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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eace Foundation 평화재단

현안진단 89호

격랑의 동북아, 대한민국 어디로 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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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국가 발전.
조회
4
등록일
2013-12-27

격랑의 동북아, 대한민국 어디로 가는가?

동북아 국가들이 리더십을 교체한 지 1년이 지난 현재, 각국의 리더십 평가는 외형상 안정적이다. 북한의 김정은, 중국의 시진핑, 일본의 아베 총리,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 모두 각자의 체제를 공고히 하고 있으나, 이는 대외적 갈등과 긴장을 조장한 결과라는 비판도 있다. 김정은은 대남 긴장 조성을 통해 권력을 강화했으며, 시진핑은 권력을 집중시키는 구조를 확립했다. 아베는 경제 회복을 주장하며 지지를 얻었고, 박근혜는 안정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긴장 고조는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남북관계 개선이 국가 발전의 전략적 요구로 대두되고 있다.

동북아 리더십 교체 1년, 다들 안녕하십니까?

동북아 국가들이 일제히 리더십을 교체한 지 1년이 지났다. 이들 새 리더십의 1년 평가는 어떠할까?

북한은 작년 4월, 노동당 제4차 당대표자회를 개최하여 사망한 김정일에게 총비서 자리를 영구히 헌정하고 김정은을 당 제1비서로 추대하였다. 한 달 후에는 김정일을 영원한 국방위원장에, 김정은을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 추대하여 권력승계를 공식 마무리하였다.
지난 4월 노동신문은 김정은 추대 1주년을 맞아 사설을 통해 ‘김정은 동지에 대한 제1비서 추대는 우리 당의 강화발전과 강성국가 건설을 위한 투쟁에서 획기적 전환의 이정표를 마련한 거대한 정치적 사변이었다’라고 평가하며 ‘그처럼 짧은 기간에 세계의 민심을 틀어잡고 국제 사회에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회주의 정치지도자를 역사는 알지 못한다’며 자부하였다. 여기에다 최근의 ‘장성택 일당’에 대한 숙청으로 당분간은 김정은 유일지배체제가 더욱 공고해지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작년 11월 ‘우리 민족은 위대하다,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위해 분투하겠다’고 다짐하며 중국공산당 총서기에 취임한 시진핑은 올해 3월 국가주석과 국가중앙군사위원회 주석 자리를 겸하면서 당·정·군의 모든 권력을 장악했다. 전임자 후진타오가 당권장악 이후 2년이 지나 군권을 장악했던 것과 대비된다.
최근에는 국가안보위원회와 ‘전면심화개혁영도소조’를 설립하기로 했다. 이 두 기구는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지만 시진핑의 권력을 공고화시킬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마오쩌둥 이후 집단지도 체제로 운영되어온 정치관행에서 국가안보위원회는 한 사람에게 권력이 집중된다는 우려로 그동안 번번이 도입이 무산된 제도이다. 이를 시진핑 주석이 관철한 것이다. 지난 4월 당고위층부터 시작된 정풍(整風) 반부패 운동도 전당(全黨)·전군(全軍)·전국(全國)으로 확대되면서 시진핑 원톱 체제 구축에 한몫을 하고 있다.

일본 자민당은 작년 12월 총선거에서 압승하여 3년 만에 정권을 탈환했다. 일본경제의 장기침체와 후쿠시마 사태 이후 사회불안이 팽배하고, 영토문제 등 주변국과의 외교적 갈등이 고조된 상황에서 유권자들은 경제정책과 외교정책에서 급격한 변화를 도모하겠다고 공언한 아베 총재의 자민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하였다. 경제회복을 위해 공공사업에 대규모 예산을 지출하고, 적극적인 통화정책을 시행하며 중국과의 영토분쟁에서도 강경노선을 택하겠다는 선거공약은 일본 유권자뿐 아니라 주변국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다.
지난 1년간 아베 총리는 정치·경제적으로 모두 겉으로는 성공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참의원과 중의원 모두에서 다수당을 차지했고, 경제는 가파른 성장을 기록했다. 아베 총리에 대한 일본 국민들의 지지율이 최근에 다소 하락했다지만 여전히 58%에 달하고 있다.(니혼게이자이 여론조사, 12.23)

취임 1년을 앞두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유권자들의 지지도 견고하다. 정치적으로 불통(不通) 대통령이라는 불만이 있지만 국정운영 지지도는 비교적 안정적이다. 원칙을 지키겠다는 대북정책과 화려한 정상외교는 박 대통령의 지지율을 유지하는 주득점원이다. 경제지표도 좋아지고 있다. 세계경제 침체 속에서도 3년 연속 무역액 1조, 사상 최대 수출, 최대 무역 흑자까지 갱신하며 이른바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고 국민소득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더군다나 남북한과 중국·일본 등 동북아 국가들 모두에서 새 리더십에 도전할 만한 대안 정치세력들을 찾아보기 어렵고, 있다 해도 미력한 상황이다.

새 리더십들의 1년, 일단 모두 외견상 안녕해 보인다.

동북아 리더십 1년, 대외적 갈등과 긴장조성의 공통분모

문제는 이들 리더십의 내부적 공고화가 많은 부분 주변국과의 갈등과 긴장을 고조시키며 얻어진 것이라는 점이다.

김정은 정권은 집권 초기, 경제적 토대를 안정시키기 위한 대외협력보다 정권 공고화를 위해 대외적 갈등과 긴장을 초래하는 조치를 선택했다. 김정일 사망 직후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염두에 두고 우라늄 농축활동을 중단하는 내용을 담은 소위 ‘2·29 합의’에 서명했던 북한은 그해 4월과 12월 연달아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고 올 2월에는 핵실험과 한·미 합동훈련에 맞선 전쟁위협으로 한반도를 긴장 상태로 몰아넣었다. 개성공단을 일시 가동중단 상태에 빠뜨리는가 하면 약속했던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연기하고 급기야 청와대 앞으로 ‘예고 없이 타격할 것’이라는 전화통지를 보내는 등 대남 긴장조성에 서슴없는 행보를 보였다.

이러한 대외 긴장 분위기 속에 김정은 정권은 당 중앙위 전원회의, 정치국 회의,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비롯해 그간 유명무실했던 당 시스템을 정상화하는 등 나름의 국정운영 체계를 세우며, 김정일 시대의 군부 원로들을 일선에서 밀어내고 김정은 체제 초기 후견인 역할을 했던 장성택마저 제거하면서 주민의 절대적 충성을 강요하고 있다. 북한은 이러한 내부 공포정치를 합리화하기 위해 외부와의 긴장을 끊임없이 재생산하고 있는 형국이다.

최근 중국의 일방적 방공식별구역(CADIZ) 선포로 긴장이 고조되며 동북아 격랑의 모습이 클로즈업되었지만, 동북아 국가 간 마찰과 긴장은 이미 2010년부터 가파르게 고조되어 위험수위에 접근하고 있었다. 2010년 5월 천안함 사건과 9월 중국어선과 일본 순시선이 센카쿠(댜오위다오) 해역에서 충돌한 사건은 동북아 안보환경 변화의 변곡점(變曲點)이 되고 있다.
그간 중국과 함께 G2로서 국제사회의 공동경영을 모색하는 것으로 보이던 미국도 대중국 포위압박을 포함한 아시아 중시(Pivot to Asia) 기조로 대외전략을 전환하면서 일본의 집단자위권 확장노력을 지원하고 나섰다. 닉슨독트린 이후 40년 만에 아시아로 귀환한 것이다. 미국은 샌프란시스코 평화협정 이후 60년 만에 전수방위(專守防衛)를 깨고 전쟁능력을 복구하려는 일본의 움직임을 부추기고 우리에게도 협력할 것을 은근히 압박하고 있어 딜레마를 안겨주고 있다.

아베 총리는 최근 한 미국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은 지난 15년간 지나치게 움츠러들었다’며 ‘일본이 세계에 기여하는 방편의 하나는 중국에 맞서 대항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은 이에 대해 항공모함 실전배치, 오키나와를 겨냥한 미사일발사훈련, 잠수함 공개 등 무력시위를 통해 일본을 계속 자극하고 있다. 최근 중국 국방부는 ‘일본이 (댜오위다오를 순찰하는) 무인기를 격추하면 전쟁행위로 규정해 결단력 있게 반격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전쟁을 불사하겠다는 것이다. 중국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사설에서 ‘중·일 간에는 대화로 풀 수 있는 여지가 많지 않으며, 이미 전쟁 준비단계에 돌입했다’라고 물리적 충돌을 기정사실화했다.

이러한 국제적 긴장 분위기는 일본에서 아베 총리의 집권을 가능하게 하고 일본 정부가 계속 우경화 정책을 실시하여 힘을 축적하는 명분을 주고 있다. 또한 중국정부도 국가안보위원회 설립을 통해 시진핑 원톱체제를 강화하는 구실로 이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동북아의 새로운 리더십이 외견상 공고화되는 것으로 보이는 것은 그 이면에 대외적 갈등과 긴장을 더욱 조장시키는 움직임과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매우 취약한 구조라고 할 수 있다.


남북관계 개선은 국가발전을 위한 전략적 기본요구다

내부 정치와 대외적 긴장이 악순환되는 작금의 현상은 역내 평화를 위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우리가 독자적으로 중·일 분쟁을 조정하거나 미·중 간 마찰의 흐름을 끊기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우리와 일본, 우리와 중국 간에도 만만치 않은 갈등요인이 잠재해 있다. 여기에다 북한문제까지 감안하면 주변국 간 적과 동지를 쉽게 구분할 수 없는 혼란에 빠진다. 중·일분쟁이 현실화할 경우에는 극심한 혼란에 처하게 될 것이다. 당장은 가능성이 낮다고 하더라도 백년을 내다보는 국가전략에서는 이런 상황을 감안해야 한다.

지금까지 전통적인 한반도 안보담론은 남북한이 충돌할 경우 주변국들의 역량을 어떻게 활용하고 협조를 얻을 것인가를 주로 고민하였다. 그러나 이제는 주변국 간 충돌 시 우리가 어떤 전략으로 대처해야 하는지도 현실적으로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주변 강대국이 충돌할 경우 가장 힘든 시나리오로는 남북이 여전히 적대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형국일 것이다. 전면 충돌의 상황에서 남북관계도 악화되어 있다면 안보 면에서 대단히 위험한 상황을 맞거나 우리의 자주적 결정권을 상실하기가 십상이다. 결국 통일의 길이 더욱 멀어질 수밖에 없다. 주변 강대국 간의 갈등이 본격화되어 우리가 어려운 지경에 내몰리기 전에 남북 간 대결구조를 극복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다른 측면에서 보자면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 정착은 동북아 파고를 잠재우고 일본의 집단자위나 북한의 공포통치를 지속하는 구실을 상당 부분 없애 줄 것이다. 탈냉전 이후 북핵 문제 해결 등 한반도 평화를 위해 큰 힘이 될 것으로 여겨졌던 미국도, 북한의 변화를 설득하고 압력을 넣어 줄 것으로 기대됐던 중국도 동아시아 긴장이 크게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남북대결 구조를 극복하는 데 별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동북아 격랑 속에 우리 국익을 지켜나가기 위해서는 국제정세가 더 어려워지기 전에 남북대결구조를 극복하고 남북관계를 개선하는 노력을 서둘러야 하며, 이런 노력은 주변국들이 대신해줄 수도 없고 주변국에 의존해서도 이룰 수 없다는 점이 명백해졌다.

또한 북한 내부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든, 한반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핵 문제 해결 가능성을 높이려면 남북관계 개선이 필요하다. 지금은 아무런 대북한 지렛대가 없는 상태다. 혹시라도 막연하게 북한의 급변사태를 기다리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일본과 중국이 서로 물리적 충돌을 불사하고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는 현금의 국제정세하에서 그 같은 시나리오는 우리에게 악몽이 될 것이다.

북한의 변화를 기다려 북한이 변해야 남북관계 개선에 나설 수 있다고 할 만큼 북한정세와 국제정세가 한가롭지 못하다는 점도 인식해야 한다. 남북관계 개선은 한반도 통일을 이루는 수단이기 이전에 우리가 동아시아의 격랑을 헤쳐나가기 위한 전략적 기본요구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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