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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eace Foundation 평화재단

현안진단 93호

남북관계의 적극 개선이 ‘비정상의 정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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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14-02-25

남북관계의 적극 개선이 ‘비정상의 정상화’이다

남북한 신뢰 형성을 위한 이산가족 상봉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져 남북관계 정상화의 첫걸음이 시작되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통일 준비를 강조하며 고위급 회담을 통해 상호 비방 중단 등을 합의했다. 그러나 북한의 정상국가화는 여전히 과제이며, 6자회담 재개가 필요하다. 오바마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의 방한이 예정되어 있으며, 한반도 문제 해결은 민족 자결 원칙에 따라 진행되어야 한다.

남북한 신뢰 형성의 출발: 성공적인 이산가족 상봉



박근혜 대통령이 작년 말부터 표방하고 있는 개혁의 슬로건이 ‘비정상의 정상화’이다. 이 슬로건은 국무회의나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 정부 업무보고 등을 통해 연일 강조되고 있다. 이러한 ‘비정상의 정상화’는 국내문제를 넘어 이제라도 남북관계를 포함한 한반도문제 전반에도 적용되어야만 할 것이다.



새해 들어와 김정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북남사이 관계개선을 위한 분위기를 마련”할 것을 촉구하였고, 박근혜 대통령도 신년기자회견에서 “남북한의 대립과 전쟁위협, 핵위협에서 벗어나 한반도 통일시대를 열어가야만 하고 그것을 위한 준비에 들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통일부는 작년에 예정됐다 무산된 이산가족 상봉을 재개하자고 정식으로 제안하였다.



이 같은 남북한의 새로운 움직임이 씨앗이 되어 남북 간에 고위급회담이 성사되었다. 남북고위급회담은 2월 9일 북측이 먼저 제안하고 이를 우리 측이 수용함에 따라, 2월 12일과 14일 두 차례 열렸는데, 이는 회담이 중단된 지 7년 만이다.



남북고위급회담에서 양측은 △이산가족 상봉, △상호 비방·중상 중단, △남북고위급 인사들의 대화 유지 등에 합의하였다. 특히 2월 20~25일까지 열리는 이산가족 상봉행사는 후반부 24~25일 양일간 키-리졸브 한·미군사연습 기간과 겹치는데도 북측이 수용했다는 점에서 초보적이나마 남북한 신뢰구축의 새로운 출발이라는 의미가 있다.



이산가족 상봉이 성공적으로 끝남에 따라, 우리 정부는 대북 인도적 지원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은 민간단체의 대북 인도적 지원을 전면 허용하는 데서 시작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산가족 상봉이 다시 실시된다면 정부 차원의 지원이나 우리 방문객에 대한 신변안전보장과 재발방지 약속을 전제로 금강산관광의 재개도 본격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이산가족 상봉을 계기로 분위기가 개선되면서 그동안 비정상적이었던 남북관계가 정상화의 길로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남북관계가 완전히 정상화되기까지에는 아직 넘어야 할 고개가 많다. 무엇보다 전면적인 교류·협력을 막고 있는 우리 측의 ‘5.24조치’와 북측의 ‘5.25조치’가 함께 해제되어야 할 것이다.


북한의 정상국가화를 위한 첫걸음: 6자회담 재개 움직임



이와 같이 남북관계가 정상화의 첫걸음을 내딛은 것과 달리, 아직까지 북한이 국제사회의 정상적인 일원이 되기 위한 논의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정상국가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유엔안보리 대북제재의 근거가 되고 있는 핵무기의 개발을 포기하고 북·미 간에 관계정상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와 같은 정상국가화는 6자회담을 통해 한반도비핵화를 위한 진전을 이루어 나갈 때 비로소 실현될 수 있다.



금년 들어 한반도비핵화를 목표로 한 6자회담의 재개 논의가 활기를 띠고 있다. 1차 남북고위급회담이 열린 다음날인 2월 13일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서울을 방문하여 북핵문제 등을 논의하였고, 2월 14일에는 존 케리 국무장관이 베이징을 방문하여 역시 북핵문제를 의논하였다.



여기서 눈에 띄는 것은 북핵문제를 둘러싼 미·중 회담의 내용이다. 미국이 종전의 강경한 태도에서 벗어나 보다 유연해졌기 때문이다. 작년 9월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과의 회담에서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한반도 비핵화 목표의 명확화, △핵무력 강화조치의 중단, △회담재개 시 로드맵에 따른 조속한 비핵화 등 세 가지 사전조치를 내세웠었다.



그러나 지난 2월 14일의 미·중 외무장관회담에서 북한의 입증 가능한 비핵화를 위해 ‘의미 있고 구체적이며 되돌릴 수 없는 조치’를 취한다는 데 양측이 동의했다. 여기서 중국은 “북한이 기존 약속을 이행하지 않으면 비핵화를 위한 추가적 조치를 취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분명히 하면서, “한반도에서 혼란이 일어나거나 전쟁이 발생하는 것을 절대 허용하지 않을 것”이며 대화와 협상으로 북핵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지적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미국은 6자회담의 재개조건으로 ‘김일성, 김정일의 유훈’이나 ‘9.19공동성명의 준수’라는 간접적인 언급이 아니라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한반도 비핵화를 약속할 것’을 요구했다. 미국은 중국의 중재를 받아들여 사전조치의 문턱을 낮춰주는 대신, 북한이 비핵화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경우에는 중국이 책임 있게 추가조치를 취하겠다고 약속해줄 것을 요구하였다. 이것은 종전의 입장에서 사전조치의 문턱은 낮추는 대신, 중국의 책임을 강하게 요구한 것이다.



이러한 미·중의 합의내용을 가지고 류전민(劉振民) 중국 외교부 부부장이 평양을 찾아 박의춘 외무상, 6자회담 수석대표인 리용호 부상 등 외무성 관리들과 회담을 가졌다. 뒤이어 그는 서울을 방문해 방북성과를 설명하고 6자회담의 재개에 대해 우리 정부와 협의하였다. 이처럼 남북관계 개선의 훈풍과 함께, 6자회담의 재개도 동력이 생기기 시작하고 있다.


한반도문제의 고비: 오바마 대통령의 4월 방한과 시진핑 국가주석의 연내 방한



남북관계의 개선과 6자회담의 재개를 둘러싸고 한반도 주변정세가 기지개를 펴고 있는 가운데, 주변 강대국들도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작년 12월 26일 아베 일본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이후 고조된 과거사를 둘러싼 한·일 간의 갈등은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런 가운데 오바마 대통령은 당초 일본을 방문하려던 계획을 축소·변경하고 한국도 방문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시진핑 국가주석의 연내 방한도 예정되어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2박 3일의 일본 방문일정을 둘로 나눠 한·일 두 나라를 모두 방문하기로 한 것은 일본만 방문할 경우 최근의 한·일 갈등에서 미국이 일본의 손을 들어주는 것으로 비쳐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하지만 이것을 대미 외교의 승리라고 착각하면 곤란하다. 미국이 한국을 ‘배려’한 만큼, 한국은 미국의 요구를 들어줘야 하는 빚을 지게 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미국은 중국을 겨냥한 동북아지역 미사일방어체제(MD) 구축을 위해 줄곧 한·일 정보보호협정의 체결을 포함한 한·일 군사협력 관계를 한국에게 요구해 왔다. 그런데 한·일관계가 악화되면서 한국이 국내여론을 내세워 이러한 요구를 회피할 수 있었다. 한·일 정상회담도 못하는 처지에 양국의 군사협력은 언감생심(焉敢生心)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바마 대통령이 방일·방한하기 이전에 한·일 관계를 정상화해야 하는 부담을 우리 측도 안게 되었다.



오바마 대통령의 방한이 결정되자, 기다렸다는 듯이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이 2월 18일 방한하여 한·일관계의 정상화 방안을 타진하고 돌아갔다. 3월 초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세계 핵안보 정상회담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총리 간의 한·일 정상회담을 제안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일본으로서는 미국의 힘을 빌려, 자신들의 과거사 인식을 그대로 둔 채 한·일 관계를 회복해 보려는 의도인 것이다.



하지만 과거사에 대한 일본의 태도가 전혀 변함이 없고 심지어 북·일 접촉을 통해 우리 정부를 견제하려는 상황에서, 한·일 정상회담을 여는 것은 일본정부의 잘못된 인식에 면죄부를 주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 점에서 한·일 정상회담의 개최는 우리 국민의 정서뿐만 아니라, 향후 한·일관계를 정상화하는 과정에서 일본정부에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



오는 봄에는 한·미 양국의 현안인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시기의 연기 여부가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그때까지 한·일관계가 정상화되지 않거나 정상화되더라도 어느 수준이냐에 따라 향후 한·미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처럼 오는 4월 한·미 정상회담은 향후 한반도 정세와 관련하여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반도 정세에 영향을 미칠 또 하나의 요인은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의 연내 방한이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생일 축하서신을 보내면서 연내 방한을 약속했다. 9월 19일~10월 4일 인천 아시안게임과 10월 초 APEC 베이징 정상회담이 열릴 예정이기 때문에, 아마도 시진핑 주석의 방한은 빠르면 6~7월 중에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올해에는 오바마 대통령 방한에 이어 한·중관계 발전의 전기가 될 시진핑 주석의 방한이 이루어질 예정이기 때문에, 한반도 정세의 풍향을 결정지을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가 본격적으로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반도문제 해결의 자결력은 남북관계 개선에 달려 있다



전임 이명박 정부는 미·중 강대국 사이에서 미국 일변도 외교를 취함으로써 한·중관계의 악화를 초래하였다. 미·일 주도의 동북아 MD를 구축하려는 미국의 전략을 수용하여 국무회의에서 한·일 정보보호협정을 가결시키기까지 했으나, 막판에 이 사실이 폭로되어 한·일 정보보호협정을 성립시키지 못하였다. 국민적 비난을 덮으려고 이명박 대통령이 일왕을 모욕하는 듯한 발언과 독도 방문 등 일본을 자극하는 바람에 한·일관계의 악화를 자초했다.



이와 같은 불안정한 외교환경 속에서 박근혜 정부는 미·중 양국 사이에서 ‘균형외교’를 전개해 왔다. 지금까지 이러한 ‘균형외교’가 비교적 성공적이었다고 볼 수 있는데, 그것은 일본이 악역을 맡아줬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아베 정권이 지난 정부가 인정했던 과거 죄상을 부인하는 태도를 취함으로써, 한국은 미국이 요구한 한·일 군사협력을 거부할 명분을 갖게 된 것이다. 그 틈을 비집고 중국이 일본 과거사문제를 둘러싼 한·중 공동전선을 제안해 왔고, 그 결과 한·중 양국관계가 지난 정부 때보다 크게 좋아졌다.



하지만 올해 우리 외교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선택의 기로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한·미 양국은 겉으로 드러내놓고 밝히지는 않지만, 일본의 재군사화를 놓고 심각한 이견을 갖고 있다. 미국은 당면한 북한과 중국의 위협을 억제하기 위해 한·일 군사협력을 희망하지만, 우리로서는 과거 잘못을 부정하는 일본이 어찌 보면 더 위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중국과의 협력도 한계가 있기는 마찬가지이다. 한·중 양국은 북핵문제를 비롯해 평화체제, 통일 등 한반도 핵심사안과 주한미군, 한미동맹 등에 대해서는 여전히 근본적인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한·중 경제협력의 심화에도 불구하고, 이어도의 관할권, 한·중 EEZ 설정 등 양국 현안이나 MD참가 등 동맹 현안이 발생할 경우 한·중 관계는 언제든지 다시 악화될 수 있는 소지를 안고 있다.



이와 같이 강대국들의 이해가 충돌하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처지에 갇혀 있어서는 한반도의 안정은커녕 평화통일도 요원한 꿈이 될 뿐이다. 따라서 이와 같은 지정학적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적어도 한반도문제에 대해서는 민족자결의 원칙에 입각해 남북한이 직접 풀어가면서 한반도문제의 민족내부적 성격을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이제 막 형성되기 시작한 남북관계의 긍정적 분위기를 한층 더 가속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북한이 키-리졸브 군사연습에도 불구하고 이산가족 상봉에 유연한 태도를 보인 만큼, 우리 쪽에서도 대북 인도적 지원이나 금강산관광 재개, 5.24조치의 해제 등에 전향적인 자세를 보일 필요가 있다. 오는 3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유엔인권이사회에서 우리 정부가 취할 태도도 중요하다.



박근혜 정부는 집권 1년차에서 대북 억제력을 통한 한반도 상황관리에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었다. 이제 집권 2년차를 맞아 우리 정부는 남북 이산가족 상봉의 성과를 남북관계 정상화의 계기로 삼아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본격 가동해야 한다. 북한도 우리 정부가 제안한 DMZ세계평화공원과 정치적·군사적 신뢰구축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 그리하여 오는 9월 인천 아시안게임이 우리 민족의 화해와 상생에 대한 의지를 대내외에 과시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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