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안진단 320호
김정은의 통일문제 언급, ‘북한 독립’ 선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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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01-03
김정은의 통일문제 언급, ‘북한 독립’ 선언일까
남북의 역대 지도자는 서로가 적대적 교전(휴전) 당사자임을 잊지 않되, 그 관계를 변화시키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해 왔다. 하나의 민족으로 통일을 지향해 나가기 위해서 남북 교류협력이 필요한 것이다. 김 위원장의 이번 반통일적 발언은 두고두고 남북관계사의 오점이 될 것이다. 우리 정부가 ‘북한의 도발에 강경한 대응을 하겠다’는 논평 말고는 북한의 ‘두 개 국가’ 주장에 대해 일언반구 언급이 없는 것도 유감이다. 평화통일은 우리 헌법정신이며 대통령의 주요한 책무이다.
노동당 제8기 9차 당 중앙 전원회의, 무엇을 말하고 있나
북한은 지난 26일부터 30일까지 <당 중앙위원회 제8기 9차 전원회의>를 개최하고 결과 문헌을 출판하여 당 중앙지도기관 성원에게 배포했다고 전원회의 종료 하루 만에 보도(2023. 12. 31)했다. 정례적인 연말 전원회의는 당해 년 사업을 결산하고 다음해 목표를 제시하며, 때로는 그 결론이 최고지도자의 신년사를 대신하는 중요한 회의이다.
북한은 2023년을 보기 드문 풍작으로 알곡 생산목표를 초과달성하는 등 인민경제가 진전하고, ICBM 발사훈련(실전배치 의미)과 정찰위성 발사에 성공하여 군사력이 강화되는 등 여러 부문에서 성과를 거둔 해로서, ‘국가사업 전반에 활기를 띠어’(2023. 12. 1, 정치국 회의 김정은 위원장 언급), <위대한 전환의 해, 위대한 변혁의 해> 가 되었다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2021년 1월 제8차 당 대회 이후 3년 동안의 실적을 총화하고 앞으로 남은 2년간의 <경제발전 5개년계획(2021-2025)> 기간에 분발해서 제8차 당 대회가 결정한 투쟁방침이 옳았다는 것을 실증하자고 강조하였다. 제8차 당 대회에서 북한은 <경제발전 5개년 전략(2016-2020)>의 실패를 인정하고,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실패 직후 마련한 핵무력 강화와 자력갱생의 <정면돌파 전략>을 당의 방침으로 결정한 바 있다.
북한은 최근 러시아와 정상회담을 열었고 금년을 <조·중 친선의 해>로 정했으며 이미 유엔 안보리의 대북 추가제재 압박을 무력화했다. 이러한 대외환경의 흐름과 내부적으로 자력갱생 등 <정면돌파 전략>이 일부 성과를 보인 탓인지 벌써부터 북한은 차기 당 대회에 대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여러 측면에서 이번 회의가 관심을 끌고 있지만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역시 김정은 위원장의 통일문제에 대한 언급이다. 김 위원장은 당 전원회의 마지막 날인 12월 30일, 불신과 대결의 남북관계사를 냉철히 분석한 결과, 대남관계의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하며 흡수통일을 추구하는 ‘대한민국 것들’과는 통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서 남북관계를 ‘적대적인 두 개의 국가관계이며 전쟁 중에 있는 두 개의 교전국가간 관계’라고 못 박고, 통일전선부 등 대남 사업기구를 정리·개편하고 유사시 핵무기 등 전체 무력을 동원하여 ‘남조선의 전 영토를 평정’할 준비를 하라고 지시했다.
한편 연말 전원회의를 마친 뒤에 최선희 외무상이 리선권 통일전선부 부장을 비롯한 대남관계 부문 간부들과 협의회를 진행하였으며, 김 위원장이 군 주요 지휘관을 격려하는 자리를 가졌다고 북한 언론이 보도했다.
남북관계가 국가관계로 바뀌면 무엇이 달라질까
남북관계 역사를 통틀어 쌍방의 정치지도자 중에서 상대와의 관계가 적대적인 교전국가 관계이며 함께 통일을 성사시킬 수 없다는 언급을 감히 꺼낸 사람은 없었다. 한반도 평화통일은 대한민국 헌법정신의 중요한 일부분이고 ‘식민지 남조선을 해방시키고 조선반도를 통일’하겠다는 것은 북한 노동당 규약의 기초이자 북한 정권 정체성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2021년 1월 당 규약 개정을 통해 이미 ‘남조선 해방’ ‘통일’이라는 표현을 삭제했으나, 여전히 우선 ‘공화국 북반부’에서 부강한 사회주의를 건설하고 ‘전국적 범위’에서 사회의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발전을 실현한다는 표현을 유지하고 있어, 통일을 포기하고 ‘북반부’만 따로 살겠다는 새로운 정체성을 정했다고 보기 어렵다. ‘대한민국 것들’ 때문이라고 책임을 전가하고 있지만 어쩌면 김 위원장의 발언은 통일을 ‘안’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기보다는 북한 주도로 통일을 ‘못’하게 된 현실을 인정하는데 무게가 실린 것으로 보인다.
물론 지금으로서는 북한이 ‘두 개 국가론’을 들고 나온 충격적이고 감정적인 언급을 ‘통일포기 선언’이나 ‘북한독립 선언’으로 단정하기는 이르다. 아마도 북한의 의도는 2년 후 열릴 9차 당 대회에서 명백히 드러날 것이다. 앞으로 ‘두 개 국가론’이 가져올 북한 내외부에서의 파장과 현실에서의 득실 문제를 점검하면서 9차 당 대회의 주요 안건으로 준비해 나갈 것이다.
여기서는 일단 북한이 남한을 화해와 통일의 상대로 대하지 않고 공식적으로 남북관계를 국가 간 관계로 전환하면 즉, 통일을 포기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개괄적으로 일별해 보자.
우선, 대남관계가 국가관계로 되면 미수복 지역(남조선 식민지)을 회복한다는 대남 선제공격의 명분이 없어진다. 소위 ‘통일전쟁’이 근거를 잃게 된다. 국제법이 적용되는 주권국가에 대한 침략으로 규정되며 내전이 아니기 때문에 제3국의 참전도 내정간섭으로 주장할 수 없다. 다른 나라로 규정하는 대한민국에 주둔하는 미군이 철수해야 한다는 주장도 명분이 사라진다. 그래서 우리 입장에서 보면, 현재의 불안정한 정전체제보다 북한의 남침 가능성이 낮아져 오히려 우리 안보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북한이 남쪽에서 먼저 북침했다는 구실을 만들거나 예방전쟁의 명분으로 먼저 전쟁을 시작할 수 있기 때문에 남북이 지금처럼 극도의 불신 상태를 지속하는 한 한반도 전쟁위험은 조금도 줄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김정은 위원장의 말대로 남한이 화해와 통일의 상대가 아니라면 대남관계를 특수관계로 다룰 필요가 없고, 교류가 있다 해도 민족 내부에서의 반입·반출이 아니라 수입·수출이 될 터이므로 일반국가 차원에서 사안을 다룰 것이다. 앞으로 북한은 남한문제를 외무성의 부분 업무로 취급하게 될 가능성이 많다.
둘째, 지난 70년 동안 북한 주민들에게 주입된 통일이념과 소명의식을 단번에 일소하기 어렵고 북한 체제를 지탱해온 이념체계와 논리를 개변해야 한다는 점도 고민이 될 것이다. 우리는 민간 차원의 남북교류를 통해 ‘통일’이라는 말만 나오면 거의 반사적으로 눈물을 머금던 이념 포로로서의 북한주민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다. 만약 누군가 감상적인 차원에서 대한민국과의 통일을 이야기하면 이를 ‘이적행위’로 삼아 처벌할 수 있을까?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민족감정의 자연적 발로가 민주화의 씨앗이 되는 것을 보고만 있을 것인가 등 난감한 현실 상황에 처할 수도 있겠다.
우리 사회에서도 젊은 MZ세대를 중심으로 통일에 무관심한 층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기성세대도 북한의 핵문제와 열악한 인권상황에 식상하여 남북 화해나 교류에 부정적인 생각이 확대되고 있기는 하다. 서로 싸우거나 간섭하지 말고 차라리 따로 살고 싶다는 충동에도 불구하고 민족은 당국의 정책선언으로 한 개가 두 개로 되지 않는다. 과거 동독이 ‘두 개 국가론’을 넘어 민족의 정의를 바꾸면서 두 개 민족론까지 주장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이러한 점에서 북한 당국이 ‘두 개의 국가론’을 차기 당 대회에 올리기 위해서 가장 신중하게 검토해야 할 부분은 대내적인 효과 부분이 될 것이다.
셋째, 북한이 남북관계를 국가관계로 규정한다고 해도 국제사회에서는 이미 남북이 별개의 국가로 인정되고 유엔에도 동시에 가입하고 있기 때문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다. 다만 북한은 영문 명칭(DPR Korea)의 변경으로 북한의 기존 이미지를 바꾸려고 할 가능성이 크다. 예컨대 코리아(Korea)를 조선(Chosun)으로 바꾸고 유엔 등에도 명칭 변경을 등록할 수 있다.
북한이 남한을 남조선(South Korea)이 아닌 대한민국(RO Korea)으로 부르기 시작했듯이, 국제사회에서도 북한(North Korea, 또는 DPR Korea))이 아니라 조선(Chosun, DPRC)으로 불러달라고 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지난 30년간 국제사회를 골치 아프게 했던 북핵문제(North Korean Nuclear Problem)라는 말은 자연스럽게 사라지고, 마치 새로운 나라인 양 ‘핵보유국 조선’이 등장하게 될지도 모른다.
김정은 위원장의 통일문제 발언 평가와 정부의 미흡한 대응
김정은 위원장의 ‘통일문제’ 발언은 매우 유감스럽다. ‘만일의 경우 발생할 수 있는 핵위기 사태’라는 전제를 달기는 했지만 남한 전 영토를 평정할 ‘대사변’을 준비하라는 말도 개탄스럽고, 그동안의 남북 화해와 교류협력 노력을 부정하며 남북관계는 교전국가 사이의 적대관계라는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은 퇴행적이다. 특히 지난 70년간의 남북관계사를 면밀하게 검토한 결과로 이러한 언급을 했다는 것은 매우 실망스럽다.
남북의 역대 지도자는 서로가 적대적 교전(휴전) 당사자임을 잊지는 않되, 오히려 그 관계를 변화시키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해 왔다. 적대관계가 종식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적대관계를 종식시키고 궁극적으로는 하나의 민족으로서 통일을 지향해 나가기 위해서 남북 교류협력이 필요한 것이고 그런 필요가 남북관계사를 쓰게 했다. 김 위원장의 이번 반통일적 발언은 두고두고 남북관계사의 오점이 될 것이다.
우리 정부가 ‘북한의 도발에 강경한 대응을 하겠다’는 새롭지 않은 논평을 국방부 차원에서 낸 것 말고는 북한의 ‘두 개 국가’ 주장에 대해서 일언반구 언급이 없는 것도 유감이다.
평화통일은 우리 헌법정신이며 대통령의 주요한 책무이다.
북한은 지난 26일부터 30일까지 <당 중앙위원회 제8기 9차 전원회의>를 개최하고 결과 문헌을 출판하여 당 중앙지도기관 성원에게 배포했다고 전원회의 종료 하루 만에 보도(2023. 12. 31)했다. 정례적인 연말 전원회의는 당해 년 사업을 결산하고 다음해 목표를 제시하며, 때로는 그 결론이 최고지도자의 신년사를 대신하는 중요한 회의이다.
북한은 2023년을 보기 드문 풍작으로 알곡 생산목표를 초과달성하는 등 인민경제가 진전하고, ICBM 발사훈련(실전배치 의미)과 정찰위성 발사에 성공하여 군사력이 강화되는 등 여러 부문에서 성과를 거둔 해로서, ‘국가사업 전반에 활기를 띠어’(2023. 12. 1, 정치국 회의 김정은 위원장 언급), <위대한 전환의 해, 위대한 변혁의 해> 가 되었다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2021년 1월 제8차 당 대회 이후 3년 동안의 실적을 총화하고 앞으로 남은 2년간의 <경제발전 5개년계획(2021-2025)> 기간에 분발해서 제8차 당 대회가 결정한 투쟁방침이 옳았다는 것을 실증하자고 강조하였다. 제8차 당 대회에서 북한은 <경제발전 5개년 전략(2016-2020)>의 실패를 인정하고,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실패 직후 마련한 핵무력 강화와 자력갱생의 <정면돌파 전략>을 당의 방침으로 결정한 바 있다.
북한은 최근 러시아와 정상회담을 열었고 금년을 <조·중 친선의 해>로 정했으며 이미 유엔 안보리의 대북 추가제재 압박을 무력화했다. 이러한 대외환경의 흐름과 내부적으로 자력갱생 등 <정면돌파 전략>이 일부 성과를 보인 탓인지 벌써부터 북한은 차기 당 대회에 대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여러 측면에서 이번 회의가 관심을 끌고 있지만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역시 김정은 위원장의 통일문제에 대한 언급이다. 김 위원장은 당 전원회의 마지막 날인 12월 30일, 불신과 대결의 남북관계사를 냉철히 분석한 결과, 대남관계의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하며 흡수통일을 추구하는 ‘대한민국 것들’과는 통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서 남북관계를 ‘적대적인 두 개의 국가관계이며 전쟁 중에 있는 두 개의 교전국가간 관계’라고 못 박고, 통일전선부 등 대남 사업기구를 정리·개편하고 유사시 핵무기 등 전체 무력을 동원하여 ‘남조선의 전 영토를 평정’할 준비를 하라고 지시했다.
한편 연말 전원회의를 마친 뒤에 최선희 외무상이 리선권 통일전선부 부장을 비롯한 대남관계 부문 간부들과 협의회를 진행하였으며, 김 위원장이 군 주요 지휘관을 격려하는 자리를 가졌다고 북한 언론이 보도했다.
남북관계가 국가관계로 바뀌면 무엇이 달라질까
남북관계 역사를 통틀어 쌍방의 정치지도자 중에서 상대와의 관계가 적대적인 교전국가 관계이며 함께 통일을 성사시킬 수 없다는 언급을 감히 꺼낸 사람은 없었다. 한반도 평화통일은 대한민국 헌법정신의 중요한 일부분이고 ‘식민지 남조선을 해방시키고 조선반도를 통일’하겠다는 것은 북한 노동당 규약의 기초이자 북한 정권 정체성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2021년 1월 당 규약 개정을 통해 이미 ‘남조선 해방’ ‘통일’이라는 표현을 삭제했으나, 여전히 우선 ‘공화국 북반부’에서 부강한 사회주의를 건설하고 ‘전국적 범위’에서 사회의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발전을 실현한다는 표현을 유지하고 있어, 통일을 포기하고 ‘북반부’만 따로 살겠다는 새로운 정체성을 정했다고 보기 어렵다. ‘대한민국 것들’ 때문이라고 책임을 전가하고 있지만 어쩌면 김 위원장의 발언은 통일을 ‘안’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기보다는 북한 주도로 통일을 ‘못’하게 된 현실을 인정하는데 무게가 실린 것으로 보인다.
물론 지금으로서는 북한이 ‘두 개 국가론’을 들고 나온 충격적이고 감정적인 언급을 ‘통일포기 선언’이나 ‘북한독립 선언’으로 단정하기는 이르다. 아마도 북한의 의도는 2년 후 열릴 9차 당 대회에서 명백히 드러날 것이다. 앞으로 ‘두 개 국가론’이 가져올 북한 내외부에서의 파장과 현실에서의 득실 문제를 점검하면서 9차 당 대회의 주요 안건으로 준비해 나갈 것이다.
여기서는 일단 북한이 남한을 화해와 통일의 상대로 대하지 않고 공식적으로 남북관계를 국가 간 관계로 전환하면 즉, 통일을 포기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개괄적으로 일별해 보자.
우선, 대남관계가 국가관계로 되면 미수복 지역(남조선 식민지)을 회복한다는 대남 선제공격의 명분이 없어진다. 소위 ‘통일전쟁’이 근거를 잃게 된다. 국제법이 적용되는 주권국가에 대한 침략으로 규정되며 내전이 아니기 때문에 제3국의 참전도 내정간섭으로 주장할 수 없다. 다른 나라로 규정하는 대한민국에 주둔하는 미군이 철수해야 한다는 주장도 명분이 사라진다. 그래서 우리 입장에서 보면, 현재의 불안정한 정전체제보다 북한의 남침 가능성이 낮아져 오히려 우리 안보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북한이 남쪽에서 먼저 북침했다는 구실을 만들거나 예방전쟁의 명분으로 먼저 전쟁을 시작할 수 있기 때문에 남북이 지금처럼 극도의 불신 상태를 지속하는 한 한반도 전쟁위험은 조금도 줄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김정은 위원장의 말대로 남한이 화해와 통일의 상대가 아니라면 대남관계를 특수관계로 다룰 필요가 없고, 교류가 있다 해도 민족 내부에서의 반입·반출이 아니라 수입·수출이 될 터이므로 일반국가 차원에서 사안을 다룰 것이다. 앞으로 북한은 남한문제를 외무성의 부분 업무로 취급하게 될 가능성이 많다.
둘째, 지난 70년 동안 북한 주민들에게 주입된 통일이념과 소명의식을 단번에 일소하기 어렵고 북한 체제를 지탱해온 이념체계와 논리를 개변해야 한다는 점도 고민이 될 것이다. 우리는 민간 차원의 남북교류를 통해 ‘통일’이라는 말만 나오면 거의 반사적으로 눈물을 머금던 이념 포로로서의 북한주민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다. 만약 누군가 감상적인 차원에서 대한민국과의 통일을 이야기하면 이를 ‘이적행위’로 삼아 처벌할 수 있을까?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민족감정의 자연적 발로가 민주화의 씨앗이 되는 것을 보고만 있을 것인가 등 난감한 현실 상황에 처할 수도 있겠다.
우리 사회에서도 젊은 MZ세대를 중심으로 통일에 무관심한 층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기성세대도 북한의 핵문제와 열악한 인권상황에 식상하여 남북 화해나 교류에 부정적인 생각이 확대되고 있기는 하다. 서로 싸우거나 간섭하지 말고 차라리 따로 살고 싶다는 충동에도 불구하고 민족은 당국의 정책선언으로 한 개가 두 개로 되지 않는다. 과거 동독이 ‘두 개 국가론’을 넘어 민족의 정의를 바꾸면서 두 개 민족론까지 주장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이러한 점에서 북한 당국이 ‘두 개의 국가론’을 차기 당 대회에 올리기 위해서 가장 신중하게 검토해야 할 부분은 대내적인 효과 부분이 될 것이다.
셋째, 북한이 남북관계를 국가관계로 규정한다고 해도 국제사회에서는 이미 남북이 별개의 국가로 인정되고 유엔에도 동시에 가입하고 있기 때문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다. 다만 북한은 영문 명칭(DPR Korea)의 변경으로 북한의 기존 이미지를 바꾸려고 할 가능성이 크다. 예컨대 코리아(Korea)를 조선(Chosun)으로 바꾸고 유엔 등에도 명칭 변경을 등록할 수 있다.
북한이 남한을 남조선(South Korea)이 아닌 대한민국(RO Korea)으로 부르기 시작했듯이, 국제사회에서도 북한(North Korea, 또는 DPR Korea))이 아니라 조선(Chosun, DPRC)으로 불러달라고 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지난 30년간 국제사회를 골치 아프게 했던 북핵문제(North Korean Nuclear Problem)라는 말은 자연스럽게 사라지고, 마치 새로운 나라인 양 ‘핵보유국 조선’이 등장하게 될지도 모른다.
김정은 위원장의 통일문제 발언 평가와 정부의 미흡한 대응
김정은 위원장의 ‘통일문제’ 발언은 매우 유감스럽다. ‘만일의 경우 발생할 수 있는 핵위기 사태’라는 전제를 달기는 했지만 남한 전 영토를 평정할 ‘대사변’을 준비하라는 말도 개탄스럽고, 그동안의 남북 화해와 교류협력 노력을 부정하며 남북관계는 교전국가 사이의 적대관계라는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은 퇴행적이다. 특히 지난 70년간의 남북관계사를 면밀하게 검토한 결과로 이러한 언급을 했다는 것은 매우 실망스럽다.
남북의 역대 지도자는 서로가 적대적 교전(휴전) 당사자임을 잊지는 않되, 오히려 그 관계를 변화시키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해 왔다. 적대관계가 종식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적대관계를 종식시키고 궁극적으로는 하나의 민족으로서 통일을 지향해 나가기 위해서 남북 교류협력이 필요한 것이고 그런 필요가 남북관계사를 쓰게 했다. 김 위원장의 이번 반통일적 발언은 두고두고 남북관계사의 오점이 될 것이다.
우리 정부가 ‘북한의 도발에 강경한 대응을 하겠다’는 새롭지 않은 논평을 국방부 차원에서 낸 것 말고는 북한의 ‘두 개 국가’ 주장에 대해서 일언반구 언급이 없는 것도 유감이다.
평화통일은 우리 헌법정신이며 대통령의 주요한 책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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