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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eace Foundation 평화재단

현안진단 352호

노동당 창건 80주년 북한의 자화상

조회
107
등록일
2025-04-30

노동당 창건 80주년 북한의 자화상

북한 경제위기의 근본적 해법은 상징적 표어로 해결되지 않으며, 진정성 있는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자원분배를 왜곡시키는 비효율적 보여주기식 사업과 국방력에 대한 기형적 투자로 북한 주민들의 민심을 얻기는 어렵다. 과감한 비핵화의 선택과 개혁개방의 길만이 북한의 미래라는 것을 하루속히 깨닫기를 바란다.

북·러 간의 군사적 밀착과 관계 발전 

 

러시아는 4월 26일 우크라이나의 기습으로 점령당했던 쿠르스크 영토를 완전히 회복했다고 밝히면서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을 공식 인정했다. 크렘린궁은 이날 푸틴 대통령과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의 화상 회의 내용을 공개했으며,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은 “북한 군인과 장교들은 우크라이나 습격을 격퇴하는 동안 러시아군과 어깨를 나란히 해 전투 임무를 수행하면서 높은 전문성과 회복력, 용기, 영웅적 행동을 보여줬다”고 언급했다. 그는 지난해 6월 북·러가 체결한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에 따라 북한군이 러시아군을 지원했다고 설명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우리 관계(북·러 관계)가 고도의 본질적 동맹 수준임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북한도 파병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4월 28일 자 북한 매체들의 보도에 따르면,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는 서면 입장문을 통해 러시아의 “쿠르스크 지역 해방작전이 승리적으로 종결됐다”며, 북한군이 김정은 위원장의 명령에 따라 참전했다고 밝혔다. 입장문에서 김 위원장은 파병 북한군들은 “조국의 명예의 대표자들”이라며, 곧 평양에 전투 위훈비가 건립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한 김 위원장은 “희생된 군인들의 묘비 앞에는 조국과 인민이 안겨주는 영생 기원의 꽃송이들이 놓일 것”이라고 전해 북한군의 희생이 만만치 않음을 암시했다.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이외에도 북·러는 2024년 6월 체결한 북·러 조약을 기반으로 다방면에서 관계를 발전시켜 왔다. 러시아 정부 통계에 따르면 2024년 러시아를 방문한 북한 주민은 13,221명으로 전년 대비 12배 급증했으며, 북한을 방문한 러시아인도 6,469명으로 1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러시아의 타스통신은 4월 17일 보도를 통해, 러시아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와 북한 라선(나선)을 오가는 새 여객열차가 5월 8일 운행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북·러 간 새 여객열차가 운행될 경우 북한인의 러시아 방문이 수월해진다. 지난해 6월 북·러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두만강 자동차 교량 건설도 내년 말 완공을 목표로 신속하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 두만강에는 북·러 간 철교가 있지만, 자동차 교량은 없다. 자동차 교량이 새로 건설될 경우 북·러 교류는 양적, 질적 측면에서 크게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북한 민생경제 파탄의 현실

 

북·러 간 급속한 밀착에도 불구하고 북한 경제 상황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북한 원화의 달러 환율은 2024년 4월 하순 8,000원대 후반이었으나 금년 동기 23,000원대로 폭등했으며, 중국 원화 환율은 같은 기간 1,800원에서 3,200원으로 오른 상황이다. 북·러 간 밀착이 군사 분야를 넘어 북한 경제 전반에 영향을 주지 못하는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제조업 강국인 중국과 달리 러시아는 자원 의존 경제의 특성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북·러 경제협력은 구조적 한계를 내재하고 있다. 

 

김정은 정권의 정책적 혼선도 북한 경제난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4월 15일 평양의 화성지구 3단계 1만 세대 살림집 준공식에 참석했다. 북한은 2021년 1월 8차 노동당 대회에서 5년간 평양시에 매년 1만 세대씩 총 5만 세대의 살림집을 건설하는 계획을 발표하고, 이듬해 1단계로 송화거리 1만 세대 살림집을 준공했다. 이후 2023년과 2024년에 각각 화성지구 1, 2단계를 준공했으며, 이어 2025년 3단계 1만 세대 살림집 건설도 마무리했다. 

 

문제는 대북 제재와 경제난이 지속되는 가운데 무리하게 살림집 건설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통계청이 지난해 12월 20일 공개한 ‘2024 북한의 주요 통계지표’를 보면, 2023년 북한 경제는 건설 부문의 8.2%를 중심으로 3.1% 성장했지만, 전기, 가스, 수도사업은 오히려 –4.7%를 기록했다. 살림집은 건설했지만, 전기, 가스, 수도망은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4월 25일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김 위원장 주도로 평양 중심에 건설된 53층 아파트가 완공 10년 만에 붕괴 우려를 낳고 있다고 보도했다. RFA는 평양 미래과학자거리의 주상복합건물 ‘은하’ 아파트에서 균열과 부식이 발견되어 주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는 소식과 함께, 건물 외벽 곳곳에 금이 가고 타일이 떨어진 사진을 공개했다. 앞서 2014년 5월에는 평양 평천구역의 23층 아파트가 붕괴해 수백 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당시 최부일 인민보안상(현 사회안전상)이 주민들에게 공개 사과한 바 있다. 김정은 정권의 보여주기식 속도전 건설사업의 한계다. 

 

김정은 정권이 주력하고 있는 지방 생활환경 개선 사업도 한계를 내재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2024년 1월 15일 북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0차 회의 시정연설에서 지방의 낙후성을 지적하며, 매년 20개 군에 생필품 공장을 10년 동안 건설해 지방 공업을 발전시키는 ‘지방발전 20×10정책’을 공개했다. 김 위원장은 지방의 특색에 맞게 생필품 공장을 건설하고 이후에는 자재와 원료 등을 자력으로 해결할 것을 강조했다. 그러나 준공된 공장들은 대부분 플라스틱 생활 용기와 의류 제조 시설을 포함하고 있으며, 플라스틱과 섬유의 원료는 석유화학 공업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지방 자체 생산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또한 북한이 건설한 지방 생필품 공장 대부분 특색 없는 유사한 부문이라는 점에서 중복투자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유엔과 세계은행 등이 공동으로 최근 발간한 ‘2000∼2023 모성 사망률 추이’ 보고서에 의하면, 북한의 모성 사망비가 2023년 기준 67명으로 우리의 17배다. 북한 민생의 현주소다.

 

북한 국방력 강화의 이면 

 

북한은 조선인민혁명군(빨치산) 창건 기념일인 4월 25일 남포조선소에서 김정은 위원장 참석하에 신형 구축함 진수기념식을 개최했다. 김 위원장은 북한 구축함에 “대공, 대함, 대잠, 대탄도미사일 능력은 물론이고 공격수단들 즉 초음속전략순항미사일, 전술탄도미사일을 비롯하여 육상타격 작전 능력을 최대로 강화할 수 있는 무장체계들이 탑재됐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 말이 사실일 경우 북한은 강력한 무장을 갖춘 신형 구축함을 확보한 셈이다. 그러나 첨단 구축함 건조에는 경쟁력 있는 조선업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세계 최강의 해군력을 자랑하는 미국조차 한국 조선업에 도움을 요청하는 실정이다. 

 

5000톤급으로 추정되는 북한 신형 구축함과 유사한 것은 KDX-Ⅱ 사업을 통해 6척이 확보된 우리 해군의 이순신급(4,400톤급)이다. KDX-Ⅱ 사업은 1996년 기본설계가 시작되어 2008년 마지막 6번 함 인도를 끝으로 마무리되었으며, 척당 획득 비용은 3,900억 원이었다. 한국 해군의 정조대왕급 이지스 구축함 획득 비용은 척당 1조 3000억 원에 달한다. 게다가 구축함의 경우 무장 상태에 따라 비용은 천문학적으로 늘어난다. 함정은 3직제(1척 작전, 1척 정비, 1척 훈련)로 운영된다는 점에서 안정적 운용을 위해서는 최소 3척이 필요하다. 북한의 열악한 조선 기술력과 경제력으로 최첨단 구축함을 운용하는 것은 버거운 일이다. 

 

김 위원장은 신형 구축함이 북한 해군력 강화의 ‘신호탄’이라며, “두 번째 신호탄은 바로 핵동력잠수함 건조 사업”이라고 언급했다. 북한의 매체들은 지난 3월 8일 자 보도를 통해 김 위원장이 중요 조선소들의 함선 건조 사업을 현지 지도했다면서 “핵동력전략유도탄잠수함 건조 실태도 현지에서 료해(파악)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북한이 이미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시작했다는 의미다. 북한은 2021년 1월 제8차 노동당 대회에서 국방력 발전의 핵심 과업의 하나로 핵잠수함과 수중 발사 핵전략무기의 보유를 꼽은 바 있다. 

 

문제는 핵추진 잠수함을 자체 건조할 수 있는 국가는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등 5개국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핵추진 잠수함 건조와 운영을 위해서는 첨단 기술과 아울러 천문학적 비용이 소요된다. 미국의 주력 핵추진 잠수함 버지니아급 SSN(7000톤급)의 경우 2024년 기준 획득 비용이 척당 43억 달러이며, 프랑스의 바라쿠다급 SSN(4000톤급)은 20억 유로에 달한다. 무기의 도입에서 수명 만료로 인한 폐기 과정까지 드는 총비용은 초기 도입 30%, 유지 보수가 70%를 차지한다. 바라쿠다급을 기준으로 핵추진 잠수함의 25년 운영 비용은 10조 원을 훌쩍 넘는다. 북한은 2023년 9월 자칭 전술핵공격잠수함 김군옥함의 진수식을 성대히 거행하고 김 위원장이 현장에서 기념사까지 했다. 그러나 우리 군에 따르면 김군옥함은 진수 이후 첫 운항에서 기울어지는 등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도 김군옥함은 정상 운영되는 징후를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북한의 관영 매체들은 3월 27일 김 위원장이 '무인항공기술연합체'와 '탐지전자전연구집단'을 현지지도 했다는 소식과 함께 공중조기경보통제기로 추정되는 기체를 공개했다. 이 항공기는 러시아제 일류신(IL)-76 수송기 기체에 레이돔(radome)을 올린 형상이며, 러시아는 동일한 형태의 A-50 공중조기경보통제기를 운용해 왔다. 중국과 인도도 같은 형태의 공중조기경보통제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핵심 기술은 러시아 기반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공중조기경보통제기를 제작할 수 있는 국가는 손에 꼽을 정도에 불과하다. 

 

2012년 전력화가 완료된 한국 공군의 공중 조기경보통제기 피스아이의 1기당 도입 가격은 4,500억 원이었다. 한국 공군은 4기의 피스아이를 운용하고 있으며, 이는 24시간 감시 체제를 유지하기 위함이다. 한국 공군은 보다 안정적인 탐지 범위 확보를 위해 2027년까지 피스아이 4대의 추가 도입을 결정한 상태다. 북한이 공개한 공중조기경보통제기는 1990년대 북한 고려항공이 러시아로부터 도입한 3대의 IL-76 수송기 중 1기를 개조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기술력과 기체 수명 30년 내외의 노후 IL-76 수송기를 개조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정상적인 성능과 운용이 가능하다고 보기 어렵다.

 

경제력은 군사력의 필수 전제 조건이다. 소위 ‘천조국’으로 불리는 미국이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자랑하는 이유는 세계 GDP의 1/4을 차지하는 경제력이 뒷받침되기 때문이다. 세계 최빈국 수준의 경제력에도 불구하고 국방 선진국을 모방하고 있는 김정은 정권의 국방 강화 정책은 무모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노동당 창건 80주년, 북한이 갈 길

 

김정은 정권은 미국과 러시아 등 군사 대국에서나 가능한 무기체계를 찍어내듯이 생산하며 국방력을 자랑하고 있다. 그러나 기술력과 경제력이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첨단 군사력의 확보와 유지는 가능하지 않다. 북한의 최근 국방력 강화 행보는 군사 상식상 이해하기 어려우며, 결국 자원분배의 왜곡과 낭비를 초래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북한의 경제 구조는 제2경제로 불리는 군수 부문과 민간 부문이 철저히 분리되어 운용되는 형태를 띠고 있다. 민간 경제가 아무리 어려워도 북한의 군수 부문은 따로 돌아간다는 의미이다. 

 

1990년대 고난의 행군기 수십만 명 내외의 북한 주민이 아사하는 상황에서도 김정일 정권은 군량미를 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2024년 8월 북한은 김정은 위원장 참관하에 신형 전술탄도미사일 발사대 250대의 인수인계 기념식을 거행했다. 유사한 우리 군의 전술지대지유도탄(KTSSM)의 대당 가격은 20억 원 내외로 알려져 있다. 경제난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얼마나 많은 비용을 국방력 강화에 쓰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북한의 심각한 주택난과 열악한 지방 경제를 발전시키려는 김정은 정권의 방향성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대북 제재와 국제적 고립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상황에서 과시성 치적 쌓기용 토목건축 및 지방공장 건설에 주력하는 것은 자원분배의 왜곡과 함께 또 다른 부작용을 낳게 될 뿐이다. 현재와 같은 실속 없는 경제정책을 고집할 경우 북한 경제위기는 심화될 수밖에 없으며 이는 결국 민심 이반으로 귀결될 것이다.

 

북한 노동당 창건 80주년, 김정은 정권은 인민대중제일주의와 이민위천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 경제위기의 근본적 해법은 상징적 표어로 해결되지 않으며, 진정성 있는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자원분배를 왜곡시키는 비효율적 보여주기식 사업과 국방력에 대한 기형적 투자로 북한 주민들의 민심을 얻기는 어렵다. 과감한 비핵화의 선택과 개혁개방의 길만이 북한의 미래라는 것을, 노동당 창건 80주년을 맞는 김정은 정권이 하루속히 깨닫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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