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안진단 315호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과 '힘에 의한 평화'의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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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4
- 등록일
- 2023-10-22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과 '힘에 의한 평화'의 한계
하마스의 동시다발적 공격과 이스라엘군의 반격으로 수많은 사망자와 부상자가 나왔고, 양측의 전투는 2주 넘게 계속되고 있다. 이번 전쟁은 적대관계에 있는 남북관계에도 커다란 시사점을 제공한다. 이스라엘의 네타냐후 수상은 팔레스타인과의 평화공존보다 줄곧 ‘힘에 의한 평화’를 내세우며 무력행사를 해왔지만 돌아온 것은 평화가 아닌 전쟁이었다. 윤석열 정부도 남북관계에서 ‘힘에 의한 평화’를 내세우고 있지만, 이는 안보딜레마를 가져올 뿐 진정한 한반도 평화의 길이 될 수 없다.
악순환에 빠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지난 10월 7일 이른 아침에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Hamas)가 이스라엘에 대해 동시다발적 공격을 가하고 다수의 민간인을 납치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에 대한 보복으로 이스라엘 군이 하마스 거점인 가자지구 북부의 가자시티를 무차별로 폭격해 수많은 사망자와 부상자가 나왔다. 특히 민간병원 폭격으로 팔레스타인인 수백 명이 사망하는 등 양측 사망자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양측의 전투는 2주 넘게 계속되고 있다.
중동지역의 분쟁은 팔레스타인 지역을 위임 통치(1920~48)했던 영국이 아랍인들에게 이 지역을 돌려주겠다는 ‘맥마흔 선언’(1915)의 약속을 깨고 ‘벨푸어 선언’(1917)을 통해 유태인 국가 수립을 지지하면서 전 세계에 흩어져 있던 유태인들의 이주를 허락한 데서 비롯된다. 1948년 이스라엘이 건국되면서 다수의 팔레스타인인들이 고향에서 추방당해 서안지구(West Bank)와 가자지구(Gaza Strip)의 난민촌에서 살고 있다.
이스라엘 내에는 요르단강 서안지구와 이스라엘 남부의 가자지구에 팔레스타인인 570만 명이 집단 거주하고 있다. 동예루살렘을 포함한 서안지구에는 이스라엘군이 주둔한 가운데 제주도 3배에 달하는 면적에 팔레스타인인 330만 명과 유태인 62만 명이 갈등하며 혼거하고 있다. 이에 비해 가자지구에는 서울시 60% 정도의 면적에 240만 명의 팔레스타인인이 거주하고 있으며 2006년부터 하마스가 통치하고 있다.
서안지구와 가자지구 두 곳 모두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통치하고 있었으나, 이스라엘의 보수 정부가 강경정책을 펼치자 가자지구에서는 2016년 1월 총선거에서 대이스라엘 강경파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집권했다. 그러자 서쪽 바다와 동쪽·북쪽의 육지에 대해 이스라엘군이 봉쇄하면서 생활필수품과 구호품의 반입을 차단했다. 이집트도 대규모 난민의 이주를 우려해 남쪽 국경을 사실상 봉쇄했다. 이 때문에 가자지구 팔레스타인인들은 공식 실업률 40%, 청년실업률 70%의 빈곤 속에 살고 있다.
현재 하마스의 총공세 이후 이스라엘군은 국경에 집결한 채 북부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 주민 110만 명을 남쪽으로 떠나도록 명령하면서 공군기와 미사일로 폭격을 퍼붓고 있다. 조만간 군대를 직접 투입할 것으로 보이지만, 팔레스타인 주민들에 대한 소개 명령을 내린 점 때문에 국제사회는 이참에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북부를 영구히 점령하려는 게 아닌가 우려하고 있다. 그럴 경우 이란이나 헤즈볼라, 후티반군 등 무장단체들이 개입해 제5차 중동전쟁으로 확전될 가능성이 높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평화관리 실패
이스라엘 건국의 원죄 때문에 지금까지 4차례의 중동전쟁이 있었다. 제1차 중동전쟁은 1948~49년 사이에 있었던 이스라엘 건국 때문에 벌어진 전쟁이고, 제2차 중동전쟁은 1956년 이집트가 수에즈운하 국유화를 선언하자 이스라엘이 영국·프랑스와 합세해 시나이반도를 점령하면서 일어난 전쟁이다. 제3차 중동전쟁은 1967년 이집트의 기습공격으로 시작됐으나 6일 만에 이스라엘이 시나이반도와 골란고원을 점령하는 등 승리로 끝났고, 제4차 중동전쟁은 1973년 10월 시나이반도의 수복을 노린 이집트가 시리아와 합세해 벌인 전쟁이다.
제4차 중동전쟁 이후 1978년 9월 미국의 중재 아래 사다트 이집트 대통령과 베긴 이스라엘 수상이 만나 ‘캠프 데이비드 협정’을 체결하고 이듬해 3월에 ‘이집트-이스라엘 평화조약’을 체결했다. 또한 1994년에는 ‘이스라엘-요르단 평화조약’이 체결되었다. 2020년 9월에는 미국의 중재로 이스라엘과 바레인, 아랍에미리트(UAE) 간에 ‘아브라함 협정’을 체결해 정식 외교관계를 수립하였고, 아브라함 협정과는 별도로 수단과 모로코가 이스라엘과 평화협정을 체결했다.
이스라엘은 이웃 아랍 국가들과 평화조약과 외교관계를 맺은 것과는 달리, 군대 주둔과 정착촌 확대로 서안지구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고 가자지구를 봉쇄하는 등 팔레스타인에 대한 강경정책을 더욱 강화해 나갔다. 이에 따라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도 거세졌다. 처음에는 대규모 군중시위와 시민불복종운동인 인티파타(Intifata: 1차 1987~1993, 2차 2000~2005)가 전개되었고, 마침내 이스라엘군이 전함과 탱크를 가자지구에 투입해 무력 진압하면서 전쟁 양상으로 바뀌었다(2008~2009년, 제1차 가자 전쟁).
가자지구에서는 제1차 가자 전쟁에 이어 이스라엘군의 폭격으로 많은 팔레스타인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했다. 2012년 11월 유엔의 팔레스타인 옵서버 지위 승인에 따른 위기감으로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를 폭격함으로써 벌어진 제2차 가자 전쟁, 2014년 7~8월 파타-하마스 통합정부 구성에 반발해 이스라엘군 6만 명을 가자지구에 투입하면서 벌어진 제3차 가자 전쟁, 2021년 5월 이스라엘의 알아크사 모스크 공격에서 비롯된 무력 충돌, 2022년 8월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공습, 2023년 7월 이스라엘군의 서안지구 제닌 난민캠프 공습이 있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은 보수파인 리쿠드당의 네타냐후가 수상으로 재임(2009. 3~2021. 6, 2022. 12~현재)한 시기에 취한 팔레스타인에 대한 강경책이 주원인이다. 2022년 12월 재집권한 네타냐후 수상이 팔레스타인 자치를 인정한 ‘오슬로 협정’(1993)을 위반하면서까지 서안지구 내 유태인 정착촌을 확대해 서안지구를 병합하겠다는 의지를 노골화하며 팔레스타인의 반발을 강경 진압하면서 사태가 악화되어 왔다.
하마스는 1987년에 ‘이스라엘 파괴’를 통한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건설을 목표로 출발했지만, 2003년 ‘야신 독트린’을 발표하면서 사실상 이스라엘을 인정하는 노선으로 전환한 바 있다. 하마스는 이 독트린에서 팔레스타인 땅 전체를 회복한다는 기존 투쟁 목표를 포기하고 동예루살렘을 수도로 삼고 서안지구와 가자지구에 팔레스타인 독립 국가를 건설하는 것으로 목표를 바꾸었다. 그런 점에서 이번 하마스의 대규모 기습공격은 팔레스타인 독립 국가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이스라엘 강경파들이 자초한 측면이 있다.
‘힘에 의한 평화’ 넘어 ‘9.19군사합의’ 따른 평화관리가 중요
윤석열 대통령은 미 상원 의원단을 접견한 자리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무차별적 공격을 규탄”한다며 이번 사태의 전후 맥락도 살펴보지 않고 일방적으로 이스라엘 편을 들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2008년 이래 여러 차례 가자지구에서 군사작전을 펼쳐 수많은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을 살상했으며, 이번에 발생한 하마스의 대규모 공격도 앞선 이스라엘의 여러 차례에 걸친 군사작전에 대한 보복의 성격이 강하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이번 하마스의 이스라엘에 대한 대규모 공격과 이스라엘의 반격 군사작전은 현재 적대관계에 있는 남북관계에도 커다란 시사점을 제공한다. 이스라엘의 경우에서 보듯이 네타냐후 수상은 팔레스타인과의 평화공존보다 줄곧 ‘힘에 의한 평화’를 내세우며 무력행사를 해왔지만 돌아온 것은 평화가 아닌 전쟁이었다. 윤석열 정부도 남북관계에서 ‘힘에 의한 평화’를 내세우고 있지만, 이는 안보딜레마를 가져올 뿐 진정한 한반도 평화의 길이 될 수 없다.
윤석열 정부의 ‘힘에 의한 평화’에 대한 맹신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포탄의 우회 제공과 23억 달러 자금 지원에 나서면서 안보딜레마에 빠진 바 있다. 푸틴 대통령은 한국이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를 일방적으로 지원할 경우 러시아도 이에 상응해 북한을 지원할 수 있음을 경고했고, 그럼에도 한국이 우크라이나 지원을 강행하자 북·러 정상회담을 통해 군사협력을 추진하고 북·중·러 연대를 강화함으로써 답을 하고 있다. 이는 국제정세를 오판한 윤석열 정부가 자초한 것이다.
이번 하마스 사태와 관련해 윤석열 정부는 거꾸로 된 교훈을 얻는 것 같다. 윤 대통령은 올해 1월 “9.19군사합의의 효력 정지를 검토하라”고 지시한 데 이어, 6월 김영호 통일부 장관과 9월 신원식 국방장관도 폐기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더욱 문제는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이후에도 이러한 주장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데 있다. 10월 11일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9.19군사합의를) 일방적으로 준수하는 건 상당히 잘못됐다”고 밝혔고, 신원식 국방장관도 “잘못된 9.19합의 중에서 시급히 복원해야 할 사안에 대해 최단 시간 내에 효력을 정지시키겠다”고 언급했다.
만약 윤석열 정부가 ‘9.19군사합의’의 효력정지를 강행한다면, 남북한 간의 군사적 긴장이 한층 높아질 것은 명약관화하다. 우리 군은 대북 확성기 방송 등 대북 심리전을 실시하고 비무장지대(DMZ) 일대에 정찰기를 즉각 투입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남북 군사완충지대를 해제하면서 DMZ 내에 군사초소(GP)가 다시 설치되고 공동경비구역(JSA)에서 재무장도 가능하게 된다. 북한은 이를 빌미로 7차 핵실험을 강행하는 등 평화를 파괴하는 군사적 위협을 고조시켜 나갈 가능성이 크다.
『2022 국방백서』에 따르면 ‘9.19군사합의’ 이후 북한이 17차례 합의를 위반한 사례가 있으며, 2건이 문재인 정부 때이고 나머지 15건은 윤석열 정부 때인 2022년 10~12월 석달 사이에 발생했다. 이 수치만 봐도 ‘힘에 의한 평화’를 주장한 윤석열 정부보다 문재인 정부 때 오히려 한반도 평화관리가 잘 이루어진 것을 알 수 있다. 정부는 이스라엘의 평화관리 실패가 팔레스타인과의 군사충돌로 수많은 희생자를 냈음을 직시하고,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9.19군사합의’ 준수입장을 견지하고 한반도 평화관리에 한층 매진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평화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가려면 힘자랑만으로는 되지 않고 스스로의 본보기가 필요하다. 상대가 끝내 이를 따라오지 않고 어깃장을 부린다면 그때 가서 매를 들어도 늦지 않다.
지난 10월 7일 이른 아침에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Hamas)가 이스라엘에 대해 동시다발적 공격을 가하고 다수의 민간인을 납치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에 대한 보복으로 이스라엘 군이 하마스 거점인 가자지구 북부의 가자시티를 무차별로 폭격해 수많은 사망자와 부상자가 나왔다. 특히 민간병원 폭격으로 팔레스타인인 수백 명이 사망하는 등 양측 사망자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양측의 전투는 2주 넘게 계속되고 있다.
중동지역의 분쟁은 팔레스타인 지역을 위임 통치(1920~48)했던 영국이 아랍인들에게 이 지역을 돌려주겠다는 ‘맥마흔 선언’(1915)의 약속을 깨고 ‘벨푸어 선언’(1917)을 통해 유태인 국가 수립을 지지하면서 전 세계에 흩어져 있던 유태인들의 이주를 허락한 데서 비롯된다. 1948년 이스라엘이 건국되면서 다수의 팔레스타인인들이 고향에서 추방당해 서안지구(West Bank)와 가자지구(Gaza Strip)의 난민촌에서 살고 있다.
이스라엘 내에는 요르단강 서안지구와 이스라엘 남부의 가자지구에 팔레스타인인 570만 명이 집단 거주하고 있다. 동예루살렘을 포함한 서안지구에는 이스라엘군이 주둔한 가운데 제주도 3배에 달하는 면적에 팔레스타인인 330만 명과 유태인 62만 명이 갈등하며 혼거하고 있다. 이에 비해 가자지구에는 서울시 60% 정도의 면적에 240만 명의 팔레스타인인이 거주하고 있으며 2006년부터 하마스가 통치하고 있다.
서안지구와 가자지구 두 곳 모두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통치하고 있었으나, 이스라엘의 보수 정부가 강경정책을 펼치자 가자지구에서는 2016년 1월 총선거에서 대이스라엘 강경파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집권했다. 그러자 서쪽 바다와 동쪽·북쪽의 육지에 대해 이스라엘군이 봉쇄하면서 생활필수품과 구호품의 반입을 차단했다. 이집트도 대규모 난민의 이주를 우려해 남쪽 국경을 사실상 봉쇄했다. 이 때문에 가자지구 팔레스타인인들은 공식 실업률 40%, 청년실업률 70%의 빈곤 속에 살고 있다.
현재 하마스의 총공세 이후 이스라엘군은 국경에 집결한 채 북부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 주민 110만 명을 남쪽으로 떠나도록 명령하면서 공군기와 미사일로 폭격을 퍼붓고 있다. 조만간 군대를 직접 투입할 것으로 보이지만, 팔레스타인 주민들에 대한 소개 명령을 내린 점 때문에 국제사회는 이참에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북부를 영구히 점령하려는 게 아닌가 우려하고 있다. 그럴 경우 이란이나 헤즈볼라, 후티반군 등 무장단체들이 개입해 제5차 중동전쟁으로 확전될 가능성이 높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평화관리 실패
이스라엘 건국의 원죄 때문에 지금까지 4차례의 중동전쟁이 있었다. 제1차 중동전쟁은 1948~49년 사이에 있었던 이스라엘 건국 때문에 벌어진 전쟁이고, 제2차 중동전쟁은 1956년 이집트가 수에즈운하 국유화를 선언하자 이스라엘이 영국·프랑스와 합세해 시나이반도를 점령하면서 일어난 전쟁이다. 제3차 중동전쟁은 1967년 이집트의 기습공격으로 시작됐으나 6일 만에 이스라엘이 시나이반도와 골란고원을 점령하는 등 승리로 끝났고, 제4차 중동전쟁은 1973년 10월 시나이반도의 수복을 노린 이집트가 시리아와 합세해 벌인 전쟁이다.
제4차 중동전쟁 이후 1978년 9월 미국의 중재 아래 사다트 이집트 대통령과 베긴 이스라엘 수상이 만나 ‘캠프 데이비드 협정’을 체결하고 이듬해 3월에 ‘이집트-이스라엘 평화조약’을 체결했다. 또한 1994년에는 ‘이스라엘-요르단 평화조약’이 체결되었다. 2020년 9월에는 미국의 중재로 이스라엘과 바레인, 아랍에미리트(UAE) 간에 ‘아브라함 협정’을 체결해 정식 외교관계를 수립하였고, 아브라함 협정과는 별도로 수단과 모로코가 이스라엘과 평화협정을 체결했다.
이스라엘은 이웃 아랍 국가들과 평화조약과 외교관계를 맺은 것과는 달리, 군대 주둔과 정착촌 확대로 서안지구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고 가자지구를 봉쇄하는 등 팔레스타인에 대한 강경정책을 더욱 강화해 나갔다. 이에 따라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도 거세졌다. 처음에는 대규모 군중시위와 시민불복종운동인 인티파타(Intifata: 1차 1987~1993, 2차 2000~2005)가 전개되었고, 마침내 이스라엘군이 전함과 탱크를 가자지구에 투입해 무력 진압하면서 전쟁 양상으로 바뀌었다(2008~2009년, 제1차 가자 전쟁).
가자지구에서는 제1차 가자 전쟁에 이어 이스라엘군의 폭격으로 많은 팔레스타인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했다. 2012년 11월 유엔의 팔레스타인 옵서버 지위 승인에 따른 위기감으로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를 폭격함으로써 벌어진 제2차 가자 전쟁, 2014년 7~8월 파타-하마스 통합정부 구성에 반발해 이스라엘군 6만 명을 가자지구에 투입하면서 벌어진 제3차 가자 전쟁, 2021년 5월 이스라엘의 알아크사 모스크 공격에서 비롯된 무력 충돌, 2022년 8월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공습, 2023년 7월 이스라엘군의 서안지구 제닌 난민캠프 공습이 있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은 보수파인 리쿠드당의 네타냐후가 수상으로 재임(2009. 3~2021. 6, 2022. 12~현재)한 시기에 취한 팔레스타인에 대한 강경책이 주원인이다. 2022년 12월 재집권한 네타냐후 수상이 팔레스타인 자치를 인정한 ‘오슬로 협정’(1993)을 위반하면서까지 서안지구 내 유태인 정착촌을 확대해 서안지구를 병합하겠다는 의지를 노골화하며 팔레스타인의 반발을 강경 진압하면서 사태가 악화되어 왔다.
하마스는 1987년에 ‘이스라엘 파괴’를 통한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건설을 목표로 출발했지만, 2003년 ‘야신 독트린’을 발표하면서 사실상 이스라엘을 인정하는 노선으로 전환한 바 있다. 하마스는 이 독트린에서 팔레스타인 땅 전체를 회복한다는 기존 투쟁 목표를 포기하고 동예루살렘을 수도로 삼고 서안지구와 가자지구에 팔레스타인 독립 국가를 건설하는 것으로 목표를 바꾸었다. 그런 점에서 이번 하마스의 대규모 기습공격은 팔레스타인 독립 국가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이스라엘 강경파들이 자초한 측면이 있다.
‘힘에 의한 평화’ 넘어 ‘9.19군사합의’ 따른 평화관리가 중요
윤석열 대통령은 미 상원 의원단을 접견한 자리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무차별적 공격을 규탄”한다며 이번 사태의 전후 맥락도 살펴보지 않고 일방적으로 이스라엘 편을 들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2008년 이래 여러 차례 가자지구에서 군사작전을 펼쳐 수많은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을 살상했으며, 이번에 발생한 하마스의 대규모 공격도 앞선 이스라엘의 여러 차례에 걸친 군사작전에 대한 보복의 성격이 강하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이번 하마스의 이스라엘에 대한 대규모 공격과 이스라엘의 반격 군사작전은 현재 적대관계에 있는 남북관계에도 커다란 시사점을 제공한다. 이스라엘의 경우에서 보듯이 네타냐후 수상은 팔레스타인과의 평화공존보다 줄곧 ‘힘에 의한 평화’를 내세우며 무력행사를 해왔지만 돌아온 것은 평화가 아닌 전쟁이었다. 윤석열 정부도 남북관계에서 ‘힘에 의한 평화’를 내세우고 있지만, 이는 안보딜레마를 가져올 뿐 진정한 한반도 평화의 길이 될 수 없다.
윤석열 정부의 ‘힘에 의한 평화’에 대한 맹신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포탄의 우회 제공과 23억 달러 자금 지원에 나서면서 안보딜레마에 빠진 바 있다. 푸틴 대통령은 한국이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를 일방적으로 지원할 경우 러시아도 이에 상응해 북한을 지원할 수 있음을 경고했고, 그럼에도 한국이 우크라이나 지원을 강행하자 북·러 정상회담을 통해 군사협력을 추진하고 북·중·러 연대를 강화함으로써 답을 하고 있다. 이는 국제정세를 오판한 윤석열 정부가 자초한 것이다.
이번 하마스 사태와 관련해 윤석열 정부는 거꾸로 된 교훈을 얻는 것 같다. 윤 대통령은 올해 1월 “9.19군사합의의 효력 정지를 검토하라”고 지시한 데 이어, 6월 김영호 통일부 장관과 9월 신원식 국방장관도 폐기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더욱 문제는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이후에도 이러한 주장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데 있다. 10월 11일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9.19군사합의를) 일방적으로 준수하는 건 상당히 잘못됐다”고 밝혔고, 신원식 국방장관도 “잘못된 9.19합의 중에서 시급히 복원해야 할 사안에 대해 최단 시간 내에 효력을 정지시키겠다”고 언급했다.
만약 윤석열 정부가 ‘9.19군사합의’의 효력정지를 강행한다면, 남북한 간의 군사적 긴장이 한층 높아질 것은 명약관화하다. 우리 군은 대북 확성기 방송 등 대북 심리전을 실시하고 비무장지대(DMZ) 일대에 정찰기를 즉각 투입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남북 군사완충지대를 해제하면서 DMZ 내에 군사초소(GP)가 다시 설치되고 공동경비구역(JSA)에서 재무장도 가능하게 된다. 북한은 이를 빌미로 7차 핵실험을 강행하는 등 평화를 파괴하는 군사적 위협을 고조시켜 나갈 가능성이 크다.
『2022 국방백서』에 따르면 ‘9.19군사합의’ 이후 북한이 17차례 합의를 위반한 사례가 있으며, 2건이 문재인 정부 때이고 나머지 15건은 윤석열 정부 때인 2022년 10~12월 석달 사이에 발생했다. 이 수치만 봐도 ‘힘에 의한 평화’를 주장한 윤석열 정부보다 문재인 정부 때 오히려 한반도 평화관리가 잘 이루어진 것을 알 수 있다. 정부는 이스라엘의 평화관리 실패가 팔레스타인과의 군사충돌로 수많은 희생자를 냈음을 직시하고,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9.19군사합의’ 준수입장을 견지하고 한반도 평화관리에 한층 매진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평화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가려면 힘자랑만으로는 되지 않고 스스로의 본보기가 필요하다. 상대가 끝내 이를 따라오지 않고 어깃장을 부린다면 그때 가서 매를 들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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