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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eace Foundation 평화재단

현안진단 94호

평화, 교류·협력과 결합될 때 진정한 북한인권 개선의 길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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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3
등록일
2014-03-12

평화, 교류·협력과 결합될 때 진정한 북한인권 개선의 길이 열린다

2013년 설립된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는 2014년 최종 보고서를 공개하며 북한의 심각한 인권침해 실태를 드러냈다. 조사위원회는 북한에서 조직적 인권침해가 진행 중이라고 판단하고, 반인도범죄 성격의 범죄가 존재한다고 경고했다. 인권침해 개선을 위해서는 북한 당국과의 협력, 남북 간의 교류 및 평화 정착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자유권과 사회권의 통합적 접근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의 활동결과와 의미

2013년 3월 제22차 유엔 인권이사회 결의에 근거하여 설립된 북한인권 조사위원회(Commission of Inquiry, 이하 조사위원회)가 활동결과를 토대로 2014년 2월 17일 최종 서면보고서를 공개하였다. 올해 3월 조사위원회 활동 종료 이후 구체적인 후속조치를 위한 논의가 활발하게 전개되면서 북한인권문제는 국내외의 핫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조사위원회 보고서의 내용과 의미를 종합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조사위원회 보고서의 의의를 종합적으로 살펴보려면 우선적으로 조사위원회가 특수한 목적을 수행하기 위해 설립되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조사위원회는 첫째, 9개 침해 유형을 중심으로 북한 내 조직적이고 광범위하며 심각한 인권침해 실태를 조사하였다. 둘째, 인권침해에 대한 추가적 조사와 문서화, 인권침해 피해자와 가해자 증언의 수집과 문서화, 책임(accountability) 소재 등 세 가지 연관된 목적을 수행하였다.



조사위원회는 북한당국의 비협조로 관련 국가를 방문하여 간접적인 조사활동을 전개하였다. 조사위원회는 공청회(서울·도쿄·런던·워싱턴), 비공개 인터뷰 등을 통해 수집한 정보를 토대로 인권침해 실태를 분석하였다.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출한 보고서는 사상 및 표현, 종교의 자유 침해, 차별(성분 제도의 문제), 이동 및 거주의 자유 침해, 식량권 침해 및 기타 생명권 관련 침해, 자의적 구금·고문·처형 및 정치범수용소, 타 국민 납치 및 강제실종 등 자유권 침해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조사위원회는 북한당국에 의해 북한 내에서 조직적이고 광범위하며 심각한 인권침해가 이루어졌으며 현재도 진행되고 있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



구체적으로 거대한 정치안보 통제 조직, 정치범수용소 등 공포심의 유발, 체제전복의 악영향을 차단하기 위한 정보 통제, 성분 등 북한 내 차별적 요소를 주요 인권유린 요인으로 들고 있다. 그리고 조사위원회는 북한주민의 식량권(right to food)에 특별한 관심을 두고 조사를 수행하였는데, 식량을 통해 주민을 통제하고 정치적 충성을 강요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북한정권이 의도적으로 주민의 식량권을 침해해온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이번 조사위원회 활동과 관련하여 초미의 관심사는 북한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권침해 행위가 국제범죄인 ‘반인도범죄’(crimes against humanity)를 구성하는지 여부였다. 조사위원회는 북한의 최고위층이 수립한 정책으로 인해 북한 내에서 ‘반인도범죄’가 저질러졌다고 판단하였다. 특히 가해자들에 대한 비처벌(impunity) 정책, 제도가 존속하고 있으며 가해자들의 행동양식이 전혀 변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북한 내에서 여전히 ‘반인도범죄’가 지속되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북한인권문제는 자유권과 사회권의 통합된 관점에서 접근해야

이번 조사위원회의 조사결과는 유엔인권레짐의 공식 판단이라는 점에서 핵심 국제기준으로서 권위를 갖게 될 것이다. 또한 향후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중요한 로드맵을 제공하고 있다.

다만 조사위원회는 ‘반인도범죄’와 책임성 규명이라는 특수목적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목적에 부합하는 자유권을 중심으로 보고서를 작성했다는 점은 인식할 필요가 있다.



세계인권선언과 자유권규약, 사회권규약 등 2대 국제인권장전에서 보듯이 인권은 자유권과 사회권을 포괄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여성차별철폐협약, 아동권리협약, 장애인권리협약, 이주노동자보호협약 등 후속 국제인권조약과 평화권선언, 발전권선언에서 보듯이 인권의 개념과 범위는 확대되는 추세에 있다.



사실 북한인권문제와 관련해서는 조사위원회 보고서에서 적시된 자유권 침해 이외에 사회권 침해도 심각한 상황이다. 따라서 북한주민의 사회권 침해 현상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1993년 ‘비엔나 선언 및 행동계획’에서 인권의 보편성, 불가분리성, 상호의존성, 상호연관성을 강조하고 있는 데서 보듯이 유엔을 중심으로 국제사회에서는 인권을 통합된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원칙이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조사위원회도 자유권 중심으로 인권침해 실태를 조사하였지만 권고부분에서 북한 주민들이 차별 없이 식량 및 기타 경제적·사회적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하며, 여성과 취약계층, 특히 고아·노인·장애인의 인권에 특별히 관심을 쏟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자유권 없는 사회권, 사회권 없는 자유권이라는 편향된 인식으로 북한주민의 실질적 인권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국제사회의 주요 흐름에 맞추어 자유권·사회권 어느 쪽에 치우치지 않고 통합된 시각에서 북한인권 문제에 접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일방적 개입과 처벌을 넘어 협력적 접근도 병행해야

2013년 12월 장성택 처형을 계기로 북한당국의 잔혹성에 대한 비판적 의식이 비등하고 있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2월 26일 북한을 '악(evil)’이라고 규정하며 인권 침해와 핵무기 개발프로그램 등에 대해 강도 높게 비난했다.



이런 가운데 조사위원회가 보고서에서 국제형사재판소(ICC) 회부를 권고하면서 김정은을 비롯한 인권침해 가해자에 대한 처벌문제에 국내외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또한 북한인권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국제사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논거로서 보호책임(responsibility to protect: R2P)를 들고 있다. 조사위원회는 보고서에서 북한당국이 명백하게 주민을 보호할 책임을 이행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국제사회는 ‘반인도범죄’로부터 북한주민들을 보호할 책임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조사위원회 보고서 발표 이후 우리 사회에서 이러한 보호책임론을 근거로 적극적인 개입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런데 보호책임은 개입이라는 권리를 강조하는 기존의 인도적 개입(humanitarian intervention)을 넘어 책임이라는 의무를 강조하는 진전된 국제사회의 논의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보호책임은 ‘집단학살’, ‘전쟁범죄’, ‘인종청소’, ‘반인도범죄’ 등 4가지 국제범죄에 대해 해당국가가 보호에 실패할 경우 국제사회가 예방책임, 대응책임, 재건책임을 수행해야 한다고 책임감과 의무의식을 요구하고 있다.



보호책임을 논거로 하는 적극적 개입과 처벌이라는 방식을 통해 가해자에게 경각심을 줌으로써 인권침해 행위를 억제하는 개선방식도 의미는 있다. 그렇지만 보호책임과 처벌만으로 북한주민의 인권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데다 사회권은 보호책임의 범주에 해당되기도 어렵다. 따라서 북한주민의 실질적 인권개선을 위해서는 다양한 방식이 포괄적으로 병행하여 추진될 필요가 있다.



조사위원회도 책임성의 관점에서 가해자 처벌을 인권개선 방식의 하나로 권고하고 있지만 북한주민의 인권을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협력적 방안도 동시에 제시하고 있다.



첫째, 북한 내 인권개선을 위해 기술협력(technical cooperation)을 강조하고 있다. 북한당국에 대해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의 기술협력을 받아들이라고 촉구하고 있다. 특히 유엔인권최고대표로 하여금 북한당국과 기술협력을 지속하고 북한에 기술협력 및 인권 증진 구상을 제시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둘째, 동북아시아 관련국들로 하여금 북한당국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헬싱키 프로세스와 같은 선례를 활용하여 북한당국이 인권개선의 길로 나오도록 노력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이와 같이 조사위원회 보고서에서 처벌을 넘어 다양한 접근방식과 북한당국과의 협력을 이끌어내도록 권고하고 있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2014년 3월 3일 열린 제25차 유엔 인권이사회 고위급회의 개막연설에서 “북한당국은 인권상황 개선과 국민의 생활수준 향상을 위해 국제사회와 협력해야 한다”고 언급하면서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북한이 이런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단순히 처벌과 개입을 넘어 북한당국을 협력의 장으로 끌어내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함을 시사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인권 개선을 위해서는 한반도 평화와 남북 간 교류·협력이 절실

조사위원회는 인권침해의 책임이 1차적으로 북한당국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도 역사적 맥락에도 주목하고 있다.



조사위원회는 북한의 인권침해의 요인이 북한체제, 정책, 제도에 있지만 유교적 사회구조, 일본 식민지 경험, 한반도 분단, 한국전쟁의 참상, 냉전 여파가 내적 억압을 정당화하는 데 활용되었고 이러한 침해구조가 한반도의 역사적 경험에 의해 형성된 것임을 지적하였다.



조사위원회는 “책임성에 대한 긴급한 조치는 인권대화의 강화, 대면접촉을 통한 보다 많은 변화, 화해를 위한 남북 간 의제와 결합되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이러한 판단에 따라 조사위원회는 인권대화와 북한과의 접촉, 남북 간 교류·협력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친선 스포츠, 학술·사업 교류, 청소년 교류, 교통·통신 연결 등 남북한 화해를 위해 남북대화를 활성화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특히 한국전쟁 당사자인 유엔과 관련국들이 고위급 정치회담을 열도록 권고한 사실을 눈여겨보아야 한다. 무엇보다도 고위급회담에서 모든 당사자들이 유엔 헌장의 원칙을 지키는 최종적인 평화 정착(final peaceful settlement)을 고려하도록 강조하고 있다. 다시 말해 북한인권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현재의 한반도 정전체제의 변화가 수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얼마 전 북한이 어둠 속에 파묻힌 모습을 담은 위성사진이 공개됐다. 미국 국립항공우주국(NASA)이 1월 30일 촬영한 위성사진 속에서 불빛으로 환한 중국·한국과 달리 북한에서는 빛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북한주민의 실질적 인권을 개선한다는 것은 바로 북한에 내려져 있는 어둠의 장막을 걷어내는 일이다. 교류·협력과 평화정착이 수반되지 않는 압박과 처벌만의 접근으로는 북녘땅에 인간다운 삶의 빛을 비추는 데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다.



조사위원회 보고서 공개를 계기로 우리는 북한주민의 실질적 인권 개선을 위해 진정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장님이 코끼리 한 부분으로 전체를 판단하는 우를 범하지 말고 평화와 교류·협력, 인권이 연계되는 전략적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북한도 인권은 인간을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하는 기본적 가치이자 정치의 존재이유라는 점을 인식하고 이번 보고서에 적시된 권고사항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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