하여 작금의 긴장상황을 타개하고 평화와 안정을 유지해 나가기 위한 시각조율과 구체적인 조치를 강구하지 못했다는 비판 여론도 제기되고 있다. 

 

한·중 양국이 한반도 비핵화라는 목표에서는 공동보조를 취했지만 ‘북핵 불용’이라는 표현을 명시적으로 담지는 못했다. 또한 우리가 주장한 ‘북한 핵무기’라는 문구대신 북한을 고려하여 중국이 제시한 ‘유관 핵개발’이라는 표현으로 정리되었다고 한다. 한·중 간에 북한 핵문제를 바라보는 일정 정도의 온도 차이가 여전히 느껴지는 대목이다. 

 

탈북자문제도 마찬가지다. 박근혜 대통령이 시진핑 국가주석에게 탈북자문제에 대한 협조를 요청하였지만 시 진핑 주석은 “한국의 관심을 잘 고려할 것이다. 하지만 중국의 애로사항도 더 이해해달라”고 우회적으로 답변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여기에서 우리는 이번 정상회담에 대한 단순한 평가를 넘어 한·중관계의 역사적 발전과정이라는 긴 호흡 속에서 이번 정상회담이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난 20여년간의 한·중관계 발전과정에서 한반도문제를 풀어가는 해답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냉전시기 적대관계에 있던 한·중 양국은 1992년 8월 24일 전격적으로 수교한 이후 경제교류를 중심으로 신뢰를 쌓아왔다. 장기간의 적대관계로 인해 전혀 신뢰가 형성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한·중 양국은 ‘구동존이(求同存異)’라는 관점을 적용하였다. 신뢰가 약한 부분에서는 차이를 인정하면서 서로에게 이익이 되고 서로가 신뢰할 수 있는 분야부터 교류와 협력을 확대해 나갔던 것이다. 이를 통해 구동존이를 넘어 점차 양국 사이의 차이를 축소해나가는 ‘구동축이(求同縮異)’ 단계로 발전하는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그 결과 이번 정상회담에서 정치·안보 분야까지도 포괄하여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를 내실화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가 목표로 하는 바람직한 남북관계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바로 그와 같은 과정을 밟아 나가야 하지 않을까? 한·중관계에서는 신뢰가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신뢰를 점차적으로 만들어 나갔는데, 남북관계에서는 신뢰가 없다는 사실을 앞세워 먼저 신뢰를 요구하는 것이 이율배반적으로 느껴진다. 한·중관계가 오늘에 이르기까지 20여년밖에 걸리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가 지금부터라도 적극적으로 신뢰프로세스에 착수할 경우 사실상의 통일을 의미하는 남북연합을 실현하는 것도 그리 긴 시간이 소요되지 않으리라고 본다. 

 

이번 회담에 임하는 방식에서도 교훈이 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북한 핵문제, 탈북자 문제 등에 대해 차분하게 접근하되, 욕심을 부리기보다는 신뢰 쌓기에 주력하였다. 앞으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가동하는 과정에서도 한·중 정상회담에 임하던 방식이 적용되기를 기대해 본다. 

 

 

‘안보와 대화’, ‘남북협력과 국제공조’의 균형이라는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중 정상회담을 끝으로 한반도에서 대결국면을 대화국면으로 전환하기 위한 ‘탐색전’은 일단락되었다. 이제 관련국들 사이에는 협상의 모티브를 만들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협상을 진행시키기 위해 치열한 ‘협상전’이 전개될 것이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6월 19일 중국을 방문한 데 이어 7월 4일 모스크바를 방문하여 6자회담 문제를 논의하였다. 김성남 노동당 국제부 부부장도 중국대외연락부의 초청으로 중국을 방문해 왕자루이(王家瑞) 부장과 류제이(劉結一) 부부장을 만났다. 

 

우리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조태용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도 6월 중순 미국을 방문해 글렌 데이비스 한반도문제특별대표와 회담한 데 이어 중국을 방문해 우다웨이(武大偉) 한반도사무특별대표와의 회동을 마치고 돌아왔다. 7월 2일 주철기 청와대 외교안보 수석 또한 러시아를 방문하여 6자회담 재개를 위한 러시아의 협력을 주문했다. 

 

우리 정부도 일련의 회담을 면밀하게 검토하여 ‘협상전’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 우리가 한반도 문제를 주도적으로 풀어나가기 위한 한·미, 한·중, 한·미·일 복합적인 협력 그물망을 치는 성과를 거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현재의 그물망은 미완성이다. 국제공조도 남북협력과 결합되어야 비로소 온전한 그물망이 완성될 수 있다. 우리 정부가 적극적으로 남북협력에 나서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박근혜 정부는 일관되게 ‘안보와 대화’의 균형을 강조하여 왔다. 안타깝게도 박근혜 정부는 안보 위기 속에서 출범하면서 ‘균형’을 잃고 ‘안보’에 치우치는 정책으로 대응하여 왔다. 이제 ‘안보와 대화’의 균형이라는 초심으로 돌아가 남북관계를 발전적으로 정상화시켜 나가야 한다. 

 

“대화를 위한 대화는 하지 않겠다”는 다분히 소극적 정책보다는 대화를 통해 진정성을 확인하는 동시에 변화를 견인하는 적극적 정책으로 선회해야 한다. 또한 남북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는 데 우리 내부에 걸림돌은 없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최근 NLL을 둘러싼 소모적 정쟁으로 국론이 분열되고 있다. 이제 여와 야, 보수와 진보를 떠나 한반도문제를 푸는 데 역량을 결집하고 지혜를 모을 때이다.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 우리가 먼저 변화해야 할 점은 없는지 차분하게 돌아보아야 한다. 

 

마침 남북당국 간에 개성공단 정상화문제를 논의하는 실무회담이 열린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북한이 7월 3일 판문점 연락관 접촉을 통해 개성공단 입주기업과 개성공단관리위원회 인원의 방북을 허용하겠다고 통보해왔고, 우리 정부가 당국 간 회담을 개최하자고 제의함으로써 7월 6~7일 판문점 통일각에서 실무회담이 진행되었다.

 

이 실무회담에서 양측은 준비가 되는 대로 개성공단 기업들이 재가동한다는 데 원칙적인 합의를 이루었다. 또한 입주업체들이 공단을 방문해 설비점검과 정비를 진행하고, 완제품과 원·부자재는 물론 절차에 따라 설비를 반출하며, 이를 위한 출입 인원들의 통행·통신과 안전한 복귀 및 신변안전을 보장하기로 하였다. 아울러 7월 10일 후속회담을 개최하여 가동중단 재발방지 등 개성공단 정상화 방안을 논의한다는 데도 합의하였다. 

 

따지고 보면 남북협력의 상징인 개성공단이 가동중단되고 문을 닫는 것은 남과 북을 떠나 민족성원 그 누구도 원치 않는 일이었다. 북한 측도 재발방지책 마련에 적극 호응해야 할 것이며, 우리 정부도 조속한 정상화를 병행하여 진출 기업의 손실을 줄여야 할 것이다. 남북 협상의 결과를 승패로 보는 시대는 지났다. 이번 실무회담의 성과를 계기로 양측은 앞으로도 남북관계의 발전과 민족공동의 이익을 위하여 진지하게 머리를 맞대고 현명한 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 모름지기 남북관계도 한·중관계를 거울로 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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