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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eace Foundation 평화재단

현안진단 84호

미국의 대외정책 변화, 한반도 평화정착의 기회이다

조회
39
등록일
2013-10-07

미국의 대외정책 변화, 한반도 평화정착의 기회이다

● 남북관계 굴곡의 근본이유는 군사 문제 ● 한반도의 군사적 대립 지속과 미국의 대외정책 변화 조짐 ● 미국의 대북정책 변화를 평화정착의 기회로 적극 활용해야

남북관계 굴곡의 근본이유는 군사문제

 

이산가족 상봉이 행사를 코앞에 두고 북측의 일방적인 연기 통보로 무산되면서 남북관계가 또다시 꼬이고 있다. 이산가족 상봉행사의 무산으로 예정되어 있던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한 당국자회담마저 취소되면서 금강산으로 가는 길은 다시 안개 속에 묻히게 되었다.

 

이번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무산된 1차적인 책임은 북측에게 있다. 여생이 얼마 남지 않은 이산가족들의 한과 고통을 해소해주기 위한 인도적인 사업을 쉽게 팽개치는 행태는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그러나 사태가 여기에까지 이른 데 대해서는 우리 측도 남북관계 운용전략을 재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다. 북측이 개성공단의 발전적 재가동을 위해 전향적인 태도를 취했고 이산가족 상봉에 응했음에도, 우리 정부는 금강산관광 재개에 대한 이렇다 할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남북관계가 악화됐던 2009년과 2010년 두 차례에 걸쳐 북측이 이산가족 상봉에 응했지만, 당시 이명박 정부는 남북 간 신뢰를 이어가기 위한 어떠한 후속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남북관계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기회를 그냥 흘려보낸 것이다. 이번에도 북측은 남측의 수요가 높은 이산가족 상봉을 받아들였으나 금강산관광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지 않자 일방적으로 취소해버린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남북관계가 잘 풀리지 않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한반도의 군사적 대치상태가 풀리지 않고 있는 데 있다. 정전상태가 항구적인 평화체제로 바뀌지 않는 한, 아무리 남북한이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교류하고 협력한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어느 한 순간에 중단될 수 있는 것이다.

 

어찌 보면 몇 달 전까지 일촉즉발의 군사적 충돌 분위기마저 감돌았던 한반도에서 북한이 개성공단의 발전적 정상화에 응하고 우리 정부 역시 당국자회담에 적극 나선 것만 해도 큰 변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한반도의 군사적 대립 지속과 미국의 대외정책 변화 조짐

 

이처럼 남북관계가 우여곡절을 겪고 있는 가운데, 한반도를 둘러싼 군사적 대치상태가 심상치 않은 구조를 형성해가고 있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

 

미국은 북한 핵문제를 대(對)중국 포위망 구축에 활용하고 있다. 척 헤이글 국방장관은 북핵 위협을 내세워 한국의 MD 가입을 요구하고,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보유를 지지하고 나섰다. 최근 미·일 양국의 외교국방 담당 장관 협의회에서 중국에 국제규범을 준수하고 군사적 투명성을 보이라고 하면서 군사동맹을 대폭 강화키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일본의 역내 군사적 역할이 대폭 늘어나고 중국과의 군사적 마찰의 가능성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도 북한 전역을 때릴 수 있는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 현무 시리즈를 개발하고 남해상에서 미 핵항모가 참가하는 한·미·일 해상훈련을 실시하는 등 대북 억제력을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빌미로 북한의 핵능력은 더욱 강화되고 있다. 북한은 영변의 5㎿ 원자로를 재가동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되면 북한은 매년 원자폭탄 1개 분량의 플루토늄을 추가로 얻을 수 있게 된다. 북한은 이미 우라늄농축기술의 국산화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이제 북한의 핵보유는 문턱을 넘은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한・미·일과 중국·북한 사이에 과거의 냉전적 대치상태를 연상케 하는 새로운 전선이 형성되고 이로 인해 자칫 승자 없는 패자만을 낳고 말 위험성이 점점 분명해지고 있다. 

 

그런 가운데, 최근 들어 미국의 대외정책에 커다란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어 주목된다. 미국은 시리아 사태를 비롯해 이란 핵문제에도 무력사용을 배제하고 외교적 해법으로 방향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미국은 시리아 정부의 화학무기 사용 의혹에 대해 당초 군사행동을 추진했었다. 하지만 9월 초 러시아에서 열린 G-20회의에서 BRICs 국가들의 동의를 받는 데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영국 의회조차 군사행동안을 부결시켰고 미국 의회도 소극적인 태도를 취했다. 이 때문에 미국은 군사행동 대신에 유엔 감시하에 시리아의 화학무기를 제거하자는 러시아의 제안을 수용하게 되었다. 

 

또한 미국은 지난 6월 등장한 하산 로하니 이란 신정부와도 대화를 시작했다. 지난 9월 27일 오바마 미 대통령과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역사적인 전화통화를 나누고 이란 핵문제 해결 방안 등을 논의했다. 전화통화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수십 년에 걸쳐 형성된 불신의 벽을 허물고 핵협상 등 주요현안에 대해 공동으로 협의해 관계를 개선해나가자”고 제안했다.

 

 

미국의 대북정책 변화를 평화정착의 기회로 적극 활용해야 

 

미국의 외교정책 변화는 대북정책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북한이 비핵화를 결심하고 과거처럼 양보와 합의, 파기를 거듭하면서 핵 프로그램은 계속되는 ‘협상의 악순환’에 빠지지 않는다면 북・미 불가침조약(Non-aggression agreement)을 체결하여 북한의 안전을 보장해 줄 수 있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케리 국무장관은 미국이 북한의 정권교체를 추구하지 않는다고 천명했다.

 

이러한 미국 정부의 태도변화는 9월 중순부터 나타났다. 지난 추석 연휴기간 베이징에서 6자회담 당사국들의 반민반관 회의에서 북・미가 만난 데 이어, 9월 25일부터 이틀 간 베를린에서 6자회담 북한 측 수석대표 리용호 북한 외무성 부상과 최선희 부국장, 미국 측의 보즈워스 전 대북정책 특별대표, 갈루치 전 국무부 차관보, 조엘 위트 전 국무부 북한담당관 등이 접촉을 가졌다.

 

아직까지는 미국의 대북정책 변화 움직임이 가시화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미국의 재정 위기 등 국내 사정과 외교정책상의 고립주의 대두 등이 변화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많다. 물론 미국의 대북정책이 한반도 정세와 남북관계의 동향과 무관하게 저절로 변화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전반적인 대외정책이 변화 조짐을 보일 때, 이를 잘 포착하여 한반도 평화정착의 기회로 삼으려는 남북한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북한은 10월 4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AP통신의 최고경영자 게리 프루잇과 만난 자리에서 “미국이 적대적인 대북정책만 버린다면 양국의 관계가 나쁠 이유가 없다”며 케리 국무장관의 발언에 반응했다. 아직 북한의 비핵화 태도가 분명하지는 않지만 다소 전향적인 움직임을 시사하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이제는 우리 정부가 미국의 대북정책 변화 움직임에 화답해 나서야 할 차례이다. 북한에 경제-핵무력 건설 병진노선을 포기하라고 주장만 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우리 정부도 미국의 불가침협정 제의를 포괄하는 평화구축의 설계도를 마련해 북한과 미국을 설득할 준비를 해야 한다. 

 

우리는 ‘기다리는 전략’이 허구임을 과거의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다. 스스로 기회를 만들어가야 할 뿐만 아니라 기회가 주어졌을 때 이를 잘 활용하여 공고한 평화체계 수립을 적극 추진해 나가야 한다. 이산가족 상봉이 무산되었다고, 북한이 대남 실명 비난을 재개했다고 손 털고 있어서는 안 된다. 그럴수록 타개방안을 고민하고 새로운 판의 조성을 주도하여 신뢰프로세스의 길을 트고 평화와 통일의 기반을 구축하는 정도로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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