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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안진단 362호

김정은의 중국 전승절 참석 - 중국의 의도와 한·중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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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210
등록일
2025-09-11

김정은의 중국 전승절 참석

중국의 의도와 한·중관계

지난 9월 3일, 중국 베이징에서 ‘중국인민 항일전쟁 및 세계 反파시스트전쟁 승리 기념일(이하 전승절)’ 80주년 행사가 개최되었다. 중국은 이번 전승절 열병식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중심으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푸틴(Vladimir Putin) 러시아 대통령이 좌우로 나란히 선 장면을 연출하며 북·중·러 연대 가능성을 과시했다. 또한, 중국은 김정은 위원장을 의전 서열 2위로 예우하고 6년 만에 북·중 정상회담을 개최하면서 북·중관계 복원 의지도 드러냈다.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및 북한과의 우호관계 과시로 미국과의 협상용 지렛대 확보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평화협상 과정에서 러시아에게 유화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지난 8월 14일에는 미국 알래스카에서 미·러 정상회담을 개최하며 러시아의 강대국 지위를 인정하는 모습도 보였다. 여기에는 러-우 전쟁 조기 종식이라는 정치 유산(legacy)을 달성하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미·러관계를 개선함으로써 중·러관계의 분열을 유도하고 중국을 고립시키려는 의도가 숨어있다. 소위 ‘逆키신저 전략(reverse Kissinger strategy)’을 중국 견제의 방편으로 취하려는 것이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지속적으로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를 보여왔다. 지난 8월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그는 “올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고 싶다”면서 북·미 대화 재개 의지를 피력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자국의 전승절 행사에 푸틴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을 초청하고 중·러 정상회담과 북·중 정상회담을 각각 개최하며 러시아 및 북한과의 긴밀한 우호관계를 과시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러시아와 협상을 재개하거나 북한과 대화를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하에 러시아와 북한에 대한 자국의 영향력을 드러냄으로써 미국이 러시아 및 북한과의 대화에서 중국의 역할을 인식하게 하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향후 중국은 러시아와 북한과의 우호관계를 자신의 정치적 업적을 모색하는 트럼프 행정부와의 협상에서 지렛대로 활용하려고 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신정부에 대한 불만과 외교적 압박 시사

 

중국은 한국 신정부 출범 이후 이재명 정부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기간부터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 ‘한·중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의 성숙한 발전 지속’을 공언한 만큼 이재명 정부가 미국에 경사된 지난 정부와는 달리 미·중 간 균형외교를 재추진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재명 대통령의 중국 전승절 행사 불참, 한·일 및 한·미 정상회담 개최 등 이재명 정부는 중국의 기대와는 다르게 한·미·일 안보협력과 한·미동맹을 중시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은 2025년 8월 25일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초청 강연에서 한국이 과거와 같이 안미경중(安美經中: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의 태도를 취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고 발언했다. 이에 대해서 8월 27일 중국 환구시보(環求時報) 시론은 한국이 미국에 종속되어 대중국 견제에 나서는 것이라고 비난했는데, 이는 이재명 정부에 대한 중국의 실망감을 보여준다. 

 

이재명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을 마치고 귀국한 8월 28일에 중국이 김정은 위원장의 전승절 참석을 공식 발표한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재명 정부는 북한이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한 현 상황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이루고 한반도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고려할 때, 중국이 이번 전승절 행사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특별 예우하며 북한과의 관계 복원 의지를 드러낸 것은 북한에 대한 자신의 영향력을 한국 정부에 과시하고자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재명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을 추진한다면 북한과 우호관계를 맺고 있는 중국의 역할이 중요한 만큼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다. 향후 중국은 한국과의 소통과정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빌미로 한국이 미·중 간에 균형적 태도를 보여야 한다며 한국을 압박할 수 있다.

 

 

중국 주도의 북·중·러 연대 가능성을 보이며 역내 미국 주도의 안보협력을 견제

 

중국은 북·중·러 연대는 서구 언론의 편견일 뿐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다. 불량국가(rogue state)인 북한과 러시아와의 연대 형성은 ‘책임 있는 대국’을 주창하는 중국의 국가 위상을 훼손할 뿐 아니라 한·미·일 안보협력을 가속화 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러시아 전승절 행사에 김정은 위원장이 불참한 데에는 이런 중국의 우려가 어느 정도 작용했을 것이다. 그래서 중국은 북한 및 러시아와의 양자관계를 유지하면서도 2024년 미국 대선 전후로 5월 한·중·일 정상회의, 11월 한·중 정상회담, 한국 및 일본에 대한 비자 면제 조치 등을 통해서 역내 미국의 동맹인 한국, 일본과의 관계 회복을 모색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정책과 관세 정책으로 미 동맹의 대미 불신과 불만이 확산되면 역내 미 동맹체제와 한·미·일 안보협력이 흔들릴 수도 있다는 판단하에 역내 국가들과 관계 개선의 토대를 닦으려 한 것이다.

 

그러나 현재 지역 내에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확산됨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중국과의 관계 개선으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북핵과 북·러 군사밀착이라는 안보위협에 직면한 한국과 일본은 오히려 미국과의 동맹을 유지 및 강화하려고 하고 있다. 일본은 올해 3월 통합작전사령부를 출범하고 ‘하나의 전구(One Theater)’를 제안했고, 한국 역시 한·미동맹을 유지하기 위해서 ‘동맹 현대화’라는 이름하에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strategic flexibility) 문제와 한·미동맹의 범위 확대 문제를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다. 

 

중국은 이러한 일본과 한국의 움직임이 미국 주도의 안보협력을 강화해 지역 내 대중 압박을 높일 것으로 인식하고 어떻게든 이를 견제할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다. 중국이 이번 전승절 열병식에서 북·중·러 정상이 1959년 이래 최초로 나란히 선 모습을 연출한 배경이다. 비록 북·중·러 정상회담을 개최하지 않으면서 그 수위를 조절했지만, 중국은 이를 통해서 역내 미 동맹, 특히 한국에게 선택의 딜레마를 안겨줬다. 대만 유사 사태와 한반도 안보가 상호 연계되어 있는 상황에서 한국이 미국에 동조해 대만 문제에 개입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북한을 군사적 지렛대로 활용해 한반도에서 비상한 상황을 조성할 수도 있다는 메시지인 것이다. 

 

 

한·중관계의 전략적 운용에 대한 함의 

 

중국이 북한 카드를 미·중관계와 역내 국가들과의 관계에서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의도를 드러낸 만큼 중국은 향후 북한에 대한 외교적, 경제적 지원을 확대하며 북한과의 협력 추세를 이어갈 것이다. 북·중 우호관계를 과시하기 위해서 김정은 위원장의 방중에 대한 답방 형식으로 시진핑 주석이 북한을 방문할 수도 있다. 동시에, 중국은 주변국과 국제사회에서 핵미사일 개발이 ‘자위적 핵억제력’이라는 북한의 입장을 옹호하며 한·미·일 안보협력과 미국의 동맹체제에 대해 더욱 공세적 태도를 보일 것이다. 

 

이재명 정부는 10월 말 개최될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시진핑 주석의 방한과 한·중 정상회담 개최를 기대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 중국 정부는 부정적 반응을 보이지는 않고 있지만, 한·중 정상회담 개최를 빌미로 한국에게 미·중 간 균형 유지, 대만 문제 개입 자제 등을 주장하며 반대급부를 요구할 수도 있다. 또한, 중국은 역내 미 동맹체제를 약화시킬 목적으로 북한에 대한 영향력과 한·중관계 회복을 카드로 삼아 한국에 대한 회유와 압박을 강화해 나갈 것이다. 한국 정부는 이를 인식하고 국익과 한국의 위상을 고려해 대중정책의 원칙과 레드라인을 수립해야 한다. 또한 중국과의 다각적 소통을 통해서 우리의 입장을 정확하게 전달하며 불필요한 오해를 방지해야 한다. 앞으로 남북관계를 전환해 나가기 위해서나 한·미·일 협력체제를 강화해 나가기 위해서도 한·중관계를 어떻게 풀어나가느냐 하는 것이 중요한 선결적 과제다. 정부는 단기간에 한·중관계의 전환을 모색하기보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한·중관계 발전의 환경을 조성해 나갈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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