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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차 전문가포럼 온라인 생중계

트럼프 정부 출범, 어디로 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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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1
등록일
2024-12-17

트럼프 정부 출범, 어디로 갈 것인가?

역대 어느 때보다 치열했던 미국의 대통령 선거전이 종료되고 트럼프 행정부가 향후 4년간 국정운영을 책임지게 되었다.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은 미국뿐만 아니라 국제질서 전반에 영향을 주는 사안이다. 115차 전문가포럼에서는 트럼프 행정부 2기의 대외정책 기조와 국제정세에 대한 영향을 전망하고자 한다.

참석자

민정훈(발표)
(국립외교원 미주연구부 교수)
남기정(사회)
(서울대 일본연구소 교수)

1. 발제

(민정훈 국립외교원 미주연구부 교수)

 

현재 국내 정치 상황이 상당히 혼란스러운 가운데, 미국을 연구하는 전문가로서 깊은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두 번째 임기가 약 열흘 후 출범할 예정인 상황에서, 한미관계에서 우리의 일상적인 외교력은 과거보다 회복되었다고 평가되지만, 여전히 중요한 외교적 사안에 대해 선제적으로 결정을 내리고 협상을 주도할 역량이 부족하다는 점이 걱정스럽다. 따라서 탄핵 정국이 조속히 마무리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2024년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

 

“2024년 미국 대선은 트럼프 후보의 유권자 투표 및 선거인단 투표 모두 승리, 연방 의회 다수당 장악, 러스트벨트 지역 재탈환 등의 요인으로 공화당에 유리한 정치 지형을 형성하게 되었다.”

미국 대통령 선거는 유권자 투표와 선거인단 투표라는 두 가지 방식으로 진행된다. 우리나라처럼 투표 결과를 전국적으로 집계해서 승자를 결정하는 방식이 아니다. 각 주별로 투표 결과를 집계하여 각 주에서 최다 득표를 한 후보가 해당 주의 선거인단을 모두 확보하는 승자독식 방식이 적용된다. 

 

 

2024년 대선에서 트럼프 공화당 후보는 전국 유권자 투표의 49.8%를 얻었고, 해리스 민주당 후보는 48.3%를 획득했다. 트럼프 후보는 31개 주에서 승리했고, 해리스 후보는 19개 주 및 워싱턴 D.C.에서 승리했다.

 

치열한 접전이 펼쳐질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선거인단 투표 결과 트럼프 후보는 총 538표 중 312표를, 해리스 후보는 226표를 획득하며 트럼프 후보가 47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이는 21세기 들어 공화당 후보가 유권자 투표와 선거인단 투표를 모두 승리한 두 번째 사례로, 2004년 조지 W. 부시 이후 처음이다. 당시 부시는 중동 전쟁으로 인해 높은 지지율을 유지한 특수한 상황이었음을 고려할 때, 2024년 트럼프의 승리는 공화당에 상당히 고무적인 결과이다.

 

대선과 함께 치러진 연방 의회 선거에서도 공화당이 다수당 지위를 확보했다. 연방 상원에서는 총 100석 중 공화당이 53석, 민주당이 47석을 차지했으며, 연방 하원에서는 총 435석 중 공화당이 220석, 민주당이 210석을 확보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주요 정책을 추진하는 데 예산을 집행할 수 있도록 입법적 지원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트럼프 당선인의 공화당 내 영향력이 굉장히 강하다는 걸 고려해 보면 공화당의 의회 장악으로 정치적 행보에 힘을 실어 줄 중요한 날개를 얻은 셈이다.

 

2024년 대선에서 트럼프 후보가 전국적으로 50%에 가까운 유권자 투표를 획득한 것은 정치적 정당성 측면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이는 거의 과반수의 국민이 트럼프와 그의 정책을 지지하고 있다는 정치적 명분이 되어 주며, 트럼프 대통령이 임기 초반 강력한 정책 추진 동력을 확보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유권자 투표 결과로는 2% 미만의 차이이지만 30개가 넘는 주에서 승리함으로써 트럼프의 압승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의 대선은 표심이 결정되어 있고 변동이 거의 없는 주(세이프 스테이트)가 대부분인데 그렇지 않은 6~7개의 경합주(펜실베이니아, 미시간, 위스콘신, 조지아, 노스캐롤라이나 등)에서의 승리가 결정적인 요소이다. 그래서 해당 주들은 대선 때마다 항상 언론의 주목을 받고 대선 후보들도 빈번하게 방문해 표심을 얻기 위해서 노력한다. 

2024년 트럼프 후보는 경합주에서 승리하며 선거인단 과반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는 2016년 트럼프의 첫 당선 사례와 유사하다. 당시 상원의원이자 국무장관이었던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전국 유권자 투표에서는 앞섰지만, 아웃사이더였던 트럼프가 경합주를 석권하며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2008년 대선에서는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후보와 공화당의 고(故) 존 매케인 후보가 맞붙어 오바마가 승리했다. 당시 미국에 발생한 금융 위기로 인해 여당 후보였던 매케인이 불리한 입장이었다.

2012년에는 오바마가 공화당의 미트 롬니 후보와의 경쟁에서 승리를 거두며 재선에 성공했다. 그러나 인디애나, 노스캐롤라이나 등 일부 주가 공화당으로 돌아서며 변화가 감지됐다.

2016년 대선에서는 뚜렷한 변화가 나타났다. 아이오와, 위스콘신,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플로리다 등 주요 경합주 6곳에서 트럼프 후보가 근소한 차이로 승리했다. 이를 통해 트럼프는 해당 주들의 선거인단을 모두 확보하며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2020년 대선에서는 다시 주요 경합주들이 민주당에 유리하게 돌아서면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었다.

2024년 대선에서는 주요 경합주들이 다시 공화당에 유리하게 변화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 후보가 재선에 성공하게 되었다.

 

특히, 러스트벨트 지역은 미국 대선의 핵심 승부처로 꼽힌다. 과거 미국 제조업의 심장, 자동차 산업의 메카였던 이 지역은 원래 노동조합의 힘이 강해 1990년대부터 2016년 이전까지는 민주당의 텃밭이라고 할 정도였다. 그러나 세계화의 물결로 생산시설이 해외로 빠져나간 뒤 산업 쇠퇴와 일자리 감소, 이민자와의 일자리 경쟁을 겪으며 불만이 높아진 노동자들은 트럼프의 보호무역 정책에 긍정적 반응을 보였으며, 2016년 공화당에 표를 던졌다. 바로 이 부분이 넘어가면서 트럼프가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이다. 

2020년 바이든 당선 시에는 다시 민주당으로 기울었으나, 2024년 대선에서는 트럼프가 이 지역에서 다시 승리하며 재선에 성공했다. 러스트 벨트 지역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향후에도 미국 대선 시기마다 이 지역의 표심을 잡기 위한 보호무역주의 통상정책, 첨단 제조업 분야를 중심으로 미국 내 생산시설을 건립하고자 하는 미국 정치권의 요구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므로 우리도 꾸준히 대응해 나갈 필요가 있다. 


2024년 대선 결과를 분석해보면, 트럼프 후보의 승리는 전통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해 온 비백인 유권자들의 표심 변화에서 비롯되었다. 히스패닉, 흑인, 아시아계 등 민주당의 핵심 지지층으로 여겨졌던 비백인 유권자들이 대거 트럼프를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비백인 유권자뿐만 아니라 여성, 젊은층, 교외 거주 유권자들의 지지도 증가가 트럼프의 승리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와 같은 변화로 인해 트럼프 후보는 유권자 투표와 선거인단 투표 모두에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이러한 결과는 민주당에 중대한 정치적 과제를 남겼다. 전통적 지지층을 다시 끌어안기 위해 민주당은 어떤 개혁과 비전을 제시할 것인지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확고한 리더십이 부재하고, 새로운 비전을 정립하기 위한 노력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이 같은 상황에서 민주당은 당분간 공화당의 약진을 저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이 이 정치적 난관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앞으로의 대응 방식은 중요한 정치적 관전 포인트로 주목할 만하다.

 

트럼프의 재선이 한미 관계에 미칠 영향

 

가장 중요한 점은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 정치에서 압승을 거뒀기 때문에 트럼프의 정책 기조를 국내에서 뒷받침해 줌으로써 대외정책에서도 그 영향력을 강력하게 유지할 것이라는 점이다. 미국은 이에 따라 '미국 우선주의'를 주장하며 완화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2020년 대선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트럼프가 재선에 실패했지만, 그는 여전히 7300만 표라는 많은 표를 얻었다. 이는 2016년 대선보다도 약 1000만 표 이상 많은 득표 수였으며, 역대 공화당 후보 중 최다 득표 기록이었다.

코로나19와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재선에는 실패했지만, 그가 내세운 '미국 우선주의'에 대한 미국 유권자들의 지지는 크게 변하지 않은 셈이다. 게다가 2024년 대선에서 트럼프는 50%에 육박하는 유권자 지지율과 함께 선거인단 310표를 확보하며 압승을 거뒀기 때문에, 트럼프가 내세우는 미국 우선주의의 인기와 영향력이 미국 내에서 여전히 크다고 볼 수 있으며, 그러한 정치적 정당성을 바탕으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미국 우선주의 대외 정책을 강력하고 빠르게 밀어붙일 것으로 예상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는 갑작스레 등장한 예외적 현상이 아니라, 미국 내부의 구조적 요구와 전략적 배경 속에서 나타난 하나의 흐름이었다. 미국 국민들의 요구는 여전히 분명하다. '국내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하라'는 메시지는 트럼프 이전과 이후에도 일관되게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는 이를 독특한 스타일로 구현한 것에 불과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는 기존의 미국 우선 대외정책의 연장선상에서 큰 맥락을 공유하고 있다. 이를 이해하면 트럼프가 한국에 방위비 분담금을 더 요구하고, 관세를 활용해 세계 각국에 압박을 가하는 이유를 보다 명확히 알 수 있다.

2016년, 2020년, 그리고 2024년 대선에서 트럼프가 내건 슬로건은 거의 동일했다. 바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Make America Great Again)", 일명 '마가(MAGA)'이다. 이 슬로건은 2016년 트럼프가 대선에 출마했을 당시, 그가 미국이 더 이상 위대하지 않다고 판단했음을 암시한다. 당시 미국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의 버락 오바마였으며, 트럼프는 오바마 행정부가 미국을 쇠퇴하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그는 자신이 대통령에 당선되어 오바마가 망쳤다고 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재건하겠다는 정치적 의지를 표명했다.

그렇다면 트럼프가 말하는 '위대한 미국'의 모델은 무엇일까? 대다수 전문가들은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를 트럼프가 롤 모델로 삼고 있다고 평가한다. 레이건은 공화당 소속 대통령으로 8년 동안 집권하며 보수주의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그의 국내정책은 친기업적이고 보수적인 경제정책을 통해 경제의 안정과 성장을 도모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대외정책 측면에서는 냉전 말기 소련과의 군비 경쟁과 체제 경쟁을 통해 '힘을 통한 평화'를 구현하며 강력한 미국의 이미지를 전 세계에 각인시켰다.

이러한 레이건의 미국을 본보기로 삼아 트럼프는 자신의 방식으로 미국의 위대함을 다시 세우겠다는 주장을 펼쳤던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를 모델로 삼았지만, 동일한 방식으로 정책을 추진할 수는 없었다. 트럼프의 정책적 차별성은 그의 선거 슬로건, “미국인을 고용하고, 미국산을 구매하라(Hire American, Buy American)”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이는 미국 우선주의의 두 축의 핵심을 구성하고 있다.

첫 번째 축인 “미국인을 고용하라(Hire American)”는 단순히 미국인 노동자를 우선적으로 고용하라는 요구를 넘어, 이민자, 특히 불법 이민자와의 경쟁으로부터 미국 노동자를 보호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트럼프 행정부는 강력한 이민 규제 정책을 추진할 것이다. 불법 이민자들의 유입을 차단하고, 해외 노동력의 유입을 제한함으로써 미국 노동자들에게 더 나은 환경과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두 번째 축인 “미국산 제품을 구매하라(Buy American)”는 다른 국가의 제품보다 미국산 제품이 더 경쟁력을 갖추도록 만들겠다는 목표를 내포하고 있다. 트럼프는 국제 통상 환경이 미국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미국이 2차 세계대전 이후 자유 세계 경제 체제를 주도해 왔으나, 시간이 지나며 이 시스템이 미국 노동자와 기업들에게 불공정하게 변했다고 보았다. 특히, 중국과 일부 국가들이 미국 제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반면, 미국은 이에 상응하는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트럼프는 이러한 불공정 무역 관행이 미국의 경제적 이익을 저해한다고 보았으며, 이를 바로잡기 위해 강력한 보호무역주의와 관세 정책을 추진할 것이다. "관세를 사랑한다"고 공언한 그는 관세와 같은 무역 수단을 통해 공정한 경쟁의 장을 조성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는 미국 기업과 노동자들이 국제 시장에서 정당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겠다는 선언과도 같다.

이렇게 트럼프 대통령이 내세운 미국 우선주의는 이민 정책과 통상 정책을 두 축으로 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게 된 배경은 단순히 즉흥적인 포퓰리즘이나 선거 전략의 결과물로 보기 어렵다. 이는 이미 미국 내부에서 오랜 기간 축적된 환경적, 구조적 변화와 맞물려 있다.

우선, 1990년대 냉전이 끝나고 소련과 공산주의가 붕괴하면서 미국은 유일한 초강대국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2001년 9·11 테러 이후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이라크 전쟁 등 중동에서의 "테러와의 전쟁"에 막대한 자원을 투입하는 과정에서 미국의 국력과 재정은 상당히 소진되었고, 여기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겹치면서 미국 경제는 큰 충격을 받게 되었다.

이러한 경제적·사회적 혼란 속에서 미국 내부에서는 "더 이상 국제 문제에 과도하게 개입하지 말고, 국내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는 2008년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후보가 당선된 배경이기도 하다. 오바마 대통령은 경제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1930년대 루즈벨트의 뉴딜 정책처럼 대규모 양적 완화를 통해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려 했다. 이 시기 미국 외교는 국제 무대에서의 역할이 축소되었고, 일부에서는 "종이호랑이"라는 비판을 받을 정도로 소극적이었다.

오바마 행정부의 8년 동안 미국 경제는 점차 회복세를 보였지만, 여전히 다수의 미국 유권자들은 세계 경찰 역할에서 벗어나 국내 문제에 집중해 주길 바랐다. 이는 2016년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배경이 되었다. 미국 국민들은 여전히 국제 문제보다는 국내 경제와 삶의 질 개선에 대한 요구를 강하게 표출하고 있었고,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는 이러한 시대적 흐름 속에서 등장했다. 그는 국제 문제에 선택적으로 개입하고, 미국의 자원을 국내 경제에 더 집중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트럼프가 내세운 정책과 방향은 갑자기 튀어나온 것이 아니라, 이러한 배경 속에서 자신만의 신념과 방식으로 구현한 결과였다.

물론 트럼프 행정부는 거친 언행과 파격적인 접근법으로 주목을 받았다. 이는 이전 행정부들과 차별화된 부분이지만, 정책 기조 자체는 미국 정치사에서 전례 없는 방향은 아니다. 과거에도 미국은 특정 시기에 국내 문제에 더 집중하며 국제적 역할을 축소한 사례가 있었다.

 

동맹 정책 : 선택적 개입주의, 거래 중심 동맹관

 

미국이 21세기에 고립주의로 회귀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여전히 국제 문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지만, 과거처럼 모든 문제에 개입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트럼프는 미국의 국익을 최우선으로 두며, 필수적인 사안에만 제한적으로 개입하는 "선택적 개입주의" 기조를 내세웠다.

특히 동맹국 및 파트너 국가들에 대한 정책은 철저히 "거래적" 접근을 취하여, 동맹국들이 방위비 분담금을 더 많이 부담하고, 자국의 역할을 더욱 적극적으로 수행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통상 정책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무역기구(WTO)와 같은 기존의 다자간 무역 체제와 경제 협력이 더이상 미국의 국익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고 판단해 무시하고, 양자 무역을 통해 국제 경제 질서에서 강대국으로서의 힘을 노골적으로 행사함으로써 공세적으로 미국의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고 있다.

한국을 포함해 유럽과 아시아의 대미 무역 흑자국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압박을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논리의 핵심을 구성하는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와 무역수지 조정 압박은 유럽과 아시아의 동맹국들 모두에 무차별적으로 적용될 것이므로 이에 대비해야 한다. 이러한 정책 기조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치적 논리에 기반한 것이다. 


통상 정책 : 일관된 신념, 공세적 접근

 

“트럼프의 통상 정책의 핵심 전략은 관세를 통해 무역수지 적자를 줄이고, 동맹국들에게 방위비 부담을 확대하며, 경제적 협상에서 미국의 우위를 강화하는 것이다. 이러한 접근은 단순히 선거 승리를 위한 급조된 공약이 아니라 수십 년간 일관되게 지속해 온 그의 신념에서 비롯된 것이며, 2기 행정부에서도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의 통상 정책이 즉흥적인 아이디어나 선거를 위한 단기 전략이 아니라는 점은 1987년 트럼프가 부동산 개발업자로 활동하던 시절, 미국 주요 신문(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보스턴글로브)에 게재한 기고문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당시 기고문에서 트럼프는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의 대외 정책을 비판했다. 그는 “자국 방어에 충분한 여력이 있는 국가를 위해 왜 미국이 막대한 돈을 써야 하는가?”라는 문제를 제기하며, 미국이 동맹국의 방위를 위해 과도한 비용을 지출하는 것에 불만을 표명했다. 

특히, 1980년대 당시 세계 경제를 뒤흔들었던 일본과 같은 부유한 국가들에게까지 미국이 방위비용을 지원하는 것을 지적하며, 이들이 “미국의 자원을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는 이들 부유한 국가들로부터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하게 하여, 그로 인해 절감된 재정으로 미국 내 농부, 빈곤층, 그리고 일자리가 없는 사람들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미국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트럼프의 공세적 통상 정책 기조는 수십 년간 일관되게 지속해 온 그의 신념에서 비롯된 것이라 볼 수 있으며, 2기 행정부에서도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스타일이 포퓰리즘적인 경향을 띠는 만큼, 국제적 반대나 내부의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할 경우, 정책의 수위 조절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지만 기본적인 방향성은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도 통상 및 안보 분야에서 신중하고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대중(對中) 정책 : 1기 회고와 2기 전망

 

트럼프 행정부는 1기 집권 시절부터 대중국 견제를 핵심 대외정책으로 내세웠다.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기 위해 더 이상 협력대상이 아닌 미국 중심의 국제 질서를 흔들려는 수정주의 국가, 불량국가로 낙인찍고 미중경쟁을 본격화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도 이러한 대중국 견제 기조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복기해 보면 트럼프 1기 시절의 대중국 견제는 트럼프가 말폭탄을 퍼붓긴 했으나 실질적인 성과는 제한적이었다.

통상 분야에서는 관세 부과를 통해 대중국 무역수지 적자를 줄이려 했다. 1차 미중 무역합의에서 중국은 미국산 농산물(특히 대두)을 대규모로 수입하기로 약속했으나 실제로는 잘 이행되지 않아 초기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했으며, 2차 합의는 사실상 진행되지 못한 채 마무리되었다.

군사·안보 측면에서도 트럼프 행정부는 남중국해에서의 중국의 영유권 확대에 대응하여 ‘항행의 자유 작전’을 진행했지만, 실질적인 견제 효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중국은 국제사법재판소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인공섬 건설을 지속하며 남중국해에서의 영향력을 강화했다.

정치와 인권 문제에서도 트럼프 행정부는 강한 언사로 중국을 비판했으나, 실질적인 제재나 압박은 상대적으로 미약했다. 결론적으로 대중국 견제라는 목표 의식은 있었으나 실제로 정책을 통해 효과적으로 견제하지는 못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대중국 견제는 더욱 체계적이고 다각적으로 진행되었다. 첨단 기술 분야에서의 초격차 확보를 목표로 핵심 산업에서 중국의 접근을 철저히 차단했다. 또한 동맹국과 파트너 국가를 결집해 중국을 국제무대에서 고립시키는 전략을 강화했다.

이로 인해 중국은 첨단 기술 분야에서 원천 기술 부족이라는 한계를 절감하며, 경제 체제 변화를 꾀하려 했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특히, 전기차나 배터리 부문에서는 중국이 앞서고 있었으나 반도체, AI, 바이오 등 핵심 산업에서는 미국과의 격차를 좁히지 못했다. 현재 중국이 겪는 경제적 어려움은 중국 내부의 한계에 부딪친 것도 크지만 바이든 행정부 4년의 대중국 견제도 일조했다고 볼 수 있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로 바뀌면서 대중국 견제 정책은 계속되겠지만 그 기조가 바뀔 것으로 예상되며 바이든 행정부보다는 어쨌든 숨통이 트이는 효과는 있을 것이기 때문에 중국으로서는 희비가 교차하는 복잡한 감정으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바라보고 있을 듯하다. 

 

준비된 행정부 : 인적·제도적 완성도 강화

 

트럼프 2기 행정부는 1기 때와는 달리 높은 수준의 준비도를 갖춘 모습으로 출발할 전망이다. 우선 2016년 대선보다 더 체계적이고 조직화된 선거 캠페인이 이루어졌으며, 단순히 선거 전략에서 그치지 않고, 향후 행정부 운영의 기반까지 구축한 것으로 평가된다. 1기 행정부 출범 당시에는 장관급 인선이 늦어지는 등 체계 부족으로 혼란이 있었지만, 2기에는 풍부한 인적 자원과 제도적 기반을 바탕으로 당선 직후 신속한 인사 및 정책 집행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당선 후 17일 만에 주요 인선이 마무리될 것이라는 관측은 트럼프 캠프의 철저한 준비를 보여주는 사례다. 이처럼 강화된 제도적·인적 기반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 추진력을 한층 높이는 역할을 할 것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외정책 전망

 

정책 기조 : "어젠다 47"과 공화당 정강 정책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 기조를 예측하는 데 있어 주목할 만한 자료는 트럼프 캠프의 공식 홈페이지에 게시된 "어젠다 47"이다. 이는 트럼프 후보가 내세운 주요 정책 의제를 정리한 문서로, 2기 행정부의 우선순위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다.

트럼프는 1기 행정부 시절에도 자신이 선거 캠페인에서 약속했던 주요 공약들을 정책으로 실현하기 위해 일관되게 노력한 바 있다. 따라서 "어젠다 47"에서 제시된 의제 역시 2기 행정부에서 충실히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의 대외정책 방향을 보여주는 또 다른 지표는 2024년 공화당 정강 정책이다. 전통적으로 미국에서 대선을 치르는 해의 정강 정책은 대선 후보의 공약집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이며, 대선 이후 행정부의 정책 운영에 그대로 반영된다. 대선 공약을 실현하기 위한 트럼프의 정책적 일관성은 1기 행정부에서도 확인된 바 있으며, 2기 행정부에서도 이러한 특성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외교·안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은 전략적 선택과 집중, 그리고 거래 중심의 동맹 관리에 중점을 두며, 국제 무대에서 미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 조기 종결 시도

첫째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조기 종결에 우선적으로 집중할 것이다. 트럼프는 취임 후 24시간 내 전쟁을 끝내겠다는 발언으로 주목받았으나, 이후 현실적인 한계를 인정했다. 

현재 전쟁은 러시아에 유리하게 전개되고 있으며, 트럼프 행정부는 양측의 국경선과 현 상황을 토대로 조정과 타협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이 가진 영향력을 적극 활용해 전쟁의 출구 전략을 모색하겠지만, 양측의 국력이나 전황을 고려할 때 결과적으로 러시아가 유리한 조건에서 전쟁이 마무리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나토 동맹 관계 : 긴장과 재협상

트럼프의 동맹 관리 방식은 1기 행정부와 유사하게 나토(NATO) 회원국들에게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강하게 요구하는 형태로 나타날 전망이다. 처음에는 GDP 대비 2% 수준의 국방비 지출을 주장했는데 최근에는 5%까지 올라갔다. 터무니없는 이야기는 아니다. 미국의 국방비 지출이 거의 5%에 근접하기 때문에 트럼프는 나름대로의 근거를 가지고 주장하는 것이지만 유럽 입장에서는 달성하기 어려운 요구이다. 

이와 더불어, 덴마크 자치령인 그린란드의 매입 재추진과 같은 트럼프 특유의 전략적 접근도 나토 동맹국 간의 긴장을 초래할 수 있다. 이러한 요구와 압박은 미국-나토 간 동맹 관계의 불협화음을 유발하며, 독일, 프랑스 등 주요 회원국들과의 관계가 삐걱거릴 가능성이 있다.

다만, 트럼프의 초기 행보가 유럽과 나토 동맹에 집중될 경우, 한국과 같은 동맹국은 우선순위에서 멀어져 상대적으로 압박의 강도가 낮아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는 한국에 숨 고르기를 할 여지를 제공할 수 있다.

 

중동 정책 : 이스라엘 중심의 재편

중동에서는 급격한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트럼프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관계에서 이스라엘을 전적으로 지지해 왔다. 1기 행정부 당시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미국 대사관을 이전하며 이스라엘의 숙원을 풀어 주었고,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도 대놓고 이스라엘 편을 들었다. 이스라엘 총리 네타냐후 역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함께 대내외적으로 정치적 입지를 강화할 수 있으므로 트럼프의 요구에 맞춰 전쟁 조기종결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다. 

한편 1기 행정부에서 체결했던 "아브라함 협정 1.0"을 이어서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관계 개선을 추구하는 반면, 이란을 더욱 적대시하며 고립시키며 이스라엘-사우디-이란 3개 축으로 구성된 전통적인 중동의 세력 균형을 재편하려는 시도가 예상된다. 그로 인해 단기적으로는 중동 내 평화가 도래할 가능성도 있다.

 

경제·통상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경제·통상 정책은 크게 두 가지 축으로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첫째는 관세를 통한 무역수지 적자 감축이며, 둘째는 첨단기술 분야에서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는 것이다.

 

1기 행정부가 관세 정책에 주력했다면, 2기에는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국 기술 경쟁 기조를 더해 통합적 접근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첨단기술 접근을 차단하고 미국을 첨단 제조업의 허브로 육성하려는 이러한 정책 기조 하에서 중국의 대응과 한국의 포지셔닝이 주요 과제로 대두될 것이다.

 

에너지 정책에서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바이든 행정부가 인플레이션 감축법 등을 통해 친환경 에너지 전환을 추진했다면, 트럼프는 미국의 풍부한 화석연료를 적극 활용하는 정책으로 선회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저렴하고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을 통해 미국 산업의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고, 에너지 수출을 통한 경제적 이익 창출을 도모하는 전략이다.

 

특히 에너지를 동맹국과 비동맹 적성국에 대한 전략적 레버리지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뚜렷하다. 따라서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에너지 정책은 굉장히 중요한 수단이 될 것이며 이는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따른 보조금 정책의 변화를 수반할 수 있어, 한국 기업들의 선제적 대응이 요구된다. 아울러 미국의 화석연료 공급 확대에 따른 에너지 섹터의 기회 활용 방안도 중요한 검토 과제가 될 것이다.

 

미중 관계, 한미 관계, 북미 관계 

 

미중 관계에서는 첨단기술 및 핵심 분야를 중심으로 한 디커플링 정책이 강화될 전망이다. 나머지 분야에서는 현상유지 기조를 보일 것으로 예측된다. 군사·국방 분야에서는 트럼프의 실리주의적 성향을 고려할 때, 중국과의 전면적 군사 충돌은 회피하면서 기존의 군사적 우위를 유지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인권 문제는 수사적 비판에 그칠 가능성이 크며, 경제·통상 분야를 중심으로 한 미중 경쟁 심화가 예상되므로 이에 대해 한국의 대비가 필요하다.

 

한미 관계는 대중국 견제라는 큰 틀 안에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우선 대외정책은 한미 관계에도 적용될 것이다. 한국의 제조업 역량과 대중국 견제를 위한 전략적 가치는 여전히 중요하게 평가될 것이나, 거래적 동맹관계가 더욱 부각될 전망이다.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 요구와 무역수지 적자 해소 압박이 예상되며, 이에 대응하여 한국은 무역 다변화와 대미 에너지 수입 확대 등 선제적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

 

북미 관계는 트럼프의 외교적 성과 과시 성향을 고려할 때 정상외교 재개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며, 그를 통해 북한 문제를 관리하는 데 방점이 찍힐 것이다. 북한의 대러 군사협력이 증대되고 있는 상황을 지켜봐야 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트럼프의 중재로 러시아와 우호적인 관계를 형성하면서 마무리된다면 그 향방이 북러 군사협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면 북한도 미국과의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될 수 있다. 

다만 이는 즉각적인 비핵화나 군축 협상으로 이어지기보다는 한반도 안보 상황 안정화와 역내 강대국 간 역학관계의 미묘한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은 북미 관계 개선 시 수행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한 체계적인 준비가 요구된다.

 

 

2부 질의응답과 토론

 

Q. 트럼프의 재등장으로 미국식 민주주의에 대한 재평가와 제도 보완 논의가 미국 사회 내에서 일어나고 있는가?

 

A. 미국의 선거 제도, 특히 유권자 투표와 선거인단 제도의 괴리 문제는 오랫동안 논란이 되어왔다. 선거인단 제도는 인구가 많은 주와 적은 주의 정치적 대표성을 보완하고, 당시 유권자들의 정치적 판단 능력에 대한 엘리트주의적 불신과 우려를 반영한 절충안으로 도입됐다.

하지만 이 제도의 개선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헌법 개정을 위해서는 연방 상하원의 3분의 2 찬성과 50개 주 중 4분의 3의 동의가 필요한데, 기존 제도에서 혜택을 보는 주들이 있어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이다.

특히 2020년 대선 불복 사태 이후 미국 민주주의의 작동 방식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고, 제도 개선의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4년간 실질적 변화는 없었다. 이는 미국식 절차적 민주주의의 한계를 드러냈고, 중국이나 러시아 같은 권위주의 국가들이 미국을 비판하는 근거가 되고 있다.

2024년 대선이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된 것은 제도적 보완의 결과가 아닌, 2020년 대선에서 문제를 일으켰던 트럼프가 이번에는 당선되었기 때문이다. 미국식 민주주의의 구조적 한계는 여전히 잠재적 위험 요소로 남아있는 상황이다.

 

Q.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미국 경제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그린란드와 파나마 등에 군사력 투입 가능성을 언급하는 등으로 볼 때, 오히려 안보 차원의 성과 도출에 집중할 가능성을 어떻게 보는지?

 

A. 그럴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트럼프는 외교·안보보다 경제·통상 분야에 더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외교·안보 관련 발언도 결국 동맹국들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이나 무역수지 적자 해소와 같은 경제적 이해관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린란드 관련 발언도 안보적 맥락보다는 경제적 가치에 주목한 것으로 해석된다. 기후변화로 인해 동토가 녹으면서 드러나는 희토류와 광물자원의 경제적 가치가 주된 관심사라고 볼 수 있다. 물론 북극권 루트를 통해 넘어오는 적국의 탄도미사일 방어 시스템 설치 등 안보적 고려도 있지만, 이는 부차적인 것으로 보인다.

파나마 운하 관련 발언 역시 마찬가지이다. 20세기 초 미국이 건설했으나 20세기 중후반 파나마에서 시위가 일어나면서 지미 카터 대통령이 소유권을 넘기기로 결정했고 현재는 파나마가 운영권을 보유하고 있어서 미국은 통행료를 내고 사용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가 파나마 운하를 회수하겠다는 것은 중국이 중남미 지역에서 경제적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에 대한 불만이 반영된 것이다.

트럼프는 기업인 출신답게 전통적인 워싱턴 엘리트들과는 다른 시각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의 핵심 이익과 관련된 사안에 대해서는 직설적이고 때로는 극단적인 언어를 사용하지만, 이는 기본적으로 사업가의 마인드에서 비롯된 것으로, 외교·안보보다는 경제·통상 이익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Q. 트럼프의 중동전략에서 이스라엘에 계산서를 내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A. 계산서를 내민다. 실제로는 이스라엘과도 거래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은 이스라엘에 대규모 무기 수출을 통해 상당한 경제적 이익을 얻고 있다. 양국은 상호의존적인 관계로, 이스라엘은 아랍 국가들에 둘러싸인 상황에서 미국의 지원이 필수적이고, 미국 역시 중동 정책의 핵심 기반으로서 이스라엘이 필요하다.

더불어 미국 내 유대인들의 활발한 정치활동과 기부를 통한 정치권에 대한 영향력도 중요한 요소이다. 이스라엘 정부 또한 미국과의 관계 유지를 위해 다방면에서 협력하고 있어, 미국은 이스라엘로부터 충분한 대가를 얻고 있는 셈이며 자국이 투입하는 비용과 노력 대비 이스라엘을 활용함으로써 중동 지역에서 얻는 이익이 충분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렇게 트럼프는 중동 정책 역시 경제적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뿐만 아니라 이전 행정부들도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거래적 관점에서 접근해 왔다. 안보적 측면도 중요하지만, 경제적 이해관계가 충족되지 않으면 관계의 활용 가치가 떨어진다고 보는 것이다. 이스라엘도 이러한 상황을 인지하고 미국의 기대에 부응하려 노력하고 있다.

 

Q. 트럼프의 안보정책은 동맹을 필수가 아닌 거래 가능한 선택지로 보며, 다자 안보보다 양자관계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바이든 시기의 '권위주의 대 민주주의' 구도나 자유주의 국제질서 수호 등 이념적 동맹관계 강조, 그리고 그것을 구현하는 방법으로서 인도태평양전략 등이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데, 이에 대한 논의나 개인적인 견해는 어떠한지?

 

A. 그렇다. 분명한 차이가 있다. 미국 대외정책은 크게 가치외교와 실리외교로 구분할 수 있다. 가치외교는 이상주의, 국제주의, 개입주의를 바탕으로 하며, 실리외교는 현실주의와 비개입주의에 기반한다.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트럼프의 정책은 미국 역사에서 특별한 예외가 아니다. 

바이든은 보편적 가치, 인권, 국제질서를 강조하며 동맹국들과 협력하여 중국을 견제하는 반면, 트럼프는 미국이 처한 상황에 따른 현실주의적 접근이 필요하며 한정된 역량 내에서 선택과 집중을 통해 필요한 부분만 관여하자는 입장이다. 이 두 가지 노선은 미국 내에서 각각의 지지기반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냉정하게 생각하면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들의 입장에서는 미국 외에 대안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4년간 달라질 미국의 대외정책 기조에 적응해야 한다. 우리도 바이든 시기에는 가치외교에 편승했다면, 앞으로는 가치외교를 완전히 버리지 않되 실리외교를 강조하며 미국과의 윈윈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미국이 과거와 같은 패권적 지위에서 공세적 정책을 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거래 가능한 영역이 생길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의 상대적 쇠퇴는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공감하는 부분이다. 바이든 행정부도 이를 인정하기 때문에 동맹국들과의 협력을 추구하는 것이다. 결국 우리는 방법론의 차이가 있을 뿐 미국이 선택하는 정책 방향에 맞춰 우리의 이익을 지켜나가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Q. 발제에서 현재 탄핵 정국으로 인해 대미 교섭에서 제대로 된 대응이 어렵다는 우려가 있지만, 한편으로는 후발주자로서 다른 국가들의 교섭 상황을 보고 대응을 준비할 여유가 생길 수도 있다는 관점을 제시했는데.

 

A. 그렇다. 이는 양날의 검과 같다. 한국은 대미관계를 중시하며 미국과의 관계에서 높은 위상을 기대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하지 않다. 미국은 자국 이익에 기반해 국제관계를 유지하기 때문에, 한국이 중국이나 일본과 동일한 대우를 기대하는 것은 다소 높은 기대치일 수 있다.

그럼에도 한국의 현재 국내 정치 상황이 안정적이었다면 선제적 제안과 준비, 다양한 대응책 마련이 가능했을 것이다. 특히 고위급 네트워킹을 통해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대안들을 더 빠르게 준비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 못한 점은 아쉽지만 어쨌든 한국이 어려운 상황이기에 미국의 압박이 늦춰질 수 있다는 점은 숨돌릴 여유를 가지는 셈이라 위안할 수는 있겠다. 그러나 국내 정치적 혼란이 빨리 마무리되어 정상적인 외교안보 활동이 재개되는 것이 중요하다.

 

Q. 현재 주한 미국 대사가 공석이다. 최근 조셉 윤 대리대사 파견 소식이 있었는데, 그의 이력과 대리대사 파견의 의미는 무엇인가?

 

A. 조셉 윤은 전통적인 미국의 직업 외교관 출신으로 한국계이며 한국어에 능통하다. 전형적인 지한파로 한반도 문제에 대한 풍부한 경험과 역량을 갖춘 인물이다. 비상계엄 선포 당시 한미 간 소통이 원활하지 않았던 점을 미국이 불편하게 여겼다고 알려진 바 있다. 주요 동맹국인 한국의 민감한 정치 상황을 고려해 골드버그 주한미국대사가 본국으로 귀환한 상황에서 이 문제를 관리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지한파 대리대사를 임시 파견하게 된 것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이미 주중, 주일대사는 지명했으나 주한대사는 아직 지명하지 않았다. 1기 때도 주한대사 임명에 1년 이상 소요됐고, 모든 대사가 상원 인준을 받아야 하므로 최소 6개월이 걸린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의 긴박한 정세를 고려해 이례적으로 대리대사를 파견한 것으로, 조셉 윤 대리대사의 주요 임무는 북한 문제보다는 한국 상황 관리와 소통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Q. 북한이 1월 6일 괌을 타격할 수 있는 초음속 미사일을 발사했다. 이는 트럼프에 대한 협상 시그널인지, 북미 관계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 행동인지 궁금하다. 북미 정상회담의 가능성과 대화 시기는 언제쯤으로 전망하는가?

 

A. 북한의 최근 IRBM(극초음속 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는 두 가지 목적으로 분석된다. 첫째, 군사력 제고를 위한 계획된 일정 수행이다. 2021년 김정은 위원장이 언급한 초음속 미사일과 핵추진 잠수함 등의 차세대 무기 체계 개발의 일환으로, 한국의 국내 정치 상황과 관계없이 성능 개선을 위한 발사 실험으로 해석된다.

둘째, 북미 대화 재개를 앞두고 협상력을 제고하기 위한 전략적 도발이다. 북한은 전통적으로 미국과의 대화 이전에 자신의 중요성과 위협성을 과시하기 위해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을 활용해왔다.

북미 대화 재개 시기는 두 가지 관점에서 전망된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우선순위를 둘 것으로 보여 북한 문제 접근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또한 북한 입장에서도 하노이 회담 실패의 충격과 러시아와의 관계를 고려할 때 쉽게 대화에 나서기 어려울 것이다.

다만 트럼프의 재선 임기를 고려하면, 2026년 중간선거 이후 레임덕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므로 북미 대화의 새로운 국면이 열릴 가능성도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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