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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eace Foundation 평화재단

현안진단 361호

한·일, 한·미 정상회담의 의미와 향후 과제

조회
226
등록일
2025-09-05

한·일, 한·미 정상회담의 의미와 향후 과제

8월 23일부터 3박 6일간 이재명 대통령이 도쿄와 워싱턴을 순방하며 한·일, 한·미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에 대해 여러 입장에서 다양한 결론의 손익계산서가 나왔지만, 두 개의 양자관계, 나아가 한·미·일 관계를 평가하고 전망하는 수준의 비평으로는 한국 외교의 새 진로를 모색하는 데 지침으로 삼기 어렵다.

1. 격변하는 세계 정세 속의 한·일, 한·미 정상회담

 

 지난 8월 23일부터 3박 6일 동안 이재명 대통령이 도쿄와 워싱턴을 순방하며 한·일, 한·미 정상회담을 갖고, 한·일관계 개선, 한·미관계 안정화, 한·미·일 협력 강화의 기조를 확인하고 돌아왔다. 이에 대항하듯 9월 3일 베이징에서 개최된 전승기념식에 김정은 위원장이 참석하여, 북·중관계 개선, 북·중·러 협력 강화가 진행되는 현장을 생생하게 보여주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종식되지 않고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은 확대되고 있으며, 미국은 스러져가는 기존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의지도 능력도 보여주지 못하는 가운데, 중국이 톈진에서 베이징으로 자리를 옮겨가며 러시아, 인도, 이란의 지도자들과 함께 대안 질서의 존재를 과시하는 과정에 북한이 모습을 드러냈다. 

 

 한·일, 한·미 정상회담 직후 여러 입장에서 다양한 결론의 손익계산서가 나왔지만, 두 개의 양자관계, 나아가 한·미·일 관계를 평가하고 전망하는 수준의 비평으로는 한국 외교의 새 진로를 모색하는 데 지침으로 삼기 어렵다. 새 정부가 내건 ‘국익중심 실용외교’의 성패, 즉 일본과 미국을 상대로 얼마나 국익을 챙겼는가 여부를 판단하는 것만으로는 향후 대일, 대미 외교의 과제를 제대로 도출해 내기 어렵다는 말이다. 이제 한·일, 한·미·일 관계의 ‘건너편’에서 일어나는 일을 한국 외교가 마주한 현실로 온전히 수용한 가운데, 지난 한·일, 한·미 정상회담을 다시 평가해 볼 필요가 있다.

 

 

2. 한·일 정상회담의 의미와 한계

 

(1) 한·일 정상회담의 성과

 

 이번 한·일 정상회담은 과거사를 봉인한 가치동맹 외교로부터 과거사를 병행한 ‘국익중심 실용외교’의 투트랙으로 복귀하기 위한 ‘적정 지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세계질서 격변기의 현실에서 한국 외교의 자율적 공간을 제약하는 족쇄가 들어 있는 점도 지적해 두지 않을 수 없다. 

 

 정상회담 결과로 발표된 공동보도문에는 향후 대일 외교에서 활용할 만한 디딤돌이 두 개 마련되었으며, 한·일 관계의 근본적인 한계를 넘어서는 데 장애가 될 수 있는 장벽이 하나 설치되었다. 디딤돌은 ‘1998년 한·일공동선언의 부활’을 시도한 결과로 마련되었으며, 장벽은 ‘1965년 한·일기본조약에서 발생하는 관성’이 여전히 작용하고 있는 데 따라 세워졌다. 즉 공동보도문에는 1965년 체제의 관성과 1998년 체제의 동력이 미묘하게 동거하고 있다.

 

 먼저 공동보도문에서 ‘역사인식’이라는 용어가 들어간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공동보도문 셋째 단락은 다음과 같다. “이시바 총리는 1998년 ‘21세기의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을 포함하여 역사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고 있음을 언급하였다.” 이 문장은 이시바 총리가 주어로 되어 있다. 공동보도문의 다른 문장들이 모두 ‘양 정상’을 주어로 삼고 있는데 이 문장만이 이시바 총리를 주어로 하고 있다. 이에 대응하여 이재명 대통령을 주어로 삼은 문장이 없다는 점에서 불균형적이고 비대칭적이다. 

 

 이와 관련해서 이시바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역사인식’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이웃한 국가끼리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 ‘일관된 정책’으로 대응하겠다고 언급하였다. 이 부분은 공동보도문을 읽고 나서야 역사인식과 관련한 내용임을 알 수 있을 정도로, 매우 모호하게 표현되어 있다. 또한 기자회견에서 언급한 ‘일관된 정책’이라는 것은, 공동보도문에서 1998년 한·일공동선언을 비롯한 역대 내각의 역사인식을 ‘전체적으로 계승한다’고 표명한 입장의 완곡어법이었다.

 

 이러한 사실들을 고려하면 공동보도문의 문장은, 이재명 대통령이 이시바 총리를 상대로 분명한 역사인식 표명을 요구하였고 이를 일본 측이 수용한 결과일 수 있다. 다만 그 문장 자체는 일본 정부가 이미 상투적으로 사용해 왔던 것이라 아쉽다. 그럼에도 이 문장이 포함됨으로써, 지난 윤석열 정부와 기시다 총리의 조합으로 전개된 한·일관계에서 사라졌던 역사인식 언급이 부활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즉 일본 측이 수장하려 했던 과거사 해결 외교를 수면 위로 끌어올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고 있다는 언급도 중요하다. 여기에는 한국에 대한 식민지배가 ‘정치적 군사적 배경 하’, ‘한국 국민의 뜻에 반해 실시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한 간 나오토 담화가 포함되기 때문이다. 한·일 역사화해와 관련한 최소한의 디딤돌을 마련한 셈이다. 

 

 또 하나의 디딤돌은 ‘한반도 평화’에 대한 언급이다. 공동보도문의 제4항은 ‘한반도 평화와 북한 문제 협력’과 관련한 내용이다. 그런데 이 부분에 대한 두 정상의 기자회견 내용은 공동보도문과 비교할 때, 몇 가지 중요한 차이를 보인다. 기자회견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명백히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구축 의지’를 언급한 데 비해, 이시바 총리는 한반도가 아닌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언급하였으며, 항구적 평화구축 의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또 이시바 총리는 회담 가운데 ‘힘에 의한 현상변경에 대한 반대’를 언급하였다고 밝혔으나, 이재명 대통령의 기자회견에서는 이에 대한 언급이 없었으며 공동보도문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공동보도문에는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 북·러 군사협력에 대한 공동 대응의 필요성과 함께 ‘대화와 외교를 통한 평화적 해결의 중요성’이 강조되었다. ‘한반도 평화’에 대한 언급과 관련해서는 한·일 간에 이견이 존재하였으며, 최종적인 공동보도문 발표를 위한 조정에 시간이 필요했었음을 알 수 있다. 

 

 회담 후 1시간 이상 공동보도문 발표가 지연된 가장 큰 이유가 여기에 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최종적인 공동보도문에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용어가 채택되었고, ‘항구적인 평화구축에 대한 확고한 의지’가 천명되었으며, ‘힘에 의한 현상변경 반대’가 포함되지 않은 반면 ‘대화와 외교를 통한 북한 핵 미사일 문제에 대한 평화적 해결’이 포함되었다.

 

 이와 같이 이번 한·일 정상회담 결과 발표된 공동보도문은 그 행간과 이면에 숨은 그림을 통해 복합적인 의미를 드러내고 있다. 그 문제의식은 ‘역사화해’의 씨줄과 ‘한반도 평화’의 날줄을 엮은 1998년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의 기본 정신을 압축적으로 재현한 것이었다. 이번 공동보도문의 내용과 배치는 한·일 역사화해와 한반도 평화구축을 하나로 엮어 한·일관계를 한반도 평화와 동아시아 공동 번영의 출발점으로 삼고자 했던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의 공식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이 점은 이재명 정부와 이시바 내각 사이에서 제2의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을 만들어 낼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2) 한·일 정상회담의 한계

 

 다만, 이 정도의 노력으로 과연 한·일, 한·미·일 관계의 ‘건너편’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실을 온전히 수용하고, 이에 대응한 전략을 운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모호한 표현으로 가득해서 애써 적극적으로 해석해야 겨우 드러나는 의지로는 강대국 흥정의 양상으로 흐르고 있는 세계정치 무대에서 평화구축의 주동적 행위자로 서기 힘들다. 더욱이 한·일 1965년 체제로 회자되는 미국 중심의 위계적 패권 질서가 이번 공동선언에 그 흔적을 남기고 있는 점은 향후 한국 외교에 큰 부담이 될 것이다.

 

 그 내용은 이번 공동보도문의 본문 두 번째 단락으로 각인되었다. 즉 ‘1965년 국교정상화 이래 지금까지 축적되어 온 한·일관계의 기반에 입각하여’ 양국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기로 하였다는 부분이다. 이 문장 또한 일본 외무성이 상투적으로 사용해 온 것으로, 특히 한·일기본조약과 청구권협정 등으로 과거사 문제가 일단락되었다고 주장할 때 강조되곤 하였다. 이는 바로 뒤에 이어지는 문장, 즉 ‘역사인식’을 언급한 부분과도 배치되는 것이어서, 이번 공동보도문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이다. 

 

 식민지배 불법성에 대한 해석 불일치 문제의 근원인 한·일기본조약 2조, 한반도 냉전을 확정한 조약 3조 등은 수교 60년을 맞이한 올해 대일 외교의 최대 과제로 부상해 있다. 거듭 강조하건대, ‘한·일 역사화해’와 ‘한반도 평화구축’에 최대 장벽으로 작동하고 있던 것이 한·일기본조약의 제2조, 제3조 문제다. 

 

 이 문장의 삽입은, 일본 외무성이 기본 얼개를 짠 것으로 보이는 공동보도문에서 일본 측이 가장 집착했던 부분일 것이다. 거꾸로 이재명 정부 입장에서는 이번 한·일 정상회담에서 일군 소기의 성과를 일거에 망가뜨릴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향후 한국 외교는 공동보도문에 장착된 이 한계를 돌파할 의지와 전략이 필요하다. 한국의 시민사회에서 일고 있는 날카로운 비판은 여기에 집중되어 있다. 이번 한·일 정상회담의 디테일에 숨은 악마가 한국 외교에 족쇄로 남지 않게 하려면 이재명 정부가 이러한 우려의 목소리를 흘려 들어서는 안 된다.

 

 

3.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와 향후 과제 

 

(1)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

 

 한·일 정상회담을 마친 뒤 이재명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Donald J. Trump) 미국 대통령의 초청으로 미국을 방문하였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82일 만에 개최된 한·미 정상회담은 양국 간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토대를 마련한다는 점에서 중요성이 부각되었다. 구체적으로 이번 회담은 양국 정상 간 신뢰 형성과 한·미 관계 발전을 위한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되었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정상은 개인적인 신뢰와 유대감 형성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우리 정부는 양국 정상 간 개인적인 신뢰 및 유대감을 형성하기 위해 치밀하게 준비했다. 금속 거북선, 황금 퍼터, 카우보이 마가(MAGA) 모자 등 선물 꾸러미를 포함해 ‘트럼프 맞춤형 패키지’를 준비해서 회담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들어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 및 개인적 유대감 형성의 토대를 형성하고자 하였다. 한·미 정상 간 신뢰 및 유대감 형성을 위한 우리 정부의 노력은 이재명 대통령의 노련함과 결합해 기대 이상의 회담 분위기를 만들어 내며 이재명 정부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공감과 지지를 이끌어냈다. 한·미 정상회담을 통한 양국 정상 간 신뢰와 유대감 형성은 한·미동맹을 한층 더 강화하고 양국 간 소통 및 협력 증대를 위한 초석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 정상 간 신뢰 형성과 더불어 한·미 양국 간 협력 증대는 이번 정상회담의 주요 목표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한·미 간 협력 증대와 관련하여 우리 정부는 ▲한·미 경제·통상의 안정화, ▲한·미동맹의 현대화, ▲한·미 간 새로운 협력 분야 개척을 목표로 설정하였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한·미 경제·통상의 안정화와 한·미동맹의 현대화 측면에서는 의미 있는 진전을, 그리고 한·미 간 새로운 협력 분야 개척에 있어서는 가시적인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경제·통상 분야를 안정화시키기 위한 양국 간 논의가 진전되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지난 7월 말 합의된 한·미 관세협상을 통해 예측 가능성과 안정성을 회복해 가고 있는 경제·통상 분야는, 합의 내용을 구체화하기 위한 양국 간 논의가 지속되고 있다. 한·미 양국은 조선 분야 최대 1천 5백억 달러를 포함하여 에너지, 핵심 광물, 배터리, 반도체, 의약품, 퀀텀 컴퓨팅 등 전략 산업 강화를 지원하는 데 금융 패키지를 활용하기로 하였고, 구속력 없는 MOU로 금융 패키지 조성과 운영을 규정하기로 합의하였다. 경제·통상 안정화의 세부 내용에 대한 협의 과정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이번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이 투자, 구매, 제조업 협력 등에 대해 포괄적으로 논의하였고, 이러한 진전을 토대로 향후 후속 협의를 통해 최종적인 합의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동맹의 현대화 측면에서도 이번 정상회담은 양국 간 논의를 진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미래형 전략화’ 등 동맹의 발전 방향과 한국의 국방 역량을 발전시키기 위한 다양한 방안에 대해 양국 사이에 협의가 이루어졌고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설에서 한국의 국방비 증액 등 한반도 방위를 위한 우리 군의 주도적 역할 확대를 천명하였는데, 이는 한·미동맹의 현대화를 위한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과 기여를 확인한 것으로 미 측의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새로운 분야로 한·미 협력을 확대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조선과 원자력 분야를 중심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었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개최된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서 인공지능, 반도체 등 첨단 산업, 조선, 자동차 등 제조업, 방산, 원전 등 전략 산업, 콘텐츠 등 문화 산업에 이르기까지 제반 분야에 걸쳐 양국 간 협력 방안이 논의되었다. 이번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을 계기로 조선, 원자력, 항공, LNG, 핵심 광물 등 5개 분야 총 2건의 계약과 9건의 양해각서(MOU)가 체결되었다.

 

 한편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미 양국 대통령 비서실장 간 핫라인이 구축되었는데, 이는 향후 경제, 안보, 관세 등 제반 분야에 걸친 양국 간 협의를 관리하고 촉진하는 콘트롤타워로서 기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통령 비서실장은 대부분의 시간을 대통령과 함께하는 핵심 참모라는 점을 고려할 때, 비서실장 간 핫라인 구축은 한·미 양국 간 현안을 신속하게 다룰 수 있는 소통 채널을 확보하였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성과라 하겠다. 

 

 

(2) 한·미 정상회담 이후의 과제 

 

 우리 정부는 이번 회담의 성과를 토대로 한·미동맹의 현대화와 관련하여 동맹의 ‘미래형 전략화’를 구체화하고, 북한 문제와 관련하여 ‘남·북·미 협상 2.0’ 준비를 본격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이번 회담은 한·미동맹 현대화의 우선순위가 한국군의 역할과 기여 확대에 있음을 보여주었다. 우리 정부는 ‘한·미동맹의 미래형 전략화’를 구체화하여 우리의 안보 이익을 담보하는 동시에 동맹의 상호 호혜적인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미동맹의 미래형 전략화는 한·미동맹의 주된 역할이 한반도 방위에 있음을 확인하고, 이를 위해 한국군의 보다 주도적인 역할 및 기여 확대와 주한 미군의 역량 유지에 집중한다. 즉 한·미동맹이 한반도 안보의 핵심축임을 확인하고, 한국군의 보다 적극적인 역할과 기여를 통해 동맹 현대화를 견인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주한 미군 전력의 첨단화와 효율화를 통해 주한 미군의 대북 방어 능력을 유지함으로써 주한 미군의 규모 조정 및 재배치가 야기할 수 있는 안보 우려를 불식시키고자 한다. 

 

 또한 한·미동맹의 미래형 전략화는 상호 호혜적인 측면에서 인도-태평양 지역에 걸친 주한 미군의 역할과 운용 등에 있어 보다 유연성을 담보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 2006년에 이루어진 한·미 양국 간 전략적 유연성에 대한 원칙적 합의를 토대로 주한 미군이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 위협에 대응하고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어떠한 역할을 할 것인지, 그리고 이를 위해 주한 미군을 어떻게 운용할 것인지 등에 대해 양국 간 논의를 진전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우리 정부는 우리 군이 한반도 방위를 위한 주도적인 역할 확대에 매진할 것이며, 따라서 한국군의 역할 범위는 한반도에 집중되어 있음을 분명히 해야 한다. 즉 한국군의 전략적 우선순위는 여전히 한반도 방위에 놓여 있으며, 한국군의 전략적 유연성은 고려 대상이 아님을 확인해야 한다. 

 

 대북 방어를 위한 한국군의 주도적 역할 확대 및 주한 미군의 역할 조정이 가시화될 경우 한반도 안보에 대한 불안이 증가할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이를 위해 상호 호혜적인 동맹의 현대화 차원에서 대북 확장 억제력을 현실적·실질적으로 강화하기 위해 한·미 원자력 협정을 개정하여 핵 잠재력을 확보하는 것이 요구된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한·미 양국 간에 북한 문제를 적극적으로 다루고자 하는 의지가 확인되었다. 북·미 정상외교를 재활성하기 위한 양국 간 소통 재개 움직임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마무리와 맞물려 보다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중재로 전쟁의 출구를 모색한 러시아는 개선된 미·러 관계를 토대로 북·미 간 소통 재개를 위한 가교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의 소통 재개에 신중한 입장을 보여 온 북한에도 러시아의 중재 역할은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돌아오게 하는 공간을 마련해 줄 것이다. 

 

 북핵 협상의 재개를 위해 ‘동시적·병행적 조치’를 통한 점진적 비핵화를 제안하는 것이 필요하다. 트럼프 1기 협상 당시 미국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목표로 비핵화 로드맵에 관한 포괄적 합의를 협상 초기에 요구한 ‘일괄 타결’을 주장한 반면, 북한은 ‘단계적·동시적 조치’를 주장하며 팽팽히 맞섰다. 결국 양측은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하노이에서 빈손으로 돌아갔다. 

 

 2019년 하노이 정상회담 실패로 인한 외교적 충격과 이후 고도화된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을 고려할 때 평양은 재협상의 문턱을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자신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것을 요구하며,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의 감소와 그에 대한 상응 조치를 ‘단계적·동시적’으로 시행하자고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한편 1기 행정부에서 북핵 협상을 경험한 트럼프 대통령도 북한과의 협상에 대해 보다 현실적인 인식을 할 것이며, 이에 따라 재협상의 문턱을 낮춰 북핵을 관리하는 것이 미국의 이익에 보다 부합한다고 판단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최종 목표를 협상의 입구에서 요구하는 대신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의 감소와 그에 대한 상응 조치를 ‘동시적·병행적’으로 추진하여 비핵화에 도달하는 점진적 비핵화가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정부는 북·미 대화 재개가 현실화되도록, 그리고 협상에서 실질적 진전을 이루기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북·미 협상 재개를 위한 첫걸음은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동결과 그에 대한 미국의 상응 조치가 될 가능성이 높으며, 따라서 우리 정부는 미국 전략 자산의 한반도 전개 및 한·미 연합군사훈련 실시 등을 미국과 협의·조정하여 북·미 간 정상외교 재활성화를 견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고도화된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과 미국의 전략적 이익을 고려한 상호 수용 가능한 비핵화 로드맵, 즉 점진적 비핵화 추진을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공하는 한편, ‘동시적·병행적’ 조치 시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과 기여 등을 적극적으로 이행함으로써 비핵화 프로세스에서 주요 행위자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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