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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eace Foundation 평화재단

현안진단 354호

시진핑의 러시아 전승절 참석: 중국의 의도와 역내 대미 대응 방안

조회
212
등록일
2025-06-03

시진핑의 러시아 전승절 참석: 중국의 의도와 역내 대미 대응 방안

중국이 국제질서의 다극화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러시아를 중요한 협력국으로 인식하고 양자관계를 강화해 왔지만, 시진핑의 러시아 전승절 참석은 중국의 대외 활동을 제약할 위험성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진핑이 러시아 전승절에 참석한 것은 다음과 같은 의도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의 러시아 전승절 참석 의도

 

2025년 5월 9일 러시아 전승절 80주년 행사가 개최되었다. 이번 전승절 행사에 27개국의 국가 정상이 참석했는데, 2024년도에 벨라루스 등 6개국 정상만이 참석한 것과 대비된다. 러시아는 이를 통해서 대러 제재 상황 속에서도 자신이 외교적 고립에 처하기는커녕 대외관계가 굳건함을 과시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이하 시진핑)도 10년 만에 러시아 전승절 행사에 참석했다. 그는 전승절 행사 하루 전인 5월 8일, 푸틴(Vladimir Putin) 러시아 대통령(이하 푸틴)과 정상회담을 갖고 ‘신시대 전면적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의 심화에 관한 중·러 공동성명’, ‘글로벌 전략적 안정에 대한 중·러 공동성명’, ‘국제법 수호 협력 강화에 대한 중·러 공동선언’ 등을 발표하며 ‘러시아와 지속적으로 협력을 강화해 나갈 것을 천명했다. 

 

중국이 국제질서의 다극화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러시아를 중요한 협력국으로 인식하고 양자관계를 강화해 왔지만, 시진핑의 러시아 전승절 참석은 중국의 대외 활동을 제약할 위험성이 있었다. 유럽 국가들이 이를 두고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중국의 편향적 지지로 인식하고 대중국 불신을 강화한다면, 트럼프 2기 들어 중국이 추진하고 있는 중-EU 협력이 타격을 받을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진핑이 러시아 전승절에 참석한 것은 다음과 같은 의도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첫째, 러시아와의 결속을 기반으로 반미 연대를 강화한다. 중국은 현재 고관세 정책, 디커플링 등 미국의 다양한 압박에 직면해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 중국은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정책에 대한 국제사회의 불만을 자극하고 그 틈을 파고들어 반미 연대를 확대해 나가고자 한다. 러시아와의 결속은 중·러 양국 협력을 넘어 브릭스(BRICS), 상하이협력기구(SCO) 등 다자협의체에서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국가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중국의 글로벌 담론을 확산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런 중국의 입장에서 보자면 시진핑의 러시아 전승절 참석은 중·러 결속을 시각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정치적 이벤트였다. 

 

둘째, 우크라이나 정세 변화를 계기로 미국과 유럽 국가 간 균열을 파고든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어떤 방식으로든 종전을 향해 나아간다면, 대러 제재가 완화될 수 있다. 중국이 서방과 러시아 사이에서의 줄타기를 끝내고, 러시아와 협력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서방과의 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기는 것이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우크라이나 및 나토(NATO)의 입장을 도외시하고 러시아에 유리한 방향으로 협상을 추진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미국과 유럽 국가 간 갈등도 불거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시진핑이 러시아 전승절에 참가하고 러시아에 대한 편향적 입장을 드러내더라도 유럽 국가들이 바이든 행정부 시기와 같이 미국의 대중 압박에 적극적으로 동조하기 힘들 것으로 인식했을 것이다.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과 관세정책으로 글로벌 경제가 불안정해지는 상황에서 중국은 유럽 국가들과의 경제협력, 우크라이나 전후 재건 참여를 통해서 중국에 대한 유럽 국가들의 불만을 해소하고 관계 개선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중·러 공동성명에서 나타난 중국의 역내 대미 대응 방안 

 

이번 러시아 전승절을 계기로 개최된 중·러 정상회담에서 시진핑과 푸틴은 서로를 ‘동지’라고 부르며 친밀감을 과시했다. 정상회담 직후 발표된 공동성명에서 중·러 양국은 군사, 경제, 문화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전방위적 협력을 추진할 것을 천명했다. 뿐만 아니라,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한반도 문제 등 인태 지역 내 이슈에 대해서도 공감대와 협력 의지를 드러냈는데, 여기에서 중국이 모색하는 역내 대미 대응 방안을 엿볼 수 있다. 

 

첫째, 러시아와 공동으로 역내 미국 주도의 안보협력에 대응한다. 공동성명에서 중·러 양국은 “특정 국가와 그 동맹국이 자국의 패권과 이기적인 이익을 추구하고 ……. 일부 국가는 패권주의와 신식민주의에 사로잡혀 공격적인 정책을 남용하고, 다른 국가의 주권을 제한하고, 다른 국가의 경제 및 기술 발전을 억제하여 자신의 특권을 보호한다”고 명시했다. 특히, 중·러 양국은 2024년도에 이어 이번 공동성명에서도 “미국과 동맹국들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나토의 동진을 추진한다”고 언급하면서 이러한 행위가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훼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하여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한 ‘핵 공유’ 군사 동맹 구축 반대, ‘확장 억제’를 명분으로 하는 지역 내 핵무기 배치 반대, 전 세계적인 미사일 방어 시스템과 지상 기반 중거리 미사일 체계 배치 반대 등을 명시했다. 

 

중국은 한·미·일 안보협력을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인식하고 ‘군사동맹’, ‘아시아판 나토’라며 비난해 왔다. 또한 2024년 9월 중국은 필리핀에 대한 미국의 중거리 미사일 타이푼 발사체계(Typhon Missile Launcher) 배치에 반발해 44년 만에 태평양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했다. 지난 3월 24일 일본에서 출범한 통합작전사령부에 대해서 중국은 미국과 일본이 군사 통합을 가속화하고 있다며 비난하기도 했다. 이와 같이 중국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역내에서 나타나는 미국 주도의 안보협력에 강한 우려를 표명하며 반발해 왔다. 이를 고려할 때, 상술한 중·러 공동성명 내용은 중국의 의도가 크게 반영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는 중국이 인태 지역에서 미국 주도의 안보협력에 러시아와 공동으로 대응해 나갈 것임을 시사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러시아는 우선적으로 유럽에 집중하기를 원할 것이고, 인태 지역 이슈에 대한 적극적 관여를 신중하게 생각할 것이다. 그럼에도 국제질서의 다극화를 추구하는 러시아는 인태 지역 내에서 미국의 영향력에 대응하고자 하는 중국의 의도에 맞춰 지역 내 군사안보 협력을 강화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2024년도에만 중국과 러시아는 ‘대양-2024 훈련(극동 연해주 인근 해역)’, ‘북부·연합-2024 훈련(동해 및 오호츠크해 해역)’, ‘중·러 해상 합동 순찰(태평양 해역)’, ‘해상 연합-2024(중국 광둥성 해역)’ 등 인태 지역에서 연합훈련을 확대해 왔다. 향후 중국과 러시아는 인태 지역에서 더욱 빈번하게 연합훈련을 실시할 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각 국가의 방공식별구역 침범, 일본 및 대만 주변 해역에서의 군사훈련 등의 무력시위를 통해 미국 주도의 안보협력 강화 움직임에 대응할 것으로 전망된다.  

 

둘째, 북한 카드를 역내 미 동맹 압박용으로 활용한다. 중·러 양국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관련국들의 북한에 대한 일방적이고 강압적인 조치와 압박 정책을 폐기할 것을 촉구”하며 “정치외교적 수단만이 한반도 문제를 포괄적으로 해결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밝혔다. 한반도 문제에 있어서 북핵 문제 해결이나 북한 비핵화를 언급하지 않고 북한의 입장만을 옹호한 것이다. 

 

2024년 중·러 공동성명과 비교할 때, 대북 강압 조치 폐기를 촉구한 대상이 ‘미국’에서 ‘관련국’으로 확대되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향후 중국이 북한 카드를 활용해 한국 및 일본 등 역내 미국의 동맹을 압박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중국은 한·미 연합훈련이나 한·미·일 연합훈련이 북한이 아니라 중국을 겨냥하는 것이라고 인식한다. 그런 만큼 중국은 핵·미사일 개발이 ‘자위적 핵억제력’을 위한 것이라는 북한의 입장을 내세우며 미국의 동맹인 한국과 일본에 대한 외교적 군사적 압박을 시행할 가능성도 있다. 이를 통해서 역내 미국 주도의 안보협력 속도를 완화하고 억제하려는 속셈이다. 

 

중국이 이렇게 북한 카드를 활용해 지역 내 미국의 동맹을 압박하기 위해서는 북·중 우호협력 관계를 과시할 필요가 있다. 북핵 문제가 미·중 관계뿐 아니라, 한·중, 중·일 관계에서도 지렛대(leverage)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18일 왕야쥔(王亞軍) 주북 중국대사의 김일성 생일 기념행사 참석 등 최근 중국이 북·중 관계 개선에 힘을 싣고 있는 배경이다. 

 

러시아와의 밀착을 적극 추진하는 북한이 이에 얼마나 호응할 것인지는 지켜봐야 하겠지만, 중국은 북한 단체관광, 북·중 경제교류 등을 추진하며 북한의 대중 경제의존도를 바탕으로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관리하고자 할 것이다. 북·미 대화가 진행된다면, 중국은 러시아를 통해서라도 북한과 대화하며 ‘차이나 패싱’을 예방하려 할 것이다. 더 나아가 북·미 대화가 진전을 이룬다면 중국은 이를 바탕으로 북핵 대응을 명분으로 추진되는 한·미동맹 및 한·미·일 안보협력의 정당성을 공격하며 역내 미국 주도의 안보협력과 동맹체제를 약화시키려 할 것이다. 

 

중국과의 전략적 소통을 활성화해야

 

비록 중국이 무비자 정책 등 한국에 대한 유화 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상술한 중국의 행보를 고려할 때 한·중 경제협력과 인적 교류 확대가 외교안보 분야에서의 공감대 형성과 협력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중국 대외정책의 우선순위가 역내 미국 주도의 안보협력 확대에 적극 대응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대중국 견제를 위해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강조하는 상황이다. 미국 주도의 안보협력이 중국을 겨냥한다고 인식하는 중국은 주한미군의 역할 변화에 큰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한국은 이를 인식하고 중국과의 전략적 소통을 활성화하고 확대함으로써 불필요한 오해를 방지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북핵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한국도 한·미동맹과 한·미·일 안보협력을 강화할 수밖에 없음을 전달하며 북핵 문제에 대한 중국의 태도 변화를 유도해야 할 것이다. 향후 북·미 대화의 진전 등 한반도 정세의 변화 과정에서 한·중 관계를 어떻게 우리의 전략적 수요에 맞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인지가 중요한 과제로 다가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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