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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eace Foundation 평화재단

현안진단 317호

미·중 정상회담의 ‘휴전’ 합의와 윤석열 정부의 ‘확전’ 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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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
등록일
2023-11-26

미·중 정상회담의 ‘휴전’ 합의와 윤석열 정부의 ‘확전’ 조치

미국은 중국의 굴기에 맞서 총력을 기울이면서도 냉전 때 대소련 봉쇄전략과 같은 전면 대결은 피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중국이 서방세계와 시장을 공유하여 경제 상호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만약 중국경제가 경착륙할 경우, 그 피해가 곧바로 자본주의 시장에 밀어닥칠 것이다. 11월 15일 미·중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국제정세가 신냉전으로 흐르지 않도록 전술적 휴전에 합의했다. 하지만 윤정부는 미·중과 달리 신냉전이라는 인식에 기초하여 대외·대북 정책을 펼치고 있다.

미·중 정상회담을 통한 전술적 휴전

바이든 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1월 15일 미·중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번 정상회담은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2023.11.15~18)를 계기로 시진핑 주석이 미국을 방문하여 이루어진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은 화상으로 1번, 대면으로 2번 회담했다. 이번 회담은 작년 11월 14일에 이은 두 번째 대면 회담이며, 트럼프 대통령 때인 2017년 4월 이후 6년 반 만에 시진핑 주석의 미국 방문으로 성사되었다.

첫 번째 바이든-시진핑 정상회담은 2021년 11월 15일 화상으로 이루어졌다. 이 자리에서 △ 기후변화와 보건, 에너지 가격, 글로벌 경기회복을 위한 공동 대응, △ 트럼프 대통령 임기 4년간 단절됐던 고위급 채널의 복원, △ 미·중 충돌의 발생 가능성을 낮추기 위한 가드레일 설정 등 세 가지에 합의했다. 그러나 대만 문제와 남중국해 문제와 같은 지정학적 문제를 둘러싸고 이견을 드러냈다.

두 번째 바이든-시진핑 정상회담이자 첫 대면회담은 2022년 11월 14일 G20 정상회의가 열린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있었다. 여기서 중국은 다음과 같은 ‘5불 정책’에 미국이 동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 (1) 신냉전, (2) 중국 체제변경, (3) 반중국 동맹 강화, (4) 대만 독립지지, (5) 미·중 충돌 등 다섯 가지를 추진하지 않겠다고 미국이 합의했다는 것이다. 그밖에 우크라이나 사태와 기후변화 논의 재개 등에 대해서도 일부 합의했으나, 대만 및 미국의 첨단기술 제재, 북한 문제 등과 반도체 수출 제한 등 민감한 경제·안보 문제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이번 바이든-시진핑 두 번째 대면 정상회담에서도 몇 가지 합의가 이루어졌다. 첫째, 군 고위급 소통을 재개하기로 하는 등 군사대화 채널 복원에 합의했다. 둘째, 대만과 관련해 중국이 하나의 중국을 강조하며 대만과의 통일을 언급한 반면, 미국은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며 내년 1월 대만 선거 절차를 존중하라고 요청했다. 셋째, 좀비 마약으로도 불리며 중국에서 생산되어 멕시코를 거쳐 미국에서 불법 유통되고 있는 펜타닐 제조회사에 대해 중국 정부가 단속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밖에 인공지능(AI),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중국의 굴기와 미국의 전방위 견제

중국은 2010년에 일본을 누르고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올라선 데 이어 지속적인 성장을 통해 2022년 말 현재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73%를 넘었다. 중국은 국력 신장에 걸맞게 대외적으로 팽창정책을 펴고 있다. 경제적으로 일대일로(OBOR) 구상과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주도하고, 외교적으로 상하이협력기구(SCO) 강화와 BRICS 회원국 확대를 추진하고 있으며, 군사적으로 구단선(九段線) 내해의 영해화와 도련전략(島連戰略)에 따른 서태평양 제해권 확대를 노리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 모든 대외전략에서 ‘기·승·전·중국’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미 국가안보보좌관인 제이크 설리번은 중국의 패권전략을 해양전략과 대륙전략으로 구분한 뒤, 중국이 두 전략을 동시에 추진할 수 없어 일대일로 구상과 같은 대륙전략에 집중하고 있으므로, 미국은 중국의 해양진출을 억제하는 전략에 집중해야 한다고 제언한 바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의 패권도전을 무력화하기 위해 외교적, 군사적, 경제적으로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외교적으로, 미국은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전략’을 채택해 미·일·인·호 4개국 안보협의회(QUAD)를 발족한 데 이어 미·영·호(AUKUS) 핵잠수함 동맹과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를 추진했다. 특히 한·미·일 3국 안보협력을 위해 프놈펜 한·미·일 정상회담(2022.11.13), 캠프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담(2023.8.18)을 개최해 북·중·러 북방 삼각체제에 맞서는 한·미·일 남방 삼각체제를 구축하였다.

군사적으로, 중국이 남중국해의 90% 가량을 자국의 영해로 일방적으로 선포한 구단선을 무력화하기 위해 ‘항행의 자유 작전’(FONOP)을 진행하는가 하면, 중국의 반접근·지역거부(A2AD) 확대 전략인 도련전략에 대응하기 위해 1983년에 도입한 공지전투 교리를 발전시켜 지상·해상·공중·우주·사이버에서 진행되는 모든 작전을 통합 운영하는 다영역작전(MDO) 교리를 2018년에 도입하였다.

경제적으로, 아시아지역 15개국이 참여하는 중국 주도의 RCEP에 맞서 13개국이 참가하는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네트워크(IPEF)를 창설하는 한편, 한·미·일·대만 CHIP 4를 동원해 첨단반도체 기술의 중국 유입을 막고 있다. 또한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에 대응해 2023년 9월 G20 정상회의에서 미국·인도·사우디·UAE·프랑스·독일·이태리가 참가하는 인도-중동-유럽경제회랑(IMEC) 구상을 밝히고, 이 구상의 성공을 위해 이스라엘-사우디 평화조약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신냉전을 피하자는 데 의견일치

미국은 중국의 굴기에 맞서 대외적으로 총력을 기울이면서도, 냉전시기의 대소련 봉쇄전략과 같은 전면 대결은 피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중국이 공산독재체제를 유지하고는 있지만 옛 소련의 폐쇄경제와 달리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취하고 있어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와의 시장 공유로 경제적 상호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만약 중국경제가 경착륙할 경우, 그 피해가 곧바로 미국 등 자본주의 시장경제에 밀어닥치게 된다.

이번 미·중 정상회담도 중국 관리 차원에서 미국 측의 적극적인 요청으로 이루어졌다. 바이든 행정부는 작년 8월 낸시 팰로시 미 하원의장(당시)의 대만 방문으로 중국이 군사 핫라인을 차단하는 등 미·중 관계가 악화된 가운데, 올해 2월 이른바 정찰풍선(중국은 과학연구용 비행선이라고 주장) 사건으로 사태가 쉽게 가라앉을 조짐이 보이지 않자 수습에 나섰다. 미국은 금년 5월 G7 히로시마 정상회의에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대중 경제전략으로 제안한 디리스킹 개념을 수용한다고 밝히면서 중국과의 관계회복을 본격화했다.

이를 위해 미국은 블링컨 국무장관이 중국을 방문(6.18~19)해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미·중 정상회담을 갖자고 제안했다. 그 뒤 재닛 옐런 재무장관(7.6~9), 존 케리 기후특사(7.17~19), 지나 러몬드 상무장관(8.27~30) 등 정부 인사들과 의회 내 반중노선의 선봉장인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10.7~9) 등이 잇달아 중국을 방문해 분야별로 양국관계 개선 문제에 관해 협의했다. 그리하여 마침내 11월 15일 미·중 정상회담이 열려 양국이 전술적 휴전에 합의하였다.

이번에 미국이 미·중 정상회담을 추진한 것은 내년 11월 미 대선을 앞둔 바이든 행정부가 미 경제계의 불만을 무마하기 위한 전술적 휴전으로, 중국과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려는 것은 아니다. 미국은 중국이 원했던 첨단기술 분야의 수출 통제를 풀지 않았고 대만문제에 대해서도 원칙적인 입장을 고수했다. 미국은 미‧중 전략경쟁이 ‘장기전(Long War)이 될 수밖에 없다는 인식 아래 대중국 압박의 속도를 조절하는 한편, 우발적 충돌을 막기 위해 전략 소통을 시도한 것이다.

중국도 이러한 미국의 의도를 잘 알기 때문에, 각종 요구사항을 들이밀며 미·중 정상회담을 최대한 미뤘다가 막판에 합의한 것이다. 중국은 시진핑 주석의 미국방문에 덜컥 합의해 놓은 뒤에 미국이 대만에 대한 무기판매나 반도체 추가 규제 등을 발표하여 뒤통수를 때리지 않을까 우려했던 것이다. 이러한 우려는 정상회담이 끝나자마자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 내 반중여론을 의식한 듯 시진핑 주석을 가리켜 ‘공산주의 국가를 운영한다는 면에서 독재자’라고 말한 데서도 잘 나타난다.

중국은 중국대로 미·중 정상회담의 성사 조건으로 최대한 미국의 양보를 받아내려고 했다. 사전에 열린 미·중 고위급회담에서 왕이 외교부장은 ‘하나의 중국’ 원칙과 ‘발리 5불 정책’의 재확인을 요구하고 첨단반도체 수출규제를 완화하려고 시도했다. 그러면서도 미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우크라이나 사태와 팔레스타인 하마스-이스라엘 군사충돌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협력 자세를 보였고, 최근 급격히 가까워지고 있는 북-러 군사협력에 대해 일정하게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

‘신냉전’ 정세오판이 초래한 윤석열 정부의 ‘확전’

미국과 중국은 국제정세가 신냉전으로 흐르지 않도록 하기 위해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면서 전술적 휴전을 이룬 것이다. 작년 11월 14일 발리 미·중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5불 정책’의 첫 번째가 바로 “신냉전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것이었고, 이번 샌프란시스코 회담에서도 재확인되었다. 이는 금년 3월 21일 중·러 정상회담 공동성명에도 “냉전시대와 같은 군사·정치동맹적 성격이 아닌, 제3국을 겨냥하지 않는 성격을 갖는다”는 정세인식을 드러낸 것과 맥을 같이 한다. 지난 6월 28일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미 외교협회(CFR) 연설에서 "미·중 경쟁에 종결점(finish line)은 없다… 장기적인 경쟁이 될 것"이라고 진단하며 미·중 경쟁을 신냉전이 아닌 전략경쟁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미·중과 달리 신냉전이라는 인식에 근거를 두고 대외·대북 정책을 펼치고 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미·중 신냉전 시대 한국의 국가전략”이라는 2021년 글에서 “미·중 신냉전은 안보·경제 전반에 걸친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으며, 다른 나라들이 어느 진영에 가담할 것인지 가늠하는 기준은 이념과 가치의 문제로 귀결”된다고 밝혀 신냉전 인식을 전제로 진영외교를 정당화했다. 심지어 신원식 국방장관은 올해 4월 30일까지도 “신냉전은 대한민국이 선택할 수도 거부할 수도 없는 세계사적 흐름”이라는 인식을 드러냈다.

이와 같이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 핵심인사들이 일본에 대해 굴욕외교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과거사를 덮고 한·일, 한·미·일 안보협력을 강화하려는 것도 이런 국제정세관과 관련이 있다. 이들은 신냉전이라는 오도된 국제정세관에 입각해 중국과 러시아를 공격하고 북한과의 대결의식을 한층 고취시키고 있다. 최근 러시아가 북한에 기술지원을 통해 정찰위성 발사를 도운 데는 윤석열 정부가 우회수출을 통해 우크라이나에 포탄을 지원한 것이 결정적인 이유였다. 미국은 물론 일본과도 두 차례나 정상회담을 가진 중국이 유독 한국과만 정상회담을 거부한 것도 윤석열 정부의 중국에 대한 적대 태도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가 남북관계에서 보여준 최악은 바로 ‘9.19남북군사합의’ 일부 조항의 효력정지 조치이다. 일부 조항이라고는 하지만, 나머지 조항들은 우리에게 유리하고 북한에게 불리한 요소가 있기 때문에 사실상 모든 조항에 대해 효력정지한 것이나 다름없다. ‘9.19군사합의’ 채택 이후 5년 동안 북한군의 침투 및 국지도발 사례가 2번 있었는데, 문재인 정부 때 발생한 1건은 당시 우리 군이 북한군의 오발사격 내지 단순실수라고 결론 내린 것이고 윤석열 정부 때 발생한 무인기 침투 사건만이 고의적인 침투라고 할 수 있다. 1980년대 이후 북한의 침투 및 국지도발이 매년 20여 건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9.19군사합의’가 한반도 평화에 일정한 역할을 해 온 것이 틀림없다.

윤석열 정부가 ‘9.19군사합의’에서 금지하지 않은 북한 정찰위성 발사를 이유로 합의를 사실상 파기하자, 예상대로 북한도 국방성 성명을 통해 합의를 철회할 뿐만 아니라 휴전선 일대에 강력한 무력과 신형 군사장비들을 전진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6월 9일에 북한의 도발에 대해 도발원점, 지원세력, 지휘세력까지 타격하도록 한 ‘원점 타격’을 지시했다. 그런데 북한은 작년 9월 8일 제정한 ‘핵무력정책법’에서 “국가지도부와 국가핵무력지휘부에 대한 공격이 감행되었거나 임박했을 때” 핵무기를 선제 사용할 수 있도록 명시해 놓았다. 이제 남북 간에는 어떠한 안전장치도 없기 때문에 사소한 우발적 충돌만으로도 국지전, 더 나아가 핵전쟁으로 확전될 위험성이 높아진 것이다.

미국은 중국과 신냉전을 추구하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당시)의 대만방문으로 단절된 군사 핫라인의 복원으로 우발적 충돌을 막기 위해, 고위급 인사들을 잇달아 중국에 보냈다. 이번 샌프란시스코 미·중 정상회담의 최대목적이 양국의 군사 핫라인이라고 할 정도로 미국은 여기에 초점을 맞췄다. 이로써 미·중 양국은 당분간 우발적 충돌의 위험성을 최대한 배제하면서 전술적 휴전을 맞이하게 되었다.

이와 달리 윤석열 정부는 그런대로 유지되던 군사적 안전장치인 ‘9.19군사합의’를 내던져버려 결과적으로 우리 국민들을 위험에 빠뜨린 셈이 되었다. 남북관계의 악화를 통해 정치적 이득을 얻으려는 세력들의 아전인수식 정세관에서 비롯된 조치가 아닌가 우려된다. 윤석열 정부는 국제정세의 흐름을 올바로 바라보고 이제라도 역주행을 멈춰 5,200만 국민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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