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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eace Foundation 평화재단

현안진단 111호

광복 70주년 전야, 통일과업과 우리의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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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종북
  • # 민주주의
  • # 표현의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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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통합진보
조회
3
등록일
2014-12-19

광복 70주년 전야, 통일과업과 우리의 자화상

토크콘서트에서 한 고등학생이 불붙은 사제 인화물질을 던져 논란이 발생했다. 학생은 행사 내용을 '종북'이라고 주장하며 반발했지만, 주최자는 이를 '통일콘서트'라고 설명했다. 사건은 통합진보당 해산 논란과 겹쳐 민주주의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심각한 질문을 제기하고 있다. 신은미 씨는 개인적인 여행담을 이야기했으나, 이를 이데올로기로 확대해 해석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지적이 있다. 폭력을 정당화하는 분위기가 우려되며, 민주주의를 지키는 데 있어 본질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메시지가 강조된다.

아줌마와 고등학생 사이의 종북 논란



지난 12월 10일 익산시의 한 성당에서 열린 토크콘서트에 한 고등학생이 불붙은 사제 인화물질을 던져 현장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


인명피해가 없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기에는 너무나 우울한 소식이었다. 현행범으로 붙잡힌 학생은 문제의 토크콘서트가 북한에 대해 자기 생각과 다른 ‘틀린 생각’을 퍼뜨리는데 불만을 품고 범행을 꾸몄다고 한다.



토크콘서트에 출연한 아줌마는 그 행사를 ‘통일콘서트’라고 했지만 그 학생은 ‘종북콘서트’라고 했다. 여론도 나뉘어져 입장에 따라 ‘통일콘서트’ 또는 ‘종북콘서트’라고 부르며 각기 편을 들고 나섰다. 사실 고등학생의 테러가 있기 전부터 일부 언론은 ‘종북콘서트 논란’을 통해 최근에 다소 시들해진 ‘종북 논란’에 새롭게 불을 지피고자 애를 써오던 중이었다.



시기적으로 통합진보당의 해산 여부를 최종 결정하는 헌법재판소 판결을 앞둔 2014년 12월에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통합진보당 문제도 종북 논란이 발단이었다. 우리 헌정사상 처음으로 제도권 정당이 헌법에 의해 해산명령을 받게 될 것인가에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에서 토크콘서트의 종북 논란이 함께 관심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번 토크콘서트 사건은 통합진보당 문제를 둘러싼 종북 논란의 연장이나 아류가 아니라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고민을 주고 있다. 즉 ‘종북 논란’과는 별개로 이 땅의 민주주의 현실과 장래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케 하는 사건인 것이다.



아줌마는 국회의원이나 정치인도 아니고 공직후보자도 아니다. 기껏 직함을 붙여봤자 북한 여행담을 책으로 발간한 해외동포다. 본인 말대로 그냥 평범한 교포 아줌마일 뿐인데 종북이나 국가보안법 위반 등 엄청난 논란에 휩싸이게 된 것을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종북 여부에 대한 질문보다 더 심각한 질문




아줌마 신은미 씨가 북한을 여행하며 보고 느낀 것 중에는 겉모습만 보거나 본질보다는 지엽적인 것에 경도되어 오판을 한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쨌든 그는 북한전문가도 아니고 북한주민 출신도 아닌 여행자일 뿐이다. 그가 이야기한 내용은 직접 경험하거나 최소한 스스로 느낀 것일 것이다.



신기한 여행을 한 사람은 경험담을 과장하기도 한다. 인류 역사상 최고의 기행문이며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읽힌 ‘동방견문록’의 저자인 마르코 폴로를 당대인들은 허풍쟁이로 불렀다. 기행문이란 과학서적도 아니고 정치서적도 아니며 본질적으로 저자의 주관적인 기록이라는 성격을 갖기 마련이다.



신은미 씨의 발언 중에는 목숨을 걸고 사지를 탈출한 탈북자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 내용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과장이나 오판이 섞여 있다고 해도 이것은 한 아줌마의 개인적 ‘생각’일 뿐이다. 내막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고 하면 그만이다. 이것을 ‘종북’이라는 어마어마한 이데올로기의 보자기로 싸거나 국가보안법이라는 규범의 문제로 비약시키는 것은 민주주의 근간을 훼손할 우려가 있는 위험한 접근이다.



18세기 계몽사상가 볼테르는 “나는 당신의 말에 동의하지 않지만 당신이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권리를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고 했다. 그러나 불행히도 우리 사회에서는 지금 ‘내가 동의하지 않는 말을 할 권리는 없다’는 인식이 싹을 키워가고 있다. 종북 논란의 외피 아래에서 생각의 자유와 민주주의의 위기를 초래하는 폭력이 서서히 우리 사회를 잠식해 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정치인의 정치 주장도 아니고 북한전문가의 과학논문도 아닌 한 아줌마의 여행담에 대한 ‘종북 논란’은 민주주의 기본의 훼손을 부추기는 더 큰 해악을 초래하고 말았다. 국가보안법이라는 실정법이 존재하는 한, 누구라도 법을 준수해야 하는 데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그 위법여부는 사법부가 판단할 일이며, 그때까지 언론은 표현의 자유와 민주주의의 근본을 지키기 위해 무죄추정의 자세로 보도에 신중했어야 했다.



그러나 법원보다 언론이 먼저 여론심판의 판결을 내리고, 그에 고무된 한 고등학생이 ‘의협심’을 발휘하여 민주주의에 폭력을 휘둘렀다. 이것이 광복 70주년 전야에 벌어지고 있는 씁쓸한 우리의 자화상이다.






통일을 주도하는 정당성의 근거는 민주주의에 있다



폭력을 휘두른 고등학생을 격려하고 변호하기 위해 성금을 모으는 운동이 추진되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를 일제치하에서 일본군 지휘부를 향해 도시락 폭탄을 던진 윤봉길 의사에 비유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종북주의’를 몰아내는 성전을 위해서 ‘의협심의 외피를 쓴 폭력’을 고무하는 분위기마저 느껴진다.



해방 직후 좌우 대립 상황이 전개되었을 때 민주적 원칙과 민족적 단결로 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테러와 폭력에 휩쓸리면서 결국에는 남북 분단과 전쟁까지 치달았던 70년 전의 희미한 흔적이 보인다면 솥뚜껑 보고 놀라는 신경과민일까?



‘종북주의와의 전쟁’에서 최일선에 있다고 자타가 공인하는 한 여당 국회의원은 “당내에 이러한 백색테러를 옹호하는 사람이 있다면 단호하게 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필요한 상황에 나온 적절한 지적이다. 대통령은 이 문제와 관련하여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백색테러에 대한 경고 대신에 ‘북한 실상의 왜곡은 큰 문제’라며 전혀 다른 각도에서 언급했을 뿐이다.



대한민국이 한반도 통일에 주도적 역할과 책임을 수행해야 하는 명분과 당위성은 우리 경제가 북한보다 앞서기 때문이 아니다. 우리는 민주주의를 하고 있고 북한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북한의 인권상황이 개탄스러울 정도로 심각한 것도 북한이 민주주의를 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사정이 근저에 놓여있다. 통일을 주도적으로 ‘준비’하고 북한 인권을 ‘규탄’할 수 있는 우리의 자격은 ‘민주주의’에 원천이 있는 셈이다.



대통령 측근 사조직들에 의한 국정개입 논란, 세월호 사태로 노출된 국가와 사회의 총체적 부실과 위기, 정보기관들의 정치 댓글과 대통령 선거개입 논란, 국가기관에 의한 민간인 사찰 사건 등 근래 수년간 꼬리를 물고 이어져 온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들과 함께 종북 논란이 백색테러와 연결되는 위기가 새롭게 추가되고 있다. 이 문제들 중 어느 하나 시원하게 마무리 짓고 새로운 미래를 위한 밑거름으로 삼은 것이 없다. 그때그때 미흡한 미봉책으로 덮어온 결과 민주주의 자체에 대한 왜곡으로까지 치닫는 위기에 직면하게 되었다.



모 항공사의 임원이 승무원의 서비스 태도를 바로 잡겠다고 승객들에 대한 안전 서비스를 도외시한 것이나, 민주주의를 지키겠다는 명분으로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것이나 대차 없는 비정상이다. 민주주의를 지키고 가치 있게 만드는 것은 절차에 있다. 우리가 진정으로 통일을 준비하고 북한 주민을 민주주의의 품으로 안으려면 민주주의 체제의 본질적 내용을 실천해 나가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70년 전 해방정국의 대립과 분열이 남긴 뼈저린 경험을 되풀이하는 과오가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통일의 동력은 곧 민주주의로부터 나오며, 통일을 담아 낼 그릇도 민주주의만이 만들 수 있다. 광복 70주년, 광복의 의미를 새기고 통일로 향한 새 이정표를 세우기 위해 먼저 우리의 민주주의 현실을 돌아보고 각오를 새롭게 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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